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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뻬쩨르부르그'에 해당되는 글 895

  1. 2020.01.23 해군성 공원, 추억 뭉게뭉게 + 의문의 1패하셨던 고골
  2. 2020.01.21 운하에서 사원으로, 황금 날개와 쿠폴
  3. 2019.12.11 여름의 본치 카페 2
  4. 2019.12.10 여름 저녁의 판탄카 운하
  5. 2019.12.08 스뽀르찌브나야 지하철역 2
  6. 2019.12.06 고로호바야 거리, 이름들 2
  7. 2019.12.04 비오는 날 그리보예도프 운하, 트로이만 그런 건 또 아닌데, 인기만점 난간의 비밀 2
  8. 2019.11.28 겨울운하, 그리고 약간 5
  9. 2019.11.23 페테르부르크 찻잔과 료샤가 쥐어준 초콜릿 2
  10. 2019.11.23 11월, 천사들
  11. 2019.11.19 기하학적 도시의 정연한 카페 창 너머 2
  12. 2019.11.17 잘 다녀옴, 11월, 운하와 술병
  13. 2019.11.16 백조의 호수 커튼콜 사진 한컷(슈클랴로프/소모바)
  14. 2019.11.15 오늘은 백조의 호수~
  15. 2019.11.15 11.15 토요일 01 : 늦잠, 고스찌 다시 가서 아점, 네바 강변 산책
  16. 2019.11.15 11.14 목요일 밤 : 날씨 때문에 박물관, 짐 싸기 시작, 아쉬워라 2
  17. 2019.11.14 에르미타주, 돌아온 탕자 앞에서 10
  18. 2019.11.14 아틀라스들아 여전히 고생이 많다
  19. 2019.11.14 11.13 수요일 밤 : 새로운 곳 발굴은 좋았는데 비 때문에 고생, 생각지 않은 즐거움, 준엄한 레냐 등
  20. 2019.11.13 비둘기도 추워 보인다
  21. 2019.11.13 뽀드삐스니예 이즈다니야 서점 2
  22. 2019.11.13 11.12 화요일 밤 : 셉카벨 항구 갔다가 망함, 힙스터 되기 글렀음, 나보고 더블 바보라 한다ㅠㅠ
  23. 2019.11.12 11.11 월요일 밤 : 핀란드 우하, 스몰니, 세월, 용서의 징표 4
  24. 2019.11.12 날씨는 계속 이렇다 2
  25. 2019.11.11 스몰니 사원 6

 

 

 

해군성 공원, 작년 11월. 이 공원을 가로질러 건너면 한편에는 이삭 성당, 다른 편에는 청동기사상과 네바 강이 있다. 오랜 옛날 이 도시에 처음 갔을 때, 첫 주말 첫 시내 구경 나왔을 때 뭐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고 왔던 공원이다. 이후에도 자주 갔다. 위치 상 자주 갈수밖에 없다. 료샤랑 레냐, 걔들이 키우는 개들과도 몇번 같이 산책하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그때 저 왼편에 보이는 고골 흉상 앞에서 사진 찍으며 '왜 도스토예프스키는 없는거야?' 하고 툴툴댔던 철없던 시절이 생각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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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페테르부르크. 혹은, 소련 시절에는 레닌그라드.

 

 

카잔 성당 쪽으로 건너와 그리보예도프 운하를 끼고 이삭 성당 방향으로 돌면 반코프스키 다리가 나온다. 황금 날개 달린 사자 네 마리가 지키고 있는 다리이다. 그리핀이냐 사자냐 논란이 좀 있긴 하.

 

 

 

 

 

 

 

운하를 따라 계속 걷다 보면 모이카 운하가 나타나고, 길을 건너서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 쪽으로 옮겨가면 이삭 성당의 황금 쿠폴이 달처럼 떠오른다. 나도, 내가 만들어낸 인물들도 수없이 걸었던 길, 무수히 보았던 황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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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11. 23:21

여름의 본치 카페 2017-19 petersburg2019. 12. 11. 23:21



오늘 많이 피곤했던 터라 좋아하는 카페 사진 한장으로 마무리. 지난 7월에 갔을 때 찍음. 뻬쩨르. 본치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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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10. 23:04

여름 저녁의 판탄카 운하 2017-19 petersburg2019. 12. 10. 23:04

 

 

 

 

지난 7월. 페테르부르크. 판탄카 운하.

 

 

매년 한두번씩 이 도시에 가서 머무를 때면 항상 운하를 따라 산책한다. 보통은 숙소 위치나 동선 상 모이카 운하나 그리보예도프 운하를 자주 따라 걷게 되는데 지난 여름엔 숙소 구하기가 어려워서 바가노바와 딱 붙어 있는 호텔을 잡았다. 그래서 여름엔 주로 판탄카 운하를 따라 산책을 많이 했다. 호텔이 바가노바 발레학교 건물 끝에 붙어 있고 한 면은 판탄카 운하를 향하고 있어서.

 

 

나는 페테르부르크 도심에선 모이카를 따라 산책하는 것을 제일 좋아하지만, 백야 시즌엔 사실 판탄카가 더 아름다운 것 같다.

 

 

바쁘고 또 여러가지로 피곤하다 보니 여름에 저 운하 따라 산책하던 때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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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8. 23:27

스뽀르찌브나야 지하철역 2017-19 petersburg2019. 12. 8. 23:27





11월. 페테르부르크. 스뽀르찌브나야 지하철역. 여기 근처에 있는 로컬 디자인 샵에 가서 도스토예프스키, 고골 등 작가 캐리커처 머그와 티셔츠 등을 샀던 날이다. 오른쪽이 내가 타고 와서 막 내렸던 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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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6. 21:52

고로호바야 거리, 이름들 about writing2019. 12. 6. 21:52

 

 

 

11월 초, 해질녘 페테르부르크 고로호바야 거리. 날씨가 흐려서 석양이나 아름다운 푸른빛은 아쉽지만 없었다. 걸어가면서 폰으로 찍었더니 조금 흔들렸는데 색감도 그렇고 어쩐지 옛날 소련 느낌이라 레닌그라드 시절이라고 최면 주문을 외며 사진 올려봄. 뭐 레닌그라드 시절엔 저런 별 모양 전선 장식은 없었을 것 같지만.

