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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니우스'에 해당되는 글 56

  1. 2022.07.17 (티샵) 스코니스 이르 크바파스 2
  2. 2022.07.16 우주피스행 버스 2
  3. 2022.07.11 핑크 밀크 쉐이크 : 가보지 않은 카페 4 4
  4. 2022.07.10 구시가지 어느 안뜰에서, 어째선지 도블라토프 2
  5. 2022.07.08 우주피스 짧은 메모
  6. 2022.07.08 색유리 골목과 맘에 드는 테이블(가지 않은 카페 3) 2
  7. 2022.07.02 가지 않은 카페 2 - 소마와 짐가방 2
  8. 2022.06.28 새벽의 문 너머, 가지 않았던 곳 2
  9. 2022.06.27 며칠 있었다고 그리운 창가 + 2
  10. 2022.06.25 후라칸 메모리 2
  11. 2022.06.24 첫날의 드보르와 빨래 2
  12. 2022.06.23 첫날 두번째 사진 : 네링가 호텔 2
  13. 2022.06.22 남의 집 꽃이랑 창문 2
  14. 2022.06.21 도착 첫 사진 2
  15. 2022.06.20 첫날 구시가 산책 : 필리에스 거리, 미콜로가 여기에, 마음대로 유추 중, 강아지 또 한 컷 등등 6
  16. 2022.06.19 붉은색과 검은색 건물 + 2
  17. 2022.06.18 창문에 비친 종탑
  18. 2022.06.17 강아지도 편하게~ 2
  19. 2022.06.16 탐났던 찻잔과 접시 + 2
  20. 2022.06.14 이름에 혹했지만 결국은 2
  21. 2022.06.12 6.12 일요일 아침 : 빌니우스 공항에서
  22. 2022.06.12 6.11 토요일 밤 : 여행의 마지막 날, 다행히 음성, 정교 사원, 가장 소중했던 순간은
  23. 2022.06.11 6.10 금요일 밤 : 종탑 전망대, 호기 있을 뻔했지만, 빌니우스 대학, 교회들, 새벽의 문, 분홍꽃 주렁주렁 카페, 사려던 거 실패, 이 빵집 저 빵집, 우와 힘들었던 하루
  24. 2022.06.10 6.9 목요일 밤 : 새로운 시르니키, 기적의 포석, 기념품, 애프터눈 티타임, 비타우타스의 수난, 긴스버그마저 탈락, 소나기와 우박, 설탕의 힘 2
  25. 2022.06.08 6.7 화요일 밤 : 시장, 고양이네 책방, 백스테이지 카페, 여기저기 산책, 꽃, 민트 비네투, 플롬비르, 가방 꾸리며, 절반 넘게 가버림 2
2022. 7. 17. 16:44

(티샵) 스코니스 이르 크바파스 2022 vilnius2022. 7. 17. 16:44

 

 

 

보통 여행을 가면 면세와 현지에서 홍차를 많이 사오는 편인데, 이번 빌니우스 여행에서는 면세점 쇼핑을 하나도 안 했다. 너무 바쁘게 일하다 여행을 가게 된 것이기도 했고 면세에 쓸 돈을 아껴 항공과 숙박에 좀더 보태자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원체 오랫동안 해외여행이 침체기에 빠진 탓인지 인터넷 면세를 뒤져봐도 평소 내가 사던 것들이 다 재고가 없었다. 홍차도 그랬다. 그래서 이번 빌니우스에선 영원한 휴가님께서 알려주신 티샵이 하나 있어 그곳에서 다즐링을 두 종류 사고, 언제나 내가 모든 기념품을 해결하는 마음의 고향 같은 곳 - 마트/슈퍼(ㅋ)에서 크리스마스 그린티를 한 팩 산 게 전부였다. 

 

 

그 티샵 이름은 스코니스 이르 크바파스 (Skonis Ir Kvapas)라는 곳이었다. 내가 묵은 첫번째 숙소인 네링가 호텔에서 가까운 빌니아우스 거리 초입에 있었는데, 여기를 찾느라 두번이나 허탕을 쳤다. 그 이유는 구글맵으로 위치를 찍으면 빌니아우스 거리가 아니라 그보다 먼저 나오는 거리로 들어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먼젓번 포스팅인 우주피스행 버스가 다니는 길로 가게 되었음!) 영원한 휴가님께서 아마 건물이 그 두개의 거리 양쪽에 연결되어 있어서 지도가 그렇게 찍히는 것 같다고 하셨다. 하여튼 첨에 게디미나스 거리에서 걸어서 찾아갈 때 한번 허탕치고(아무리 걸어도 별다른 상점이 안 보이고 버스와 차가 다님!), 그 다음날인가도 돌아오는 길에 찾아가려다 또 구글맵에 현혹되어 도로 그 길로 와버렸다. 나중에 피나비야에 가면서 이곳을 찾았다. 

 

 

이 티샵은 프라하에서 종종 갔던 신시가지의 티샵을 연상시키는 곳이었다. 나이가 좀 든 여자분이 카운터에 있었고 내가 이것저것 구경한 후 다즐링 추천을 해달라고 하자 여러가지 시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쁜 찻잔이나 티푸드가 있으면 그것도 좀 사보려 했지만 취향에 딱 맞지는 않아서 향기가 마음에 드는 다즐링으로 두 종류만 샀다. 그런데 계산을 할때 내가 동전 좀 써보려다 계산을 잘못해서 뭔가 센트를 덜 꺼내놓아서 잠깐 싸해졌다가 부랴부랴 다시 지갑을 털어 동전들을 다 맞춰주었다. 너무 오랜만에 유로를 쓰는 곳에 온 터라 정말 동전 계산하기가 힘들었다. (이러다 나중엔 카드를 쓰게 되었음 ㅠㅠ) 유로 센트는 정말 너무 헷갈린다. 아무래도 나는 너무나도 루블과 코페이카에 익숙해져 있는 모양이다.

 

 

예전에는 구시가지 어딘가에 이 스코니스 이르 크바파스에서 운영하는 괜찮은 티룸 카페가 있었으나 문을 닫았다고 한다. 영원한 휴가님께서는 그 카페가 있었으면 내가 좋아했을텐데 하며 못내 아쉬워하셨다. 흑흑, 좋은 카페들이 문을 닫으면 속상하다. 

 

 

 

 

 

 

간판 사진 클로즈업. 밑의 카바, 아르바타, 타바카스는 커피, 차, 담배(로 추정) 그런데 스코니스 이르 크바파스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이름도 길고 어려워서 정말 외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첨엔 이 가게 찾으러 다닐 때 스콘 뭐뭐라고 각인되었다. 스코니스는 스콘일까 궁금했는데 그러면 어쩐지 스콘도 팔아야 할 것 같지만 안 팔았음. 어쩐지 스코니스와 크바파스란 뜻일거 같은데 단어 모름 ㅎㅎ

 

 

 

 

 

 

그래서 이 티샵에서 사온 두 봉지의 다즐링. 이 중 하나는 마셔봤고 하나는 옮겨놓을 틴캔이 모자라서 그냥 밀봉해두었다. 근데 이 둘 중 뭘 뜯었는지 너무 헷갈림. (본시 이런거 별로 신경 안 쓰고 그냥 우려 마시는 자 ㅋㅋ) 개시해본 다즐링은 풀향이 강하고 맛이 연한 것이 퍼스트 플러쉬로 추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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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2. 7. 16. 22:29

우주피스행 버스 2022 vilnius2022. 7. 16. 22:29






우주피스행 버스라고 적고 나니 뭔가 영화나 소설 제목 같다. 말 그대로 우주피스행 버스. 빌니우스 두번째 날 티샵 찾아헤매다 길 잘못 들어서 빌니아우스 거리가 아니라 다른 거리로 접어들고는 우왕좌왕하던 때였던 것 같다. 그러다 결국 이날 티샵은 못찾고 보키에치우 거리의 크루스툼이라는 베이커리 카페에서 아점을 먹었다.




