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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4. 29. 22:04

쓰는 중 : 코스챠와 알리사, 비 about writing2023. 4. 29. 22:04

 

 

 

 

이 글을 시작한지 한달 반이 지났지만 아직 진도는 많이 나가지 못했다. 짧고 가벼운 글로 구상했고 쓰는 것이 아주 어려운 종류도 아니지만 바쁘고 힘들어서 글을 쓸 기력이 모자랐다. 주인공인 코스챠와 알리사는 내가 꾸준히 써오고 있는 레닌그라드-페테르부르크의 70~90년대 이야기들에 등장하는 주변인물들로 둘다 미샤와 트로이의 친구이다. 이전에 발췌했던 단편 '새해 전야'에도 각각의 이야기를 짧게 쓴 적이 있다. 코스챠, 알리사, 트로이는 동창생이고, 후자의 둘은 대학도 같이 갔다. 코스챠는 어릴 적부터 알리사를 짝사랑했는데 알리사는 다른 남자와 결혼해버리고 이혼한 후 런던의 소련대사관으로 떠나버렸다. 

 

 

발췌한 두 문단은 초반 도입부. 오늘 비가 내렸기 때문에... 배경은 1981년 9월, 프라하. 친구 소개로 영화사에 들어가 일하고 있던 코스챠가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에서 촬영을 돕던 중 알리사를 발견한다.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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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코스챠는 알리사를 보았다. 굴대 안쪽으로 못을 하나 박고 바퀴 아래 쇳조각을 억지로 밀어 넣던 중이었다. 처음에는 지나가는 여자를 잘못 봤다고 생각했다. 쏟아지는 비 때문에 바큇살 사이로 물안개가 아른거렸으니까. 아니면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코스챠는 꿈에서 알리사를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원래 꿈을 꾸지 않았다. 옛날에 갈랴의 아파트에서 술을 마시다가 코스챠가 자기는 꿈을 꾸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 알리사는 꿈 안 꾸는 사람은 없어. 기억 못 하는 거지라고 쌀쌀맞게 쏘아붙였다. 모자란 인간 취급당한 기분에 코스챠가 시무룩해지자 알리사는 좀 당황한 듯 나쁜 거 아니야. 잠을 푹 잔다는 뜻이지. 좋은 거야라고 덧붙였다. 그 말이 맞는 것 같긴 했다. 그는 베개든 어디든 머리만 닿으면 단잠을 자니까. 어쨌든 잠을 자면서도 꿈을 꿔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 시계탑 아래에서 그것도 두 눈을 뜬 채 심지어 마차 바퀴를 고정시키고 있는 중에 알리사 꿈을 꾼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간밤에 스태프들과 함께 마셨던 흑맥주와 보드카 때문에 헛것을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편이 더 그럴싸했다

 

 

 갑작스럽게 천둥이 치면서 번개가 번쩍거렸고 그녀가 소스라치며 우산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코스챠는 자기가 꿈을 꾸는 것도, 숙취로 헛것을 보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알리사는 언제나 뇌우를 무서워했다. 어릴 때는 울었고 커서도 천둥소리가 들려오면 놀란 토끼처럼 펄쩍 뛰거나 옆 사람의 팔에 매달렸다. 그때부터 코스챠는 비 오는 레닌그라드를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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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둘 다 2017년 10월, 페테르부르크의 모이카 운하. 이때는 아이폰 6s로 찍었다. 비가 주룩주룩 내렸던 날. 이 동네는 원래 이렇게 비가 자주 온다. 

 

 

 

 

 

 

 

... 이전에 발췌했던 단편 <새해 전야>의 첫번째 이야기인 코스챠의 에피소드는 여기. 알리사에 대한 얘기도 언급된다 : moonage daydream :: 새해 전야 01. 코스챠 (tistory.com)

 

새해 전야 01. 코스챠

이 글은 작년 12월 30일에 블라디보스톡의 kafema 카페에서 처음으로 구상했고, 5월부터 쓰기 시작해 지난 9월에 마친 옴니버스 단편이다. 연말과 새해 시즌에 구상한 새해 이야기였다. 하지만 12월

tvey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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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