 

 

이 거리는 상당히 길게 뻗어 있다. 쭉 따라서 올라가면 사도바야 거리와 이어진다. 아래로 계속 내려가면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와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를 가로질러 해군성 공원에 이른다. 네프스키 대로와도 가깝다. 내가 쓴 글들 몇편에 등장하는 트로이가 이 거리 어딘가의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다. 사도바야 쪽보다는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와 좀더 가까운 방향에. 소련 시절 이 거리는 제르진스키 거리로 불렸다. 하지만 내 입에는 고로호바야가 더 붙어 있어서 소설 속에서도 딱히 이름을 수정하지는 않았다. 알고 있으니 필요할 때는 언제든 고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 어떤 퇴고 버전에서는 이름을 모두 수정해놓기도 했다.

 

 

그러니 이 소설들 역시 이 거리의 지난한 역사들과 어떤 면에서는 비슷한 면을 띠게 된다. 어딘가에서는 고로호바야가 되고 또 어딘가에서는 제르진스키가 된다. 아마도 이 거리가 몇년 동안 가졌던 이름인 코미사로프스카야로 불리는 버전도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적 배경들이야 모두 달라지겠지만. 이것은 소련에 존재하는 다른 무수한 거리들과 도시들, 극장과 건물들의 이름도 마찬가지이다. 페테르부르크가 페트로그라드가 되었다가 레닌그라드가 되고 다시 페테르부르크가 되는 것처럼, 마린스키 극장이 키로프가 되었다가 다시 마린스키가 된 것처럼. 이름이 바뀌고 또 돌아오는 과정들은 너무나도 이 나라의 역사나 삶과 닮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름 또한 어떤 면에서는 렌즈이기 때문이다. 소련 시절 니넬이라는 여자 이름이 유행했던 것처럼. (니넬은 '레닌'의 철자를 거꾸로 뒤집은 것이다)

 

 

이름이 어떻든, 이 거리는 현실 속에서 내가 매년 오가며 자주 걷는 곳이다. 내가 좋아하는 산책 루트와도 겹치고 주로 묵는 숙소와도 가깝다. 동시에 이 거리는 허구의 소설 속에서 트로이와 미샤가 셀수 없이 걷는 곳이다. 트로이는 자기네 집이 이 거리에 있으니까, 미샤는 트로이네 집을 뻔질나게 드나드니까(게다가 여기서 극장까지 도보로 이동하기도 그리 어렵지 않고) 그래선지 이 거리에 대해 나도 애정을 품고 있다 :)

 

..

 

 

(사족) 그러고보니 레닌그라드 시절이라면 도로에 차가 저렇게 많지는 않았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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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뻬쩨르 갔을 때는 단 하루도 햇살이 나지 않았다. 주로 비가 오거나 아주 흐렸다. 



비오던 날, 그리보예도프 운하 따라 걸으며 폰으로 찍은 사진 몇장. 왼편 상단에 보이는 사원은 카잔 성당. 






이 날은 비가 와서 여기 쭈그려 앉아 술 마시거나 담배피우고 얘기나누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렇다고 아예 없는 건 또 아닌게 운하가 원체 길게 이어지는데다 저런 계단이 군데군데 있어서 가다 보면 또 한둘씩 비를 맞으며 음주를 하거나 얘기를 나누거나 혼자서 운하를 바라보거나 통화를 하고 있거나 그렇다. 옛날부터 그런 광경을 워낙 많이 봐와서 글을 쓰면서도 트로이가 저런 곳에 쭈그려 앉아 혼자 병나발을 불거나 운하를 내려다보거나 하는 장면들을 집어넣었다. 사실 이 도시 토박이라면 익숙한 일이기도 하고. 



그런데 내가 쓴 글들은 대부분 이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등장인물들도 일린 같은 사람을 제외하면 거의가 레닌그라드 토박이들이라 트로이 뿐만 아니라 미샤나 알리사, 심지어 지나도 포함해 다들 저런 계단에 쭈그려 앉거나 운하를 내려다보거나 했을텐데 보통 나는 저런 공간이 나오면 트로이를 떠올리는 편이다. 






이것도 이 도시의 전형적인 풍경 중 하나. 이 도시에 대한 일러스트나 엽서, 만화 등을 보면 재빠르게 운하 풍경을 묘사하기 위해 보통 이 난간을 휘리릭 그려놓곤 한다. 나도 이해가 감. ㅋ온갖 종류의 난간들 중 이 난간 그리는 게 제일 쉬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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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28. 22:59

겨울운하, 그리고 약간 about writing2019. 11. 28. 22:59





겨울 운하. 짐냐야 까나브까(Зимняя канавка)



내가 좋아하는 장소이다. 에르미타주 겨울궁전 사이에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로컬들도 사랑하는 장소이다. 아주 작은 운하이지만 매력이 넘친다. 겨울궁전 아치 너머로 네바 강이 보인다.



이 도시의 운하는 나에게 각별하다.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곤 한다. 그래서 전에 쓴 글에 이런 대화를 넣었었다. (예전에 이 폴더에 저 대화를 포함한 파트를 좀 길게 발췌한 적이 있긴 하다. 글쓰기 메모와 함께)




...





 “ 나하고 레닌그라드는 같을지도 몰라. ”


 미샤는 트로이의 귓가에 입술을 마주 댄 채 따스한 숨결을 내쉬며 말했다.


 “ 뿌리가 없어. 돌이킬 수 없이 안이 비었어. 파이프처럼. 운하의 검은 물이 그 안으로 차올랐다가 어디론가 빠져나가. 그래서 사람들을 잡을 수가 없어. 친구를 만들기가 너무 어려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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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집에서 오후 티타임.

