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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사등이 망아지 (2014.3.30, 마린스키 극장 신관)

 

음악 : 로지온 쉐드린

 

안무 : 알렉세이 라트만스키

 

무대 및 의상 디자인 : 막심 이사예프

 

<출연진>

 

바보 이반 : 막심 쥬진

여왕 : 아나스타시야 콜레고바

곱사등이 망아지 : 블라지슬라프 슈마코프

황제 : 드미트리 프이하초프

시종장 : 이고리 콜브

암망아지 / 바다 공주 : 소피야 구메로바

노인(이반의 아버지) : 블라지미르 포노마료프

 

 

벌써 한 달도 더 지나서 그냥 간단하게 리뷰.

 

이 발레는 표트르 예르쇼프의 '곱사등이 망아지'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 역시 아주 창의적인 건 아니고 수많은 러시아 민담들을 재미있게 결합한 것이다. 바보 막내 이반의 이야기라든가, 불새, 소원을 들어주는 망아지(혹은 늑대 등등 신비로운 동물들),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공주님, 여러 가지 시련, 마침내 이를 모두 극복하고 성장해 공주와 결혼하고 왕이 되는 주인공 등등... 사실 나도 발레보다는 원작을 먼저 알았다. 발레 자체는 1960년대에 로지온 쉐드린의 작곡으로 볼쇼이에서 초연되었지만... 지금 마린스키에서 공연되는 곱사등이 망아지는 알렉세이 라트만스키 버전이다.

 

지금 마린스키 레퍼토리 중 라트만스키 작품은 곱사등이 망아지, 신데렐라, 안나 카레니나 3가지이다.

앞의 두 개는 무대에서 봤고 안나 카레니나는 영상으로만 봤는데 이것도 무척 무대에서 보고 싶은 작품이다(가능하면 브론스키 백작으로 슈클랴로프 - 안나 카레니나로 로파트키나/테료쉬키나 - 카레닌으로 스메칼로프 버전이면 더 좋겠다만...)

 

내가 무대에서 제대로 본 라트만스키 작품은 곱사등이 망아지와 신데렐라 뿐이고 둘다 희극 발레라서 그의 스타일을 딱 이거다! 하고 규정하기란 어불성설이지만 어쨌든 이 두 작품에는 공통점이 있다. 무대 미술이 모던하다는 점. 희극적인 움직임과 마임이 강하다는 점. 춤 자체보다는 배경, 의상, 음악, 코믹한 연기 등 부대적 요인들이 강하다는 점. 실지로 두 작품 모두 진짜 '춤'의 비중은 그렇게까지 크지 않다.

 

그나마 신데렐라는 신데렐라와 왕자의 2인무가 상당히 사랑스럽고 감정적 상승 작용을 불러일으키는데(이런 점에서는 일반적 고전 발레의 아다지오와도 흡사하다), 곱사등이 망아지의 경우에는 좀 더 연극적이어서 평소 고전 발레의 우아함과 테크닉 쪽에 더 끌리는 분이라면 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나 같은 경우는 원체 곱사등이 망아지를 무대에서 보고 싶기도 했고 러시아 민담도 좋아하고 알록달록하고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 느낌 물씬 풍기는 의상 보는 것도 괜찮아서 꽤 볼만하긴 했지만.

 

발레는 꽤 재미있었다. 막심 쥬진의 바보 이반은 배역 성격답게 사랑스럽고 생기 넘쳤고 마법을 부려 이반을 도와주는 곱사등이 망아지 역의 슈마코프도 좋았다. 슈마코프는 6일에 본 백조의 호수에서도 광대 역을 맡았는데 망아지나 광대 등 희극적이면서도 운동 능력이 요구되는 캐릭터를 잘 소화하는 것 같았다. 아마 라 바야데르의 황금 신상 역도 잘 췄을 것 같다. 미녀 여왕 역의 아나스타시야 콜레고바는 딱히 춤보다는 미모 덕에 어울렸고. 암망아지 역과 바다 왕국 여왕 1인 2역을 소화한 소피야 구메로바는 베테랑답게 원숙했다.

 

무엇보다도 이 발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역은 주인공 이반보다는 바로 코믹한 악당 시종장 역의 이고리 콜브였다. 그것 때문에 신데렐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거기서도 새엄마 역이 오히려 임팩트가 강하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에서도 시종장 역의 콜브만 수석 무용수였다.

 

콜브는 비열하고 야비하고 잔머리를 열심히 굴리지만 그래도 어딘가 모자란 구석이 있는 악당 시종장을 천연덕스럽고 코믹하게 잘 소화해 냈다. 전에 영상으로 볼 때도 그랬지만 무대로 보니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빨간 하트 무늬가 그려진 엉덩이 부분이 강조된 의상도 그렇고 낭창낭창한 움직임이라든가 과장된 표현 양태 등 그 시종장 배역은 어딘가 꽤나 캠피했다. 스메칼로프 버전을 좀 보고 싶었지만 콜브의 시종장도 좋았다. 그런데 못된 시종장 치고는 저 사람 너무 섹시한 거 아닌가 ㅠㅠ 저렇게 우스꽝스런 의상을 입고도 어딘가 섹시하다!

 

아무래도 민담을 소재로 한 발레다 보니 관객석에 어린아이들이 참 많았다. 역시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은 바로 곱사등이 망아지! 망아지 역의 슈마코프가 나올 때마다 환호하고 좋아했다 :0  내 앞에도 8~9살 정도 되는 사내아이가 앉아 있었는데 엄마에게 '망아지 언제 나와?' 하고 묻고 있었다 :)

 

그런데 이 발레도 무대 미술이나 의상은 의외로 그로테스크하고 음산할 때가 있다. 특히 후반부의 바다 왕국 씬은 꽤 어두워서 애들 보기엔 좀 무섭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난 제일 맘에 든 장면이었음) 이 바다 왕국 부분은, 예쁜 공주가 나이많은 왕과 결혼을 앞두고 '바닷속 깊이 가라앉은 보석 반지를 결혼 선물로 가져다 주지 않으면 결혼 안 할래요~'라고 하자 시종장이 떠밀어서 할수 없이 바다 왕국에 반지 찾으러 간 이반의 모험 부분이다. 바다 왕국의 여왕이 마음 착한 이반과 곱사등이 망아지의 사연을 듣고 신하들에게 명령해 반지를 찾아주게 한다.

 

맨 위에 첨부한 이미지가 바로 그 바다 왕국. 그것 하나만 보면 아쉬우니 슈클랴로프가 이반 췄을 때의 바다 왕국 사진도 한 장. 내가 여왕이라도 반지 찾아줄 듯. (저 사람이 추는 이반이 귀여워서!!)

 

 

발레는 2막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마지막 장면은 원작과 마찬가지였다. 노인네 대신 젊은이와 결혼하고 싶으니 늙은 왕에게 물 끓는 솥에 들어가 환골탈태해달라는 공주의 요구 때문에 이반이 희생양이 되어 솥에 곤두박질쳤다가 망아지 마법 덕에 근사한 왕자님으로 변신해 나온다. 왕도 혹해서 솥에 들어갔다가 죽어버리고(ㅠ.ㅠ) 공주는 백성들의 동의를 얻어 이반과 결혼해 나라를 다스리며 행복하게 잘 살게 된다.

