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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숙소를 옮겼다. 옮긴 방 사진 :) 이곳이 역시 비싼 만큼 위치, 시설 등 모두 좋긴 하다. 아래 사진 보면 창밖으로 대성당 광장의 종탑이 보인다. 그리고 빨간색 인테리어라 마음에 든다. 그래도 오늘 아침까지 묵었던 네링가 호텔도 가격이나 위치, 리노베이션 등을 고려하면 의외로 괜찮은 곳이었다. 침대도 편하고. 만일 다음에 다시 올 기회가 생긴다면 다시 묵어볼 의향이 있는 곳임)

 

 

 

 

 

 

간밤에 자려다가 귀국 직전 받아야 하는 신속항원검사 해주는 장소를 알아보고 온라인 예약을 거느라 갑자기 좀 정신이 없어져서 그거 해놓고는 좀 늦게 잤다. 일요일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야 하니 토요일에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주말이라.. 밤중에 영원한 휴가님께서도 톡으로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또 미안했다. 결국 공항에 있는 검사소에 가기로 했다. 빌니우스는 도심에서 공항이 가깝기 때문에 그리 큰 부담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가기 전날 검사를 받아야 하니 결과에 대한 걱정이 많이 되는데 부디부디부디 괜찮기를 바랄 수밖에. 불안하니 내일부턴 자가 키트를 해봐야 하나 싶다. 여기 오니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나도 처음엔 쓰고 다녔는데 쓰는 게 너무 이상해 보이는 상황이었음.

 

하여튼 그래서 늦게 잠이 들었는데 그만 새벽 6시에 또 깨버렸음. 이건 집에서도 그렇고 수면 패턴이 5~6시간 자고 중간에 한 번 깨는데(이렇게 중간에 깨는 건 노화의 증거랬어 흑흑), 오늘은 이러고서 도로 잠들지 못해 끙끙대다 간신히 한시간 가량 얕게 눈을 붙였다. 그래서 오늘은 좀 수면 부족...

 

 

어제 사온 서양배와 코티지 치즈가 든 키비나이와 내가 집에서 챙겨왔던 다즐링 티백을 우려 아침을 먹었다. 빌니우스 카페에서는 홍차딱 하나만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이런 경우는 보통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임),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실론, 얼그레이는 메뉴판에 거의 항상 있는데 다즐링은 없다. 그래서 오늘은 설마 이걸 우려 마시겠어?’ 하며 두어개 챙겨왔던 내 티백을 우렸음. 역시 다즐링이 좋긴 하다.

 

이후 나머지 짐을 꾸려서 11시 반 즈음 체크아웃을 했다. 네링가 호텔 카운터에서 어 그런데 손님은 하룻밤 더 묵을 수 있는데요라고 해서 나는 깜짝 놀랐다. 아마 내가 이 호텔에 5박 예약을 했으나 첫날 폴란드 항공 어택으로 바르샤바에서 자는 바람에 금요일 밤을 날린 건 계산하지 않고, 체크인한 날짜 기준으로 5박을 세는 모양이었다. , 뭔가 아깝다. 하루 더 잘 수 있는 건데 버리고 가는 거잖아. 하지만 새 숙소도 오늘부터 예약이 되어 있었고 여기가 더 좋은 곳이므로(선불도 했으므로-중요) 그냥 체크아웃하고 나와 볼트 앱으로 택시를 잡았다. 어제 시장 갈 때 잡았던 볼트 택시가 도착했다 해놓고는 알고 보니 한창 오는 중이라 날 깜짝 놀라게 했던지라(택시가 나보다 먼저 도착하면 분당 추가 요금이 올라감. 공항에서 올 때 짐 끌고 달려가다 늦어서 1.2유로 더 냈음) 좀 조마조마했으나 다행히 요번에는 제대로 택시가 시간 맞춰 왔다. 네링가 호텔에서 이번 호텔까지 너무 가까운 거리인데다(택시비 2.5유로임) 짐도 있어 좀 미안했으나 기사가 트렁크도 다 실어주고 내려주고 참으로 다행이었다.