 

 

 

 

이번 페테르부르크 여행에선 기념품을 거의 사지 않았지만(워낙 자주 가서), 그래도 언제나처럼 로모노소프 샵에 들러 찻잔을 몇개 샀다. 그 중 가장 맘에 드는 찻잔.

 

 

페테르부르크 전경이 그려진 예쁜 찻잔이다. 예전에는 이거 말고 좀 색이 어둡고 덜 예쁜 버전이 있었다. 그래서 살까말까 하다 더 화려한 모스크바 찻잔을 샀었는데 그때 옆에 있었던 료샤가 너 어떻게 뻬쩨르를 배신하고 모스크바 찻잔을 사느냐고 투덜댔었다. 그런데 이번에 가보니 페테르부르크 찻잔 2탄이 나와 있었고 네바 강 위주로 나와 있어 훨씬 이뻤기 때문에 드디어 사랑하는 뻬쩨르 찻잔을 장만하게 되었다 :) 

 

 

 

 

 

전에 샀던 모스크바 찻잔과 나란히~ 왼편이 페테르부르크, 오른편이 모스크바. 확실히 모스크바가 더 화려하다. 모스크바의 색깔은 붉은색이고 페테르부르크의 색깔은 푸른색이다. (꼭 그래서라고 하긴 어렵지만 볼쇼이 극장은 빨간색, 마린스키 극장은 파란색임~)

 

 

페테르부르크 찻잔에는 네바 강과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스몰니 사원,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국립대학교, 쿤스트카메라 등등이 그려져 있고 모스크바 찻잔에는 역시 성 바실리 사원과 크레믈린, 붉은광장이 그려져 있다. 하나하나 꼼꼼히 뜯어보면 디테일도 살아 있고 참 예쁘다. 실제 풍경 떠올리면서 뜯어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름.

 

 

 

나란히 한 컷 더. 다른 측면들로. 두 도시 색깔이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문장도 서로 다름. 받침접시 위쪽과 아래쪽에 각각 러시아어와 영어로 도시 이름이 적혀 있다.

 

 

 

페테르부르크 찻잔, 차 따르고 나서. 이쪽 방향 찻잔에는 네바 강과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그냥 우니베르시쩻이라 부른다), 쿤스트카메라, 해군성,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이 보인다. 받침접시도 잘 뜯어보면 네바 강을 유영하는 기선도 있고 스몰니 사원도 보인다.

 

 

어제 들어오다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케익 가게에서 사온 딸기 밀푀유. 근데 내 입맛엔 좀 달았다.

 

 

 

장미는 역시 이쁘다.

 

 

 

 

맘에 드는 찻잔이니까 구석구석 찍어줌.

 

 

 

 

 

 

페트로파블로스프스 요새와 사원 그림 그려진 쪽. 되게 잘 그렸다~ 사원 첨탑의 천사상까지 깨알같다~ 가격대가 좀 있는 편이었지만 섬세한 그림을 보면 돈 아깝지 않음. 그리고 이때 로모노소프에서 할인 행사를 해서 두개 사면 하나를 끼워주어 뭔가 수지맞은 기분으로 찻잔 하나를 더 득템했었음~

 



 

 

 

 

사진만 보면 색감 때문에 참 이쁘지만 너무 달았던 딸기 밀푀유. 근데 생각해보면 나는 사실 밀푀유를 별로 안 좋아함. 이쁘게 먹기도 어렵고 다 뭉개지고... 곱게 먹기 귀찮고 또 달고... 페이스트리는 가루 떨어지고... 근데 나 어제 이거 왜 골랐지...

 

 

 

이것은 내가 좋아하는 파제르 초콜릿. 러시아 초코가 아니라 핀란드 초콜릿이다. (핀란드에서 유일하게 맛있는 것은 파제르 초콜릿이었음 ㅋㅋ) 아주 옛날 러시아에 첨 가서 공부하던 시절 쥬인이랑 같이 큰맘먹고 한번씩 주머니를 털어 파제르 초콜릿을 사먹곤 했다. 추억도 남아 있고 또 초코도 맛있어서 여전히 좋아하기 때문에 요즘도 뻬쩨르 가서 수퍼에서 파제르가 보이면 조그만 초코바나 게이샤 캔디(분홍색 초코 캔디인데 이게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제일 유명할듯)를 사먹곤 한다.

 

 

돌아오기 이틀 전에 료샤가 갑자기 출장이 잡혀 모스크바에 가게 되었다. 그래서 그날 밤 레냐랑 같이 내 호텔 방에 들렀다. 코트 주머니에서 이것을 꺼내주었다. 지나가다보니 크리스마스/새해 시즌 신상으로 나왔던데 딱 내가 좋아할 것 같은 맛의 조합이라 샀다고 함. 어머나 료슈카 너 왜 갑자기 이렇게 세심하니... 왕감동받음. 그러자 레냐가 옆에서 '아니야! 내가 먼저 발견했어! 내가 아빠한테 쥬쥬가 좋아하는 파제르다! 하고 말한 거야!!!!' 하고 끼어들었다 ㅋㅋ

 

 

귤과 생강맛 초코 캔디임. 내 입맛 맞네 ㅋㅋ 그리고 포장도 이쁘다~

 

 

 

딸기 밀푀유가 너무 달아서 절반밖에 못 먹고 파제르 박스를 가져와 열어보았다.

 

 



 

우왕 크리스마스랑 연말 분위기~

 

 

한알 까먹어보았다. 차에 곁들여 먹으니 맛있었다 :) 시트러스와 생강향이 어우러져서 딱 좋았음~ 료슈카, 고마워. 레냐야 너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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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23. 00:05

11월, 천사들 2017-19 petersburg2019. 11. 23. 00:05






이삭 성당의 천사 조각상들. 일주일 전, 페테르부르크. 돌아가기 전날이었고 네바 강변을 따라 잠깐 산책하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폰으로 찍었다. 11월. 눈 대신 비가 왔고 나뭇가지들은 검고 앙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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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카페 부셰의 복층 창가. 나는 천정이 낮은 곳을 좋아하지 않아서 보통은 복층을 기피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2층 창가는 좋아한다. 운좋게 창가 자리에 앉게 되면 카잔 성당과 그리보예도프 운하를 내려다볼 수 있다. 그리고 건물의 아치형 구조와 창문 너머로 카잔 성당의 열주들과 운하 난간, 포석들이 기하학적으로 늘어서고 중첩된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기 빵과 오믈렛과 샐러드 등 먹거리들이 전부 맛있다. 