 

흑흑, 불쌍한 왕. 원작 때도 그랬고 이거 무대로 볼때도 그랬는데... 발레에서도 늙은 왕은 딱히 악당도 아니고 그냥 노쇠하고 코믹한 인물인데 끓는 물에 삶아져 죽다니 불쌍했다. 그리고 시종장의 경우도 악당이라면 끝까지 못되게 나와야 하거늘.. 왕이 죽은 걸 보고 너무너무 슬퍼하며 통곡한다. 난 항상 악당에게 끌리는 편인지 그 장면은 꽤나 코믹한데도 불구하고 시종장이 너무 불쌍한 거였다. 그리고 워낙 이고리 콜브의 시종장이 캠피하게 나와서 그런지 그 불쌍하게 우는 장면 보고는 '혹시 시종장이 늙은 왕을 사모하는 사이였나?'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

 

하여튼 늙은 왕은 끓는 물에 들어가 죽고 나머지 사람들은 다 행복하게 팔짝팔짝 뛰며 짠~ 하고 해피 엔딩이다. 이 장면에서 이반이 신나게 점프하며 잠깐 춤을 추는데 그것도 꽤 즐겁다. 다만 무용수별로 그 파이널 소화하는 타입이 달라서 전에 본 영상에서 슈클랴로프는 기세좋게 스플릿 점프를 계속했지만 막심 쥬진은 빠르게 피루엣을 했다. 스플릿 점프를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어쩐지 이 발레는 그게 어울릴 것 같았기 때문에 조금 아쉬웠다.

 

전반적 소회는... 춤 자체보다는 무대 미술과 의상 보는 재미가 더 컸다. 무대 미술은 신데렐라와 마찬가지로 모던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무대 자체에 많은 장치를 넣지 않고 이동 가능한 심플한 소품들을 이용한다. 무엇보다도 이 발레의 특징은 칸딘스키나 말레비치 등 20세기 초 러시아 아방가르드/모더니즘 화가들의 스타일을 인용하는 동시에 크레믈린이라든지 소련 정권 등을 살짝 연상시키는 풍자적 그림들을 의상에 변용해 썼다는 것이다. 볼만하고 재미있기는 했는데 또 어떻게 보면 이건 민담을 원작으로 했으니까 좀 더 아기자기한 무대 배경도 괜찮았을 것 같았다. 너무 모던해 버리니까 보기 근사하긴 하지만 살짝 엇나간 느낌이랄까.

 

꽤 재미있게 봤는데 사실 슈클랴로프가 이반을 추는 버전으로 다시 한번 보고 싶다... 그 사람이 추는 건 풀 영상도 아니고 군데군데 봐서 아쉽다. 꽤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공연 다 보고 나왔는데 지하 코트 보관소가 터져 나갔다. 어째서 직원이 두 명 뿐인 거냐.. 줄서는데 워낙 이골이 나 있는 러시아인들도 이제는 못 참겠는지 '이해가 안되네 어째 두 명 뿐이냐' 하고 계속 짜증냈다. 한참 기다렸다가 간신히 재킷을 받아 입고 나와 버스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 이날은 앞서 마린스키 신관 포스팅할 때(http://tveye.tistory.com/2784) 얘기했듯 2층 4번째 열이라 무대와 좀 멀어서 커튼 콜 사진은 화질 극악. 전날 후지X가 문제를 일으켜서 니콘 가져갔더니 역시 플래시 엉망.. 그래도 커튼 콜 사진 몇 장 올려본다.

 

 

 

하얀 x자 테이핑 가슴에 붙이고 바지 가운데 새빨간 패치 붙인 사람이 시종장 역의 이고리 콜브. 앞에 나와 인사하는 모자 쓰고 빨간 옷 입은 사람이 늙은 왕 역의 드미트리 프이하초프.

 

 

 

 

 

화질이 너무 안 좋지만.. 가운데 긴 머리 아가씨가 여왕 역의 콜레고바. 그 옆에서 손 흔들고 있는 남자가 바보 이반 역의 막심 쥬진.

 

 

아이들이 제일 좋아한 캐릭터. 곱사등이 망아지 역의 슈마코프 :)

 

 

 

다같이 인사...

 

마지막 장면을 제대로 촬영한 예쁜 사진은 아래.

 (당연히 내가 찍은 거 아니고 마린스키 관련 사진에서 얻어옴.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이반, 빅토리야 테료쉬키나가 미녀 여왕. 시종장은 유리 스메칼로프. 이 사진 너무 행복해 보여서 올해 달력 만들 때 12월 사진으로 넣었다)

 

 

.. 그리고 아쉬우니 마린스키 사이트와 슈클랴로프 관련 사이트에서 업어온 곱사등이 망아지 관련 이미지 몇 장들.

 

 

 

미녀 여왕과 불새들. 사진이 작긴 한데 아마 알리나 소모바인 듯.

 

 

포킨 발레 불새와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의 불새들.

 

 

 

이 사진들부터는 슈클랴로프가 바보 이반 췄을 때 사진들.

 

이건 이반이 망아지 도움으로 미녀 여왕을 데리고 온 후 그녀에게 반해 결혼하자고 엉기는 늙은 왕의 모습. 그러나 이미 사랑에 빠져버린 선남선녀... 늙은 왕을 가운데 두고 둘이 눈 맞추고 있음. 그걸 엿보며 음모를 꾸미는 악당 시종장. 여기서는 스메칼로프.

 

 

이건 초반부. 마법의 암망아지를 잡았다가 놔주는 대가로 훌륭한 말 두 마리와 곱사등이 망아지를 얻은 바보 이반. 두명의 형님이 말을 훔쳐 왕국 시내의 시장에 갖다 팔려는 걸 찾아내 자기가 말 주인이라며 으쓱으쓱.. 그러나 그는 마음만 착하지 머리는 좀 모자랐기에... 왕이 예쁜 모자를 보여주자 그것에 혹해 말 두 마리를 다 내줌 ㅠ.ㅠ

 

전반부에서 이반이 이렇게 상의를 탈의하고 나오는 이유는... 원래 러시아 민담에서도 좀 모자란 막내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셔츠도 안 입은 바보 이반'이란 묘사가 종종 있다 :) 그런데 아무래도 이건 팬 서비스일지도!!! 바보 이반이라 셔츠도 안 입고 마냥 즐거워 헤헤 뛰노는데 이 사람 외모만은 귀족 가문 도련님 ㅠㅠ

 

 

곱사등이 망아지와 함께~

 

 

 

끓는 솥단지에 들어갔다가 왕자로 환골탈태한 이반, 사랑하는 미녀 여왕과 춤추고 있음.

 

그런데.. 이 솥단지에 들어가서 환골탈태..라는 것도.. 실은 이반이 저 화려한 상의를 걸치고 나오는 걸로 '이제 환골탈태해서 왕자님이다~'라는 설정임. 믿어야 함 :)

 

 

뒤에 있는 사각 상자가 바로 끓는 물 담긴 솥단지. 저 안에 들어가서 열심히 옷 갈아입고 나옴. 이건 솥단지 들어가기 직전, 무서워하고 있는 바보 이반. 독려하는 망아지와 미녀 여왕.

 

오른편 시종장의 뒷모습. 맨처음 시종장이 돌아서서 저 빨간 패치 달린 엉덩이를 보여주면 아이들이 와르르 웃는다.