 

호텔에 정오 무렵 도착했는데 여름이라 만실 + 아직 체크인 시간 전이라 내 방 청소가 덜 끝났다고 리셉션에서 미안해했다. 빨리 도착한 쪽은 나이므로 그냥 가방을 맡겨두고 두어 시간 놀다 오기로 했다. 그래서 호텔이 있는 대성당 광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우주피스에 다시 가기로 했다. 며칠 전 영원한 휴가님의 안내로 한 바퀴 돌고 야외 테이블에 앉아 티타임도 가졌던 곳이지만 그래도 한 번 더 탐험을 해보기로 함.

 

 

 

(티스토리가 버벅대서 우주피스 사진 몇 장 그냥 모아놓음)

 

 

 

그런데 오늘 정말 너무너무 날씨가 덥고 습해서 우주피스 언덕길 올라가는데 땀이 줄줄 났다. 아니 왜 이 동네 날씨가 우리 나라 같은 거야 비가 올랑말랑 계속 안 와서 그런가 보다 하고 슬퍼하다 그래도 비 안 오는 게 어디냐면서 바람막이 재킷을 벗어 가방에 쑤셔넣고 반소매 티셔츠 차림으로 언덕길을 올라가기도 하고 주변도 구경하고, 내려오는 길에 천사상 맞은편의 coffee 1이라는 카페(여기도 유명하다고 함) 야외 테이블에 앉아 아이스 백차를 마셨다. 화이트 티를 갖춘 카페라니 좀 놀라웠다(블랙 티, 그린 티, 화이트 티 다 있는데 다즐링 없음 ㅋㅋ) 너무 더워서 시원한 걸 마셔야 했다.

 

 

천사상 앞은 매우 혼잡했다. 그리고 우주피스는 언덕길 옆으로 버스가 다녔고 들러보고 싶었던 성당(문 닫아서 못 들어감) 맞은편에선 공사가 한창이었다. 아예 언덕 위로 올라가니 평화롭고 좋았는데 천사상 근방과 공방 있는 쪽은 좀 북적거리고 아늑한 느낌이 없어 아쉬웠다. 예술가 동네로 시작해 점차 힙해지고 카페와 음식점이 생기고 자본이 돌면서 점차 변해가는 과정에 들어선 걸까 싶기도 했는데 그러지 말고 잘 유지되면 좋겠다. 첨 왔을 땐 홍대나 문래 쪽 생각을 했는데 오늘은 어쩐지 약간 황금소로 느낌도 들었다. 아마 나는 너무 유명한 곳하고는 딱 맞지 않는 것인지도(...라고 생각했지만 저녁에 빌니우스에서 힙한 디저트 가게에 갔을 때 아니 사실은 딱 맞나?’ 하고 다시 생각을 고쳐먹...)

 

coffee 1에서 디저트 없이 그냥 백차만 마시고 나온 터라 배도 고프고 더워서 정신이 없어 맞은편 rimi 수퍼(이 동네에서 수퍼는 rimiiki 크게 두 브랜드가 잘 보임)에 가서 땅콩초코를 씌운 우유맛 하드를 사먹었다. 그러나 이것을 먹으며 공방들 쪽으로 구경가다 그만 초코 코팅이 툭 떨어지는 비극을 맛봤다 흑흑.

 

우주피스에서 나왔는데 두시까진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었고 가는 길을 통과하는 작은 공원에 하챠푸리 파는 키오스크 가게가 있었다. 그루지야 음식을 파는 곳으로, 빌니우스 오기 전에 내가 하챠푸리 타령을 했었는데 영원한 휴가님께서 이곳을 알려주셨다. 그래서 나는 야외테이블 파라솔 아래 앉아 하차푸리 제일 기본 작은 것 1개와, 그래도 하챠푸리니까, 그루지야니까 레드 와인 한 잔을 시켰다. 그루지야 와인이라고 적혀 있긴 한데 진짠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하챠푸리는 피자랑 비슷한 것으로 기본은 도우 안에 그루지야 치즈만 들어간다. 여기에 다른 속을 추가하기도 하고, 우리 나라에서는 보통 맨 위에 계란 노른자 얹어서 먹는 버전이 알려져 있다.