내가 자주 가는 부셰는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와 여기 그리보예도프 운하 지점 두 군데인데 후자가 더 바글거리고 관광객들도 몰려들긴 하지만 그래도 이 2층 때문에 요즘은 이쪽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우리 나라에도 부셰가 있으면 참 좋겠다. 스타벅스보다 백배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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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17. 21:19

잘 다녀옴, 11월, 운하와 술병 2017-19 petersburg2019. 11. 17. 21:19

 

 

11월에 뻬쩨르에 오다니 대체 왜!!! 료샤도 레냐도 입을 모아 그렇게 말했다. 너무 좋고 반갑다가 아니라 저 반응이 먼저였음. 당연한 것이 날씨고 뭐고 가장 나쁜 시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번 11월 뻬쩨르는 기록적으로 기온이 높은 편이어서 첫날 빼곤 눈도 안 오고 내내 비가 주룩주룩 왔다. (기온이 높다고 해서 따뜻하다는 것은 아닌 게 이 동네는 원체 강바람 바닷바람이 강하고 축축하고 습한 냉기가 심해서 오히려 아예 추운 게 낫지 비 오면 돌아다니기 무지 피곤하다)

 

뭐 11월에 다녀온 이유가 몇개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정말 보고 싶었던 무대도 다시 봐서 좋았다. 발로쟈와 마샤를 잠깐이나마 봐서 그것도 좋았다. 그리고 료샤랑 레냐를 보는 건 언제나 좋으니까. 둘이 각각 키우는 개들도 다시 보고... 네바는 나이가 많아서 이제 활동량이 현저히 줄었지만 나를 보면 여전히 무척 반가워하고.. 레냐의 뜨보록은 아직도 날 보면 첨엔 막 짖다가 30초쯤 지나서야 '아 맞아 나 쟤 알아~' 하고는 꼬리치고 달려든다(료샤는 '역시 저넘은 똥개야 똥개~' 라고 투덜대고 레냐가 '아빠 뜨보록 욕하지 마!' 하고 버럭버럭 한다 ㅋㅋ)

 

 

 이번엔 사진도 거의 안 찍었다. 날씨도 안 좋았고 해도 안 났고. 카메라는 극장 갈때만 가져갔고 커튼콜 때 몇장 찍은 것 외엔 안 썼다. 바깥 풍경은 폰으로 조금 찍은 게 전부.

 

 

폰 사진 두 장 올려본다. 이번 여행은 내내 이런 날씨 이런 분위기였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줌 :) 둘다 그리보예도프 운하 따라 거닐다 찍은 사진이다.

 

 

맨 위 사진은 내가 뻬쩨르와 운하를 생각하면 거의 항상 자동으로 연상하는 이미지 중 하나라 찍어둠. 운하의 돌과 금속 난간에 기대어 사원 쿠폴이 비치는 검은 수면을 내려다보며 술을 마시고 있는 남자(때로는 여자). 두셋이 있을 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혼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자신과 하느님만이 아는 모습으로 뭔가 생각에 잠겨 술을 홀짝홀짝 마신다. 어깨는 좀 구부정하고, 스카프를 매고 있을 때가 많다(왜냐하면 이 동네는 스카프랑 모자 없이는 뼈에 바람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글을 쓸때 트로이라는 사람에 대해 떠올리는 이미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사실 운하 난간이나 계단에 놓여 있는 술병을 보면 거의 항상 트로이를 아주 잠깐이라도 생각하게 된다. 근데 저 술은 그러기엔너무 달콤한 종류인 듯 ㅎㅎ

 

 

 

 

이건 저녁 풍경. 사진으로 보면 분위기가 괜찮은데... 그치만 산책하기엔 나쁜 날씨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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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돌아옴. 씻고 가방도 꾸려야 해서 딱 한장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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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15. 22:47

오늘은 백조의 호수~ dance2019. 11. 15. 22:47





떠나기 전날 밤 공연은 백조의 호수. 알리나 소모바가 오데/오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지그프리드 왕자, 거기에 안드레이 예르마코프가 로트바르트 :)







이거 올렸더니 발로쟈가 자기 스토리에 캡처해 붙였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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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일어났다. 깨어서는 업무 연락 때문에 한동안 톡과 문자로 일 처리...



밤 공연 보러 가니 오늘의 메모는 나눠서 적는다.



고스찌에 가서 아점 먹었다. 알고보니 런치 메뉴가 계속 있긴 한데 가격이 오름. 선드라이드 토마토와 호박무스 얹은 브루스케타, 보르쉬, 계란과 완두콩퓌레 곁들인 소고기 커틀릿(실제론 함박스테이크 비슷) 세트 시켜서 먹었는데 맛있긴 했으나 메인은 내겐 맛이 무거워서 좀 남김.











비가 안 오고, 해는 안 나지만 하늘이 그래도 약간 파란색이 좀 났다. 그래서 해군성 공원과 청동기사상(안녕하시오 황제), 네바 강 쪽을 좀 산책한 후 꽃집에 들러 오늘의 지그프리드 왕자님 발로쟈를 위한 꽃다발을 사서 방에 돌아옴. 방에서 좀 쉬다가 저녁 공연 맞춰 나가려고 한다. 가방도 마저 싸고... (흐헝 ㅠㅠ)



아 근데 왜 이렇게 졸린가 헉헉.. 늦잠까지 잤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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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비가 왔다. 오늘은 에르미타주에 다녀왔다. 평소보다 동선을 대폭 축소해서 렘브란트와 루벤스 등만 보고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신 후 나왔다. 원체 광대한 곳이라 아무리 여러번 가도 어차피 다 못 봄... 마티스가 맞은편 글라브느이 슈땀프 건물로 옮겨갔기 때문에 거기 전시실도 들를까 하다가 너무 다리 아프고 피곤해서 그냥 나왔다.



