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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과 거실이 연결되는 지점에 냉장고가 놓여 있는데 그 옆면에 엽서들과 사진 몇 장을 붙여 두었다. 위의 엽서들은 페테르부르크 지도와 그 동네 인텔리겐치야, 그리고 트로이츠키 성당 스케치가 그려진 것들로 부끄보예드와 뽀드삐스니예 이즈다니야 서점에서 샀던 것들이다. 아래는 역시 페테르부르크의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와 겨울운하 사진, 그리고 어느 예쁜 러시아 레스토랑 사진(이 사진은 내가 찍은 게 아니고 sns에서 갈무리한 것임)이다. 지속적으로 향수병에 시달리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고 나서는 이 향수조차 어딘지 죄책감이 들고, 또 '과연 앞으로 몇년 이내에 다시 갈 수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코로나가 끝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건만... 어서 빨리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기만을 바란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재택근무를 한 것 외에는 전혀 여유가 없는 하루였다. 아주 바쁘게 일을 했다. 오전엔 줌 회의를 했고 오후 내내 모니터를 보며 모종의 시스템에 각종 점수와 평가내용들을 작성해 입력하느라 나중에는 눈이 뽑힐 것처럼 아프고 팔과 어깨와 손목이 뻐근했다. 중간에 한숨 돌릴 겨를이 전혀 없었다. 그나마도 집에서 일을 하니 방해를 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어 망정이지 아마 사무실이었다면 직원들이 계속 옆에 찾아오기 때문에 오늘 해낸 일의 절반 정도밖에 못 했을 것이다.


내일은 사무실에 출근해서 일하는 날이다. 오전에는 상당히 신경쓰이는 면접에 들어가야 한다. 아, 그러고보니 생각났다. 내일 입을 옷을 꺼내놓아야 한다. 흑흑, 최소한의 단정한 옷을 입어야 한다 ㅜㅜ 이제 거의 봄이 왔으니 그간 미뤄둔 다이어트와 운동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데 엉엉 갑자기 슬퍼짐.


8시간 쯤 채워서 잤으니 수면이 모자라지는 않는데 왜 피곤한지 모르겠다. 아침에 한참 꿈꾸는 와중에 알람 울려 깨서 그런가보다. 꿈을 어지럽게 꿨는데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면 불량수면이니까 기억 안 나는 편이 낫겠지. 내일 운 나쁘면 최고임원께서 들르실 것 같은데 딱히 어려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은 것도 아니니 맘 편하게 안 들르시면 참 좋겠다. 오시면 뭐 또 그럭저럭 잘해드리며 지금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해서도 상냥하게(-_-) 설명해드리겠지.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사는 것은 참으로 피곤한 일이다. 이제 책을 조금 읽다가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내일 하루만 버티면 주말이니 그것을 낙으로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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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