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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둘째날. 겉으로는 내내 쉰 것 같은데 사실은 좀 피곤하고 힘든 하루였다. 몸이 계속 좋지 않아서 내일까지 아프면 병원에 가봐야 하나 싶다. 새벽에도 깼다가 다시 자고...
 
 
아침엔 너무 송신하고 피곤한 꿈을 꾸었다. 또다시 이상한 엘리베이터 꿈이었다. 엘리베이터가 목적 층으로 가지 않고 너무 위로 가거나 아래로 가거나 심지어 옆으로 가거나 온갖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혹은 아예 안 오는 꿈들을 자주 꿔왔는데 이번 꿈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을 눌렀는데 계속해서 올라가고 또 올라갔다. 150층을 넘어갔을 때 나를 비롯 동승한 모두가 공포에 질렸는데 '150층짜리 건물이 있어?' 라는 놀라움 때문이었고 어느새 359층이 찍히고 있어 너무 정신없고 무서웠다. 그때 나는 일종의 유체이탈이나 혹은 동시에 두곳에 존재하는 능력을 잠깐 갖게 되었고 다른 곳으로 가서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뭔가 액션인지 추리인지 그냥 노동인지 하여튼 뭔가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깼는데 잠이 좀 모자라고 피곤하고 머리가 아팠지만 차라리 깬 게 다행이다 하며 괴로워했다 ㅜㅜ 그리고는 업무 톡들이 단톡방에 마구 쏟아지기 시작해서 모른척하고는 있었지만 하여튼 깨버렸다. 
 
 
늦지 않게 깬 김에 에어컨 필터 커버 청소나 해야겠다 하고 기어나왔다. 침실 벽걸이 에어컨은 수월하지만 거실의 스탠드 에어컨은 예전에도 청소하다가 큰 낭패를 겪었는데 벗겨서 씻고 말린 커버를 도저히 끼울 수가 없어 끙끙대다 결국 아빠의 도움을 받았었다. 그때 아빠가 '거꾸로 끼우니까 안되지' 라고 하셨기에 이번엔 첨부터 방향을 잘 봐가며 커버를 빼냈고 열심히 씻어 말렸다. 그러나... 원래 끼워져 있던 방향대로 아무리 집어넣어도 딱 들어맞지가 않았다. 좁은 거실 모서리에 에어컨을 붙여 설치했기 때문에 파이프가 짧아서 에어컨 뒤로 손을 넣어 끼워야 하니 더 힘들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안되고... 힘을 써도 안되고 요령도 모르겠고... 결국 탈진해서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때 어떻게 끼우셨냐고 물어봤더니 점심 즈음 부모님이 들르셨다. 아빠가 필터 커버 끼우는 것을 보여주셨다. 아아아 나는 정말 바보였어. 커버 모서리만 맞춰서 끼우니까 안 맞고 안 들어가는 거였다. 맨끝부터 부드럽게 밀어넣어야 되는 거였다. 바보바보바보바보... 아빠가 시범을 보여주셔서 따라서 해보았다. 성공은 했는데 내년에 또 실패할 것만 같고ㅜㅜ 이것 때문에 엄마토끼 아빠토끼가 오셔야 하다니... (아침에 끙끙대다 안되는 김에 에어컨 청소기사를 부를까 하고 찾아보니 비싸서 포기했는데 아무래도 청소를 한번 맡기긴 해야 할 것 같다)
 
 
흑흑, 나는 정말 생활의 지혜도 모르고 요령도 없고 정말 이 나이가 되도록 이런거 하나 못한다 아아아아아아아..... 나는 정말 왜 이 모양 이꼴일까ㅜㅜ 전등도 잘 못 갈고 못도 못 박고 에어컨 필터 커버조차도 제대로 못 끼우고 샤워기 필터도 잘 못 간다. 아아아아 이 바보멍충이... 생각해보니 전에 빨래 건조대 올리고 내리는 것도 줄 방향을 제대로 못 잡아서 실패하곤 했지... 블라인드도 잘 못내려서 줄 끊어먹은 적도 있고... 내가 아무래도 생활지능이 좀 모자라는 게 아닐까 흑흑... 손재주 없는건 거의 앞발 수준이고ㅠㅠ 나는 정말 우렁이가 아주아주 필요한 인간인데 정말 어쩌면 좋아. 부모님께 너무너무 미안했다 흑흑... 
 
 
하여튼 아침에 안 끼워지는 커버를 붙들고 낑낑대느라 너무 탈진해서 웬만하면 아침 목욕을 하고서는 눕지 않는데 그대로 침대에 들어가 누워 버렸었다. 빈속에 기운을 쓴데다 더워서 목욕과 머리감기, 머리 말리기 후 기력이 다 없어져서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저녁에도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다가 이렇게 갑자기 탈력감이 들고 등이 결리고 다리가 후들거리며 땀이 나고 어지러워서 급하게 소파로 가서 에어컨 바람 앞에 앉아 있었다. 혹시 심장이 안 좋은가 혈압이 떨어졌나 하고 놀랐는데 에어컨 바람을 쐬며 기대 있으니 괜찮아졌다. 더위 때문인가... (주방이 좀 냉방 사각지대임) 전반적으로 지금 몸 상태가 안 좋은가보다 흑흑... 하루에 두번이나 기력이 이렇게 딸리다니(먹는 건 잘 먹고 있는데...)
 
 
그외의 오늘 하루는... 부모님은 점심약속이 있어서 후딱 문제해결을 해주신 후 가시고 나 혼자 남아 차를 마시고 책을 읽으며 쉬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업무톡이 오고 또 메일이 쏟아져서 휴가이지만 일도 좀 해야 했다. 억울하다. 내일은 몸도 나아지고 더 많이 푹 쉬고 싶다. 
 
 
티타임 사진도 거의 안 찍음. 사진 몇 장과 함께 마무리. 오늘의 결론은 생활력 떨어지는 바보토끼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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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