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 수요일 밤 : 귀환 fragments2024. 10. 30. 20:20
사진은 착륙 얼마 안 남았을 때. ‘미운 백조들’ 몇 페이지 더 읽음. (94쪽까지 읽었다! 그런데 지금 파트가 좀 피곤하고 재미가 없는 지점이다... 그 앞까진 막 술주정하고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싸우고 재밌었는데...)
한달간의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드물게 평온한 비행이었다. 연착이 되지 않았고 터뷸런스 사인이 한번도 뜨지 않았다. 몇번 10-20초 정도 좀 흔들렸지만 대단치 않았다. 화이트 와인 한잔으로 잠시 졸긴 했지만 제대로 잠을 잔 건 아니어서 내내 음악을 들으며 오다가 책을 약간 읽었다.
인천공항엔 7시 20분 즈음 도착했다. 오늘따라 여권 자동판독이 잘 안돼서 수차례 시도함. 짐은 비교적 빨리 나왔다. 택시를 타고 귀가. 아침이었고 해가 쨍했다.
집에 도착하니 8:40 즈음이었다. 엄마가 어제 들러 덜컥거리던 내 전기밥솥을 가져가고 새것을 사다 두시곤 냉장고에 삼치조림, 맑은 소고기 콩나물 뭇국, 계란말이, 진미채 볶음, 열무김치와 두부조림을 채워두고 가셨다ㅠㅠ 가방을 다 풀 엄두가 안나서 언더웨어, 베갯잇 등 1차 빨래만 세탁기에 돌려놓고 그 사이 목욕, 머리감기, 말리기... 이후 빨래를 널고는 ‘아 이제 좀 있다가로 미뤄...’ 하고 침대로 들어갔다.
10시-오후 2시까지 알람 맞추고 잤는데 당연히 잠이 부족해서 3-40분가량 더 졸았다. 중간에 추워서 깨어나 가을 이불을 꺼내 덮음. 그전 이불은 여름 홑이불이었다. 9월말까지 더웠었으니까. 머리 감고 말리긴 했지만 자면서 체온이 떨어진 것 같았다. 엄청 피곤하게 잤다. 3시 좀 안되어 억지로 일어났고 너무 배고파서 밥을 먹었다. 엄마가 바꿔준 밥솥에 새 밥을 해먹었는데 그 쌀도 엄마가 시골에서 사온 햅쌀인걸 망각, 물을 많이 잡아서 밥이 떡처럼 됨 흐흑 한달만에 밥을 했더니만... 엄마가 주고 가신 국과 반찬으로 잘 먹었다.
이후 더 이상 미룰 수 없고 외면할 수 없는 가방 풀기 ㅠㅠ 가방 푸는 건 꾸리는 것만큼 힘들진 않지만 이것도 참 귀찮고 피곤하다. 2차 빨랫감들을 꺼내 세탁기에 돌리고, 이것저것 빼서 정리하고... 아직 화장품과 세면파우치는 그대로 침실 화장대 아래 처박아두었다. 저것도 빨리 정리를 해야 하는데... 회사에서 쓰는 것까지 가져왔으니... 모른다 저건 자기 전, 아니면 내일. 기념품을 별로 사지 않았기 때문에 많이 정리할 건 없었다. 폴란드항공 짐 부칠 때 재보니 트렁크 22.8킬로, 기내 캐리어 7.6킬로였다. 한달치 옷가지들이 들어있었으니 그렇게 따져보면 이번에 정말 별로 산 게 없음. '모든 건 현장에서 즐기자' 마음으로. (하지만 그래놓고 카페인, 후라칸, 엘스카 종이컵은 또 기내캐리어에 싸왔지)
가방 정리를 하니 덥고 땀이 났다. 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코트와 현지에서 산 스웨터, 치마를 아파트 단지내 세탁소에 가지고 가서 맡겼다. 오늘 안하면 언제 가져갈지 모른다... 나 사실 작년 겨울에 입은 코트도 드라이 안했는데... 일단 이거 찾고 나서 맡겨야겠다. 카디건은 그냥 손빨래해야지 하고 남겼는데 돌아와서 카디건, 니트 스카프, 쿠야를 손빨래하기 시작하자 '아악 돈 좀 더 주고 카디건도 맡길걸' 하고 매우 후회함 흐흑... 쿠야도 비행기 타고 왔으니 목욕을 안 시킬 수가 없었다(경축! 쿠야 후쿠오카에서 쥬인이 데려다준 후 처음으로 목욕!) 아직도 빨래가 조금 남았는데 베란다의 빨래 건조대 공간이 모자라서 내일로 미루기로 했다.
사이사이 업무메일도 확인했다. 나 없는 동안 온갖 골치아픈 일들이 엄청 많이 터져 있었고 다른 부서에서 또 엄청 떠넘겨놓은 것들도 많았다 ㅠㅠ 월요일부터는 정말 거대노동과 대폭발일듯... 하지만 꾹 참고 이번주말까진 일 안할거야, 업무메일에 답신 안할거야...
내일은 오전에 진료 예약을 해두었고 오후 1시에는 세스코 점검 예약을 해둬서 바쁘다. 그런데 아빠가 파주 쪽 고깃집에 가서 점심을 함께 먹자고 하신다. 1시까지의 예약을 변경할수가 없는터라 1시반부터는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어찌될지 모르겠네. 하여튼 내일부터 이미 일정이 막 여럿 생겨서 강제 시차적응이 되려나... 지금도 너무 졸리다. 꾹 참고 10시까지 버텨보려고 하는데... 안되면 9시 반에 누워야겠다. 새벽에 깨는 게 문제지 뭐...
비닐로 두겹으로 싼 나뚜라 시베리카 샤워젤 두 병이 폭발해 5분의 1가량은 샜다. 펌핑용기에 별도 마개가 없었고 내가 쓰다가 가져온거라... 테이핑으론 역부족이었나보다. 그래도 비닐로 이중으로 포장한 덕에 밖으로 새진 않아 다행이다.
엥, 그런데 이 메모를 쓰고 있는 중 방금 관리사무소에서 찾아왔다. 아랫집 화장실 천장에서 누수가 있는데 그게 울집 세면대 때문이라고 잠시 물을 쓰지 않으면 임시조치를 한다고 함. 아니, 임시조치해주는 건 좋은데 나 그럼 세면대랑 화장실 수리해야 하나 엉엉 ㅜㅜ 급 머리아파짐... 집주인한테 요청하고 싶은데 내가 집주인이야 엉엉... 오래된 아파트는 이런게 안 좋다 흐흑... 한달만에 집에 돌아와서 아직 시차적응도 안됐는데 갑자기 집수리와 보험에 대한 근심으로 마무리. 역시 현실로 돌아온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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