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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휴가를 내고는 목요일에 엄청 행복해했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한데, 어느새 사흘이 꿈결처럼 녹아 없어지고 월요병의 순간! 쉬는 건 너무 좋았는데, 일 안하고 게으름 피우고 마냥 집에서 쉬는 건 너무 잘 적응되고 좋은데 그 반작용이 또 어마어마하다 ㅠㅠ 이번주는 월화수 연달아 다른 부서들에서 S.O.S를 쳐온 주요회의에 참석해줘야 한다. 이것만 해도 이미 상당한 신경이 쓰이는 일들인데 거기 더해 당연히 일도 많다. 그리고 딱 내일이나 주초에 붉은 군대가 도래할 주기라 이래저래 힘든 일주일이 기다리고 있다. 힝. 

 

 

엄청 늦게 잠들었다가 아침 일찍 깨고, 새잠을 반복해서 자다가 결국 열한시 넘어서 일어났다. 이 무거운 졸음은 역시 그날이 임박했다는 징후이다. 하여튼 늦게 일어났기 때문에 쉬는 동안 신체리듬이 다 깨져서 내일은 상당히 피곤한 하루가 될 전망이다. 뭐 어쩔 수 없지. 

 

 

오후 늦게 현관 너머에서 너무 시끄러운 전기드릴 소리 비슷한 소음이 계속해서 났다. 혹시 우리 집 앞에서 무슨 공사를 하는 건가, 아니면 건너편 도로에서 나는 소리인가 하고 있었는데 5분쯤 후 소리가 멎었다. 그런갑다 하고는 잠시 후 재활용 쓰레기 버리러 문을 열고 나왔는데 으악, 현관 앞 복도에 거대한 매미 한마리가 죽어 있었다... 그것은 전기드릴 소리가 아니라 매미 소리였던 것이다. 아무래도 우리 집 현관문에 달라붙어 울어댔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부터 아파트 단지에서 매미들이 우는 소리가 들리더니만. 그런데 매미는 목청 터지게 마지막으로 울고 나서 수명을 다하는 것인가? 하여튼 혼비백산 기절초풍... 뒤집어져 있는 매미를 차마 집어서 버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집앞에 놔두는 것도 너무 무서워서(벌레공포자 ㅠㅠ) 쓰레기비닐 끄트머리로 슬슬 밀어서 현관문에서 좀 떨어진 쪽으로 옮겨놨는데 미봉책일뿐. 흑흑 낼 아침에 출근하러 나왔다가 나도 모르게 그것을 밟게 될까봐 너무너무 무섭다. 아아 다른 매미들과 함께 나무에서 울다가 가면 얼마나 좋았겠니 어째서 아무짝에 너한테 도움이 안될 아파트 건물 안까지 들어와서 그랬니 ㅠㅠ 

 

 

매미의 공포를 제외하고는 그냥 평소와 같은 일요일이었다. 책 읽고 글을 좀 쓰며 일요일을 보냈다. 아주 오랜만에 다시 집어들었던 해저 2만리를 마저 다 읽었다. 근데 역시 다시 읽어도 이상하게 별다른 재미가 없다. 나는 SF도 좋아하고 어릴 때 이런 류의 소설들을 엄청 즐겁게 읽었는데 돌이켜보면 그 어린 시절에도 이 소설-어린이 축약판-은 그다지 감흥이 없었던 것 같다. 아마 네모 선장에게 별다른 매력을 못 느껴서 그런 것 같기도 함. 뭐랄까, 다시 읽는 내내 좀 에드몽 당테스의 패러디 버전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내 동생처럼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광팬이었던 적도 없으니(사실 나는 그 애니메이션 별로 안 좋아했음. 주변의 내 동생 또래나 그 아랫세대 친구들을 보면 이 애니 때문에 해저 2만리 읽었다는 경우가 많았던 기억이 남) 차라리 좀 계몽주의적이고 지나치게 낙천적이더라도 15소년 표류기 쪽이 더 재미있다. 이쪽에 힘이 덜 들어가고 덜 장엄해서 그런 것 같다. 그외 베른의 다른 소설들도 예전에 번역된 건 웬만하면 다 읽었는데 딱히 맘에 딱 드는 건 없었으니 (특히 80일간의 세계일주 아주 싫어했음) 이것도 참 신기한 노릇이다. 나는 정말 어릴 땐 웬만한 책들은 그냥 다 읽고 재미있어했는데. 

 

 

그래서 저녁부터는 죽은 등산가의 호텔을 다시 읽기 시작함. 일주일 전 저주받은 도시를 다 읽고 난 후 좀 헛헛해져서. 죽은 등산가의 호텔은 그런 고통과 암울한 장중함 대신 유희와 가벼움으로 가득찬 소설이니까. 이 책이 작년 가을에 번역되어 나왔으니 아직 일년도 안됐다만 뭐 다시 읽어도 재미있다. 

 

 

이제 글을 조금만 더 쓰다가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이 글은 우여곡절이 많아서 참 진도가 안 나간다. 그래도 이제 드디어 바닷가에 나갔던 두 주인공이 그중 한명의 집으로 이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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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