 

 

 

 




하챠푸리를 먹으면 항상 쥬인 생각이 난다. 쥬인이 이것을 좋아했다. 오랜 옛날 뻬쩨르에서 같이 연수하던 시절 쉬는 시간이면 쥬인은 뻬쩨르 국립대 매점 카페에서 뜨끈뜨끈한 하챠푸리 한 조각과 타르처럼 진한 새까만 커피 한잔을, 나는 바트루슈카 빵(안에 사과잼이 든 동그란 빵)과 홍차를 먹곤 했다. 그때는 내가 비위가 약해 치즈를 잘 못 먹던 시절이라 쥬인이 먹는 하챠푸리를 전혀 탐내지 않았는데 지금은 없어서 못 먹음 ㅎㅎ 하여튼 그래서 하챠푸리는 나에게 오랜 옛날 첫 러시아 경험과 추운 겨울, 뻬쩨르 국립대학교의 작은 교실과 조그만 매점 카페, 쥬인과 당시 친구들, 선생님들을 생각나게 하는 음식이다. 쥬인에게 톡을 했는데 쥬인이 매우 바쁘고 힘들어했다. 여기 쥬인과 같이 와서 하챠푸리 같이 먹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웠다 ㅠㅠ 심지어 하챠푸리는 젤 작은 거였지만 너무 커서 나는 절반도 먹기 전에 배가 찼지만 억지로 조금 더 먹고 남겼다. 2인용이어서 더더욱 쥬인 생각이 났다. 전자렌지 있는 숙소면 싸왔을 텐데 호텔 방이라 가져와봤자 데워먹을 수가 없어서 그냥 남기고 나왔다.

 

이 하챠푸리 식당 테이블들은 새들의 명당인지 온갖 참새와 비둘기들이 주변에 어정거리며 아주 노골적으로 부스러기를 노렸다. 하도 새들이 엉겨대서 그런지 키오스크에 새에게 먹이 주지 말라고 적혀 있었다(리투아니아어로 적혀 있었지만 대충 그런 뜻으로 때려 맞춤) 사진에도 보면 내가 앉은 테이블 의자 위에 아예 올라앉은 참새, 바로 옆을 왔다갔다 하던 하얀 비둘기가 있음. 다른 참새 한넘은 아예 접시 옆으로 종종거리며 다가와서 할 수 없이 쫓았다. 나야 어차피 한참 남는 음식이고 그넘도 많이 먹고 싶을 테니 부스러기 주고 싶었지만 며칠 전에도 영원한 휴가님이랑 야외 테이블에 앉아 타르트 먹다가 내가 비둘기 한 마리에게 부스러기를 줬더니 여럿이 우르르 몰려와서 당황했던 적이 있었으므로 ㅠㅠ

 

하챠푸리에 곁들여 마신 레드 와인 한 잔 때문에 급격히 졸렸고 피곤했다. 쭉 걸어서 호텔로 돌아오니 두 시 반 즈음이었고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방은 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웰컴 드링크로 뭐줄까 하고 물어보는데 이때 나는 와인의 여파로 좀 머리가 안 돌아가서 나도 모르게 젤 처음 선택지인 스파클링 와인을 택해버림. ... 그래서 맨 위 사진에 스파클링 와인 한 잔이 있음. 저거 들고 방에 들어오니 내 가방들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짐을 대충 풀고 나서 취기와 피로 때문에 한동안 늘어져 있었다. 아마 습기와 더위에 지쳤던 것 같다. 내가 습기에 쥐약이라서 ㅠㅠ

 

방에서 늘어져 쉬다가 아아 이제 진짜 며칠 안 남았는데 시간이 아까워하며 꾸역꾸역 기어나갔다. 어제 문 앞까지 갔다가 짐 꾸리기 어렵다는 생각에 그냥 지나쳐간 티샵(스코니스 이르 크바파스 라고 하는데 도저히 못외우겠음. 그냥 스콘 이 뭐뭐뭐로 각인됨 ㅋㅋ)에 가기로 했다. 이 티샵은 빌니아우스 거리에 있다. 티샵에 갔는데 아쉽게도 찻잔은 딱 내 맘에 드는 것들이 없어서 못 사고, 다즐링 두 종류를 각 100그램, 50그램 샀다.

