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1

« 2025/1 »

  • 26
  • 27
  • 28
  • 29
  • 30
  • 31

 

 

 

 

너무너무 피곤해서 계속 온몸이 축 처지고 무거웠던 하루였다. 자정 좀 넘어 잠든 것 같고 새벽에 몇번 깼다가 도로 자기를 반복했다. 꿈에 시달렸다. 공항 같은 곳에서 아주 작은 상자 같고 엘리베이터 같은 사각형 공간에 들어가 사각기둥 모양으로 절반씩만 회전하는 문을 두번 밀고 그 다음 통로로 간신히 나갔는데 마치 공항의 대기 홀 같았고 카페 의자들이 널려 있고 한편에는 수하물 부치는 컨베이어벨트가 있었다. 그런데 내 트렁크가 와 있지 않았다. 공간을 통과할땐 혼자였지만 홀에 나오니 쥬인과 함께였다. 우리는 핀란드에 가야 했다(왜 핀란드인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수하물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우리는 일본에서 경유를 해야 하며 아까 그 문을 나와서는 안되는 거였고 그 문을 도로 통과해 돌아가서 그쪽에서 무슨 수속을 받고 짐을 처리한 후 도쿄로 가야 한다고 했다. 나는 다시 그 문을 통과하고 싶지 않았고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이건 역시 요즘 내 마음의 문제들이 적나라하게 형상화된 꿈이겠지. 

 

 

 

 

그 앞 꿈에서는 정말 오랜만에 야구 꿈을 꿈. 옛날에 한참 야구 보던 시절(SK와이번스가 있던 시절)과 현재가 교차되었고 당시 노감독(요즘 무슨 야구예능에 나오신다는 기사를 봐서 무의식으로 반영됐나보다)도 등장했다. 뜬금없이 내가 지금의 그 팀을 이끄는 감독인지 수석코치인지 그런 거였는데 내가 좋아했던 선수(김광현 선수다) 외의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기량이 최악이라 어떻게 해도 방도가 없다는 사실에 매우 절망하며 그 노감독에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하소연하는 꿈이었다. 이 꿈은 사실 명확하다. 요즘 내 일과 그것에 관련된 문제들 때문이다. 리더십에 대한 고민, 문제가 너무 많은 직원들. 심지어 어제는 차석임원과 밥먹으면서 (이분은 오래전부터 잘 아는 선배라서 내가 좀 편하게 말을 한다) '뭘 하려고 해도 수족이 있어야 일을 하죠, 지금 손발 다 잘려서 팔꿈치랑 무릎으로 일을 하는데 그나마도 팔꿈치 무릎도 다 나갔어요' 라고 호소하기까지 했었으니까. 

 

 

 

 

어쨌든 이것 외에도 여러 꿈들에 시달리다 깨서 무지 피곤했다. 수면 총량은 그래도 상당했으나 몸이 너무 피곤하고 힘들었다. 아마 일주일 동안 정말 말로 형용할 수 없이 바빴고 과로와 스트레스가 엄청났기 때문일 것이다. 철없는데다 기득권을 놓지 못하는 직원 때문에 마음 고생도 계속 하고 있고...

 

 

 

 

깨어나서도 침대에 달라붙어 있다가 정오가 한참 넘어서야 일어나 청소와 목욕을 하고, 몸과 마음의 피로를 정화하고 싶어 보르쉬를 끓여먹기로 했던 전날의 의지를 간신히 끌어올려 수프를 끓였다. 몸이 힘들때 가끔 보르쉬를 먹고 싶다. 온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또 철분도 많으니까. 그런데 물론 남이 끓여주는 게 훨씬 좋지만 서울에서 이거 먹으려면 동대문 러시아식당 같은 곳을 찾아가야 하고 그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내가 대충 끓이는데, 비트랑 야채 손질하는 게 너무 귀찮고 또 왼쪽 손목 통증도 있어 지금 칼질이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꼼수를 써보기로 했다. 