원래 러시아 박물관에 더 가고팠는데 오늘은 오후 한시부터 여는 날이라 시간이 잘 안 맞아서 도보 이동 가능 거리의 에르미타주에 갔다. 렘브란트 다시 봐서 반가웠다.



사진은 어느 전시실 천정 램프.




비가 주룩주룩 왔다. 가까운 수퍼에 들러 부서원들 줄 초콜릿 상자를 하나 사서 호텔로 돌아왔다. 피곤하기도 했고 또 모레 돌아가야 하니 짐을 좀 싸놔야 했다. 낼은 공연 보러 갔다 늦게 돌아오니 시간이 별로 없어서.



가방을 절반쯤 싸놓고(아아 피곤해..) 좀 늘어져 있었다. 확실히 11월 날씨는 극악이야... 생각해보니 옛날에 여기서 공부할때도 11월이 젤 힘들었음.



료샤가 갑자기 급한 출장이 생겨서 오늘 밤 기차로 모스크바에 갔다. 가기 전에 레냐랑 들러서 같이 저녁 먹었다. 레냐가 울먹거리려다 꾹 참았다. 흑흑 아쉽다 ㅠㅠ 휴가가 너무 빨리 가버린다... (나 심지어 오늘 아침에도 톡으로 업무 처리함)



친구야, 레냐야, 다시 만나!!!!



눈이 감겨온다. 곧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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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14. 19:54

에르미타주, 돌아온 탕자 앞에서 2017-19 petersburg2019. 11. 14. 19:54





에르미타주에 왔다(즉 오늘도 날씨가 안 좋다)


힘드니까 좋아하는 전시실만 골라서 돌았다. 에르미타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그림.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이 그림은 볼때마다 눈물이 난다. 그림 앞에 앉아 한동안 쉬었다.






오늘은 렘브란트 전시실을 비롯해 2층 일부만 돈 후 내려와 카페에 앉아 잠시 차 마시며 쉬는 중이다. 곧 코트 찾아 입고 나가려고 한다.



료샤가 '오늘은 어디 가?' 해서 '에르미타주' 라고 하자 '윽!!!!' 하는 답이 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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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14. 04:49

아틀라스들아 여전히 고생이 많다 2017-19 petersburg2019. 11. 14. 04:49




궁전광장에서 나와 아틀라스들에게 잠깐 인사하러 감. 흑 얘네 넘 고생해 ㅠㅠ







언제나처럼 발꾸락 만지며 인사하고 소원 빌었음 :)



아틀라스 : 야, 고생 많다고 말만 하면 뭐해, 발꾸락 만지고 소원 빌고 할건 다 하고 가고 ㅠㅠ 고생하는거 알면 가만 냅둬야지...


토끼 :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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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지 않게 깼지만 피곤해서 조식 포기하고 침대에서 뒹굴었다. 그러다 부서 톡방에 업무 관련 골치아픈 이슈가 올라와서 결국 몇가지 체크와 지시를 해야 했다. 흑, 휴가 기간엔 다 위임할 거고 난 부서 톡방 안 볼 거라고 큰소리쳤었는데 ㅠㅠ


정오가 넘어서 기어나갔다. 배가 고파서 일단 부셰에 갔다. 생선 라자냐와 크루아상, 홍차를 주문해 먹었다. 우리나라에도 부셰가 있음 참 좋겠다. 어언 십여년 전부터 드나든 곳인데 메뉴도 점점 더 다양해져서 좋고 무엇보다도 맛있다.


팔로우하는 뻬쩨르 잡지를 통해 맘에 드는 로컬 디자인 기념품샵을 하나 알게 되었다. 홈페이지를 보니 여기는 공방들과 연계되어 있는데 러시아 작가들에 대한 유머러스하고 귀여운 디자인이 꽤 있었다. 페트로그라드 지역의 안 가본 동네에 있었다. (지하철 스뽀르찌브나야 역 근방) 여기 가서 좋아하는 작가들의 캐리커처 굿즈 등을 산 후 며칠 전 가려다 힘들어서 안 간 루스키 무제이(러시아 박물관)나 에르미타주에 가야지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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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기념품 샵은 지하철 한정거장이긴 했지만 내려서 좀 걸어야 했다. 그리고 샵에서 나왔을때 비가 갑자기 넘 많이 와서 무거운 가방(이것저것 샀다!) 들고 진창과 웅덩이를 피해 지하철역까지 걸어오는 동안 엄청 힘들었다.



짐이 무겁고 또 비도 쏟아져서 급 피곤해진 나머지 박물관은 다시 포기. '여기서 박물관 수없이 다녔고 담에 와서도 갈 수 있는데 일케 힘들때는 그냥 말자' 하고 자기 혼자 끄덕끄덕하고 호텔로 일단 돌아왔다.



사온 기념품 컵들과 에코백, 티셔츠 등을 정리한 후 온몸이 무겁고 졸려와서 소파에 좀 늘어져 있었다. 그냥 방에서 쭉 쉴까 하다가 또 서서히 배도 고프고 목금만 지나면 돌아가야 하니 너무 아쉬워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나갔다. 비가 약간씩 내리고 있었다. 이번에 와서 파란 하늘 1도 못봄. 돌아갈 때까지 못볼 것 같다.



피곤하니 에르미타주는 못가도 선물 사러 샵에는 가자 하고 궁전광장에 갔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지 않은 즐거움이 있었다.