이 버스는 원래 행선지 전광판에 '우크라이나와 함께' 비슷한 문구가 적혀 있어서 그걸 찍으려고 했던 건데 버튼 누르는 사이에 우주피스로 바뀌어서 사진의 결과물은 우주피스행 버스가 되었다. 우주피스는 우리 말 때문에 항상 우주가 생각나고, 그래선지 어떤 기대감을 갖게 하는 단어이다. (어쩌면 그래서 실제의 우주피스가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던 것인가 싶기도 함 ㅠㅠ 우주라는 상상력에 대적할 만한 힘을 지닌 게 별로 없지 않은가. 미안해 우주피스야) 아마 내가 예술가 마을이나 레지던시, 현대미술과 공방, 복합문화공간들에 좀 지쳐 있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함. 생각해보니 스타일은 달랐지만 노바야 골란지야, 셉카벨, 로프트 같은 곳들도 딱히 취향이 아니었음(모두 뻬쩨르에 있는 곳들임) 근데 지금은 우주피스의 혼잡한 천사상 주변과 언덕길 등반마저 매우매우 그립고 다시 가 있고 싶다. 그리고 우주피스 언덕길의 비르주 두오나 카페 앞 야외테이블에 영원한 휴가님과 앉아 다시 게으름뱅이 케익 먹으며 얘기 나누고프다. 저 버스 타고 우주피스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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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여기는 품목이나 디자인 등은 그닥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은 아니었지만(맛도 그냥 보편적인 딱 그냥 그런 맛일 것만 같은 느낌이고), 이름이 귀엽고 핑크색 의자랑 테이블과 창문이랑 칠판이 앙증맞아서 지나갈 때마다 눈에 들어와 한 컷 찍어둔 곳이었다. 아마 보키에츄 거리 혹은 거기 가는 길에 있었던 것 같은데 역시나 긴가민가. 

 

 

근데 저런 가느다란 다리가 달린 테이블과 의자는 세게 치면 뚝 분질러질 것만 같아서(+덩치 큰 남자가 앉으면 그냥 내려앉을 것만 같고) 항상 좀 불안해보이고 저런 의자가 깔려 있는 카페에는 웬만하면 잘 가지 않게 된다. 앉으면 허리 아프고 엉덩이도 배길 것 같고 불편해보여서(역시 노화와 게으름의 증거인 것 같다 ㅎㅎ) 

 

 

그렇지만 핑크 밀크 쉐이크는 라임도 잘 맞고 역시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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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빌니우스 구시가지. 오후.




이 날은 영원한 휴가님과 시장에 갔던 날이었다. 숙소인 네링가 호텔 앞에서 볼트로 택시를 불러서 시장에 가서 체리를 사고 체펠리나이를 먹고, 고양이들이 반겨주던 헌책방에도 들르고, 로컬들에게 인기있는 백스테이지 카페라는 곳에서 차를 마시고 헤어진 후였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주변의 작은 골목들을 돌아다녔다. 지금도 그 골목들 이름을 잘 모르고 사진을 봐도 이게 어느 쪽의 어디였는지 잘 모르겠다. 하여튼 날씨가 흐려서 먹구름이 가득했기 때문에 비가 올 것 같았는데 막상 이 날은 비가 오지 않았다.




여기는 그런 구시가지 어느 골목을 걷다가 발견한 작은 드보르(건물 안뜰)로 들어가서 찍은 사진이다. 빌니우스 대학교의 종탑 전망대를 제외하곤 어디든 꼭대기에 올라가 전망 구경한 적이 없어서(게으름!) 제대로 된 전경 사진이 없는데(빌니우스에 8일이나 있었던 여행자가 맞는가 의문이 든다 ㅋ), 그나마도 이 드보르가 약간 지대가 높아서 건너편의 사원과 붉은 지붕들이 눈에 들어온 곳이다. 한두 명 외엔 사람이 없었다. 날이 더웠고 아마도 이 건물에 사는 주민으로 추정되는 젊은 아가씨가 작은 바구니를 들고 화초와 잡초와 풀이 만발한 포석 안뜰을 대각선으로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나는 모르는 안뜰에 들어갈 때면 언제나 그렇듯 약간은 소심해진 채 약간은 주춤거리며 천천히 걸어갔다. 바구니를 든 아가씨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경사진 끄트머리까지 다다른 후 전혀 안정감을 주지 않는 낮은 벽돌 난간에 너무 가까이 가지 않으려고 애쓰며 먹구름이 내려오는 하늘과 붉은 지붕들을 구경했다.
















돌아서서 다시 골목으로 나가기 전에, 건물과 안뜰 사진 한 장. 여기는 어쩐지 내게 페테르부르크의 루빈슈테인 거리를 연상시켰다. 빌니우스의 드보르들은 내게 페테르부르크보다는 프라하를 더 떠올리게 했는데 여기만큼은 반대였다. 아마 색채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건물은 이상하게도 루빈슈테인 거리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 세르게이 도블라토프가 살았던 코무날카 건물의 안뜰을 떠올리게 했다. 실제로는 도블라토프의 코무날카가 들어 있는 건물은 이 건물보다 훨씬 화려하고 아름답고 크다. 그리고 이렇게 풀이 무성하지도 않은데. 외적으로는 별다른 유사성이 없는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여기서 나는 루빈슈테인 거리와 몇년 전 그곳에 생긴 도블라토프 동상, 언더우드 타자기 조각, 건물 안뜰과 수많은 창문들, 드문드문 주차된 작은 자동차들과 주민들을 떠올렸다. 어쩌면 안뜰을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가던 바구니 든 주민 아가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문득 저 창문들 중 하나가 열리며 알콜중독자 겐카라는 인물이 고개를 쑥 내밀고, 경찰들이 오는 것을 발견하고는 도블라토프의 방에 전화를 걸어 '개들이 온다!' 하고 간결하게 경고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았다. (이건 도블라토프의 '우리들의', 아니면 '여행가방' 중 하나에 등장하는 얘기임)










그리고는 좁은 통로를 통과해 다시 골목으로 나갔다. 이런 류의 드보르가 거의 그렇듯 아치 윗면은 먼지와 얼룩으로 지저분했다.









이 사진과 아래 사진은 안뜰 들어가기 전에 바깥에서 찍은 건데,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이 건물이 바로 저 드보르가 있는 건물이었는지 아닌지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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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2. 7. 8. 23:01

우주피스 짧은 메모 2022 vilnius2022. 7. 8. 23:01



별 맥락은 없는, 우주피스 거닐며 찍은 사진 세 장. 영원한 휴가님과 첨 갔을 때는 주위 구경보다는 이야기에 정신팔려 있었고 비르쥬 두오나 베이커리 카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실컷 얘기하던 기억이 가장 마음에 남은 곳인데(우주피스 헌법도 각국어로 적혀 있는 거 같이 보고 막 문자 해독해보고 그랬는데), 이후 여행 중간쯤 숙소 옮기던 날 혼자 다시 산책하러 와서 언덕길을 올라가고 한바퀴 돌고 내려올 때는 그닥 마음이 확 끌리는 동네는 아니었다. 그래선지 이때 찍은 사진도 생각보다 몇 장 없고 사진들 자체도 좀 대충 찍은 느낌이 든다. 어차피 다 폰으로 대충 금방 찍은 사진들인데 다른 동네와 뭐가 다르냐고 하겠지만 하여튼 사진에 담긴 느낌은 그렇다. 좀더 어릴 때였다면 이 동네가 더 마음에 들었으려나 싶기도 하다. 다시금 황금소로 생각이 좀 남. 완전히 다른 곳이긴 한데, 내게 남은 감각은 좀 비슷함. 어떻게 생각하면 처음 갔을 때의 기억만 남겨두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기도 하다. 하긴 대충대충 겉만 보고 산책했으니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내게 이런 느낌을 주는 장소들이 몇 곳 있었다. 황금소로가 그랬고 우주피스가 그랬고 시모기타자와가 그랬다. 심지어 페테르부르크에서도. (노바야 골란지야가 그랬다) 서로 다른 장소, 다른 역사와 미감과 방식을 지닌 곳들이지만 이 장소들에는 어딘가 공통점들이 있다. 아름답고 나름대로의 이유로 유명한 곳들이지만 나에게는 피상적으로 남아버린 곳들. 어떤 애정이나 매력을 느끼기 어려웠던 곳들.


