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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추웠다. 엄청 걸었다. 폰에는 7.4킬로 정도 걸은 걸로 되어 있으나 계단 오른 게 38층으로 나온다. 오르막길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이다 ㅠㅠ



호텔 와이파이가 시원찮고 특히 노트북으로 연결하면 더 그래서 오늘 중간중간에 폰으로 패치워크 사진과 메모 남겼었다.



아침 9시 40분 즈음 조식 먹으러 내려갔다. 조식은 그냥저냥 먹을만했는데 역시 풀떼기가 없었다.




엄청 추워서 얼어죽는 줄 알았다. 바람이 너무 세차게 분다. 언덕길이라 힘들었다. 제일 먼저 빠끄로프 사원에 가기로 했는데 여기가 호텔에서는 좀 멀었다. 대충 2킬로 좀 넘는 거리였지만 이게 다 언덕길에 좀 꼬불꼬불이라 길도 조금 헤매고... 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어서 체감 두배 정도 걸렸다. 꽁꽁 얼어붙은 채 사원에 들어가니 역시 평온하고 고요해서 마음의 정화가 되는 기분이었다. 가족과 나를 위해 초를 켰고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기도를 마치고 나왔다.




사원이 있는 오케안스키 대로를 쭈욱 따라 내려오면 로모노소프 도자기 가게가 있는 이즈므루드 건물이 나온다. 아무래도 내일은 새해 전야라 바글거릴테고 또 1월 1일과 2일은 쉰다고 하므로 무조건 오늘 가기로 했다. 찻잔 두개, 접시 하나, 종지접시 하나, 도자기 토끼 한마리 지름....




여름에 왔을때 가려다 못찾아서 실패한(밥먹고 나서야 찾았다) 로슈끼 쁠로슈끼에 가서 펠메니와 보르쉬를 먹었다. 원래 펠메니는 시베리아 펠메니를 먹어야 하지만(이게 딱 러시아식!) 소랑 돼지를 섞은 거라 이제 못먹어서 신메뉴라는 '죨띄예 펠메니'(옐로우 펠메니)를 시켰다. 다진 닭고기 소와 바질, 치즈, 올리브가 들어간대서 입맛에 맞을 것 같았는데 이것은 또 심히 담백해서 전에 돼지알레르기 생기기 전에 먹었던 그냥 펠메니가 더 맛있었던 기억이 ㅠㅠ 흑...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근데 내 입맛에 담백한 거면 꽤 담백한 건데....)




스메따나(사워크림) 꼭꼭 찍어서 먹고 따끈한 보르쉬 먹으니 몸이 좀 녹았다. 러시아에서 추울 땐 역시 보르쉬가 최고다. 얼마나 추웠는지 모른다. 펠메니와 보르쉬 먹고 있자니 2년전쯤 열심히 서무의 슬픔 시리즈 쓰던 게 떠올랐다. 거기서 단추 베르닌이 맨날 왕재수(미샤의 캐리커처 패러디 인물)에게 인스턴트 보르쉬 데워주고 펠메니 삶아줘서.




그리고는 관광객 모드가 되어(나도 관광객이지 뭐) 한국사람들 많이 간다는 추다데이 화장품 가게에 갔다. 올리브영 같은 곳이었다. 한국인들은 보통 '할머니..' 이름 붙어있는 화장품 떼거지로 사간다고 함. 나는 딱 하나 샘플 챙겨온 바디로션이 다 떨어진데다(호텔에는 샤워젤과 샴푸만 있다) 마스카라를 놓고 와서 그거 사러 갔다. 마스카라 보통 안 하는데 여행와서만 한다 ㅋㅋ




할머니... 시리즈 대신 나는 현지인들이 좀 쓰는 편인 나뚜라 시베리카(시베리아의 자연 ㅋ) 브랜드의 와일드베리 바디로션과 미니 핸드크림, 그리고 가격이 너무 싸서 속는 셈 치고 나이트 아이크림을 샀다. 그리고 부르조아 브랜드의 마스카라를 하나 샀다(흑 이건 한국에도 있는데ㅜㅜ 그래도 안 가져왔으니까) 밤에 바디로션 조금 발라봤는데 나쁘지 않다. 향은 좀 내 맘에 안 들지만...(베리 향기 안 좋아한다. 근데 그 향기 밖에 없었다)




화장품까지 사고 나니 너무나 차를 마시고팠다. 관광객 모드로 검색해서 가고 싶었던 카페가 두군데 있었는데 더 가고픈 곳은 꽤 많이 걸어야 해서 포기하고 근처에 있는 곳에 갔다. 그러나 트립어드바이저와 블로거들 때문에 나같은 관광객이 너무 많은 나머지 작은 카페는 만석이었다. 문가 가운데 자리 딱 하나 비어 있었는데 앉을까말까 망설이는 사이(너무 복작거려서) 뒤에 들어온 커플이 잽싸게 앉았음.



슬퍼하며 나와서(근데 '잉글리쉬 베이커리' 라고 씌어 있는 거 보고 그리 서운하진 않았다. 영국식 베이커리 카페면 그닥 기대되지 않으니까!) 주변을 좀 돌아다녔다. 바로 맞은편에 '삐쩨르'라고 되어 있는 카페에 가보았는데(이름 때문에 페테르부르크 풍인가 싶어서) 여기는 거의 식당, 바 분위기라 포기. 너무 추웠다. 주변을 뺑뺑이 돌다가... 다시 그 만석된 카페 근처에 와서 서성이는데 2층에 있는 어느 카페가 딱 띄었다. 케익 카페라고 되어 있었다. 철제계단을 걸어올라가야 해서 좀 불편했지만 일단 가보자 싶어 올라갔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카페가 무척 맘에 들었다! 완전 내 취향! 작으면서도 테이블 사이는 널찍하고, 테이블보가 깔려있고(이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만) 빨간색이 많았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으로, 케익이 맛있었다. 서양배 케익이랑 티포트에 든 홍차 시켰는데 조용하고 한적한 카페가 무척 맘에 들었다. 나오면서 복숭아치즈케익 한조각 테이크아웃했다. 메도빅 있으면 사고팠는데 없었음. 혹시나 내일 밤에 방에서 혼자 새해카운트다운 봐야 할 수도 있으니(혹시라기보단 거의 100%) 그때 먹으려고. (호텔 로비 바에서 미니 화이트 와인도 한병 샀음. 샴페인은 작은 거 안 팔아서)




나와서 걷다가 조그만 식료품 가게를 발견해서 거기서 너구리 컵라면 작은 거 하나, 비상용 초코바 하나,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서 언덕길을 끙끙대며 오르고 또 올라 호텔로 돌아왔다. 엄청나게 녹초가 되었다. 들어오니 저녁 6시가 좀 안되어 있었다. 완전 녹초. 씻은 후 그냥 컵라면 끓여먹었다.



내일은 기념품 가게에 들르고 아늑한 카페를 하나 찾아내는 게 목표임.




아아 근데 또 와이파이가 끊긴다 흑흑... 역시 비싼 호텔이어야 하는 것인가 엉엉...


..



이 메모 쓰는 동안에도 와이파이 서너번 끊어짐. 사진은 그래서 하나만 올린다. 블라디보스톡 시내. 정교 사원 갔다가 오케안스키 대로 따라 쭈욱 걸어내려오다 찍은 사진. 시내 제일 중심가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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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