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일요일 밤 : 생일, 뜬금없는 꿈, 헤드샷 커피, 사보이, 에벨, 비, 안좋았던 것도 있었음, 왕꿈틀이, 쿠야 2025 praha2025. 11. 3. 04:32

종일 그치지 않고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10월과 11월은 원래 비가 많이 오는 달이라 이 동네에선 거의 최악의 날씨라 어제까지 운이 좋았던 것이긴 하다만 하여튼 비 오는 날씨는 싫다. 우리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라 진짜 더운 때 빼고는 비오면 피곤하고 우울하고 기분이 가라앉는다. 오늘은 기분이 가라앉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돌아다니기가 너무 힘들어서 그게 안 좋았음.
오늘은 내 생일이었다. 일요일이라 미팅도 없어서 자유시간이었다. 비오는 것치곤 그래도 여기저기 다녔다. 주요 지점인 헤드 샷 커피랑 사보이, 에벨 얘기는 폰으로 따로 올렸다. 그래서 오늘 메모는 다른 자질구레한 것들 모음.
오늘도 시차 때문에 새벽 3시 반에 깨버렸고 두어 시간 가까이 못 자다 간신히 새잠이 들었지만 전반적으로 수면은 부족한 상태였다. 그런데 아침 꿈에서 제이홉과 슈가가 등장했다. 나는 BTS 팬도 아니고 노래도 몇 곡 외엔 모르고 심지어 몇 년 전에 쥬인이 멤버들을 아무리 가르쳐줘도 그들을 분간하는데 한참 걸렸다. 오로지 제일 잘생긴 뷔와 특이한 RM만 한방에 구분할 수 있었다. BTS 팬들에게 돌 맞을 소리지만, 지민과 정국도 첨에는 헷갈렸다. 간신히 ‘입술 도톰한 애’, ‘좀 부리부리한 것이 장동건 느낌 나는 애’로 구분하게 되었다. 그리고 제이홉과 슈가는 더욱더 헷갈렸고 특히 제이홉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쥬인은 나에게 “토끼야 네가 ‘쟤는 누구야?’ 라고 하는 애는 거의 90%는 제이홉이라고 생각하렴” 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왜 아침 꿈에서 내 취향 상 제일 멋있고 잘생긴 뷔도 아니고 제이홉이 나왔지... 그것도 우스운 게 첨엔 제이홉이었는데(꿈에서도 쟤 누구야? 하고 물어봤음) 나중엔 슈가로 변했다. 같이 경사가 가파른 내리막 언덕 같은 곳을 내려가는 꿈이었는데 그 친구가 첨엔 제이홉이었다가 언덕 내려가는 과정에서 슈가로 변했다. (어쩌면 꿈에서도 내가 얘들을 분간 못해서 그랬던 건지도 몰라. 원래부터 슈가였는데 내가 착각했던 건지도) 하여튼 우리는 서로를 잘 부축해주었음. 뭐지, 나 이거 로또 사야 되는 건가? 근데 프라하에서는 복권 어디서 팔지? 흑흑, 이미 오늘이 다 지나서 효력 없어졌나.
생각해보니 간밤 자기 전에 인스타 알고리즘에서 옛날 잘생긴 연예인들과 요즘 잘생긴 연예인 얼굴 비교 피드가 알고리즘에 떴는데 원빈, 고수 뭐 이런 애들과 요즘 애들이 나왔다. 아무리 봐도 원빈, 정우성 등 옛날 애들이 더 깎아놓은 듯 잘생겼다고 생각하다가(차은우도 잘생겼지만 별로 딱 내가 좋아하는 미남상이 아님) 뷔가 나왔을 때 ‘아, 얘는 그래 정말 잘생겼다’라고 인정하는 마음이 들었는데 그래서 꿈에 BTS가 나왔나봄. 아니 그러면 뷔가 나왔어야 되는데 왜 제이홉이랑 슈가가 나온 거지... 뷔가 나왔다면 진짜로 프라하에서 복권 파는 곳을 뒤져서 샀으려나...
(추가 : 위에 애들 적으면서 이상하다 누구 한명 빠진 거 같은데 누구지... 하다 보니 진이네. 진도 잘생겨서 빨리 분간했던 앤데 ㅎㅎㅎ)
조식을 먹은 후 방에서 좀 쉬다가 헤드 샷 커피 프란티슈칸스카 지점에 가서 책을 읽으며 차를 마셨다. 바로 근방의 락 메탈 의상 파는 곳에 가서 보위 티셔츠 2탄을 득템하려고 했는데 일요일이라 문이 닫혀 있었다. 사보이는 2시 예약이고 비가 왔기 때문에 시간이 애매해서 방에 다시 돌아와 좀 쉬다가 1시 반 좀 안되어 다시 나갔다. 바츨라프 광장 정류장에서 트램 9번을 타고 우예즈드에서 내려 사보이에 갔고 비엔나 슈니첼로 생일 점심을 잘 먹었다.
다시 우예즈드에서 트램을 타고-비가 오니 레기 교를 걸어 횡단하기 어려웠음- 나로드니 트르지다에서 내렸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숙소, 왼쪽으로 가면 에벨인데... 원래는 비가 오니까 테스코 수퍼랑 세포라, 마뉴팍투라 등에 들러 이것저것 사고 숙소로 돌아가 바에 들러 칵테일이나 한 잔 할 생각이었는데, ‘생일인데 케익 못 먹었다’, ‘어차피 배부르니 케익은 못 먹는다’, ‘차는 아침에 마셨고 그럼 카페라떼라도 맛있는 걸 마시자’라는 마음에 카페 에벨까지 쭉 걸어갔다. 그 얘기도 따로 썼음.
에벨에 갔다가 숙소까지 돌아오는 길은 힘들었다. 비가 계속 와서 돌길이 미끄러웠다. 우산을 들고 다니는 것도 힘들었고... 심지어 숙소에 거의 다 와서 바츨라프 광장에서 슈테판스카 거리로 꺾으려는데 웬 주정뱅이 미친놈이 앞을 가로막으며 자꾸만 ‘곤니치와, 곤니치와’ 하며 수작을 걸고 위협을 했다. 팔을 휘두르며 내 앞을 자꾸 막아서서 좀 무서웠지만 모른 척하고 피해서 발걸음을 빨리 해 벗어났다. 잠깐이긴 했지만 무서웠고 슈테판스카 거리로 접어들어 숙소 쪽으로 걸어가는데 뒷목덜미에 소름이 돋아 있었다. 진짜 미친놈들은 어디에나 있어... 여기는 워낙 관광지라 더 심하긴 하다만. 이런 건 이십여년 전 카를교에서 수작을 부리며 둘러싸고 휘파람을 불던 영국 놈팽이들부터 시작해 십여년 전 구시가지 광장의 러시아 훌리간 등등 참 변하지 않는다.
방에 돌아오니 너무 속이 울렁거리고 피곤했다. 일단 슈니첼-카페라떼 순서는 딱히 소화가 잘 되는 조합이 아니기도 했고, 오늘이 붉은 군대 절정의 날이라 사실 몸이 안 좋았다. 아침 약을 9시 좀 안되어 먹었으니 점심 약은 사보이에서 슈니첼 후 먹었어야 했는데 이걸 놓쳤다. 그래서 두통과 울렁거림이 엄습함. 게다가 에벨에서 주문을 기다리는 동안 밖에서 괴로운 카나비스 냄새(..로 추정)가 끼쳐들어왔고 다른 손님들이 문을 닫았는데 그 냄새 때문에 속이 더 울렁거리게 된 것 같다. (이 동네는 여기저기 카나비스 가게들이 있다. 어제는 한식당 다녀오는 길에 보니 우리 호텔 맞은편 클럽과 카나비스 가게 앞에 족히 몇십명은 되는 젊은이들이 줄줄이 쭈그려 앉아 있었다) 아니, 이런 건 이렇게 우연히 곁에서 스쳐 지나가다 나의 의지란 1%도 없이 조금 살짝 주워 맡으면 기분이 좋아져야 하는 거 아닌가, 울렁거리고 머리만 아파 흑흑... 나는 왜 바른생활 토끼란 말인가. 도대체 이 토끼의 수호성인은 뭔가...
하여튼 그래서 바에 들러 칵테일 마시는 건 포기하고 소파에 기대앉아 창문을 열어놓고 찬 공기를 좀 쐬었다. 이후 좀 나아져서 샤워를 했고 약을 먹으려고 간단히 저녁도 먹었다. 점심을 늦게 워낙 잘 먹어서 저녁은 햇반, 볶음김치, 참치 먹음. 잠이 모자라서 너무 졸린다. 9시 쯤 잠자리에 들려는데... 이러면 또 새벽에 깨려나... 시차 적응될 때쯤 집에 가게 되겠지...
오늘은 8,492보. 5.1킬로. 트램 탔던 거 생각하면 비오는데 그래도 꽤 걸었다. 원래는 안 걸으려 했는데... 하여튼 이렇게 해서 생일이 지나갔네.
사진들 몇 장. 주로 헤드 샷, 사보이, 에벨 메모에 따로 올렸고 오늘은 비가 와서 그외 사진은 거의 못 찍음.

