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목요일 밤 : 간소한 기념품 쇼핑, 업무 통화로 스트레스 되살아남, 토끼 찍사, 너무 피곤함 2022-23 praha2023. 6. 9. 04:19
어제 드레스덴 다녀오면서 이래저래 고생을 좀 해서 그런지 너무 피곤했다. 덕분에 처음으로 중간에 깨지 않고 7시간 가량 잤다. 더 자고 싶었지만 실패... 그래도 중간에 깨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11시쯤 자서 6시에 깼다.
어제 엄마도 무척 고단하셨던 것 같다. 오늘은 좀 천천히 기념품 쇼핑이나 하고 사진이나 찍자고 했다. 사실 엄마를 위해 현지 사진사에게 스냅코스를 신청해두었었는데, 엄마가 너무 부담스러워하셔서 취소를 했고 대신 내가 찍어드리기로 함(그래서 둘이 오붓한 사진은 못 찍음)
조식을 먹고 온 후, 아파트 근처에 팔라디움 쇼핑몰이 있어 거기 갔다. 엄마도 기념품을 많이 사는 타입이 아니고, 또 챙기려면 한도 끝도 없으니 제일 간단한 것만 사겠다고 하셔서 마뉴팍투라에서 핸드크림과 엄마 맘에 든 살구향 샤워젤 등속을 사고, 이후 수퍼에 가서 초콜릿을 산 것이 끝이었다. 그리고 아침에 화장을 하면서 엄마에게 내 맥 라스트댄스 아이섀도와 오프라의 하이라이터를 발라드렸더니 너무 맘에 들어하셔서 팔라디움의 맥 매장에서 동일한 아이섀도를 사드렸다. 이런 건 인터넷 면세로 사야 저렴하고 여기서 사면 비싸지만... 그래도 엄마가 너무 맘에 들어하셔서 그냥 샀음.
이런 쇼핑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쇼핑 중간에 윗분에게서 다급한 카톡이 왔고 결국 나는 업무 통화를 하게 되었다. 메일 접속이 차단되어 내내 읽지 못하고 있던 터라 모른척 업무 체크를 안하려고 애썼고 카톡에 올라오는 업무대화들도 그냥 체크만 하고 개입하지 않고 있었으나, 최고임원이 너무 심한 과제를 내던진 탓에 윗분도 내가 귀국하기 전에 갑작스러운 출장을 가셔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다른 본부장들과 차석임원들도 한패가 되어 우리 부서에 정말 너무 과도한 일들을 떠넘기기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쇼핑몰 한가운데 벤치에 앉아 30분 넘게 통화를 하고 나니 너무 머리가 아프고 우울해졌다. 이동안 엄마는 서성이며 가게들을 구경하셨고 무슨 통화를 그렇게 오래 하느냐고 놀라심. 나는 업무 통화 자체는 뭐 그러려니 하는데,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과 더더욱 과중해지는 상황들을 생각하니 너무 기분이 가라앉고 온몸에 기운이 빠졌다. 정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 일들을 더 계속해야 하는 것인가, 너무 비합리적으로 과중하다는 생각, 그리고 제반 상황들과 다른 본부장들의 작태를 참아주기가 너무 어려웠다. 여행 동안 의식적으로 업무 생각을 하지 않았고 엄마 모시고 다니느라 하루하루의 미션 클리어에 급급했기에 오히려 마음의 스트레스는 덜했는데 업무 통화 30분 후 그간 회피해왔던 모든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밀려온 느낌이었다. 그래서 좀 멍해진 채 엄마를 모시고 쇼핑몰 나머지를 돌고 수퍼에 가서 초콜릿을 골라드린 후 함께 방으로 돌아왔다.