 

 

 

 

마지막 장면. 미녀 여왕이 부추기며 춤 좀 보여줘요~ 라고 하면 부끄러워하다가 폴짝 뛰어오르는 이반.

 

슈클랴로프는 이렇게 스플릿 점프를 했지만 내가 본 무대의 쥬진은 이것 대신 빠르고 격렬한 피루엣 :)

 

 

 

이것도 마지막 장면.

 

에휴.. 늙어빠진 왕은 끓는 물에 빠뜨려 죽여놓고 좋다고 저렇게 춤추고 있는 주인공들 ㅠㅠ

 

하긴 어떤 면에서 이 발레는 내용도 그렇고 무대 의상도 그렇고 소비에트 정권에 대한 풍자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스탈린이라든지.. 민중 혁명이라든지... 리브레토 자체도 노어로 된 이야기를 쭉 읽어보면 살짝 그런 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거야 그쪽으로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럴 거고.. 보통은 그냥 재미나는 러시아 민담을 소재로 한 유쾌하고 즐거운 발레다.

 

 

근데 아무리 봐도 저 슈클랴로프 이반은 너무 귀여워서 꼭 저 사람이 추는 버전을 보고 싶긴 하다...

 

.. 내일이나 모레 쯤 이 발레 영상 클립 링크들도 몇개 올려보겠다.

(추가 : 영상 클립 올렸다. http://tveye.tistory.com/2796)

 

다음 리뷰는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에서 본 폴리나 세미오노바와 레오니드 사라파노프의 라 바야데르~

:
Posted by liontamer
2014. 5. 2. 21:17

마린스키 신관 1주년 + dance2014. 5. 2. 21:17

 

 

오늘이 마린스키 신관 1주년이라고 마린스키 브 콘탁트(러시아의 트위터 비슷한 것이다)에 이렇게 떴다. 축하~

 

좋은 카메라로 찍으면 저 크리스탈이 이렇게 근사해 보이는구나 :)

 

신관도 좋고 레퍼토리 공연 횟수가 늘어난 것도 다 좋지만... 발레 좀 어떻게 해봐요 ㅠㅠ 게르기예프를 음악 분야의 대가로 좋아하기는 하지만 마린스키 발레의 입장으로는 별 도움 안되는 것 같다. 그럼 발레단 감독이라도 괜찮아야 하는데 유리 파테예프도 그닥 믿음직스럽지 않고... 볼쇼이도 정치 싸움 때문에 엉망이긴 하지만...

 

어쨌든 내가 좋아하는 슈클랴로프는 그래도 마린스키를 떠나고 싶지 않다니까 응원해주고 싶긴 하다 :) 볼쇼이를 비롯해 다른 곳에서 오퍼는 여러 번 받았지만 페테르부르크의 발레 씬을 지키고 싶다나. 기특하구나 ㅠ

 

.. 그래서 귀여운 애 사진 한 컷 보너스 :) 요즘 내 데스크탑 배경화면.

 

 

'Ballet 101' 중. 아주 즐거운 작품이라 요즘도 기분 전환하고 싶을 때 본다. 작품도 재기발랄하고 이 사람도 역할을 천연덕스럽게 아주 잘 소화해서 볼 때마다 귀엽다 :)

 

전에 올렸던 이 작품 동영상 클립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2122

 

* 마린스키 신관 내/외부 전경에 대해 어제 올렸던 사진들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2784

:
Posted by liontamer

 

 

3월 30일에는 마린스키 신관에서 라트만스키의 '곱사등이 망아지'를 봤다. 리뷰는 내일쯤 올리고, 먼저 이날 마린스키 신관 사진들 몇 장 올린다.

 

신관은 작년 5월에 오픈했다. 난 작년 9월에 이번 231회 시즌 개막 즈음 처음 가봤다. 그때도 어쩌다 보니 라트만스키의 발레를 봤네. 신데렐라였다. 극장은 무척 화려하고 현대적이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구 극장의 '극장다움'은 덜했다. 구 극장과 이 신관에 대한 소회는 나중에 한번 얘기하도록 하겠다. 오늘은 이 날 찍었던 사진들만...

 

마린스키 신관은 구 극장 바로 맞은편에 있다.

 

 

왼편은 구 극장. 오른편이 신관.

 

 

 

이건 반대편에서 찍은 사진.

 

 

내부. 마린스키 구 극장이 푸른색이라면 신관의 색깔은 바로 저 황금빛 호박색. 어마어마한 자본이 투입된 극장이다. 저 위의 크리스탈 장식들은 모두 스와로브스키.

 

 

2층,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실지로 보면 매끄러운 호박색 대리석과 저 크리스탈 장식들이 무척 잘 어울린다.

 

 

 

 

 

 

 

 

 

 

작년에 갔을 땐 극장 구조를 잘 몰라서 베누아르 한가운데의 좀 비싼 자리를 끊어 갔었는데 구 극장과는 달리 어디 앉아도 앞사람 머리에 가리지 않게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고 실지로 좀 위에 앉아도 잘 보일 것 같아서 이번엔 2층 벨에타쥐 가운데에서 살짝 왼편으로 치우친 자리에 앉았다. 들어가는 입구.

 

4번째 열이었는데 앞사람 머리에 가리지는 않았지만 역시 확 잘 보이지는 않았다. 이날 오페라 글라스 안 빌린 걸 후회했다. 무대는 잘 보였지만 무용수들 얼굴은 분간하기 좀 힘들어서 ㅠ.ㅠ 더 좋은 자리 끊고 싶었지만 이번에 갔을 때 발레를 5개나 보는 바람에 너무 출혈이 커서 도저히 더 좋은 자리를 끊을 수 없었다 ㅜㅜ

 

 

현대적인 마린스키 신관의 무대와 좌석들.

 

 

구극장의 오리지널 푸른 커튼도 좋지만 저 깃털 막은 볼 때마다 감탄한다. 저거 액자라도 하나 갖고 싶다.

 

 

 

 

 

막간. 2층에서 내려다본 아래층.

 

1 야루스(3층)인지 2 야루스(4층)로 가면 마린스키 발레와 오페라 관련 의상이 전시되어 있어 그거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 사진들은 나중에 따로...

 

 

 

 

 

 

 

이건 이 날 공연 프로그램. 마린스키는 시즌 내내 공연이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도 저렇게 얄팍하고 내부에는 공연 관련 정보만 빽빽하게 적혀 있다. 사진 같은 건 없고 대신 가격은 30루블. 1000원 정도. 이것도 구극장은 푸른색이고 신관 프로그램은 호박색 :)

 

그리고 코트 보관소 교환증. (갑자기 적당한 우리 말이 생각 안나네. 교환'증' 말고 뭐라고 해야 하지 ㅠㅠ)

 

곱사등이 망아지 리뷰는 내일.

 

** 지난 9월 다녀온 후 올렸던 신관 외부 전경 사진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2466

 

 

:
Posted by liontamer

 

 

레프 박스트, 세헤라자데 무대 미술 일러스트

 

3월 29일 마린스키 발레, 미하일 포킨의 밤 간략 리뷰 마지막. 세헤라자데.

