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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새벽에 깬 후에도 도로 자는 걸 반복해서 간신히 8시간 넘게 수면을 취했지만 내내 졸리고 멍했다. 피로도 누적되고 춥고 햇볕도 안 나서 그런 것 같다. 조식 먹고 방에 돌아와 침대에 들어갔다가 다시 너무 졸려서 오늘은 그냥 종일 호텔에 처박혀 쉴까 했다.


근데 일기예보엔 돌아가는 날까지 계속 비오고 오늘만 잠시 해가 난다고 했다. 그래봤자 춥겠지 하며 낑낑대고 있는데 갑님에게서 업무문자가 오는 바람에 결국 일어났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거 체크하고 갑님과 메시지 나누느라 잠이 좀 달아나서 밖으로 기어나왔다.



여름에 왔을때 가려다 못간 셉카벨 항구에 가보기로 하고 트롤리버스를 탔다. 바실리예프스키 섬 한쪽 바닷가 항구인데 최근 공원+현대예술+레스토랑/카페 복합공간으로 탈바꿈해 올해 뻬쩨르에서 아주 힙한 곳이 된 곳이다. (여기가 사실 예전에 내가 지냈던 기숙사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인데 힙한 구석은 하나도 없는 곳이었다)






하여튼 궁금해서 한번 가봤는데 역시나 지금은 바닷가 가기에 최악인 날씨였다. 가뜩이나 황량한 스타일인데 칼바람.... 잿빛 바다... 흑... 얼어죽는 줄 알았다. 현대미술과 콘크리트 등 노바야 골란지야랑 많이 비슷했지만 여기가 더 춥고 아직 덜 꾸며져서 날것이라 더 휑하다 ㅠㅠ 하긴 난 노바야 골란지야도 딱히 취향은 아니었다. 나는 힙스터가 되기엔 너무 게으르고 또 아늑한 걸 좋아한다 ㅠㅠ



사진만 세장 올려봄. 맨위랑 이 아래는 건물 벽화. 올 봄쯤 아티스트들이 벽화 프로젝트를 했었다. 두번째는 황량하고 추운 바다 풍경.







셉카벨이 너무 추운데다 별로 맘에 드는 스타일이 아니어서(식당과 카페는 괜찮아보이는 곳이 이것저것 있었지만 끌리진 않았다) 결국 나는 여기서 나와 도로 전차를 타고 네바 강과 궁전 교각을 건너 네프스키 중간에 내려 리쩨이니 대로에 있는 서점에 갔다. 흐흑 마음의 안식처.. 거기서 미니 에클레어 두개와 홍차를 해치우고 좀 회생.



서점에서 책 구경하다 나와서 고로호바야 거리에 있는 한국식당에 갔다. 넘 피곤하고 지쳐서 밥이랑 국물이 먹고파서. 뻬쩨르에서 한국식당 간 거 십년도 넘었는데. 여기는 요즘 인기가 좋은 곳이라 해서 갔다. 해물탕 중간 맵기로 시키고 밥 추가했는데 의외로 정말 먹을만했다.



뜨거운 국물 먹고 조금 땀도 남. 그래서 숙소 돌아오는 길에 다샤 아이스크림 사 먹음(뭐야 이게 ㅋ)



방에 돌아와 늘어져 있는데 료샤가 일을 마치고 들렀다. 셉카벨 갔다가 망한 얘길 해주니까 나보고 겨울에 왜 거길 가냐고 바보라고 비웃었다 ㅠㅠ 흑흑 나도 알아 엉엉 옛날에도 그 동네는 추웠어. 그치만 궁금했단 말이야 엉엉..



웃긴 일 하나. 료샤가 왔을 때 나는 씻으려고 욕조에 입욕제를 풀고 뜨거운 물을 받고 있었다. 근데 바깥에서 쿵쿵거리는 소음이 들렸다. 계속 들렸다. 소음에 민감한지라 좀 짜증이 났다.



나 : 어휴 여기는 좋은 호텔인데 왜 방음이 잘 안되는 거지... 창문도 닫고 커튼도 쳐놨는데.. 역시 이삭 광장 쪽이라 그런가....


료샤 : (욕실에 들어가봄) 야, 욕조에 물 받는 소리자나!!!



그랬다... 욕조 바닥에 물이 콸콸 쏟아지는 소리였다 ㅠㅠ



료샤는 나에게 '바보 바보' 라고 하였다. 추운데 셉카벨 갔다오고, 욕조에 물 받는 소리를 바깥 소음으로 착각해 애꿎은 호텔을 탓하고. 나는 더블로 바보임 ㅠㅠ




... 이제 수목금 사흘만 지나면 토욜에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흑 벌써부터 아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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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