어쩌면 후라칸 커피도 혼자 갔다면 카페인과 비슷한 정도의 기억으로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장소 자체로 깊은 의미를 남기는 곳들도 있지만(그런 곳들은 내겐 거의가 페테르부르크의 작은 장소들이다) 아마 내게는 장소성 자체보다는 그 순간의 상황, 그리고 함께 했던 사람과 이야기가 더 우선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에게 우주피스는 이 두번째 산책보다는 첫날 주변을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한 채 다리 아픈 것도 잊고 언덕을 오르며 영원한 휴가님과 이야기를 나눴던 순간으로 기억에 남겨놓고 싶은 곳이 된 것 같다.









그런데 대충 찍어도 동네가 이쁘니 사진은 또 이쁘다. 그것도 위에서 언급한 다른 나라 다른 동네들과 좀 비슷함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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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여행 다녀와서 계속 노동의 바다에 빠져 있어 사진도 후기도 거의 못 올리고 지내고 있다. 비록 예전 여행들에 비해 사진을 덜 찍긴 했지만 그래도 이럭저럭 1000장은 넘게 찍었는데(거의 폰으로 찍었음), 여행 기간 매일매일 당일의 메모를 상당히 자세히 올리긴 했지만 돌아다니며 찍은 순간순간의 작은 사진들이야말로 실은 줄거리와 플롯과 슈젯이 없는, 그러나 실재했던 감각을 담은 거라서 매일 한두 장씩은 올려보며 그 순간들을 재생하고 싶었는데, 역시 노동을 재시작하니 쉽지가 않다(뻬쩨르 사진들도 이런 게 엄청나게 많음)


오전 회의 앞두고 잠깐 여유가 생겨서, 그런 작은 사진 한컷. 여기는 빌니우스의 구시가지에서도 (비싼) 카페와 맛집들이 들어서 있고 아기자기 이쁜 스티클류 거리이다. 옛날에 유리세공사들이 자리잡았던 곳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했던 것 같다. 여기는 맨첨 영원한 휴가님과 왔을때는 골목 위에 마그리트 그림의 모자를 연상시키는 커다란 모자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는데 며칠 후 저런 색유리 모양 조형물들로 바뀌어 있었다. 알록달록 이뻤다. 이 거리는 내게 뻬쩨르의 루빈슈테인 거리를 좀 연상시켰는데, 물론 후자가 훨씬 길고 넓고 더 도시 느낌이긴 하지만 그곳도 힙스터들이 모이는 곳, 맛집과 카페 거리(+비쌈)라서 그런 듯하다.


빛 때문에 좀더 밝고 알록달록하게 보이는 거대 색유리 조형물, 그리고 오른쪽 카페(인지 레스토랑인지) 야외테이블이 맘에 들어서 남겨둔 사진. 의자는 맘에 안드는데 저 테이블은 맘에 들어서 저기 한번 앉아봐야 하지 않을까, 뭐라도 시켜볼까 했으나 이때가 아마 새벽의 문 가던 길(엄청 더운 날이었음)이라 목적지향적으로 걸어다가 그냥 지나쳤다. 돌아오는 길에 들러볼까 했는데 그때는 너무 더워서 탈진했기 때문에 분홍조화가 만발한 웨딩홀 분위기의 빌니우스 최강 힙스터 카페(ㅋㅋ) 아우구스타스와 바르보라의 러브스토리 카페에 가느라 여기는 놓침. 근데 막상 이 카페는 이름도 기억안나고 뭐하는 데인지도 모르겠다. 테이블만 기억남. 저런 테이블 하나 포인트로 갖고프다 ㅎㅎ (집에 테이블 추가로 놓을 자리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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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2. 7. 2. 22:13

가지 않은 카페 2 - 소마와 짐가방 2022 vilnius2022. 7. 2. 22:13

 





지난번 디페쉬 커피에 이어, 빌니우스 여행 때 지나가며 눈에 띄었지만 가지 않은 카페 2.



이건 구시가지 어느 거리 모퉁이에서 발견한 카페의 입간판. 막상 카페는 어떻게 생겼는지 못봤는데 저 손글씨가 별로 안 이뻐서 별로 당기지 않았던 것 같다. 좀 성의없게 대충 써놓은 느낌이랄까. 글씨 자체도 그렇고 전반적 균형도 맞지 않아서(이럴 때 가끔 이상하게 까다로운 자기만의 미적 기준을 가동함) + 커피잔 그림이 안 예쁘다는 생각에 ㅋㅋ



그러나 이 카페는 가보지도 않았고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지만 저 이름 때문에 기억에 남은 곳이다. 그래서 사진도 찍어둠.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생각나서. 그런데 그 소설에 등장하는 꿈결같은 그 마약에서 따온 이름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가 있는 건지 모르겠음. 전자라면 이름 덕에 한번쯤 가보고 싶긴 했는데 ㅎㅎ










여기는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역시 이 입간판만 보고 가보진 않았다. 여러번 지나쳐 갔다. 볼 때마다 생각했다. 으윽! 러기지라니! 레스토랑 이름에 어떻게 짐가방이란 이름을 붙인단 말이야ㅠㅠ 너무 가기 시러, 보는 순간 스트레스받아! (여행은 좋지만 짐 꾸리는 거 젤 싫어하고 가방 끌고 가는 거 괴로워하는 자) 그래서 여기는 볼때마다 '나 같은 사람도 있지만 저 이름 보고 설레는 사람도 있겠지?' 하며 지나치곤 했다. 도대체 짐가방이란 이름의 레스토랑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긴 하지만 다시 빌니우스에 여행가도 여기에 가보진 않을 것 같다. 이름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ㅎㅎ 소마 카페는 이름 때문에 한번 가보고 싶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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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2. 6. 28. 22:51

새벽의 문 너머, 가지 않았던 곳 2022 vilnius2022. 6. 28. 22:51





새벽의 문 아치 아래를 통과해서 나오니 이런 풍경이 펼쳐졌다. 부지런한 관광객, 정석의 여행자였다면 아마 첫날 새벽의 문에서 시작했을 것이고 여행서에 나온 사원들과 명소를 모두 가봤을 것이다. 그런데 근 8일 가량 빌니우스에서, 그것도 구시가지에서만 놀면서도 새벽의 문은 떠나기 이틀 전 그것도 '아 그래도 거긴 제대로 보긴 해야겠지' 하는 의무감으로 갔고 별 감명이 없었다. 문을 통과해 나오자 완전히 다른 전경이 나타났는데 이때 너무 덥고 힘이 들고 카메라가 무겁고 종탑 전망대 후유증이 뒤늦게 엄습해 이 동네를 가보지 못한 것이 지금 생각하니 못내 아쉽다.



트라카이 안 간 건 별로 아쉽지 않은데 이쪽 동네 안가본 건 어쩐지 아쉽다. 왜냐하면, 이 풍경이 너무나 미묘하게 낯이 익어서 오히려 친근했고 어디든 걸어가면 그냥 쉽게 '도시' 라는 생각이 들것 같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의 도시란 최첨단의, 문명의, 메가폴리스의 뭐 그런 의미가 아니라 나에게 있어서는 길을 잃든, 혹은 버스에서 그냥 내린 곳이든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서나 마주칠 수 있는 어떤 보편적인 의미로서의 도시이다. 그건 유럽 여러 나라들에 산재되어 각기 비슷하면서도 자기들만의 아기자기한 개성을 숨기고 있는 구시가지와는 다르다. 나에게 구시가지는 구시가지이지 '도시', 혹은 город가 아니다. 그리고 이 도시란 잘 개발되어 매끈해진 신시가지도 아니다.










이쪽을 바라보니 어쩐지 블라디보스톡의 스베틀란스카야 거리 가는 방향이 떠올랐다. 색채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너무 쨍하고 더워서 역광이 들었던 이 날 찍었던 이 사진 몇 장을 보니 마치 내가 팔로우하고 있는 몇몇 계정에 올라오곤 하는 소련 도시들의 옛날 사진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사진 세장은 폰이 아니라 카메라 렌즈로 찍어서 과다노출이나 폰 사진 특유의 화사함이 없다) 아마도 이 나라 이 도시 사람들은 그런 얘기를 들으면 기분 좋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방인이고 타자니까.