이건 우리 호텔 로비에서 지금 전시하고 있는 유리공예 작품들 중 하나. 근데 내 눈엔 ‘왕꿈틀이’ 젤리로 보임. 색깔이 딱 그렇다 ㅎㅎㅎ

나는 젤리도 안 좋아하고 왕꿈틀이는 더 안 좋아한다만.... 하여튼 아티스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나에겐 왕꿈틀이로 각인되어 버린 비운의 작품 ㅎㅎㅎ

에벨에 자리 나기를 바라며 주변 골목 돌면서... 시나고그는 예쁘긴 한데 이렇게 비오는 날씨의 요세포프는 좀 힘들다.

라떼 마신 후, 구시가지 광장을 가로질러 바츨라프 광장-숙소로 갔다. 틴 성당 첨탑도, 얀 후스도 비는 싫을 거 같다...

테스코 빨간 장미가 그래도 예쁘게 피어서 제법 생일 꽃 느낌이 난다.

코료만 데리고 다닌다고 왕 삐친 쿠야... 쿠야야, 오늘까지는 다 너랑 갔던 곳이었어... 낼부터는 너 데려갈게... 분명 쿠야가 제일 작고 귀여워서 동행하곤 했는데 코료가 더 작다는 사실 때문에 어쩐지 막내에게 사랑 뺏긴 큰애 처지가 된 거 같아... (쿠야야, 나도 그 마음 이해해 삐치지 마)
'2025 praha'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아침의 카페 슬라비아 (2) | 2025.11.04 |
|---|---|
| 11.3 월요일 밤 : 추워짐, 빡센 하루, 보르쉬가 힘을 주기를 (0) | 2025.11.04 |
| 자리는 못 잡았지만, 니콜라스 성당 처마 아래 (2) | 2025.11.03 |
| 생일 점심은 카페 사보이에서, 비엔나 슈니첼 (0) | 2025.11.03 |
| 비오는 날 우유뜨나하게 (2) | 2025.11.0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