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4 금요일 밤 : 그냥 이런저런 fragments2023. 4. 14. 21:09
몸살이 심하게 난 결과가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어차피 정도의 차이였을 뿐 계속해서 온갖 염증과 아픔에 시달리며 출근해 죽어라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픈 게 좀더 심해졌을 뿐이다. 차라리 며칠 쉬니까 나은 점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일에서 완전히 해방된 것은 아니어서 윗분은 어제 오늘 계속 전화를 하고(목이 퉁퉁 부어서 말을 많이 하는 게 안 좋은데 흑흑), 직원들의 실무도 어느 정도는 계속 체크를 해줘야 한다.
그저께 약에 취해 비몽사몽 자다 깼을 때 차석임원에게서 연락이 왔었다. 생각지 않은 자리에 대한 의향을 떠보는 거였다. 받아들이기만 하면 실현될 상황이었다. 자리 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업무도 재미없을 뿐 지금 맡은 업무보단 덜 과중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다른 의미에서 상당히 골치아픈 자리가 될 수도 있었다. (회사 전체를 감찰하는 쪽 업무이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쪽으로 옮기면 다시 지방 본사로 내려가야 했다. 왜 내게 그 제안을 했는지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여기에도 뭔가 제반 상황들이 있었다. (당연히 나에 대한 고려나 그런 건 아니고) 어쨌든 나는 내키지 않는다, 원하지 않는다는 의향을 표명했다. 상황은 그렇게 종료되었다. 일단은.
어쨌든 그러고나서는 좀 멍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계속 장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고 그만둬야 하는 것인지 고민도 많은 상태였었으므로. 이것이 하나의 기회 혹은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는 거였을까, 혹은 지금 업무가 최고임원의 지나친 관심의 대상이니 차라리 간섭이 덜한 그 자리에 대한 제안을 받아들였어야 하는 것일까, 혹은 내 의향과 상관없이 이러다 그냥 그 자리로 발령이 나버리는 게 아닐까 등등 여러가지 의문과 혼란에 휩싸였다. 그만둘까 말까 하고 고통이 극에 달했다가 좀 사그라들기 시작했을 땐 '어쨌든 지금은 서울에 있으니까 버텨보고 다시 지방 본사 발령을 받으면 그걸로 결정해야지' 라고 생각했던 터라 아마 더 그런 마음이 든 것 같다.
하여튼 오늘까지도 마음속 한구석에 '이러다 그냥 발령이 나서 갑자기 본사로 갈 수도 있겠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둔중하고 무딘 의문이 도사리고 있었는데, 점심때쯤 부서 직원에 대한 다른 일로 인사부장과 통화하다가 이 얘기가 나왔다. 지금으로서는 나는 후보에서 제외되었다고 하니 한시름 놓긴 했는데 그게 잘된 건지 아닌 건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고, 또 최고임원의 결정이 어떻게 날지도 모르므로 역시 일말의 불확실함은 남아 있다.
글을 좀 쓰다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요즘은 두가지 종류의 글을 쓰고 있다. 하나는 얼마 전 시작한 단편이고 다른 하나는 그냥 단문들이다. 집중이 잘 되지 않으니 후자가 더 쓰기 쉽지만 그렇다고 아주 쉬운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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