나는 돌아서서 저 여인처럼 이 문을 다시 통과해 사원들과 관광객들과 매장들이 있는 구시가지 중심지로 돌아갔다. 가지 않은 길, 가지 않은 도시와 장소를 남겨두고.




그러니 저 동네를 조금이라도 산책이라도 해보고 아무 가게나 카페라도 그냥 들러봤으면 좋았을걸. 조금 더, 그리고 조금 더 가서 구시가지 자체를 벗어나고 어떤 가장자리나 뒷길로 가봤어야 하는데. 이렇게 해서 다시 가고 싶은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된다.



... 그런데 막상 가보면 여전히 구시가지 테두리 안에서 그냥 비슷비슷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ㅎㅎ 딱 저 반경 안에서 떠올렸던 건 베를린과 헬싱키에서 버스 잘못 타서 내렸던 때나 비엔나에서 프라하로 가는 버스 타러 갔다가 시간이 남아 근처의 다른 실내터미널에 들어가고 주변을 걷던 때의 느낌들이다. 물론 똑같은 풍경들은 아니다. 어쩌면 그건 역이나 터미널, 정거장 주변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장소성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어떤 색깔. 냄새. 공기. 정작 역이 어느 쪽에 있는지도 결국 파악하지 못했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식일지도 모른다. 그저 단 한 순간, 저 짧은 반경 안에서의 기분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상상과 현실은 일치하지 않을 때가 너무나 많다.




그건 그렇고 두번째 사진은 아무리 봐도 블라디보스톡 생각이 자꾸 난다. 왜 그런지 정확히는 모르겠음. (뻬쩨르 생각은 나지 않음!) 블라디보스톡은 언제 다시 갈 수 있게 될까. 내가 좋아했던 카페와 식당과 가게들은 아직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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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2. 6. 27. 22:03

며칠 있었다고 그리운 창가 + 2022 vilnius2022. 6. 27. 22:03





아아ㅠㅠ 돌아온지 3주가 흘렀는데 석달은 된 것 같다. 다시 저 창가에 앉아 있고프다! 여행도 여행이지만... 남이 청소해주고 아침밥도 주고!!!








저녁엔 이 창가에 앉아 소나기가 무지막지하게 쏟아지는 걸 구경했음.



우리나라에도 수레국화를 길에서 팔면 좋겠는데.. 애용하는 꽃 사이트에서 일년에 한번 한정판으로 파란색이나 분홍색 수레국화를 팔 때가 있는데 한단에 거의 3만원 가까이 하니 살 엄두를 내본 적이 없다. 장미나 튤립같은 꽃이거나 아예 여러 종류 믹스라면 모를까... 저게 그렇게 값비싼 꽃 스타일이 아닌데, 아니어서 오히려 매력인 건데 ㅠㅠ



그건 그렇고 이 사진을 올리고 보니 1. 차가운 샴페인 마시고프고 2. 체리 먹고프고 3. 수레국화 한단 꽂아두고 싶은데 다 없음 잉잉...



** 추가



우습지만 빌니우스에서 제일 내 맘에 들었던 디자인의 컵/잔은 바로 저 꽃 담아놓은 보라색 유리컵이었음. 그런데 저것은 두번째 숙소였던 켐핀스키의 욕실 양치컵이었다 ㅠㅠ 저거 팔았으면 사왔을 거 같은데 ㅎㅎㅎ 꽃 꽂아놓기에도 아주 잘 어울리고!!! (그래서 빌니우스에선 결국 마리메꼬풍 미니 머그 하나밖에 못 건져옴. 저거보다 맘에 드는 걸 못 찾아서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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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6. 25. 22:48

후라칸 메모리 2022 vilnius2022. 6. 25. 22:48

 

 

 

제목을 이렇게 달아놓으니 뭔가 어쩐지 영화 제목 같다고 나 혼자 생각 중. 아마 이 카페 천정에 달려 있던 저 환풍기 때문에 영화 얘기들을 나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빌니우스, 떠나기 전날 오후. 보키에츄 거리(...인 것 같은데 ㅎㅎ 아직도 방향감각이 엉망)의 Huracan Coffee의 기억을 담아서 그려보았음. 그런데 여기는 전반적으로 찻잔과 접시 등속이 흰색이고 우리가 앉았던 테이블 쪽은 무채색/어두운색 계열이라 색칠하기가 힘들었다 (대충대충 쓱쓱 그리는 자에게는 흰색이 제일 골치아픔 ㅎㅎ) 

 

 

빌니우스에서 멋진 카페, 디저트가 맛있는 카페 등 여러 곳에 갔는데 결국 가장 마음에 남은 곳은 이곳이다. 우리 동네에도 있으면 좋겠는데 :) 콘센트가 바닥에도 있었던 카페(나에게 큰 감명을 주었음)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느라 여기서 케익을 네 가지나 시켜서 먹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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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6. 24. 21:57

첫날의 드보르와 빨래 2022 vilnius2022. 6. 24. 21:57

 

 

 

역시 빌니우스 도착 첫날 구시가지 거닐다 찍은 사진. 시작점은 밥 먹었던 필리에스 거리였고 거기서 뻗어나간 여러 골목들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발견했던 어느 통로와 드보르/중정. 이날 날씨가 매우 좋았다. 내가 도착하기 일주일 전만 해도 비가 오고 추웠다고 한다. 그리고 돌아온 후에도 날씨 안좋았다고 하니 그야말로 토끼를 가엾게 여긴 날씨 신의 가호가 있었던 것 같다. 

 

 

이 드보르는 그늘과 빛이 부드럽게 대비되는 것도 좋았고 색감도 마음에 들어서 들어갔었다. 벽과 문, 울타리의 색깔, 화분의 오렌지색 꽃들까지. 

 

 

 

 

 

 

줄에 널어놓은 빨래 색깔마저 전체적 색감과 미감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빨래에 언더웨어 같은 게 없어서 자체검열 대상에서 제외하고 올려봄)

 

 

저 빨래를 보니 문득 베니스에 갔던 일들이 떠올랐다. 베니스 출장을 여러번 갔는데(그래봤자 마지막으로 다녀온 게 어언 십년 전임), 그 동네의 가장 인상적 풍경 중 하나는 좁다란 골목들 사이사이 여기저기 빨래들이 가득 줄에 매달려 있었고 눈부시게 쨍한 햇살 아래 절로 빳빳하게 하얗게 마르고 있던 거였다. 베니스는 원체 햇살이 좋아서 잠시만 널어놔도 빨래가 순식간에 마를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옷가지 색깔이 흰색이었다. 해가 잘 나는 곳에서 잘 말릴 수 있으니 흰색 빨래가 덜 부담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 (산마르코 광장이니 곤돌라니 다 제쳐놓고 그 하얀 빨래가 더 인상적이었음 ㅎㅎ 갑자기 햇살에 잘 마른 빨래에서 나는 청결하면서도 따스하고 어딘가 약간 마른풀이나 빵이 데워지는 것을 연상시키는 냄새가 떠오른다) 하여튼, 빌니우스에서 기후와는 거의 유사점이 없는 베니스 생각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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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6. 23. 21:26

첫날 두번째 사진 : 네링가 호텔 2022 vilnius2022. 6. 23. 21:26




빌니우스 도착하고 두번째 찍은 사진은 천신만고 끝에 호텔 도착해서 아직 방 어지르기 전에 찍은 방 사진. 여기가 첫 숙소로 도심의 가장 큰 거리인 게디미나스 대로에 위치해 있었다. 구시가지의 이정표인 대성당 광장까지는 좀 빠르게 걸어가면 10~15분 가량 걸리는 거리였다(1킬로 남짓 됨) 이 첫 숙소는 오래된 호텔이지만 최근 리노베이션을 했고 바닥 전체에 카펫이 깔린 게 아니고 나무 마루로 되어 있어서 + 냉방시설이 완비되어 있어서 골랐다. (유럽 쪽은 관광지 중심에 있는 조그만 호텔들에 에어컨 없는 경우가 많았어서)