 

이번 여행에서는 정말 산 것이 없다. 내 건 안 사더라도 선물용으론 좀 사야 하는데. (시장에 다시 가서 과자랑 꿀을 사야 하나 고민 중. 어제 좀 괜찮은 기념품샵을 발견해 들어갔었는데 여기서도 딱히 딱 맘에 드는 게 없어서 결국은 하나도 안 샀음. 아니면 점점 물욕이 적어지며 미니멀리스트의 길로 가는 것인가... 하고 생각하다 내 트렁크를 또 생각하니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것 같다)

 
 

 

 

 

 

차를 산 후에 너무 피곤해서 당분에 대한 갈망이 스멀거렸다. 하챠푸리가 뜨거운 치즈가 잔뜩 든 기름지고 짠 음식이라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며칠 전에 갔다가 사람 많아서 포기했던 빌니우스 인싸들의 디저트 카페인 슈가무어에 갔다. 6시 즈음이라 야외테이블과 안쪽 모두 자리가 있었는데 안으로 들어갔다. 서울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화려한 디저트들(딱 인스타용 예쁘고 조그맣고 비싼 무스케익들)과 마카롱이 주종인 카페라 그때 자리 없어 못 들어갔을 때도 , 완전 sns용일 거야. 이런 데보다 아늑하고 조그만 데가 더 좋지~’ 했는데 막상 오늘은 힘들어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심지어 평소 잘 먹지도 않는 망고무스 케익을 시켜서 한 입 먹고 눈이 번쩍 뜨임. 당분 폭격! 의외로 맛있었다. 카페인 때문에 잠 못 잘까 봐 홍차 대신 레몬생강 아이스티를 시켜서 순식간에 해치우고 정신이 좀 든 채 나왔다. 아아 나는 역시 자본주의의 노예였던 것이다.

 

이후 길을 따라 쭉 걸어서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 앞에 왔을 때 근처 rimi 수퍼에 가서 물이라도 살까 했는데 막 길을 건너려는 순간 빗방울이 후득후득 떨어지기 시작해서 아 모른다 지금 있는 물이면 낼 아침까진 괜찮을 거야하며 그냥 호텔로 들어왔다.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들어온 직후부터 콰과광 하며 천둥도 치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비오려고 그렇게 습하고 더웠나 보다.

 

따뜻한 물을 받아 목욕을 하고서 간단히 요기를 했다. 그리고서 오늘의 이 기나긴 메모를 적고 나니 으아 벌써 밤 열 시네. (빌니우스에 와서는 하루의 메모 적는데 거의 한시간 가까이 걸리는 듯함)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종일 뭔가 돌아다녔고 많이 쉬지는 못했고, 그런데 하루는 다 갔고... 아아 왜 이렇게 휴가는 빨리 가는 걸까. 일 안 하고 쏘다니고 노니까 이렇게도 좋은 것을, 언제 그렇게 죽어라 일했는가 싶거늘 흑흑.

 

이 호텔은 조식이 포함되어 있으니 내일은 너무 늦잠 자서 놓치지 않아야겠다. 내일 트라카이라도 가볼까 했는데 이런 날씨라면 아무래도 안 갈 것만 같은 느낌이... (게으름 대폭발) 사실 하루쯤 호텔에 처박혀 푹 쉬고 싶기도 한데 으앙 목금토 지나면 일욜 이른 아침 비행기 타야 하니 호텔에서 뒹굴거리는 것도 아까워 흐흐흑! (이렇게 쓰고 있지만 사실 매우 게으르게, 유적지와 박물관과 전망대는 모른 척하고 카페 같은 곳만 다니고 있는 자)

 

 

오늘은 6.6킬로, 9,286보 걸었다. 요 며칠 중 제일 적게 걸었는데 그래도 다리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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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