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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요일 밤이라 그랬는지 늦게 잠들었다. 아침에 잠깐 깼다가 도로 잠들어서 열시 넘어서야 다시 깨어났다. 꿈속에서 나는 아주 높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다리 위에 올라가 먼 곳을 내다보고 있었다. 페테르부르크 -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과 이삭 성당, 네바 강과 로모노소프 다리, 그리고 높게 솟아오른 건물 등 도시의 여러 전경이 한꺼번에 파노라마처럼, 혹은 모자이크처럼 펼쳐져 있었다. 현실에서는 도저히 한눈에 다 들어올 전경이 아니었기 때문에 뭔가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그리고 좀 어찔어찔해 하면서 갑작스럽게 고소공포증을 느끼며 뒤로 물러나면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리운 도시. 

 

 

깨어난 후에도 가능한 한 오랫동안 침대에 찰싹 붙어서 온갖 게으름을 피운 후에야 너무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쑤셔서 낑낑대며 일어났다. 욕조에 물을 받는 동안 청소를 했는데 왜 이렇게 머리카락과 먼지가 또 많은지 ㅜㅜ 우렁이가 좀 와주면 안되는 것인가? 성인군자처럼 살지는 못했어도 남에게 해 끼치지 않고 그래도 나름대로는 조금은 선량하게 살았다 생각하건만 우렁이 왜 안 오나 엉엉... 

 

 

여행 가기 직전 그날이 와서 괴로워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또 주기가 다가와서 온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어휴 괴로워. 목욕을 하고서 이미 아점이라고도 할 수 없는 늦은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생각하며 옛날 책을 한권 읽고(책에 대한 얘기는 아래 접어둔 티타임 사진들과 함께), 오후 늦게는 글도 좀 썼다. 몇주 동안 여행과 그 준비, 여독 등등 때문에 거의 쓰지 못했던 거라서 어제와 오늘 조금씩 다시 쓰는 것이 조금은 새로웠고 역시 기분 좋은 일이었다. 매일 블로그에 신변잡기 파편들을 적고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런 간단한 메모와는 완전히 다른 일, 다른 행위, 다른 마음, 다른 태도가 되는 것이니까. 

 

 

내일 하루 더 쉬어서 다행이다. 그런데 토요일이 이틀이면 참 좋겠다. 화수목금토토일... 그래서 토토일을 쉬면 얼마나 좋을까. 흑흑... 갑자기 벌써부터 월요병이... 

 

 

티타임과 아직 남아 있는 꽃들 사진 접어두고 마무리한다. 지난주에 왔던 꽃 중 절반쯤은 아직 살아 있어서 이번주엔 새 꽃을 사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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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마 어린 시절 많이들 읽었을 듯. 우리 집에는 부모님이 사주셨던 문고가 세 종류 있었는데 이 책은 계림문고에 포함되어 있었던 기억이 난다. 어린 마음에도 읽으면서 쌍둥이 중 형이 참 철없다, 그런데 여주인공이 저렇게 순식간에 예뻐질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던 기억도 난다. 다시 일을 하려니 참 피곤해서 별 생각없이 동심을 되살려보고자 완역본으로 새로 나온 이 책을 주문해보았다.

 

 

상드의 글은 상당히 대중적인 스타일이므로 그냥 휙휙 읽어넘길 수 있는데, 다시 읽으니 어릴 때 읽은 책은 어린이문고답게 상당 부분 축약편집되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수위 높은 얘기가 있느냐면 전혀 아니고. 그런데 오히려 그 축약편집된 어린이문고 버전이 더 재밌긴 했다. 왜냐하면 완역본을 읽어보니 주인공들이 사랑에 빠지는 게 의외로 너무 앞부분이라(중간까지 가기도 전에 이미 게임 오버, 랑드리가 파데트에게 푹 빠져버림) 뒷부분이 너무 늘어지는 느낌이라.

 

 

그리고 근 몇십년(ㅋ)만에 다시 읽어도 역시 파데트의 대변신 장면에서 '아니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일주일 사이에 그렇게 예쁘고 매력있고 깔끔해질 수 있단 말인가! 옷과 두건이야 수선했다 치고 머리야 빗었다 치고 세수도 하고 잘 씻어서 말쑥해졌다 치자, 하지만 아주 가무잡잡하고 주근깨투성이 피부였던 여자애가 일주일만에 아무리 무슨 약초를 썼다 해도 피부가 그렇게 하얘지고 심지어 창백해질 수 있다는 말인가. 이것은 너무 과하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들었음 ㅎㅎㅎ (어린 시절 그 계림문고 축약버전에서 랑드리가 성당에서 뒤를 돌아보는 파데트의 모습에 깜짝 놀라는 장면 삽화가 있었다. 옛날 삽화라 요즘같은 만화체는 절대 아니었고 정말 옛날 문고 삽화였는데, 두건을 쓴 파데트 얼굴 주위와 배경에 명암을 많이 넣어서 얼굴이 새하얗게 광채가 나고 있었음. 문득 그 삽화가 너무 생생하게 떠올랐다. 역시 어린 시절의 각인은 지워지지 않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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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