도시에 대한 이해도나 지리적 감각이 없는 상태에서 급하게 고른 숙소인데, 별다른 개성은 없지만 그냥 묵기에는 쾌적할 것 같고 같은 요금이면 좀더 구시가지 안에 있는 호텔들보다는 넓은 방을 고를 수 있어서 선택했는데 나름대로 만족한 호텔이었다. (느낌은 우리 나라에서 출장갔을 때 묵는 그리 나쁘지 않은 비즈니스 호텔, 콘도 딱 그런 느낌. 미감이나 개성은 별로 없지만 묵기에는 괜찮음) 그런데 나중에 구시가지 위주로 구경을 많이 다니다 보니 아무래도 여기가 좀 위치상 멀긴 했다. 그거 빼곤 괜찮았음. 그리고 리노베이션해서 그런지 침대가 의외로 상당히 편했다. 청소 빨리 안해주는 것만 감점(둘째날인가 셋째날 오후 3시 넘어 들어왔는데 그때까지 청소가 안되어 있었고 4시 넘어서야 갑자기 청소해주겠다고 들어옴 -_-) 하지만 5성급 좋은 호텔이었던 두번째 숙소에서는 애프터눈 티세트 시켰을 때 너무 서툴기 짝이 없는 서비스로 결국 나로 하여금 김릿을 포기하게 만들었던 비타우타스(이제 이렇게 각인됨 ㅋㅋ)가 있었으므로 둘다 비슷한 부분이 ㅎㅎㅎ





방은 일반 수피리어룸보다 하나 더 큰 사이즈로 예약했는데 널찍하고 맘에 들었음.





이것은 짐 대충 풀어놓은 후 배고파서 나가려다가, '아 나 내 방 번호 못 외운다' 하고는 급히 호텔 메모지에 방 번호 적어서 폰으로 찍어둔 것. 연필로 급하게 써서 더욱 악필 ㅋㅋ 키 카드에는 방번호가 안 적혀 있고 카드 케이스에 적혀 있는데 비록 종이 케이스이지만 그것까지 가지고 나가기 너무 귀찮아서. 이러니 핸드폰 잃어버리면 모든 것이 정지되는 세상인 듯.


아, 그런데 이 사진 보니 켐핀스키고 비타우타스고 다 필요없고 지금 저기 다시 가 있고 싶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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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6. 22. 21:15

남의 집 꽃이랑 창문 2022 vilnius2022. 6. 22. 21:15

 

 

빌니우스 구시가지 산책하다 눈에 들어온 어느 집 창가의 꽃이랑 화분. 가정집인지 가게인지 사무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창문 너머 보이는 꽃도 이쁘고, 보면서 잠시 이런 생각을 했다.

 

생각 1단계 :  오 특이해, 커튼을 쳐놨는데 꽃이 보여. 보통은 꽃이 보이면 창문이 열려 있거나 커튼이 걷혀 있는데. 

 

생각 2단계 : 아 그렇구만. 이 동네도 창가에 턱이 길게 나와 있는 경우가 많아서 커튼과 창문 사이로 화분 놓을 만한 공간이 많은가보구나. 

 

생각 3단계 : 흑흑 나도 그런 창가가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 ㅠㅠ (옛날부터 항상 창가에 기어올라가고 걸터앉고 뭔가 올려놓을 수 있는 집을 좋아했음. 그런데 내가 그런 집에서 살아본 적은 뻬쩨르 기숙사와 프라하 몇달 머물렀을 때 외엔 없음 흐흑... 아 하긴 지금 사무실 내 자리도 그렇긴 하지만 그건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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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6. 21. 21:34

도착 첫 사진 2022 vilnius2022. 6. 21. 21:34

 

 

 

사진은 빌니우스 공항에 막 착륙했을 때 비행기 창 너머로 찍었던 것. 빌니우스 공항은 자그마해서 옛날 리노베이션 전의 페테르부르크 풀코보 공항이 좀 생각났고, 도심에서 가까워서 그런지 김포공항 생각도 났다. 워낙 가까워서(택시로 15분) 돌아가기 전날 신속항원검사도 이 공항 주차장에 있는 컨테이너 검사소로 받으러 갔었음. 

 

 

폴란드 항공 연착 사건 때문에 전날 비행기를 놓치고 우여곡절 끝에 다음날 낮 비행기를 타고 온 거라 이 순간 '아 마침내 도착했구나' 하는 감개무량함에 젖는 것도 아주 잠시, ' 내 짐은 제대로 도착한 것일까? 썩을눔의 폴란드 항공 도대체가 믿을 수가 없으니!' 하는 걱정에 사로잡혀 도착의 즐거움을 충분히 만끽하지 못했음 ㅋㅋ 컨베이어 벨트에서 내 트렁크의 낯익은 버건디 레드가 번쩍였을 때에야 마음이 놓였음! 그리고 생각해보니 바르샤바에서 이곳으로 오는 비행기는 기류 상황이 안 좋아서 정말 여러번 좀 심하게 흔들렸다. 이에 비해 돌아갈 때에는 전반적으로 터뷸런스도 별로 겪지 않았고 심지어 연착도 거의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첫인상이 제일 중요한 법!!! (빌니우스 공항 말고 폴란드 항공 얘기임 ㅋㅋ)

 

 

근데 아무리 봐도 빌니우스 공항 이 사진 보고 있으면 김포공항 생각남. 그래서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금방이라도 맘만 먹으면 다시 갈 수 있을 것만 같다 ㅎㅎ 아마 김포공항이 더 클지도 모름. 국제/국내선 청사도 따로 있고. 맨처음 러시아 갈 때는 인천공항 생기기 전이라 김포공항에서 탔었는데...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 동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아서 옛날 그 시절엔 '그래도 김포공항 가까워서 친구들 마중가고 환송가기는 딱 좋아' 라고 말하곤 했는데 세월이 참 정말 빨리도 흘러간다. 뜬금없이 빌니우스 공항과 첫 도착 얘기에서 김포공항과 세월무상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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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dslr 본체를 바꾸었는데(렌즈는 그대로) 그 이후 내가 기계조작에 약해선지 아니면 뭔가 새 본체의 기본 설정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색감이 아주 어둡게 나와서 아무리 이것저것 만져봐도 잘 되지 않았다. 옛날 본체를 그냥 쓸 걸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하여튼 기계치인 것과는 별개로, 이제는 조금만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나오면 어깨랑 팔이랑 손목이 너무 아파서 점점 여행을 가도 폰으로 찍는 비중이 확 늘어나게 되었다. 그래도 처음 가는 곳이면 카메라로 찍어보고자 하는데 이번 여행은 폰으로 찍은 사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카메라는 거의 무용지물이었음. 아마 예전 본체를 가져왔으면 카메라로도 좀 더 찍었을 것 같아 아쉽긴 하다만... 빌니우스는 자그마하고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곳이라 폰으로도 나름대로 찍는 재미가 있었다. 아마 내가 신시가지나 언덕 위로 올라간 일이 없어서 탁 트인 구도로 줌을 당겨 사진 찍을 필요가 없어서 그랬던 것일 수도 있음(그러니 역시 다시 여행을 가서 그런 곳 구경도 하고 전경 사진도 찍어야... ㅎㅎ) 

 

 

 

사진들은 빌니우스 도착했던 첫날인 6월 4일 토요일 오후 늦은 시각부터 저녁 사이에 구시가지를 산책하며 폰으로 찍었던 것들 10여 장. 첫 숙소는 시내 도심인 게디미나스 대로에 있는 호텔이었고 이 대로를 쭉 따라 내려가면 구시가지의 이정표가 되는 대성당 광장과 종탑이 나오고, 여기를 기점으로 여러 구시가지 거리들로 갈 수 있다. 물론 이때는 아무런 방향 감각이 없어서(지금이라고 딱히 방향이 딱 각인된 것도 아니다만 ㅎㅎ), 구글맵에 밥먹으러 갈 곳을 입력해 지도 보면서 찾아가느라 어디가 어딘지 하나도 몰랐다 :) 밥 먹은 곳은 전에 올렸던 필리에스 케피클렐레(블린 먹었던 곳 + 실용적이라 탐나는 찻잔 받침 접시 준 곳)였는데 이곳은 필리에스 거리에 있었다. 사진들은 필리에스 케피클렐레에서 밥 먹고 나와 눈에 보이는 작은 골목들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찍은 것들. 나중에 다시 여러번 지나쳐간 곳들이 되었음. 