 

 

 

컬리에서 다진 비트, 다진 양배추(이유식 용으로 나오는 것들이다)를 팔기에 그것을 주문하고 이마트몰에서 심지어 채썬 냉동양파마저 샀다. 직접 칼질을 한 건 감자 한 알뿐. 나머지는 모두 이런 꼼수를 썼고 보드카나 소주 사오는 걸 잊어서 냉장고에 있던 먹고 남은 화이트 와인(이것도 일년도 넘음)으로 국거리용 소고기를 재고 플랑베를 했다. 토마토 페이스트를 사려고 봤더니 따개가 없으면 열 수 없는 것만 있어서 홀토마토로 대체했다. 이렇게 조금씩 대체하고 또 대체하고 꼼수부리다 보면 물론 결과물은 오리지널과 좀 비슷하긴 해도 맛은 당연히 덜하게 된다 ㅠㅠ 그리고, 역시 다진 비트와 다진 양배추는 이 꼼수에서 너무 나간 거였다. 내가 좀 뻑뻑하고 건더기 많고 진한 보르쉬를 좋아하긴 하지만 너무 다져진 내용물 때문에 결국 이 보르쉬는 보르쉬라기보다는 마녀수프(라고 불리는 것과 좀 비슷), 소고기토마토스튜, 더 나아가서 쫌 무슨 라구 소스, 보르쉬 죽 비슷한 모양이 되었다. 애초에 이유식 재료를 썼으니 ㅜㅜ

 

 

 

 

 

 

 

 

 

 

흑흑. 이렇게 되었다. 이건 쫌 보르쉬에 대한 모욕인 것 같다만... 그리고 토마토 페이스트 대신 홀토마토를 쓴데다 다진 비트 양이 너무 적어서 보르쉬 맛이 나긴 했지만 그보다는 푹 고아낸 토마토스튜처럼 되었음. 이게 다 손목 때문이야 ㅠㅠ 역시 음식이란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표가 난다. 어느 정도까지는 커버할 수 있지만 이유식용 다진 비트와 양배추는 좀 선을 넘었던 건가보다. 프라하의 그 러시아 매점에서 먹었던 집밥 보르쉬가 그립다. 하지만 보르쉬 맛이 좀 덜하다 뿐 이 수프는 사실 맛은 있었다. 그리고 이런 류의 수프는 카레랑 비슷해서 몇시간 묵히면 더 맛있어지는 경향이 있어 저녁에 다시 먹자 더 맛있었다. 근데 한 냄비 남아 있어서 언제 다 먹나 싶음.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쉬었다. 너무 피곤해서 계속 졸렸고 머리가 무거웠다. 지난 주말에 떠올랐던 새 글에 대한 아이디어는 일주일 동안 과로폭풍에 휘말려 멈춰 있다가 오늘 다시 조금 발전되었다. 그러나 아직 쓰기를 시작하지는 않았다. 내일부터 쓸 수 있으면 좋겠는데 기력이 딸려서 아무래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여전히 머리가 무겁고 피곤하니 오늘도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기온이 많이 올랐는데 계속 한기가 들어서 종일 목에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다. 

 

 

 

티타임과 꽃 사진 몇 장 접어두고 마무리. 프리지아를 주문해서 2주 동안 살아남은 노랑 스프레이 카네이션과 함께 꽂아두었다. 프리지아는 아직 봉오리 상태라 따로 사진 안 찍어두고 카네이션이랑 같이 꽃은 두어대만 사진에 있다. 내일 자고 나면 프리지아가 피어 있겠지. 

 

 

 

 

 

더보기

 

 

 

 

 

 

 

 

 

이렇게 보면 더욱 더 라구 소스, 소고기토마토야채죽처럼 보이는 꼼수 보르쉬 ㅠㅠ 하지만 맛은 괜찮습니다. 정말입니다 ㅎㅎㅎ

 

 

 

 

 

 

 

 

 

 

 

 

 

 

 

 

 

 

 

 

 

 

 

 

:
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