 

출연진 : 알리나 소돌레바(조바이다), 다닐라 코르순체프(황금노예), 소슬란 쿨라예프(샤흐리아르), 드미트리 프이하초프(샤흐자만)

 

세헤라자데는 불새와 더불어 내게 큰 영향을 끼친 발레이다. 이 발레와 음악, 배역에서 모티프를 얻어 글도 많이 썼었고. 지금도 여전히 아주 사랑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가끔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이 곡이 연주되면 어떤 오케스트라든 크게 구애받지 않고 웬만하면 들으러 간다.

 

국내 발레 무대에서 이 작품을 보는 건 다른 포킨 레퍼토리들과 마찬가지로 쉽지 않다. 그나마 짧은 빈사의 백조나 장미의 정령 같은 건 가끔 갈라 공연에 올라오지만 세헤라자데는 35분~40분 정도의 단막 발레에 워낙 무대 미술과 의상이 화려해서 이거 하나만 올리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고전 발레처럼 인지도가 있는 것도 아니니 참 어렵다.

 

예전에 국립발레단에서 해설이 있는 발레였나, 그런 프로그램으로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전체가 아니고 황금노예와 조바이다의 아다지오와 황금노예의 화려한 솔로 정도였다. (그때 황금노예를 최세영씨가 췄었는데 나름대로 멋져서 그분 좋아했는데 곧 은퇴하셨는지, 연수가셨는지 국립발레단을 떠났었음. 그분 때문에 국립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보다 최세영씨의 티볼트를 더 좋아했던 기억도 난다. 벌써 십년도 전의 일인듯...)

 

어쨌든 세헤라자데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발레 중 하나다. 이번에 페테르부르크 가서 일정 맞추면서 제일 먼저 고려한 공연 날짜이기도 했다. (그래서 포킨의 밤이 도착 다음날 바로 본 공연이 된 거다. 시차 ㅠㅠ)

 

이 발레와 황금노예, 그리고 유일무이한 바츨라프 니진스키에 대해서는 전에 좀 긴 글을 쓴 적이 있으니 여기서는 작품 자체에 대해 세세하게 적는 대신 그 글 링크로 대체 : http://tveye.tistory.com/14

 

무수한 발레들 중 내가 가장 섹시하다고 생각했던 작품이 두 개 있다. 하나는 바로 이 세헤라자데에서 조바이다와 황금노예가 추는 아다지오. 나머지 하나는 보리스 에이프만의 까라마조프에서 알료샤 까라마조프가 추는 춤이다. 보석으로 엮인 탑과 황금빛 하렘 팬츠를 입고 오일과 금가루를 번쩍이며 바닥에 나뒹구는 황금노예와 날개처럼 펄럭이는 검정색 법의를 입고 고통스럽게 춤추는 수도사 알료샤 까라마조프는 극과 극에 위치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매혹적이어서 그 두 작품을 보는 순간이면 '아름다움이 두 눈으로 들어와 죄를 짓게 한다'는 오랜 경구를 떠올리곤 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조바이다-황금노예 페어는 바로 율리야 마할리나와 파루흐 루지마토프였다. 맨 처음 본 건 알티나이 아실무라토바와 루지마토프 페어였는데 이쪽도 아주 근사했지만 역시 아실무라토바보다는 마할리나가 조금 더 여왕님 같고 섹시한 느낌이었다. 루지마토프는 말이 필요없는 최고의 황금노예였다. 우아하고 양성적이며 흑표범 같은 루지마토프에겐 최적의 역 중 하나였다. 국내에는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와 함께 춘 버전이 dvd로 출시되어 있다. 이 포스팅 후 유튜브 링크도 올려보겠다. (http://tveye.tistory.com/2777)

 

 루지마토프와 마할리나. 아래도 모두 황금노예를 춤추는 파루흐 루지마토프

 

 

 

 

이후 이고리 콜브가 추는 황금노예도 몇 번 봤다. 마린스키에서도 봤는데 그 역에는 콜브도 잘 어울렸다. 이국적 캐릭터 댄스를 많이 추는 이슬롬 바이무라도프(콘다우로바의 남편)를 비롯해 다른 무용수들이 추는 것도 봤는데 어쨌든 내 기억 속에서 최고의 황금노예는 역시 파루흐 루지마토프였다.

 

이번 마린스키에서 본 공연은 다닐라 코르순체프가 황금노예를 춘다고 해서 무척 기대를 하고 갔다. 좋아하는 무용수이기도 했고, 이날 포킨의 밤 세 개 레퍼토리 출연진들이 사실 그렇게 시선을 사로잡는 사람들은 아닌 편이어서 이 사람이 제일 유명했고 그 중에선 제일 좋아하는 무용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지그프리드나 솔로르는 꽤 좋았던 것이다. 조바이다 역의 알리나 소돌레바는 그날 이 역 데뷔라고 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쇼피니아나와 불새 이후 시차로 인한 졸음은 많이 달아났고 언제나처럼 마린스키 오케스트라가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이 곡을 연주하기 시작하는 순간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무대 미술은 여전히 쇼킹하고 아름다웠다. 박스트의 재능이 가장 화려하게 꽃핀 무대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발레를 봤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내가 나이가 든 걸까. 아니면 이제는 유튜브와 dvd 등 각종 루트가 넘쳐나서 희귀성이 사라져서 그런 걸까. 아니면 그저 피곤해서일까. 여전히 발레는 아름답고 화려하며 음악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지만 그 마법같은 홀림은 어디로 간 것일까. 아니면 이건 지금 무대 위를 누비는 무용수들의 춤사위가 내가 생각하는 '그것'과는 다르기 때문일까?

 

공연이 나쁘진 않았다. 나름대로 좋았다. 하지만 세헤라자데가 무엇인가. 성적 매력이 넘쳐나는 발레다. 연인들의 춤이다. 그 성적 에너지는 파이널의 잔인한 살육으로 절정을 이루고 조바이다의 자살로 기나긴 여운을 남긴다. 난 언제나 이 발레가 잘 포장된 오리엔탈리즘으로 무장한 일종의 아름다운 포르노, 어떤 관점에서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섹스와 죽음, 이 두 축이 우아하게 결합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뭐 로미오와 줄리엣도 약간 비슷하긴 하지만, 그 작품은 세헤라자데와는 표현 양태가 다르니까) 사실, 세헤라자데를 보는 것은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오르가즘과 작은 죽음을 함께 경험하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에 본 세헤라자데는 좀 실망스러웠다... 무엇보다도 그건 중심 인물인 조바이다와 황금노예의 춤이 밋밋했기 때문이다. 다닐라 코르순체프는 믿음직한 왕자였고 이국적이며 근사한 솔로르였지만 황금노예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았다.

 

황금노예는 일반적인 레퍼토리의 왕자나 귀족 같은 남자 주인공과는 많이 다르다. 심지어 해적의 노예 알리와도 다르다. 안무가인 포킨이 이 역을 니진스키에게 주었던 이유는 그가 발레 뤼스의 최고 스타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그 성격이 니진스키와 잘 맞았기 때문이다. 니진스키는 단 한번도 완벽한 마초나 남성성 강한 역에 어울린 적이 없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황금노예는 반 인간, 반 짐승이며 완벽하게 거친 남성이라기보다는 양성성을 지닌 존재였다. 그 황금노예는 민활하고 우아하면서도 야수처럼 뛰어오른다. 그는 조바이다의 욕망의 대상이며 그 순간 어둠 속에서 그를 지켜보는 모든 관객들의 욕망의 대상이 된다. 내 개인적 취향으로는 거기 가장 잘 맞았던 건 파루흐 루지마토프의 춤이었는데 그가 무대에 올라와  그 역을 추는 순간이면 극장 전체를 뒤덮은 어둠이 황금빛 불꽃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영상으로는 그 카리스마와 매력을 완전히 전할 수가 없다.