 

 

 

 

 

 

여기가 그 필리에스 케피클렐레. 케익도 맛있을 것 같은데 배고파서 블린만 먹고 나왔다. 

 

 

 

 

 

 

이건 지나가다 찍은 장난감 가게인가 기념품 가게인가 그런 곳 진열창. 알록달록하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 중첩되는 게 재밌어서 한 컷.

 

 

 

 

담배는 건강에 해롭습니다!!!

 

 

 

 

 

 

 

 

미콜로-미콜라이우(? 원형 표기 모름ㅜㅜ)는 아마도 러시아어로는 니콜라이를 가리키는 것일까 혼자 생각해봤다. 프라하에서도 미쿨라스 성당이라고 했던 것 같음. 그런데 또 아닐 수도 ㅎㅎ 

 

 

며칠 전 빌니우스 현지 젊은이의 인스타 스토리에서 이 미콜로 거리에 생긴 새 카페에 갔다왔다는 소식을 보고 영원한 휴가님께 알려드리면서도 '미콜로 거리는 어디였지?' 했는데 첫날 사진들을 보니 떡하니 표지판 붙어 있는 사진까지 찍어놨었다 ㅎㅎㅎ

 

 

 

 

 

 

이건 그냥 내가 좋아하는 풍경이라 + 빨간색이라서

 

 

 

 

 

 

 

 

 

브라슈케스가 아마 딸기였던 거 같은데 가물가물... 그 아래 스미드라 어쩌고 하는 단어는 뭔지 모르겠지만 위가 딸기니까 아래는 그 옆의 토마토인가... 아 이렇게 쓰다 보니 공연히 토마토일것만 같음. 노어로 빠미도르가 토마토라서... 맘대로 상상하고 있음 (물론 알고보면 전혀 다른 단어일지도 ㅜㅜ) 정확히 기억나는건 체리가 트레슈네 인가 그런 단어였다는 것뿐이다. 시장 가서 체리 살때 영원한 휴가님이 노어의 체레슈냐랑 비슷하다면서 알려주셔서 ㅋㅋ 

 

 

그런데 이 사진을 찍은 것은 사실 저 과일과 브라슈케스 때문이 아니고.. 가게 안의 강아지 때문이었음. 넘 어둡게 나와서 강아지가 잘 안 보이는데...

 

 

 

 

 

 

그래서 강아지에 초점 맞춰 밝게 찍은 사진도 한 컷 :0 빌니우스 올드타운에서는 엄청 공들여 손질한 부티나는 개들과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마지막은 내가 좋아하는 빛과 그림자 사진으로 마무리. 그런데 영원한 휴가님께서 이 첫날 내가 찍은 사진들 보고 빌니우스 같지 않은 느낌이라고 하셨음 ㅎㅎ 관광객 여행자의 눈으로 본 빌니우스 구시가지 풍경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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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6. 19. 17:16

붉은색과 검은색 건물 + 2022 vilnius2022. 6. 19. 17:16

 

 

 

 

이 거리 이름이 기억 안 나는데 여러번 지나쳐 갔었다. 이때는 보키에츄 거리의 슈가무어에서 생각지 않게 맛있는 케익을 먹고 기운을 좀 차린 후 숙소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이 건물은 붉은색과 검은색 컬러와 저 흔치 않은 띠 문양 때문에 지나갈 때마다 눈여겨 보게 되었다. 

 

 

 

 

 

여행을 다녀와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들을 꼽아보라고 하면 의외로 선명하게 잘 찍힌 사진이나 구도가 제대로 잡힌 사진보다는 급하게 찍은 스냅, 마구 흔들렸어도 색감이 맘에 드는 사진이 마음에 남는다. 그래서 붉은색과 검은색 건물, 그리고 검정 옷 입고 지나가던 오렌지 갈색 머리 여인의 이 사진 두 장이 이번 빌니우스 여행에서 내 마음에 가장 드는 사진 중 하나이다. 이런 게 몇 장 더 있는데 하나는 전에 올렸던 빨간 치마 입고 스티클류 거리의 알록달록 장식 아래 걸어가던 여인 사진이랑, 나머지 하나는 빌니우스 대학 교정 벤치에 누워 쉬던 두 학생 사진. 아마 생각지 않게 멀리서 잡힌 사람들, 그리고 색감 이 두 가지가 중요 요소인 것 같음. (본래 사람들 사진은 잘 안 찍기 때문에 이렇게 어쩌다 잡힐 경우 느낌이 색다름)

 

 

 

 

 

 

그래서 흔들렸지만 맘에 드는 사진으로 낙착. 저 건물의 유리문과 간판을 보면 서점 같긴 했는데... 들어가보진 못했다. 

 

 

 

 

 

 

그 건물이 있는 거리. 근데 이렇게 보면 되게 멀쩡하고 멀끔해보여서 뜬금없는 저 건물이 있을 법해보이지 않음. 그래서 마음에 들었을지도. 구글맵 뒤져보면 거리 이름 기억날 것 같긴 한데 ㅎㅎ 혹시 또 되게 유명한 거리 아닌가??? (8일 넘게 쏘다니다 왔는데 아직도 주요 거리 몇개 외엔 어디가 어디였는지 방향도 안 잡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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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6. 18. 22:23

창문에 비친 종탑 2022 vilnius2022. 6. 18. 22:23

 

 

 

오늘도 자기 전에 빌니우스 사진 한 장. 대성당 광장의 종탑. 이 도시의 랜드마크 중 하나. 두번째 숙소로 옮겨온 후 오후 늦게 티샵에 가려고 나왔다가, 호텔 건물의 창문에 비친 종탑 풍경이 이뻐서 찍어둔 사진(근데 이때 걸어가고 있었으므로 어쩌면 호텔 건물이 아니라 근처 다른 건물이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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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6. 17. 22:03

강아지도 편하게~ 2022 vilnius2022. 6. 17. 22:03

 

 

 

여기는 빌니우스 보키에츄 거리(...로 추정인데 아닐 수도 있음)에 있는 음수대. 빌니우스에서는 거리 여기저기 이렇게 진녹색 음수대를 발견할 수 있는데 너무 귀여운 것이 맨 아래 강아지들이 물 마실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보통 내가 다른 도시들에서 봤던 음수대들은 어른, 아이용 이렇게 두개만 달려 있는데 강아지(...와 그 외 키 작은 동물들)도 나란히 물 마시도록 해준 게 귀엽고 좋았다. 그런데 다 이런 것은 아니어서 시청 앞인가 어딘가 하여튼 어떤 거리에선 강아지용은 없었던 음수대도 있었음. 그건 더 옛날에 만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왜 기억하고 있냐면 사진 찍어놓고 싶어서 다가갔는데 그 음수대에는 없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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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6. 16. 22:02

탐났던 찻잔과 접시 + 2022 vilnius2022. 6. 16. 22:02




여기는 빌니우스에서 제일 처음 뭔가를 먹으러 갔던 곳인 필리에스 케피클렐레. 여기서 홍차와 블린을 먹었다. 버섯 블린과 딸기잼/아이스크림 블린 기다리는 중에 먼저 나왔던 홍차. 여기서는 알트하우스 티백을 내주었다. 맛 자체야 뭐 이따금 마시는 브랜드라 무난한 홍차이고, 사실 저 찻잔과 접시가 엄청 탐났음. 예뻐서는 아니고 - 예쁘다고 하기엔 역시 알트하우스 티백과 마찬가지로 아주 무난한 하얀색 도자기 찻잔과 접시 - 저 접시가 아주 실용적으로, 왼편 상단 귀퉁이에 홍차 티백 홀더 모양으로 홈을 파놓았기 때문이다. 이러면 별도의 티백 홀더/종지가 필요없음. 그리고 티백을 건지지 않는다면 저기다 조그만 초콜릿 캔디를 올려놓을 수도 있다. 이런 받침접시는 티백 홍차를 자주 우려마시는, 정말 일상에서 차를 마시는 사람이 고안해낼 법한 접시임. 그래서 뜬금없이 이 찻잔이랑 접시는 안 팔죠? 하고 물어보고 싶었음 ㅎㅎㅎ


