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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오전에 들렀던 시장 근처의 헌책방. 러시아어로 된 책들이 많았다. 그리고 고양이가 네 마리나 있었다. 더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발견한 건 네 마리였다. 그중 계속 서점 안을 돌아다니기며 손님에게 제일 많이 엉기던 냥이. 그런데 이 사진에선 엄청 고고한 척 하고 있다. 오렌지 고양이도 한 컷.
 
 
 
 



 
 

앞선 포스팅과 같이 오전엔 영원한 휴가님께서 시장 구경을 시켜주시고 리투아니아 전통음식인 체펠리니도 맛보여 주셨다. 체리 한 팩과 서양자두도 한 개 샀다. 그러고는 저 고양이네 헌책방에 들러 구경을 했다. 나를 위해 책방 구경을 시켜주신 영원한 휴가님께 너무 감사했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흐흑... (오래된 책, 먼지, 고양이털 때문에 콧물/기침을 계속 하시게 되었다... 토끼 한 마리 구경 좀 시켜주시려고 고생을 흑흑)

 

 

그리고는 동네의 힙한 카페인 백스테이지 카페라는 곳에 가서 한동안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카페와 티타임 사진은 아래.

 
 
 








이 카페에서는 커피 원두도 팔고 있었다. 나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홍차와 티라미수를 먹었고 영원한 휴가님은 아이스 에스프레소와 쿠키를 드셨다. 체리는 시장에서 사온 거, 마치 카페에서 파는 과일인양 접시에 함께 :) 영원한 휴가님께서 바쁘신 와중에 내내 시간을 내주시고 좋은 곳 데려가 주시고 먹여주시고 구경시켜 주셔서 정말 감사하기 이를 바 없었다.

카페에서 나와 영원한 휴가님과 헤어진 후 나는 근처 거리를 좀 산책했다. 카페는 시청 근처에 있었다. 지난번 지나쳐 갔었던 성 니콜라스 정교 사원에 잠깐 들어가 기도를 했고, 며칠 전 발견해 초를 켰지만 푸쉬킨의 조부가 세례받은 곳이란 건 몰랐던 정교 사원에도 잠깐 다시 들렀다. 그리고 시청에서 연결되는 번화한 디조이 거리와 거기서 여기저기로 갈라지는 작은 골목들을 좀 돌아다녔고 주변 구경을 하다가 체리와 자두 탓인지 가방도 무겁고 비가 올 듯 날씨가 너무 습하고 더워서 잠깐 호텔로 돌아왔다.

 
 






어느 건물 뒤뜰에 들어가 찍은 사진.

 



돌아오는 길에 게디미나스 대로 한켠에서 꽃들을 팔고 있는 할머니에게서 조그만 수레국화 한 다발을 샀다. 디조이 거리와 그 근방 기념품 가게들 몇 군데 들어갔지만 딱 맘에 드는 게 없어 암것도 안 사서 아쉬웠는데 생각지 않게 수레국화를 사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나 내일 호텔을 옮겨야 하므로 과연 이 꽃을 잘 가져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흐흑...

다행히 오늘은 돌아오니 청소를 해두었다. 호텔 방에 돌아와 아픈 다리를 좀 주무르며 자두를 먹고 한 시간쯤 쉬다가 4시 좀 넘어서 다시 나갔다. (이제 휴가가 절반 넘게 지나가버려서 수목금토 밖에 없다는 생각에 부쩍 아쉽기 시작함. 그래서 더욱 바르샤바에서 하루 날린 게 아깝지만 그래도 여기 와서 내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고 날씨마저 아직 비가 올랑말랑 하면서도 계속 안 와서 너무 다행임!)

 
 
 






그저께 영원한 휴가님과 잠깐 구경했던 헌책방 카페가 너무 가보고 싶어서 그곳을 목적지로 잡고 갔다. 구글 맵 덕에 길 못 찾기로 소문난 자인 나도 어찌어찌 대충 여기저기 찾아갈 수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이 카페는 성 이그노토 거리에 있는데 게디미나스 대로에서 꺾어 토토리우 거리를 따라 쭉 올라가다가 커브를 틀면 나온다. 민트색이라 이름이 민트 비네투인가 추측했다. 그저께 구경했을 때 카페 안쪽 창가에 숨어 있는 테이블이 너무 맘에 들어서 아 저기서는 글도 잘 써지고 비올 때 창가에 앉아 차 마셔도 너무 좋겠다 하고 생각했던 곳이다. 오늘 가보니 야외 테이블 한 개와 문가의 테이블 여럿은 이미 다 차 있었고 안쪽 방의 창가 테이블 3개는 텅 비어 있었다. 여기 사람들은 여름엔 햇볕을 쬐어야 하니 웬만하면 바깥으로 가고 안쪽 창가를 찾는 건 나 같은 자뿐인 것 같음.