 

코르순체프는 물론 좋은 무용수이다. 지난 소치 올림픽 개막식 때 나타샤 로스토바의 무도회에서 안드레이 공작 역으로 등장하기도 했고. 그런데 이 사람은 너무 건장하고 멋있는 남성적 무용수였다. 카르멘에서 호세를 출 때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지만 막상 황금노예를 추기 시작하자 매력이 사라졌다. 그는 힘세고 강하고 멋진 남자, 여자 무용수를 지지해주는 믿음직한 연인, 훌륭한 파트너일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황금노예는 아니었다. 그 역의 우아함, 양성성, 흑표범 같은 민활함이 모자랐다. 이 사람이 나이가 꽤 들긴 했지만 그것 때문이라기보다는 본원적 스타일 때문인 것 같았다. 

 

그는 멋진 지그프리드였고 꽤 용서해 주고 싶은 솔로르였지만 조바이다와 관객으로 하여금 안기고 싶고 내것으로 만들고 싶은 갈망을 느끼게 하는 황금노예는 아니었다. 전에 마린스키에서 해외(영국인지 미국인지)로 발레 뤼스 투어 가서 이 사람이 황금노예 춘 무대에 대해 올라온 어떤 기사를 봤는데 거기서는 코르순체프가 아주 멋지고 섹시했다고 칭찬하고 있었다. 글쎄, 코르순체프는 멋지고 섹시하다. 그건 맞다. 하지만 황금노예로서 멋지고 섹시한 건 아니었을 것 같다. 그냥 이 사람으로 멋지고 섹시한 거다. 키 크고 반듯하고 이국적이고 건장하고 잘 추는 무용수니까.

 

아... 황금노예와 조바이다의 아다지오가 밋밋하다니 섹시하지 않다니... 전율이 모자라다니 ㅠㅠ 이럴수가... 너무 슬프다.

 

조바이다 역의 알리나 소돌레바는 처음 추는 거라서 그런지, 아니면 요즘 마린스키 신진 무용수들이 많이 그런 것처럼 그냥 이래도 잘 통하게 된 건지는 모르겠다만 역시 상체가 밋밋하고 팔을 너무 파닥거렸다. 내가 워낙 마할리나나 아실무라토바, 자하로바의 팔동작에 익숙해서인가.. 아니면 젊어서인가. 조바이다의 섹시함, 버들가지 같으면서도 채찍처럼 유연하고 강렬한 느낌이 없었다. 둘이 열심히 추는데 역시나 코르순체프가 많이 리드해 주고.. 사랑의 아다지오, 혹은 욕망의 아다지오라기 보다는 열심히 추는 아다지오여서 아쉬웠다.

 

그래도 음악과 오리지널의 힘이란 강력한 것이어서 나중에 조바이다 죽을 때 무척 불쌍했다 ㅠㅠ 보다가 욕했다. 술탄 이 자식, 여자가 저러면 좀 살려주지. 노예야 연적이니 죽였다 치더라도 ㅠ.ㅠ (역시나 주인공 과도이입...)

 

...

 

전에 얘기했듯 이날 찍은 사진들 전부 손상돼서 무대 사진이 없다 ㅠ.ㅠ

 

돌아오니 4월 25일에 다시 이 공연이 올라가고 캐스트가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였기 때문에 피눈물을 흘리며 슬퍼했다. 흑흑....

 

오늘 그들의 아다지오 클립이 유튜브에 올라와서 봤다. 그것도 좀 있다 링크할 예정. 이 둘도 런던 투어 때 한두번 춰보고 마린스키에선 이게 첫 공연이라 그런지 둘이 좀 마음이 급해 보이긴 했다. 몇번 더 춰보면 여유가 생겨서 섹시한 아다지오를 출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슈클랴로프가 코르순체프보다는 그 역에 더 어울렸다 ㅠ.ㅠ 얜 또 반대로 너무 소년 같아서 조바이다를 리드한다기보다는 예쁘고 귀여운 연하 노예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 위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전에 러시아 일기에 연재했던 글 중 세헤라자데와 니진스키에 대해 썼던 글

http://tveye.tistory.com/14 (과거에서 온 환희의 아름다움 - 니진스키의 사진 앞에서)

 

** 루지마토프와 자하로바, 슈클랴로프와 테료쉬키나의 세헤라자데 영상 클립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2777

 

**  이 날 사진들이 날아갔으므로 파루흐 루지마토프의 황금노예 사진들 몇 장 더. 전에 올렸던 것들도 있지만 그냥 같이 올려본다. 맨 아래 몇 장은 슈클랴로프와 테료쉬키나가 전에 런던에서 췄을 때 컷.

 

 

 

뱌체슬라프 코바 라는 조각가의 루지마토프 조각상. 워낙 이 사람이 황금노예로 유명하니 이걸로 조각한 게 아닐까 싶다. 나도 저거 갖고 싶다 ㅠ.ㅠ

 

 

 

 

 

 

 

 

 

율리야 마할리나와 함께.

 

아래 세 컷은 테료쉬키나와 슈클랴로프. 테료쉬키나는 동양적 외모라 그런지 조바이다 분장했을 때가 제일 예쁜 것 같다.

 

 

 

 

예쁘긴 정말 예쁜 슈클랴로프의 황금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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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올렸던 3월 29일 마린스키 극장 '미하일 포킨의 밤' 리뷰 이어서. 두번째 작품이었던 불새에 대한 간단한 리뷰.

 

어제도 언급했지만, 출연진은 아래와 같다.

 

- 율리야 스체파노바(불새), 이반 시트니코프(이반 왕자), 예카테리나 미하일로브체바(천상의 미녀 차레브나), 바딤 벨랴예프(불사의 카쉐이)

 

고백하자면 러시아 민화 '이반 왕자와 불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이고 바스네초프의 그림도, 이 발레를 위한 박스트의 무대 미술과 의상도 모두 좋아한다. 그리고 '이반 왕자와 불새, 회색 늑대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썼던 글들의 중요한 모티프가 되기도 했다. 전에 러시아 일기를 연재할 때 이 이야기에 대한 글을 쓴 적도 있었다. (링크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16 )

 

그래서 옛날에 맨 처음 마린스키에서 이 불새를 보러 갔을 때는 너무 설레서 잠이 안 올 지경이었다. 이미 포킨과 니진스키 관련 서적에서 닳도록 봤고 박스트의 화보 카피도 오려서 간직하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마린스키에서 샀던 화보집에 나오는 안드리스 리에파와 율리야 마할리나의 화보도 너무 아름다웠던 것이다.