내가 챙겨온 비빔면으로 점심을 간단히 먹었다. (엄마가 양식을 못드셔서 이런것도 싸왔음) 그리고 날씨가 좋았기 때문에 엄마 모시고 사진 찍어드리려고 나갔다. 어제 엄마의 에스컬레이터 공포증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좀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트램을 두 번 타고 포호젤레츠에서 내려 로레타와 스트라호프 쪽으로 갔다. 로레타에는 입장을 해서 내부를 보여드리고 2층의 보석 성물들을 보여드렸다. 다이아몬드가 가득 박힌 성물을 비롯해 각종 산호와 보석들로 세공된 성물들을 보신 엄마는 감탄하시면서도 ‘카톨릭이 이렇게 부귀영화로 부패했기 때문에 종교개혁을 하게 된 거야. 예수님은 저렇게 헐벗은 채 십자가에 돌아가셨는데 이런 보석들이라니!’ 하고 교훈적인 결론을 이끌어내셨다(엄마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임) 그리고 비록 정오 명종곡은 아니었지만 세시의 종소리를 들으셨고 무척 아름답다고 하셨다.
번외 쇼크) 로레타 지하에는 화장실이 있고, 여기는 입장권을 끊고 들어오면 무료 이용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내려가보니 입장객들에게마저 0.5유로(몇 코루나였는지 기억안남)를 받고 있었다! 충격! 엄마는 어떻게 성당에서 돈을 받고 화장실을 이용하게 하느냐고 어이없어 하셨다 ㅜㅜ
로레타와 주변 카푸친 수도원 앞, 스트라호프 수도원 앞의 전망대와 내리막길 등에서 엄마 사진을 찍어드렸다. 빛이 좋아서 나름대로 잘 나와 뿌듯했다. 프라하 성 한켠의 계단을 따라 내려왔고 첫날과 그저께 못갔던 카를교 아래의 미셴스카 골목과 강변에도 내려갔다. 오늘은 백조도 한 마리 뿐이었고 오리도 몇 마리 없어 아쉬웠다. 다 마무리하지 못하고 온 단편에서도 알리사와 코스챠가 그 강변에서 백조에게 빵부스러기를 던져준다.
미셴스카 가기 전에 원래는 말로스트란스케 광장에서 트램을 타려고 했는데 거기 반짝 시장이 서서 노점들이 많았다. 우리는 이때 무척 목이 말랐기에 생과일 갈아주는 노점에서 오렌지/파인애플/석류 갈아주는 주스 500밀리를 주문해서 나눠마셨다. 그리고 빵 파는 노점에서 내가 좋아하는 포피씨드 빵을 발견해 그것을 득템했다.
강변에서 나와서 말로스트란스카 지하철역 앞에서 트램을 타려다가 길 건너기가 귀찮아서 그냥 마네수프 다리를 건너서 집까지 걸어왔다. 카프로바 거리 쪽으로 와서 에벨 앞을 지났는데 에벨의 두 테이블이 모두 비어 있어서 너무 들어가고 싶었지만 이미 주스로 배가 가득 찬데다 오후 늦은 시각이라 커피 마시기도 어렵고 엄마도 커피를 드시지 않아서 아쉬워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도 활동 반경이 넓었다. 로레타에서부터 집까지 걸어온 거니까. 오전엔 쇼핑몰도 돌았고.
귀가해서는 햇반과 로메인, 내가 싸온 진짬뽕 1개, 엄마의 밑반찬 등으로 저녁을 먹었다. 한국에 있을때도 이렇게 밥을 제대로 챙겨먹지 않았는데. 그리고 카메라에서 사진을 옮겨 엄마에게 보내드리고 구경한 후 엄마는 잠자리에 드셨고 나도 이제 자려고 한다. 오늘은 귀가했는데 너무 피곤하고 몸이 무거워서 씻는 것도 정말 너무 힘들었다. 아마도 업무 통화 때문에 한순간 모든 스트레스가 되살아나서 그런 것 같다. 이미 휴가도 많이 지나가서 며칠 안남았기에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 모르겠다, 일단 자야겠다. 목이 다시 가고 있으니 인후염 약을 먹어야겠음.
.. 여행 와서 걸은 거리 메모. 내 폰을 떨어뜨려서 중간중간 꺼두었으므로 정확하지는 않다. 첫 2~3일은 더 많이 걸었을 수도 있다.
6.4 일요일 약 10~11킬로? (이 날은 내 폰을 꺼두었고 엄마 폰으로 확인)
6.5 월요일 1만보 전후(이 날 제일 적게 걸었다)
6.6 화요일 12.5킬로, 18000보 전후
6.7 수요일 11.7킬로, 17600보 전후
6.8 목요일 11.9킬로. 17600보 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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