그래서 고대하던 그 창가 자리를 득템. 점심 때 차를 마셨으므로 여기서는 녹차를 주문했는데 티팟에 내주어서 더욱 좋았다. 창가에 앉아 진짜 오랜만에 아이패드로 스케치도 함. 먼저 올린 두 장의 스케치가 이곳에서 그린 것임. 여기는 조금은 프라하의 카페 에벨 같고 서점 카페라 약간은 뻬쩨르의 뽀드삐스니예 이즈다니야를 생각나게 했다. 우리 동네에도 이런 카페가 있다면 자주 갈 텐데. 글도 쓰고. 지금까지는 여기가 빌니우스에서 갔던 곳들 중 가장 맘에 드는 장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한 시간 반 가량 앉아 차도 마시고 그림도 그리다 나왔다. 성 이그노토 거리를 쭉 거슬러 올라가서 주변을 또 조금 구경하다가 빌니아우스 거리로 가서 어제 키비나이를 맛있게 먹었던 피나비야에 들렀다. 어제 위 용량 부족으로 못 먹어 아쉬웠던 서양배/코티지 치즈 키비나이를 테이크아웃했다. 내일 아침으로 먹으려고. 이 거리가 끝나는 무렵에 티샵이 하나 있는데(이것도 영원한 휴가님이 알려주심. 모든 보물상자를 알려주심 ㅎㅎ) 원래 여기서 홍차랑 이것저것 사려고 이쪽 길로 온 거였다. 그런데 내일 가방을 끌고 숙소를 옮겨야 하니 짐이 늘어나면 귀찮을 것 같아서 일단 방 옮긴 후 다시 오기로 했다. (옮기는 숙소에서도 별로 멀지 않음)

 
 
 




그리고는 호텔 건너편 수퍼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근처 공원에 앉아 먹었다. 이번에 고른 건 플롬비르 아이스크림이었다. 플롬비르는 이름도 러시아어랑 똑같았음. 동그란 공 모양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은 네모진 콘이다. 맛있었다. 여기도 아이스크림이 맛있어 뿌듯하다. 역시 아이스크림은 추운 나라가 맛있다... 라고 쓰다가 갑자기 헬싱키에서 먹었던 맛없는 아이스크림이 생각나서 ‘핀란드 빼고’ 라는 말을 덧붙여본다.


아이스크림 먹으며 까마귀를 구경했다. 공원 한켠에 프리다 칼로 벽화가 있어 까마귀와 어딘가 어울렸다. 왜 프리다 칼로 벽화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는 방에 돌아와 목욕 후 간단히 요기를 하고... 너무너무 하기 싫은 짐 꾸리기... 중간에 숙소를 한번 옮기니 이런 귀찮은 일이 생긴다. 묵어보니 지금 호텔이 그렇게 나쁘지 않아서 그냥 쭉 있었어도 됐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침대도 편하고 널찍함) 여행 결정했던 당시엔 사실 좋은 곳에 며칠이라도 있고 싶어서 다른 곳도 추가로 예약을 했던 것이다(후자에 내내 머무르기에는 숙박료가 날짜 단위로 상당히 차이가 있어 좀 어려웠음) 내일 옮기는 호텔이 구시가지 구경할 만한 곳들엔 더 가까워서 우주피스에 다시 가기도 좀 쉬워질 듯하고.

하여튼 가방을 대충대충 꾸렸다. 가방 끌고 1킬로 가까이 대로변을 걸어가려면 트렁크 하나만 끌고 가는 게 편하니 당초 커다란 트렁크 안에 기내 캐리어를 집어넣어서 하나로 만들어볼까 싶었는데, 짐만 놓고 따지면 충분히 가능하지만 기내 캐리어 자체의 부피 때문에 그닥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아 몰라, 가깝지만 택시 불러~’ 하고 마음이 바뀜. 볼트 앱으로 검색해보니 엄청 가까운 거리이지만 택시가 잡힐 것 같긴 했다. 그래서 도로 가방 두 개로 꾸리는 것으로 결정하니 매우 쉽게 더욱 대충대충 쑤셔 넣었다. 이건 비행기 타는 게 아니니 굳이 뽁뽁이로 섬세하게 싸야 하는 것도 별로 없고(노트북과 색조 파우치 정도), 방 옮겨야 한다는 생각에 기념품도 아직 하나도 안 사서(어제의 머리핀 빼고 ㅋㅋ) 이제 내일 오전에 씻고 화장을 하고 나면 나머지 파우치들과 이 노트북 따위를 가방 남은 자리에 대충 쑤셔 넣으면 된다. 아오 쓰다 보니 또다시 ‘으앙 휴가가 절반 넘게 가버렸어’ 하는 슬픔이 몰려온다 흑흑. 다시 졸려오니 곧 침대로 가야겠다.

 

오늘도 도합 8.3킬로, 11,788보 걸었음. 다리가 쑤시긴 하지만 뿌듯한 하루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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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