5시 직전이었고 황혼녘이라 주변이 온통 푸른빛으로 물드는 아름다운 시간이었는데 궁전광장 한가운데 알렉산드르 원주 곁에서 거리의 가수 한명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노래가 빅토르 최의 Перемен(뻬레멘, 변화)이었음. 꺅, 내가 좋아하는 노래~! 선물받은 기분! 그래서 노래랑 기타 연주 듣고 행복해졌다. 가수가 빅토르 최 보컬과 비슷하게 하려고(특히 발음) 노력하며 불렀는데 듣기 괜찮았다. 폰으로 영상도 좀 찍었는데 모바일로는 티스토리엔 안 올라가네.



맨 위 사진은 궁전광장의 알렉산드르 원주. 높은 분 별장 초대를 땡땡이친 미샤가 길바닥에서 춤춘 곳이 바로 저 거대한 기둥과 천사상 아래이다 :) 글의 배경은 여름의 백야 시즌이지만 오늘 황혼녘의 푸른 빛과도 좀 어울려서 찍어봄.



글라브느이 슈땀프에 있는 에르미타주 샵에 가서 선물과 엽서를 산 후 황혼녘 푸른빛이 아까워서 아틀라스와 겨울 운하, 네바 강변 약간, 모이카 운하 약간을 따라 걸었다. 카메라는 무거워서 안 들고 나왔으므로 폰으로 사진 몇장만 찍음.









그리고는 부크보예드 서점에 가서 부서원들 줄 조그만 기념품 등을 사고 지친 채 바로 근처 본치 카페에 갔다. 료샤랑 레냐가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배고파서 바질 페스토와 파르마산 치즈로 버무린 닭고기 버섯 파스타 시켜서 막 먹었다. 조식 건너뛰고 종일 엄청 작은 생선라자냐랑 크루아상밖에 안먹었다고 하자 료샤는 가만히 있는데 레냐가 좀 꾸짖었다. '쥬쥬! 게으른 건 알지만 밥은 잘 먹고 다녀야 할 거 아니야!! 정말 문제야! 어째 나아지지를 않아?!' 하고 또랑또랑하고 준엄하게 야단쳐서 옆테이블 선남선녀가 내쪽을 보며 쿡쿡 웃기까지 했다 ㅠㅠ 흐엉 이제 레냐 너무 많이 컸어... 약혼자에게 맨날 혼나 엉엉 ㅋㅋ



본치에 앉아 저녁 먹고 차 마신 후 나는 방으로 돌아왔다. 료샤는 레냐를 집에 데려다 준 후 방에 들렀다. 이번엔 일반적인 휴가 기간이 아니라서 료샤도 낮엔 계속 일하느라 저녁에만 시간을 낼 수 있다. 레냐도 학교 갔다가 저녁에만 봄. 레냐 엄마인 이라가 나를 안 좋아하는 편인데 그래도 이번주에 저녁마다 아들이 나 보러 올 수 있게 해줘서 좀 고마웠다. 통화도 한번 했다. 료샤 말로는 자기와 이라가 올해 좀 사이가 나아지고 묵은 앙금도 많이 풀었다고 한다. 너네 둘다 나이 먹어서 그래 ㅋㅋ



료샤가 기특하게도 오는 길에 내가 좋아하는 다샤 아이스크림을 사왔다. 그리고 내가 사다줬던 맥심 모카골드 믹스도 한봉지 들고 왔다. '그건 왜 가져왔니 난 커피 안 마시는데' 하고 물어보니 '나 타줘. 이상하게 내가 타는 것보다 네가 타주는게 더 맛있어' 라고 한다. 이넘이... ㅋㅋㅋ



그래서 료샤에겐 맥심 타주고 나는 다샤 아이스크림 까먹으며 한동안 얘기 나누었다. 내가 오늘 득템한 컵과 티셔츠 등을 보여주며 자랑했는데 문학과 담쌓은 이 녀석은 작가들 얼굴도 이름도 거의 구분 못함.. 푸쉬킨하고 도스토예프스키만 알아봄. 흑, 그래도 도스토예프스키 알아본게 어딘가...



내일도 비가 오겠지 흐흑... 모레는 슈클랴로프님의 백조의 호수 보러 가니 내일부터 짐을 좀 싸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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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13. 04:24

비둘기도 추워 보인다 2017-19 petersburg2019. 11. 13. 04:24




어제 스몰니 사원 잔디밭에서 마주친 비둘기. 추워서 파랗게 질린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ㅠㅠ






이런 날씨이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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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13. 02:36

뽀드삐스니예 이즈다니야 서점 2017-19 petersburg2019. 11. 13. 02:36





전에도 두어번 소개한 적 있는 서점. 리쩨이느이 대로에 있는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서점이다. 재밌는 책도 많고 깨알같은 인테리어도 귀엽고 창가의 아주 작은 카페에서 내주는 미니 에클레어도 맛있다. 복층 난간 앞 좁은 바 테이블이나 창가의 서너개 뿐인 테이블에 앉아 차 마시며 책장들과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여기는 몇년 전 발로쟈 슈클랴로프님이 화보집을 냈을때 그거 사러 첨 와봤었다. 한정판이라 여기서만 팔았다(거금 주고 구입함! 그치만 화보도 멋지고 그 무거운 화보집 들고 이듬해 블라디보스톡 가서 이분 기자간담회 갔다가 첨으로 얼굴보고 책에 사인받고 얘기도 나눴음!!)



하여튼 그 화보집 사러 왔던 때는 16년 백야 시즌이었다. 나는 너무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었다. 심신이 다 아팠다. 병가를 냈고 도망치듯 페테르부르크로 날아와서 죽은 듯 엎드려 있었다. 서점은 당시 묵었던 호텔에서 가까웠다. 긴가민가 하며 지도를 보고 찾아갔다.



화보집을 구한 것도 기뻤지만 서점 자체도 맘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는 너무 괴롭던 시기라 이렇게 좋았던 기억이 별로 없는데. 고맙다.