이런 경우가 예전 프라하의 어느 프렌치 카페에서 내주었던 딜마 찻잔인데, 그건 이런 실용적인 아이디어는 아니었고 역시 흰색 무지 도기 찻잔에 딜마 문양이 있는 평범한 거였지만 찻잔 바닥과 접시 바닥의 홈이 딱 들어맞는 그 기분좋은 느낌이 있어 그것도 탐났었다. 생각해보면 역시 홍차 브랜드에서 나오는 찻잔들이 상당히 차를 우려마시는 사람에게 적합하게 디자인되는 것 같긴 하다. 예쁘고 화려하진 않고 그냥 하얀색의 평이한 도기이지만 뭔가 미묘한 실용성, 편안함이 있다고 해야 하나. twg도 그랬던 것 같고(그러나 twg 티룸에서 애프터눈티세트 시켰을 때 내줬던 황금색 번쩍거리는 티포트는 정말 취향이 아니었음 ㅋㅋ)





차를 우려서 이렇게~ 나는 차에 설탕을 넣지 않으니 그냥 옆에 곱게 놔두고 나온다만(정말 맘에 드는 곳은 가끔 설탕봉지 챙겨올 때도 있음. 그러면 그 설탕은 주로 집에 꽃아놓은 꽃에게 주고 봉지만 간직), 어쨌든 홍차 시켰을 때 설탕을 받으면 기분이 좋다. 아마 맨처음 차를 마시기 시작한 곳이 러시아였기 때문이라 그런 것 같음. 거기에 레몬까지 주면 더욱 좋고, 심지어 우유를 절대 넣어 마시지 않지만 우유가 든 미니 저그까지 주면 완전 대접받는 기분이라 더더욱 기분이 좋아짐.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료샤는 야! 아무것도 안 넣어 마시면서 왜 무익한 노동을 추가로 바라냐! 하고 놀려대지만 ㅠㅠ 그래도 기분이라는 게 있잖니... 하긴 주문받으면서 '레몬 드릴까요 꿀과 우유 드릴까요' 하고 물어보면 그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면서 결국 대답은 '아니요 괜찮아요 스트레이트로 마실게요' 라고 한다만 ㅎㅎㅎ 그러니까 나 같은 경우는 소정의 절차라는 게 지켜지는 것 자체로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 요체인 듯하다.


그건 그렇고 여기 블린 맛있었는데... 아아 다시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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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2. 6. 14. 21:19

이름에 혹했지만 결국은 2022 vilnius2022. 6. 14. 21:19

 

 

 

돌아오자마자 너무 바빠서 사진 정리는 아마 주말에나 차분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번엔 힘들어서 무거운 카메라는 거의 안 쓰고 내내 폰으로만 찍어서 예전 여행만큼 사진을 많이 건지지는 못했다. 

 

 

그래도 그냥 자려니 아쉬워서. 빌니우스 카페 사진. 그런데 이 카페는 내가 갔던 곳이 아니고, 가려다 안 간 곳. 게디미나스 대로의 어느 서점 안에 있는 카페인데, 첫번째 숙소 가는 길에 있었다. 간판 보자마자 '헉, 가보고 싶은데' 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그저 이름 때문임. 추억의 그룹 디페쉬 모드 생각나서 ㅎㅎ (무슨 얘긴지 아는 사람 = 옛날 사람) 타이프체 폰트도 이쁘고 색깔도 이뻐서. 그런데 이틀쯤 후 맘먹고 들어가보았으나 막상 내부는 너무 단촐했고 음료와 디저트도 많이 평범했던지라 굳이 앉아서 뭘 마실 생각이 들지 않아 그냥 훑어보고 나왔다.

 

 

그런데 돌아오고 나니 아 그래도 그냥 쥬스라도 한 잔 마실 걸 그랬나, 유리병 쥬스라도... 하는 생각이 들고 아깝다. 우리 나라엔 없잖아. 디페쉬 모드 생각나게 하는 카페는. (그런데 막상 디페쉬 모드 그렇게 좋아한 적도 없음 ㅋㅋ 쥬인이 좋아했었음. 아마 추억 때문인 듯)

 

 

 

 

 

 

바깥에서 찍은 사진 한 컷 더. 돌아오니 구경만 하고 안 마신게 아쉬워서 여기도 가야 하니 역시 빌니우스에 한번 더 가야 하려나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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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이른 아침 호텔 앞에서 볼트 택시 기다리며 찍은 대성당 광장 종탑. 제일 많이, 매일 본 풍경.



가방 꾸린 후 열한시 쯤 누웠는데 돌아가야 해서 그런지 잠도 잘 안오고 간신히 잠든 후에도 한두시간마다 계속 깼다. 매우 잠 설치고 5시 20분에 일어나 쑤시는 몸을 욕조에 잠깐 들어가 풀어준 후 남은 가방을 다 꾸리고 체크아웃을 했다.








잘 쉬었다 가요, 켐핀스키 (+첫 숙소 네링가)






6시 20분 즈음이라 택시가 별로 없어 볼트로 잡아서 오는데 십몇분 걸림. 기다리는 동안 찍은 사진. 이 길 따라 올라가면 빌니우스 대학과 대통령궁이 나온다.


공항까진 택시로 15분 거리이고 어제도 코로나 검사 때문에 왕복했던 터라 낯설지 않게 금방 도착. 폴란드항공은 출발 2시간 전인 7시에 체크인 오픈한대서 역시 15분 가량 기다렸다.



영원한 휴가님께서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공항에 배웅을 나와주셔서 정말 넘 감사했고 뭉클했다. 흑흑, 정말 감사합니다. 엉엉 또 와야겠어요! 아쉽고 또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누고 나는 검색대를 통과해 들어왔다. 쉥겐 국가로 경유해서 그런지 여기선 패스포트 컨트롤을 거치지 않음. 아마 바르샤바에서 해야 할 모양이다.







아직 보딩까지 삼십분 가량 더 남아서 폰 충전 데스크에 앉아 있다. 유럽인 사이즈라 책상과 의자 사이가 너무 멀다 ㅋㅋ



이제 빌니우스와 작별할 시간이다. 잘 있어요, 작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도시! 또 올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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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니우스에서의 마지막 날. 밤까지 가방을 꾸렸고 내일 아침 비행기라 새벽에 일어나야 하므로 오늘은 짧게.



귀국을 위해 코로나 신속항원검사를 받아야 해서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고(오늘은 아메리칸 스타일 팬케익 먹어봄, 베이컨은 빼고), 볼트로 택시를 잡아타고 공항에 갔다. 기사분이 러시아 분이었는데 내가 자기가 태운 두번째 한국인이라 한다.


검사소는 공항 앞 주차장(P2) 옆에 작은 컨테이너 2개로 되어 있었다. 하나는 예약확인 및 결제, 거기서 확인이 끝난후 옆 컨테이너로 가니 파란 마스크(심지어 그냥 비말마스크)와 가운 차림의 친절한 여인이 자가키트와 똑같은 면봉으로 그야말로 너무 부드럽게 두세번 양쪽 비강을 훑은 후 끝났다. 내가 자가키트하는 것보다도 더 간단했다. 15분쯤 후 메일로 음성 증빙서가 와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확인 후 안도했다. 영원한 휴가님께서 감사하게도 증빙서 출력도 해주셨음 정말 감사한 것이 끝이 없다...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시 택시 타고 게디미나스 대로의 Lidl에 내렸는데 여기는 독일계 마트라 크기는 해도 별로 건질게 없어 건너편 Rimi에 가서 막판에 사무실 선물용 캔디, 초콜릿과 치즈를 샀다. 방에 돌아와 짐을 좀 내려놓은 후,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가장 내 마음에 들었고 또 젤 처음 갔던 정교 사원인 아주 자그마한 St. Parasceve 교회에 가서 초를 켜고 기도를 했다. 교회에서 대천사 미카엘(미하일) 아주 작은 이콘과 초 받침대를 샀다. 신부님이 아주 친절하셨다. 그리고 뒤뜰에 있는 푸쉬킨과 그의 조부 한니발의 손 조각도 다시 가서 푸쉬킨 손 만지고 나옴. 아래 사진이 그 교회 입구.









