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화요일 밤 : 이제 두 달, 다시 심도깊은 대화, 제습제 왕창 사야 함, 착잡함 fragments2022. 11. 1. 21:30
11월의 첫날. 새해를 맞았던 것이 정말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1월이 되었고 올해가 두 달밖에 안 남았다는 사실이 너무 놀랍다.
오늘도 매우 바빴고 또 많이 피곤했다. 일은 계속 많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은 산적해 있다. 어느 부서를 맡아도 어렵고 고된 것은 매한가지인 상황이니 지금 맡은 일들이 과중하고 또 스트레스를 안겨주더라도 이 부서만의 장점, 즉 서울에 나와 있다는 점과 어쨌든 조직의 메인사업과는 좀 거리가 있어 위에서의 압력이 좀 덜하다는 점을 생각하며 그래도 예전에 맡은 부서보단 낫다고 위안해본다. 사람 문제가 계속 속을 썩이고 있지만 그냥 어느 정도는 포기하고 내려놔야지 싶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국 나만 너무 힘들 것 같음. 너무 지쳐서 그런지 좀 무감각해졌다. 이건 사실 나쁜 징후이긴 함 ㅜㅜ
오늘은 기껏 20분의 자전거 운동마저도 안 했다. 일 때문에 지친 것도 있지만 세스코 점검 오는 날이라서, 귀가하자마자 빨래부터 걷어서 개켜 넣어둔 후(이런게 은근히 신경쓰임!) 기사의 방문을 받았다. 그간 우리집에 별로 벌레가 없었는데, 갑자기 싱크대 아래 트랩들을 비롯 여기저기에서 나방파리들이 많이 잡혔다! 그래서 또다시 세스코 기사와 심도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런 벌레들이 생긴 것은(+지난번에 욕실에서 발견한 연갈색/노란색 작은 거미는 실거미라고 함) 습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전엔 이런게 거의 없었다고 얘기하자 여름 지나면서 집이 많이 습해졌을지도 모른다, 여기저기 제습제를 놓아두라고 하며 기사가 집 구석구석에 제습제 놔둬야 할 곳들을 찍어주었다. 방제약보다도 제습제가 더 필요하다고 한다. 예전 집은 습해서 제습제를 꼬박꼬박 놨지만 지금 집은 별로 그런 걸 못 느꼈는데... 하긴 나는 주말 외엔 집에 별로 오래 있지 않으니 모를 수도 있다. 여름엔 에어컨 틀어놨었으니... 내일 당장 제습제를 왕창 주문해야겠다. 기사가 찍어준 구석구석만 해도 집안에 열개도 넘는 제습제를 놔야 한다... 아아 근데 제습제는 엄청 보기 싫게 생겼는데 ㅠㅠ 벌레를 퇴치하기 위해선 할 수 없지... 그리하여 찝찝해진 마음으로(펼쳐놓은 트랩에 다닥다닥 붙은 조그만 나방파리들의 잔해 때문에 기분 엄청 안 좋아짐) 제습제를 잔뜩 구매하기로 했다.
기사가 꼼꼼하게 점검을 하느라 시간이 상당히 흘렀고 일 때문에 지친 터라 오늘은 그냥 운동을 생략했다. 머리를 감고 말린 후 지나치게 길어서 눈을 마구 찌르고 있던 앞머리도 좀 잘랐다. 이래저래 지친다. 참사를 참사라 하지 못하고 희생자는 사상자라고 하라고 한다. 검은 리본을 달았더니 하루만에 리본을 달기는 하는데 글씨 없는 걸로 달아야 한다고 수정사항이 날아왔다. 보여주기식 점검이 여기저기 나온다. 그냥 착잡하고 슬프고 그렇다. 뭐 기대하는 건 없다만 하여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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