 

아쉽게도 발레 자체는 그때 큰 감명을 주지 못했다. 이 발레는 무엇보다도 미술과 음악이 더 강력한 작품이었다. 박스트의 미술도 그렇고 스트라빈스키의 음악도 그랬다. (개인적으로야 스트라빈스키가 발레 뤼스를 위해 작곡한 곡들 중에선 페트루슈카를 좋아하지만) 일단 춤이 너무 적었고 이반 왕자와 불새 이야기에 다른 민담들이 결합되어서 그런지 원래 이야기의 강렬한 매력이 많이 사라져 있었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이반 왕자와 천상의 미녀 공주님이 춤추기 시작하면 급속도로 지루해진다 ㅠ.ㅠ 어쩔 수 없는 나의 아다지오 공포증인가...)

 

이후에도 이 발레는 몇 번 더 봤고 영상도 몇 가지 버전을 가지고 있어서 꽤 많이 돌려봤다. 이 발레는 발레 자체가 매력적이어서라기보다는 내가 쓰고 있던 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내 글에서는 소련 시절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주인공이 불새를 새롭게 안무하고 춤추는데 이로 인해 몇 가지 사건이 일어난다) 돌려볼 때마다 음악과 각 인물들의 춤, 무대 등등을 열심히 조각내 보기도 하고 각종 상념에 잠기곤 했다.

 

어쨌든 영상으로야 자주 봤지만 무대를 다시 보는 건 진짜 오랜만이었다. 거의 7~8년은 된 것 같다. 안드리스 리에파가 90년대 중반에 이 작품을 마린스키에 다시 올린 이후 무대 미술과 의상은 거의 변함이 없는 듯 했다.

 

오랜만에 보니 좀 흥분도 됐지만, 안타깝게도 어제 쇼피니아나 얘기했을 때 언급했듯 이때 나는 시차와 졸음으로 너무너무 괴로웠다. 막간에 귤도 까먹고 초콜릿도 먹고 복도를 걸어다니면서 열심히 잠을 쫓았지만 역시나 공연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자 유체이탈 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불새가 나올 때는 열심히 봤지만 역시 불새가 사라지고 이반 왕자가 마법에 걸린 천상의 미녀 공주(난 대충 천상의 짜레브나라고 부른다만)와 그 시녀들을 만나 춤추기 시작할 때쯤 되자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나도 마법에 걸렸나, 내 몸도 불새처럼 하늘로 사라지는 것 같구나'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불사의 마법사 카쉐이와 그의 졸개(ㅋㅋ) 괴물들이 나오자 근사한 무대 미술과 카쉐이의 마임 덕에 그때부터는 잠도 달아나고 좀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이 발레는 정말 의상과 무대 미술 하나만으로도 직접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이건 나중에 얘기할 라트만스키의 '곱사등이 망아지'도 마찬가지다) 불새의 화려한 의상도 그렇고 황금 사과가 열리는 정원도 그렇지만 최고는 역시 카쉐이와 괴물들, 그리고 우중충하고 어둡고 그로테스크한 무대 조명과 배경이다. (이게 혹시 내 개인적 취향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난 언제나 날개를 퍼덕이며 무시무시하게 날아다니는 로트바르트 지지자였기 때문에^^;) 이때쯤부터는 스트라빈스키 음악도 꽤나 박진감 넘치고 근사하게 변환되기 때문에 오케스트라 연주로 들으면 잠도 깨고 꽤 좋아진다.

 

사실 이번에도 유체이탈 가신 후에는 공연 보는 내내 발레 자체라기보다는 음악과 전개 과정에 집중하며 내가 만들어냈던 리브레토와 각 동작들을 연결시켜 보았다. 그건 뭐 리뷰에 적을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고.

 

이건 사족이지만 난 항상 이 발레 마지막 장면이 생뚱맞게 느껴졌다. 불새의 도움으로 이반 왕자가 카쉐이를 처치한 후 막이 내렸다가 다시 올라간다. 어둠이 사라지고 만다라 형태의 햇살이 퍼져나가는 둥글둥글하고 동화적인 꿈의 왕국이 나타난다. 마법에 걸렸던 시녀들이 멋진 보가뜨이르(기사)들과 하나하나 커플이 되고, 러시아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이반 왕자와 천상의 짜레브나가 결혼하며 즉위하는 모습으로 끝나는 것이다 (춤은 전혀 없음) 이 장면은 꽤나 비현실적이고 그 꿈의 왕국은 어딘가 탱화를 연상시킨다. 뭐 원래 박스트가 처음에 불새를 디자인할 때도 여자 불상 같은 느낌이었고, 러시아 미술관에 걸려 있는 이 사람의 '고대의 공포'라는 그림을 보면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불상이 나오긴 한다. 발레 뤼스도 이래저래 오리엔탈리즘을 응용한 작품이 두어 개 있었고.

 

하여튼 그 마지막 장면이 꽤나 '응?' 하는 느낌이라 전에 썼던 글에서도 내 주인공은 그 장면을 해피 엔딩을 가장한 풍자와 비극으로 전환시켰다. 이번에 볼때는 혹시 다른 느낌일까 했는데 역시나 또 그랬다. 아마 내가 삐뚤어졌나 보다 :)

 

무용수들에 대한 아주 짧은 메모들.

 

불새 역의 율리야 스체파노바는 괜찮았다. 요즘 마린스키의 젊은 무용수들 중 상당히 괜찮다는 평을 듣고 있는데 나도 주역 무대는 처음 봤다. 원체 내가 처음 봤던 불새가 마할리나, 니오라제 같은 베테랑 스타들이라 그런 원숙함은 없었지만 나름대로 신선했고 불새다웠다.

 

이반 왕자 역의 시트니코프는 처음 보는 무용수였는데 사실 이 발레가 이반 왕자 춤은 별로 볼 게 없다... 어쩌면 천상의 짜레브나와 추는 아다지오가 중요했던 건지도 모르겠는데 그때 나는 안드로메다에 가 있었기에 ㅜ.ㅜ 그리하여 천상의 짜레브나 역의 미하일로브체바 춤도 기억이 잘 안 난다. 미안해요 이반 왕자, 천상의 짜레브나 ㅠ.ㅠ 하지만 고백하자면 그 옛날 꽤나 꽃미남이었던 빅토르 바라노프가 이반 왕자를 춘 걸 봤을 때도 그 아다지오는 기억에 없다고요...

 

솔직히 말해 제일 근사했던 건 불사의 카쉐이, 그로테스크한 노인 마법사 역의 벨랴예프였다. 마임도 좋았고 팔다리를 뒤틀며 느릿느릿 움직이는 동작도, 무시무시한 분장 속에서 가끔 드러나는 코미디도 좋았다. 갈채도 많이 받았다. 커튼콜 때도 이 사람은 역시나 느릿느릿, 마법사답게 인사를 해서 더 갈채를 받았다.

 

이 날 마지막 레퍼토리였던 세헤라자데에 대한 리뷰는 또 내일... 이게 보자마자 올렸어야 했는데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아무리 당일 메모를 남겨놨다 해도 휘리릭 한꺼번에 쓰는 게 잘 안되네.

 

사진은 없다. 아깝다, 불사의 카쉐이와 괴물들 사진들 ㅠ.ㅠ 날아간 사진들아.

 

그래서 아쉬우니 이 날 공연은 아니지만 불새 화보들 몇 장.

 

 

이건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 불새 역.