매년 뻬쩨르 올때마다 이 서점에 들른다. 지난 여름엔 회원 카드도 만들어서 5% 할인도 받는다. 여름에 여기서 브로드스키의 시가 적힌 멋진 검정 에코백을 사서 지금도 잘 쓰고 있다. 오늘 들렀을때도 이쁜 에코백 있음 사려 했는데.. 있긴 있었지만 도블라토프 에코백은 너무 얇아서 비실용적이었고 형광스카이블루의 멋진 해골 그림 에코백은 사이즈가 너무 커서 나에겐 버거워 포기함... 힝...







그러니까... 셉카벨이나 노바야 골란지야 같은 현대미술 야외 복합공간보단 이런 아늑한 서점이 더 좋다. (나 심지어 몇년간 현대미술 관련 업무도 했는데 다 소용없다 ㅋ 하긴 현대미술 자체를 싫어하진 않지만 나는 이른바 공공미술 스타일과는 코드가 안 맞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함)







엽서나 배지 등 이쁜 기념품들도 있으니 뻬쩨르 가는 분들, 러시아어 모르더라도 아늑한 서점 좋아하시면 한번 들러보세요! 난 커피 안 마셔서 차를 마셨지만 커피가 또 괜찮은 모양인지 다들 커피를 주문한다. 창가에 십여분만 앉아 있어도 온몸에 커피향이 배는데 매일 신선한 원두를 갈아서 쓴다고 적혀 있고 그래선지 냄새가 싫지 않다. 그러니 여러분, 여기 잠깐 들러 커피 한잔쯤 마셔봐도 좋을듯!!! 그리고 여기 에클레어가 엄청 소박한데 맛있음!!!







이 문을 열고 용기를 내어 들어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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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새벽에 깬 후에도 도로 자는 걸 반복해서 간신히 8시간 넘게 수면을 취했지만 내내 졸리고 멍했다. 피로도 누적되고 춥고 햇볕도 안 나서 그런 것 같다. 조식 먹고 방에 돌아와 침대에 들어갔다가 다시 너무 졸려서 오늘은 그냥 종일 호텔에 처박혀 쉴까 했다.


근데 일기예보엔 돌아가는 날까지 계속 비오고 오늘만 잠시 해가 난다고 했다. 그래봤자 춥겠지 하며 낑낑대고 있는데 갑님에게서 업무문자가 오는 바람에 결국 일어났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거 체크하고 갑님과 메시지 나누느라 잠이 좀 달아나서 밖으로 기어나왔다.



여름에 왔을때 가려다 못간 셉카벨 항구에 가보기로 하고 트롤리버스를 탔다. 바실리예프스키 섬 한쪽 바닷가 항구인데 최근 공원+현대예술+레스토랑/카페 복합공간으로 탈바꿈해 올해 뻬쩨르에서 아주 힙한 곳이 된 곳이다. (여기가 사실 예전에 내가 지냈던 기숙사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인데 힙한 구석은 하나도 없는 곳이었다)






하여튼 궁금해서 한번 가봤는데 역시나 지금은 바닷가 가기에 최악인 날씨였다. 가뜩이나 황량한 스타일인데 칼바람.... 잿빛 바다... 흑... 얼어죽는 줄 알았다. 현대미술과 콘크리트 등 노바야 골란지야랑 많이 비슷했지만 여기가 더 춥고 아직 덜 꾸며져서 날것이라 더 휑하다 ㅠㅠ 하긴 난 노바야 골란지야도 딱히 취향은 아니었다. 나는 힙스터가 되기엔 너무 게으르고 또 아늑한 걸 좋아한다 ㅠㅠ



사진만 세장 올려봄. 맨위랑 이 아래는 건물 벽화. 올 봄쯤 아티스트들이 벽화 프로젝트를 했었다. 두번째는 황량하고 추운 바다 풍경.







셉카벨이 너무 추운데다 별로 맘에 드는 스타일이 아니어서(식당과 카페는 괜찮아보이는 곳이 이것저것 있었지만 끌리진 않았다) 결국 나는 여기서 나와 도로 전차를 타고 네바 강과 궁전 교각을 건너 네프스키 중간에 내려 리쩨이니 대로에 있는 서점에 갔다. 흐흑 마음의 안식처.. 거기서 미니 에클레어 두개와 홍차를 해치우고 좀 회생.



서점에서 책 구경하다 나와서 고로호바야 거리에 있는 한국식당에 갔다. 넘 피곤하고 지쳐서 밥이랑 국물이 먹고파서. 뻬쩨르에서 한국식당 간 거 십년도 넘었는데. 여기는 요즘 인기가 좋은 곳이라 해서 갔다. 해물탕 중간 맵기로 시키고 밥 추가했는데 의외로 정말 먹을만했다.



뜨거운 국물 먹고 조금 땀도 남. 그래서 숙소 돌아오는 길에 다샤 아이스크림 사 먹음(뭐야 이게 ㅋ)



방에 돌아와 늘어져 있는데 료샤가 일을 마치고 들렀다. 셉카벨 갔다가 망한 얘길 해주니까 나보고 겨울에 왜 거길 가냐고 바보라고 비웃었다 ㅠㅠ 흑흑 나도 알아 엉엉 옛날에도 그 동네는 추웠어. 그치만 궁금했단 말이야 엉엉..



웃긴 일 하나. 료샤가 왔을 때 나는 씻으려고 욕조에 입욕제를 풀고 뜨거운 물을 받고 있었다. 근데 바깥에서 쿵쿵거리는 소음이 들렸다. 계속 들렸다. 소음에 민감한지라 좀 짜증이 났다.



나 : 어휴 여기는 좋은 호텔인데 왜 방음이 잘 안되는 거지... 창문도 닫고 커튼도 쳐놨는데.. 역시 이삭 광장 쪽이라 그런가....


료샤 : (욕실에 들어가봄) 야, 욕조에 물 받는 소리자나!!!



