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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센 외근 후 진료를 받으러 갔는데 중간에 20분 정도 시간이 남아서 근처 카페에서 엄청 당도높은 베리 라떼를 마셨다. 이걸 좋아하긴 하는데 혈관이 막히는 건 아닌가 좀 죄책감을 느끼며 마신다. 추워서 따뜻한 걸 마시고 싶었지만 이 카페는 이게 제일 맛있는데다 다른 건 마실만한 게 없었다. 

 

 

오전에 시내에서 최고임원이 강권한 과제 때문에 피곤한 답사와 미팅. 진빠지고 힘들었다. 구구절절 쓰기 시작하면 끝이 없으니 그냥 이 정도로만... 윗분과 실무자와 함께 경복궁역 근처의 유명한 식당에 가서 삼계탕을 먹었다. 관광객이 대다수였다. 맛있긴 했는데 내 입맛엔 너무 짜서 계속 목이 말랐다. 

 

 

그리고는 진료를 받으러 갔고, 이후엔 근처에서 또다른 미팅. 이 미팅이 생각보다는 빨리 끝났다. 지하철을 타고 머나먼 횡단 끝에 간신히 귀가해 막 씻고서 앞머리를 자르고 있는데 부모님이 갑자기 오셨다. 김장을 하셨다면서 맛있는 알타리 김치와 갈치구이, 반찬, 육개장 한냄비를 갖다 주셨다. 내가 이번주에 늦게까지 일을 하는데다 내일도 출근해야 한다고 하자 '먹을 것도 없고 저것이 또 반찬을 사먹고 있겠구만!' 하는 생각에 오셨다고 한다. 그러더니 후다닥 가심. 좀 있다가 가시라고 붙잡았으나 엄마가 수영 시간이 빠듯하다며 휘리릭 가버리셨다. (매일 동네 수영장에 가심) 그래서 저녁은 갈치구이로 잘 먹었다. 값비싼 갈치라고 하셨는데 정말 맛있었다. 

 

 

부모님이 집이 왜이리 지저분하고 엉망이냐고 한숨을 쉬셨다. 본시 금요일의 집 상태가 제일 최악이다. 일주일 내내 정신없이 일하고 집에 와서는 뻗어버리니 당연히 현관에도 재활용 물품들이 쌓이고 정리는 안되고 청소도 안돼 있으니 먼지가 제일 많고... 토요일에 오셔야 청소를 해서 깨끗한 집을 볼 수 있는데 왜 꼭 금요일에 오시느냐고 했더니 엄마가 혀를 차셨음. 하여튼 부모님이 가신 후 거대한 박스들을 비롯한 온갖 분리수거를 하느라 두번이나 더 내려갔다. 이번주엔 캐리어와 패딩코트를 주문해 받아서 엄청 큰 박스가 두개나 방치되어 있었다. 그리고는 이마트에서 온 식료품들을 정리하고 쿠팡에서 온 제습제들을 꺼내 온 집안 여기저기 갈아두고 이미 수분이 꽉찬 예전 제습제들을 갈라서 물을 따라내고 용기를 버리는 등 정신이 없었다. 청소까지 하려다 너무 피곤해서 침대에 들어가 30분가량 쉬다가 간신히 일어나 저녁을 먹고 청소를 했다. 내일 아침에 또 출근해야 하니 차라리 조금이라도 일찍 온 오늘 해놓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토요일에 출근했다가 돌아와서 청소까지 하려면 너무 우울할 것 같아서.

 

 

이제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금요일이지만 금요일 아닌 느낌... 자꾸 재채기가 나오고 콧물이 흐르는 것이 혹시 감기 기운인가 싶어 조마조마함. 흐흑 빨리 자야겠어. 역시 저 차가운 베리라떼가 아니라 따뜻한 걸 마셨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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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