 

 

 

이건 오리지널. 미하일 포킨과 타마라 카르사비나. 물론 지금 공연의 의상은 저 의상들과는 다르다. 저땐 불새 의상이 치렁치렁했지만 지금은 위의 콘다우로바 사진처럼 새빨간 색의 화려한 튀튀로 바뀌었다.

 

 

 

레프 박스트의 불새 의상을 위한 일러스트.

이것보다 더 유명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러스트는 바로 아래.

 

 

아주 좋아하는 그림이다. 너무 좋아해서 작년에 페테르부르크 갔을 때 로모노소프 도자기 샵에 이 일러스트를 넣은 (싸지 않은) 찻잔을 발견하고 질러버렸다. 요즘도 가끔 거기 차 마신다 :)

 

*  박스트가 그린 천상의 짜레브나 의상 일러스트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484

 

 ** 참고로 짜레브나는 짜르의 딸, 즉 공주/황녀란 뜻. 짜레비치는 왕자/황자란 뜻이다. 그래서 이반 왕자는 이반 짜레비치라고 한다 :)

 

*  위에 잠깐 언급했지만, 이반 왕자와 불새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16

 

*  마린스키에서 처음 발레 봤던 얘기는 여기(이 얘기 잘 보면 슈클랴로프 처음 봤던 얘기도 나옴. 그땐 예브게니 이반첸코 대신 나왔다고 툴툴댔었음) : http://tveye.tistory.com/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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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4. 7. 05:04

마린스키 백조의 호수 보고 옴 dance2014. 4. 7. 05:04

  

 

이제 화요일이면 돌아간다. 마린스키 신관에서 백조의 호수 보고 왔다.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마지막 공연. 

 

리뷰는 나중에 다 같이...

 

이번에 머무는 동안 마린스키 구 극장에서 포킨 발레의 밤(쇼피니아나, 불새, 세헤라자데), 실비아 를 봤고

마린스키 신관에서 곱사등이 망아지, 백조의 호수,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에서 라 바야데르를 봤다.

 

언제 또 이렇게 공연들을 볼 수 있을까 싶다. 아쉬운 거라면 돈키호테를 못 봤다는 것. 일정이 도저히 맞지 않았다. 그리고 4월 하순에 올라오는 포킨의 밤에는 슈클랴로프가 황금노예를 추는데 정말이지 그거 보고 싶다 ㅠ.ㅠ

 

 

 

마린스키 신관의 아름답고 화려한 크리스탈 장식들..

 

 

매우 번졌지만 그래도 오늘 공연 커튼 콜 사진 한 장.

 

신관은 좀 윗자리 앉아도 앞이 가려지지 않는다. 공연들 보느라 파산 지경인데다 백조는 다른 공연보다 비싸서 좀 윗자리 끊어서 갔다.

 

오늘 백조는 옥사나 스코릭. 지그프리드는 볼쇼이 발레단의 데니스 로지낀. 지금 마린스키 발레 페스티벌 기간이라 초청 무용수로 왔는데 마린스키 버전은 그리고로비치 버전과 다르기 때문에 좀 삐끗하는 면이 있었고 마린스키 특유의 포즈라든지 우아한 라인은 좀 부족했지만 여튼 이 사람 도약과 탄성이 좋았다. 스코릭은.. 음... 테크닉은 나쁘지 않았지만 역시 로파트키나에는 비교가 안된다...

 

그래도 로트바르트를 콘스탄틴 즈베레프가 춰서 볼만했다.

 

하여튼 리뷰는 나중에.

 

 

 

신관 사진 한 장 더. 이건 지난주에 곱사등이 망아지 보러 갔을 때 찍은 것. 오늘 하루종일 비 오고 아주 꿀꿀한 날씨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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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마린스키 발레 페스티벌 개막. 개막작은 프레드릭 애쉬튼의 실비아. 마린스키에서는 초연.

 

별로 좋아하는 레퍼토리는 아니지만(춤이 너무 적고 리브레토가 단순해서) 이 공연을 보러 간 이유는 슈클랴로프가 남자 주인공을 추기 때문이었다. 다른 작품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일정이 그렇게 안됐다.

 

자세한 리뷰는 나중에 몰아서...

 

어쨌든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춤이 적어도 미모가 뛰어나면 다 커버된다!!!

 

두 문장으로 정리하면...

 

실비아도 오리온도 디아나도 에로스도 안 보여, 잠자는 미녀처럼 누워 있는 재미없는 남자 주인공의 미모 밖에 안 보인다. (= 팬의 콩깍지)

 

그냥 한 마디로는 :

 

얘는 참 이쁘다

 

... 현장 반응은 좋았고 브라보도 많이 나왔다. 위의 두번째 문장은 살짝 농담이고.. 사실 춤은 테료쉬키나의 실비아 원맨쇼나 다름없었다. 이 레퍼토리가 워낙 그래서... ㅠ.ㅠ 테료쉬키나야 물론 잘 췄다. 그래도 콩깍지 낀 팬은 귀엽고 반듯한 그 남자 파트너만 보고 있었다 ㅠ.ㅠ

 

앞자리에 앉았는데 끝나고 주역들이 커튼 밖으로 나와 인사해서 몇 장 건졌다. 화질은 별로지만 그래도 두 장만 먼저 올려본다.

 

 

슈클랴로프만 보고 찍었더니 테료쉬키나 자세가 저렇게 ㅠ.ㅠ 하지만 중요하지 않아 :)

 

 

여주인공 실비아보다 남주인공 아민타가 더 이쁘니 이를 어쩌면 좋은가 ㅠ.ㅠ 콩깍지가 좀 심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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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4. 3. 31. 02:08

막간 dance2014. 3. 31. 02:08












막간. 예르쇼프의 원작 동화는 여러 민담을 짜집기한 것인데 라트만스키의 발레는 꽤나 코믹하고 무대미술 때문인지 모던하다. 이반이 귀엽네, 저걸 슈클랴로프가 추는 걸로 보면 얼마나 귀여웠을꾸..

이고리 콜브의 시종장은 신데렐라의 새엄마와 비슷한 역이다, 안무도 비슷하다. 같은 안무가라 그런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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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마린스키 신관. 2층 4번째열. 앞에 머리 큰 사람이 앉지 않아야 하는데..

'곱사등이 망아지'는 무대로 처음 보는 거라 매우 기대. 이반은 막심 쥬진, 여왕은 아나스타시야 콜래고바, 곱사등이 망아지는 블라지미르 슈마코프. 시종장은 이고리 콜브. 주인공보다 악당이 더 유명하네 :) 슈클랴로프가 이반을 추는 무대라면 참 좋겠지만 이것도 감지덕지..

마린스키 신관의 저 깃털 막은 역시 다시 봐도 근사하다.

동화가 원작이라 아이들이 무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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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3. 12. 12. 20:01

마린스키 극장의 코트 보관소 russia2013. 12. 12. 20:01

 

 

지난 9월. 바흐치사라이의 분수 보러 갔을 때.

이건 오리지널 마린스키 극장의 코트 보관소이다. 신관은 코트 보관소가 지하에 있는데 가로로 길게 탁 트여 있고 직원들도 매우 젊고 예쁜 남녀로 구성되어 있다. 구 극장은 이렇게 복도 구석구석에 코트 보관소(가르제로브)가 있고 주로 할머니들이나 중년 아주머니들이 일하신다.