그랬다... 욕조 바닥에 물이 콸콸 쏟아지는 소리였다 ㅠㅠ



료샤는 나에게 '바보 바보' 라고 하였다. 추운데 셉카벨 갔다오고, 욕조에 물 받는 소리를 바깥 소음으로 착각해 애꿎은 호텔을 탓하고. 나는 더블로 바보임 ㅠㅠ




... 이제 수목금 사흘만 지나면 토욜에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흑 벌써부터 아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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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좀 넘어 잠들었지만 여섯시간 반 정도 자고 깼다. 날씨 때문에 내내 졸리고 피곤한데 시차 적응이 이번따라 더 안되네.


일곱시 안돼 깬 후 자보려고 뒹굴다 결국 조식 먹고 왔다. 도로 침대에 들어가 어제 산 뻬쩨르 여행서 좀 읽으며 오늘 어디 갈까 생각하다 스몰니 사원에 오랜만에 가보기로 함. 숙소 근처에서 트롤리버스 5번을 타면 갈 수 있다.


스몰니에선 아주 옛날 첨 갔을때 쥬인과 거북이랑 같이 수업을 들었고 십여년 전 다시 갔을때도 그랬다. 그 이후엔 갈 일이 거의 없었다. 료샤가 스몰니 근처 동네에 살기는 하지만 걔네 집 갈때도 그 방향으로는 안 가서 굳이 갈 일이 없다. 게다가 좀 멀고 또 네바 강변을 등지고 있어서 강바람도 추운 곳이다. 이쪽에 정부 기관들이 있어서 분위기도 좀 삭막.



그래도 한번 오랜만에 가보았다. 넘 오랜만이었다. 옆의 공원을 산책하며 젖은 검은 흙을 밟고 마르크스 동상도 다시 보고. 스몰니 사원에 들어가서 초도 켜고 기도도 했다. 옛날엔 부속건물에 있는 교실에서 수업만 들어서 막상 이 사원 안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 사원 안은 넓고 휑했다.



수업 받았던 건물 앞에 서자 옛날 생각이 많이 났고 세월이 이토록 빠르게 흘렀다는 사실에 좀 아득했다. 쥬인 손 잡고 다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세월이 무상하다는 생각도 들고 이런저런 기분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네프스키에서 내려 로모노소프 가게 갔다. 새로 나온 이쁜 빨강 금빛 찻잔이랑 네바 강 그려진 뻬쩨르 찻잔 샀다. 행사 기간이라 두개 사면 하나 공짜로 준다 해서 파란 드레스 입은 귀족여인 찻잔을 골랐다.



숙소에 돌아오니 너무 배고프고 으슬으슬하고 습했다. 료샤랑 레냐 볼때까지 기다리기엔 너무 배고파서(아침 먹은 후 빈속...) 근처 식당에 갔다. 팔로우하는 뻬쩨르 출신 일러스트레이터가 포스팅에서 소개했던 곳인데 괜찮아 보여서.



맨위 사진의 핀란드 우하 먹었다. 크림이 든 생선 수프이다. 춥고 습한 날씨라 어쩐지 먹고 싶어서.



핀란드 우하를 먹으면 언제나 두셰브나야 꾸흐냐와 친절했던 데니스가 생각난다. 안타깝게도 그 식당은 언제인지 문을 닫았다. 데니스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자묘르즐리?' (추워서 얼었어요?) 하고 묻던 부드러운 목소리도 기억에 생생하고. 나는 몇달 전에 쓴 미니 단편에서 알리사가 미샤에게 이 수프를 데워주게 만들었었다. 데니스에 대한 기억과 또 다른 여러가지를 되살리며.



이 식당의 핀란드 우하는 크림이 진하지 않고 가벼워서 먹기는 더 편했다. 맛있었고 몸이 따스해졌다.







연어와 이름모르는 흰살 생선, 감자와 홍합 한개가 들어 있었다.



수프와 함께 치킨 커틀릿을 먹었다. 그것도 맛있었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남겼다.



먹고 나니 허기가 가셨다. 근처 조그만 식료품점에서 에스키모 아이스크림을 한개 사서 디저트로 입가심을 했다.



료샤랑 레냐가 방에 와서 좀전까지 같이 놀고 얘기 나눴다. 어젯밤에도 친척집 갔다 돌아오면서 얘들이 깜짝 방문을 했다. 시간이 늦어서 어젠 십분만 있다 갔는데 레냐가 그때 분홍 장미 세송이를 주었다. 즉, 내가 슈클랴로프님에게 눈이 멀어 공연 보러 갔던 것을 용서해준 것이다 ㅋㅋ 도량이 넓은 우리 레냐 :)







갱지로 둘둘 말아서 갖다준 분홍장미 세송이 :) 레냐는 그래도 약간의 뒤끝을 드러냈다.



레냐 : 쥬쥬는 나 아니고 슈클랴로프한테 꽃 줬지만 나는 쥬쥬한테 꽃 준다아!!! 나는 진정한 남자야!!!



으앙 레냐야 내가 양갱이랑 붕어빵 과자랑 새우깡이랑 양파깡, 오징어땅콩 챙겨왔자나 ㅠㅠ (레냐 좀 할머니나 아재 입맛이라 이런 과자들 좋아함 ㅋ 그리고 얘는 지금도 어릴때와 변함없이 양갱을 엄청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진정한 남자인 레냐에게서 용서의 징표인 꽃을 받아 고맙고 기뻤습니다~ 그리고 오늘 내 방에 온 레냐는 내가 세개의 물병에 꽃을 나눠서 꽂아 여기저기 놓아둔 것을 보며 뿌듯해 했다 :))




료샤랑 레냐는 좀전에 돌아갔고 나는 오늘의 메모를 적고 있다. 졸려서 결국 오늘도 발레 후기를 못 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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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12. 02:14

날씨는 계속 이렇다 2017-19 petersburg2019. 11. 12. 02:14






예상은 했지만 흑흑 파란 하늘 그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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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9. 11. 11. 21:03

스몰니 사원 2017-19 petersburg2019. 11. 11. 21:03





오랜 추억의 장소. 다시 다녀옴.



 






여기서 수업 듣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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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