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3 토요일 밤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 어쩌다보니 이것도 퍼스트 플러쉬, 묘도보예 기억 fragments2022. 7. 23. 22:26
오후부터 비가 내렸다. 이번 주말은 금요일부터 휴가를 내고 쉬는 중인데 어제도 오늘도 비 오고 날씨가 좀 우중충하다. 그래도 더운 것보단 낫지만 하여튼 집이 별로 밝지 않은 건 아쉬웠다.
지난주에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 의식의 흐름으로 연착한) 베른의 15소년 표류기를 간만에 읽은 후 연상작용으로 더 오랜만에 해저 2만리 읽음. 그런데 어릴 때도 그랬고 지금 다시 읽어도 그렇고 나는 전자가 후자보다 맘에 드는 것 같다. 그래도 후자를 간만에 읽으니 재미있기도 하고 랭보의 취한 배도 떠오른다, 실제로 랭보가 그 시를 쓸 때 이 소설에서 영향을 좀 받았다는 주석을 읽었던 까마득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심지어 그 주석이 어느 구절, 어느 페이지 어느 부분에 달려 있었는지도 생각남) 그런데 나는 베른의 몇백페이지짜리 이 소설보다는 사실 랭보의 몇페이지짜리 그 시를 더 좋아했던지라, 이렇게 연상작용이 이어지면 내일은 또 간만에 랭보 시선집을 다시 꺼내야 하나 싶다. 오랜 옛날 두근거리며 그 시를 읽던 청춘의 기억이 떠오르며 기분이 묘해진다.
어제 다즐링 서머골드를 다 마신 후 그 캔에 드디어 빌니우스 티샵 스코니스 이르 크바파스에서 사온 나머지 다즐링 하나를 채워넣었다. 이 캔은 또 훨씬 예전에 샀던 딜마 다즐링을 다 마신 후 두어번 다른 품종의 다즐링 잎으로 채워놨던 건데, 비워지고 새것으로 채울 때마다 테이프로 이렇게 차 정보를 붙여놓는다. (근데 이건 영어가 아니라서 단어 조금밖에 못 알아먹겠음. 대충 홍차, 인도, 히말라야, 향기, 맛 같은 기본적인 정보들 ㅋㅋ) 이 다즐링은 다시 찬찬히 읽어보니 Risheehat 다원에서 온 것이었다. 이파리가 아주 크고 녹색을 띠고 있는데다 오래 우려도 연한 녹색이 감도는 것이 그냥 봐도 퍼스트 플러쉬였고 마셔봐도 퍼스트 플러쉬였다. 검색을 해보니 역시 그랬음. 나쁘지는 않았는데, 나는 원래 세컨드 플러쉬를 더 좋아하는 취향이라 이번 빌니우스 티샵에서 건져온 다즐링 두 종 모두 퍼스트 플러쉬라는 게 좀 아쉬웠음. 근데 퍼스트 플러쉬는 사실 찻잎 시향만 했을땐 백발백중 향이 좋아서 좀 혹하며 사게 되는 경향이 있다. 역시 마셔봐야 제일 정확함.
이렇게 색이 연하다. 그래도 찻잎을 평소보다 좀 많이 넣고 조금 더 우려서 향과 맛이 괜찮았다.
늦게 잠들었는데 원하는 만큼 실컷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깨어나서 아까웠다. 차 마시고 책 읽고 글을 조금 쓰며 어제와 비슷한 휴일을 보냈다. 이제 자기 전에 글을 조금 더 써야겠다. 티타임과 어젯밤 도착한 소국 사진 접어두고 마무리.
며칠 전 점심 때 사무실 근방의 꿀 전문카페에서 사왔던 메도빅. 이것은 상당히, 옛날에 뻬쩨르의 기숙사 매점에서 첨 사먹었던 그 '묘도보예' 를 연상시키는 맛이었다. 아마 시트 자체가 부들부들하고 밀도가 낮은데다 단맛도 딱 그 맛이라 그런 것 같다. 나는 이것보단 조금 더 꾸덕한 맛을 좋아하는데 하여튼 오랜 옛날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맛이긴 했다. 쥬인과 기숙사 방에 같이 앉아 우유랑 같이 먹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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