아무리 신관이 근사하고 멋져도 오래된 극장의 정취에는 어떤 것으로도 바꿀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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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3. 11. 12. 21:46

마린스키 극장 신관 외부 전경 russia2013. 11. 12. 21:46

 

 

지난 9월 페테르부르크에 다시 갔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마린스키 신관에 대한 궁금증도 아주 큰 이유였다. 일주일 간의 짧은 기간 중 구 마린스키 극장에서 바흐치사라이의 분수,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마린스키 신관에서 신데렐라, 이렇게 3개의 발레를 봤다.

마린스키 신관 다녀온 후기를 자세히 올리려 했는데 돌아와서는 너무 바빠서 못 올렸다. 극장 간 당일에만 잠깐 메모를 올렸었다. (http://tveye.tistory.com/2343)

저 3개의 발레 후기도 올리려고 했는데 이미 11월이 되어버렸다...

마린스키 신관 외부 전경만 먼저 올려본다. 이날은 마린스키 구 극장 간 날이었지만 조그만 운하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바깥 구경 갔었다.

신관은 꽤나 엄격해서 공연 시간 1시간 전쯤에야 입구를 통과할 수가 있다.

 

 

왼편은 구 마린스키, 오른편이 신관. 오리지널 마린스키 극장이 이름 그대로 푸른빛 도는 녹색의 고풍스러운 건물이라면 신관의 시그니처 컬러는 호박색이다. 내부도 호박색 대리석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다 좋은데... 마린스키란 뜻 자체가 바다색 푸른빛이란 뜻이잖아 ㅠㅠ 어쩐지 아쉬웠다. 마린스키의 시그니처 컬러는 푸른색이거늘.. 볼쇼이는 붉은색, 마린스키는 푸른색. 모스크바는 붉은색, 페테르부르크는 푸른색...

 

 

 

 

이게 입구. 구관과는 달리 현관부터 검색대가 있다.

그리고 구관과는 달리 신관은 안내원과 코트보관소 직원들도 모두 아주 젊고 예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음. 남자고 여자고 모두 모델처럼 예뻤다. 구관 안내원들은 극장에서 오래 일하신 할머니들이 많은데..

 

 

꽤나 현대적인 스타일로 지어진 마린스키 신관. 그러나 까다롭고 고집세고 자신들의 문화예술 전통에 대해 자부심이 강한 페테르부르크 시민들 중에는 '신관은 극장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단다. 하긴 나도 신관은 멋지고 호화롭고 근사한데다 무대도 공연 보기 좋게 되어 있긴 하지만 어쩐지 '마린스키'는 아닌 듯한 느낌을 받았으니까. '나의 마린스키는 이렇지 않아'란 느낌일까.

그래도 공연을 올리는 극장으로서는 괜찮았다. 신데렐라처럼 현대적 발레에는 어울렸다. 그러나 이 극장 무대에서 백조의 호수나 지젤을 보면 뭔가 기분이 이상할 것 같다.

 

 

이건 안쪽의 아티스트 출입구.

 

 

이건 신관에서 공연 보고 나오면서, 맞은편 구 마린스키 극장.

 

 

공연 보고 나와서, 신관 창문 너머로 들여다본 내부. 관객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나중에 내부 사진 제대로 올려보겠다. 아주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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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3. 6. 18. 09:22

아침부터 가고 싶게 만드네 arts2013. 6. 18. 09:22

 

 

아침에 메일 박스를 열었더니 마린스키 뉴스 레터가 와 있었다. 니벨룽겐의 반지 시리즈가 이렇게 ㅠ.ㅠ 사진만 봐도 엄청나게 가고 싶도록 만들었네. 

가고 싶다,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신관에서는 오페라 ‘왼손잡이’를 공연한다고 하고. 신관 구경해 보고 싶다. 백야축제도 가고 싶고... 무엇보다도, 마린스키 무대에서 다시 발레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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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2. 11. 6. 12:24

슬프게도 공연은 하나밖에 못 봤다 russia2012. 11. 6. 12:24

다른 나라도 비슷하겠지만 러시아는 보통 여름에 유명 극장이 해외 투어를 떠나거나 백야축제 등 페스티벌 공연이 종종 있을 뿐, 진짜 시즌은 가을부터 시작된다. 물론 정말 볼만한 공연들은 한겨울에 많다.

공연 때문에 사실 10월에 가고 싶었지만 우중충한 날씨를 견딜 자신이 없어 9월에 갔었다. 역시나 날씨를 위해 공연을 희생한 결과가 되었다. 마린스키 시즌도 9월 중순에 시작했고(이건 모스크바의 볼쇼이도 마찬가지) 발레는 듬성듬성 있기 때문에 일정이 맞는 게 '라이몬다'와 현대발레 모음 밖에 없었다. 후자를 선택했다. 출연진도 좋았고 젊은이와 죽음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여튼 그래서 공연은 아주 잘 보고 왔는데 너무 아쉬웠다. 가는 곳마다 여기저기 붙어 있는 공연 광고판. 석유재벌의 후원으로 엄청나게 삐까해진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의 새 공연들(마린스키, 힘내!!),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의 새 공연들, 그 외에도 신문과 잡지 문화면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어느어느 극장들의 새 공연들. 무엇보다 마린스키 공연들... 모두가 그림의 떡이었다. 뭐 계속 남아 있었어도 티켓값이 이제 너무 비싸서 몇개 보지도 못했을 것 같기도 하다만..

위의 사진은 그리보예도프 운하변에 붙어 있는 공연 광고들. 저 운하의 골목으로 들어가면 미하일로프스키 극장과 루스키 무제이 등이 있는 예술광장이 나온다. 하염없이 침만 흘렸다.

 

이건 마린스키 극장 벽에 붙어 있는 광고. 뭐냐면... 바로 니벨룽겐의 반지 시리즈!!!

9월 26일부터 4일간 연달아 올라가는 공연이었는데 물론 일정이 맞지 않았다. 그리고 멋있는 바그너 오페라이긴 하지만 저질 체력으로 4일동안 앉아 볼 자신은 차마 없었다. 발레라면 보겠는데 역시 오페라는 계속 앉아 보는게 좀 힘겹다 :)

그래도 너무 아까웠다.

 

페테르부르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연 광고 원주. 이건 마린스키 앞에 있던 것. 물론 마린스키 공연 일정표가 붙어 있다. 이번 가을이 230번째 시즌이었다. 위의 파란색 커튼 문양이 바로 마린스키 극장 상징. 팸플릿에도 저 그림이 인쇄되어 있다. 그래서 저 그림만 보면 가슴이 뛴다.

 

 

230번째 시즌이라고 붙어 있다. 내가 본 것은 3번째에 있는 '카르멘, without, 젊은이와 죽음' 이었는데 젊은이와 죽음은 롤랑 프티의 초연을 그대로 재현했고 슈클랴로프와 콘다우로바가 정말 멋지게 춤춰서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나중에 리뷰를 따로 올려보겠다. 사실 젊은이와 죽음이야말로 필름이긴 하지만 내가 제일 처음 본 발레다. 영화 백야 때문에 :) 그때 엄청나게 충격받으며 봤었는데, 지금은 바리시니코프 버전보다는 누레예프 버전과 이번에 본 마린스키 재현 버전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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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