그리고는 필리에스 거리로 가서 며칠전 에코백 샀던 상점에 들러 그때 눈여겨본 미니 컵을 결국 사고, 초콜릿 가게에 들렀다가 다시 방에 잠깐 들러 짐을 내려놓고, 영원한 휴가님과 대통령궁 앞에서 만나 함께 점심을 먹고(스티클류 거리의 르네 라는 곳), 오랜 시간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빌니우스가 무척 아름답고 평화로워서 산책하고 구경하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좋은 분이 계시고 그와 함께 이야기하고 나누는 시간이 있어 정말 행복하고 즐겁고 따뜻한 여행이었다. 여행 중 이러한 순간을 능가하는 것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혼자서 내내 거닐었다면 결코 얻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온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말로는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아주 소중한 그 무엇이다. 이 감사한 마음과 충만함은 짧은 메모로 제대로 적기 어렵고, 오히려 그래서 더 짧게 적게 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보키에츄 거리의 Huracan coffee에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곳은 체인 커피점이었지만 자리도 편하고 채광도 좋았다. 이곳 또한 아주 마음에 들어 오래 남을 것 같다. 맨 위 사진이 카페 내부. 여기는 우리가 이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던 지점이기도 했다.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이야기 나누다 저녁이 늦어졌다. 영원한 휴가님이 호텔까지 바래다주셨다. 잊어버릴랑말랑하던 밤인사인 라바 낙티스(근데 맞는지 헷갈림 ㅋ)를 외치고 방에 돌아왔다.


씻고 조식 테이블에서 집어온 서양배 등을 간단히 먹은 후(이미 카페에서 케익을 두번이나 시켜서 총 4가지를 먹음 ㅋ), 짐을 꾸렸다. 별로 산게 없다 생각했으나 어째서인지 트렁크가 또 꽉 차는 것이 참으로 미니멀리즘 불가의 신비다. 여튼 대충 꾸려서 낼 아침 최소한의 화장 후 파우치와 갈아입은 옷가지만 추가로 넣으면 된다.



여행을 마치는 시점이 되면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트라카이, 카우나스, 중앙역, 강 건너 신시가지, 안 가본 카페들이 남아 있고 또 무엇보다도 좋은 분이 계시니 분명 다시 올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난 기적의 포석도 발견했으니까 ㅎㅎ



이제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오늘은 5.7킬로, 8,823보 걸음. 오후엔 내내 후라칸 카페에 있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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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찍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들어서 맨 위로 올려본다. 스티클류 거리. 옛날에 유리세공사의 거리였다고 한다. 지난 일욜에 영원한 휴가님과 이 거리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는데(미메지 라는 이름이었음, 오늘 정확히 확인함 ㅋㅋ), 거리 이름 보고서 노어로 유리가 스쩨끌로인데 단어가 비슷해서 '어, 유리?' 하고 때려맞췄었다. 건물들 사이에 걸려 있는 다색의 장식과 앞서 걸어가는 분의 빨간 치마의 색감이 마음에 드는 사진. 

 

 

어제 좀 늦게 잠들었고 7시간 정도 정신없이 잤다. 더 자고 싶었지만 조식도 먹어야 했고 머리도 감고 말리고 오전에 좀 분주했다. 조식을 추가하면 밖에서 밥 챙겨먹는 일이 좀 줄어드니 편하긴 한데(원래 카페에는 여기저기 잘 다녀도 먹는 건 꼬박꼬박 챙겨먹기가 어려움) 대신 아침에 마음껏 늦잠자고 게으름피울 수가 없다. 주말엔 조식 두시까지라는데 내일 나는 아침에 공항 코로나 검사소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아야 해서 그냥 아침 일찍 일어나 먹고 나갈 생각임. 어제 저녁에 자가진단키트 해봤고 오늘도 좀전에 해봤는데 계속 음성이긴 하지만 역시 좀 불안하다. 실컷 잘 놀다가 막판에 검사를 받아야 하니 헉헉... 

 

어제의 시르니키 충격으로 오늘은 버섯과 치즈 넣은 오믈렛만 주문했다. 그런데 어제 아무 것도 안 넣은 오믈렛에 비해 그 양이 두배는 되었다. 그래서 오늘 접시엔 덜 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나중엔 너무 배불렀음. 조식 부페를 좋아하는 쥬인이랑 같이 왔어야 하는건데 ㅠㅠ 

 

트라카이를 포기한 대신 오늘의 미션은 1. 빌니우스 대학 교정 거닐고 종탑 전망대 올라가기, 2. 시내의 화장품 매장에서 바디 제품 새로운 것 사보기 두가지로 정했다. 오늘도 날씨가 어마어마하게 더웠다. 습기와 더위! 29도까지 올라갔는데 땡볕과 습기 때문에 엄청 더웠다. 그래도 한국의 본격 더위에 비하면 걸어다닐 만은 했다. 

 

빌니우스 대학은 지금 묵고 있는 켐핀스키 호텔에서 매우 가까웠다. 이 호텔에서 지척에 대통령궁이 있는데 그 바로 옆이다. 여기는 대통령궁이 아주 탁 터진 곳에 있는데 어제는 들어오다가 저녁에 국기 게양/하강 절차를 구경하기도 했다(군인들이 행진하는데 줄도 하나도 안 맞추고 팔도 다 틀리고 어정어정 쫄래쫄래 마실 가는 모양새라 좀 우스웠음) 일요일에 영원한 휴가님께서 구시가지 구경시켜주실 때 대학 교정 안에도 잠깐 들어갔는데 그때가 일요일이고 시간도 저녁이라 종탑 전망대 등이 닫혀 있었다. 그래서 오늘 와보았다. 빌니우스 대학은 오래되고 유서깊은 곳이라는 이야기를 여행서에서 읽고 왔다. 대학 안에 들어오니 건물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미로처럼 이어졌으며 궁륭과 안뜰이 계속해서 나왔다. 먼저 어문학부 입구 안쪽에 있는 성당(성 요한 성당인 것 같은데 내 기억을 믿을 수가 없음. 대학교 성당으로 각인됨) 종탑 전망대에 갔다. 티켓 가격은 5유로였고 2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라고 했다. 

 

그런데... 아아 나는 엄청난 고소공포증이 있는 자... 비행기도 무서워하는 인간. 그래서 웬만하면 전망대에는 안 올라간다. 특히 무슨 건물의 전망대는. 언덕을 따라 올라가다 자연스럽게 좀 멀찍이서 아래 전경을 보는 것까진 어찌어찌 나은데(그래도 난간에 절대 안 다가감), 교회 종탑은 정말 무서운 곳이 아닌가. 오랜 옛날 처음 뻬쩨르 갔을 때 멋모르고 이삭 성당 전망대 올라갔다가(그땐 엘리베이터도 없어서 뻥뻥 뚫린 나선계단 타고 올라가야 했음) 너무 무서워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왜 호기있게 티켓을 끊었는지... 2층까지는 경사가 낮은 나선 돌계단이라 그냥 올라갔는데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 너무 무서웠다. 버튼이 달린 한 면을 빼고는 모두 유리로 되어 밖이 훤하게 보였다. 종탑 올라가는 사다리 계단 사이로 얼기설기 나무와 돌 구조물이 보였고 다 뻥뻥 뚫려 있고.. 이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다 중간에 멈추면 어떻게 되나 하는 두려움이 들었다. 더 높은 건물 엘리베이터도 잘만 타고 다니면서 우스운 일이지만 하여튼 종탑에서 이런 거 타면 무섭다! 아아 내가 왜... 하고 후회하며 막혀 있는 쪽 벽에 달린 손잡이(나같은 사람을 위해 만들어놨나??)를 꼭 잡고 올라갔는데 손바닥에 땀이 났다. 헉헉... 

 

 

간신히 전망대 층에 도착해서 후들거리는 다리로 내렸는데 이것은 또 불행인지 다행인지 사방에 있는 창문에 철망이 쳐져서 덜 무섭긴 했지만 전경이 모두 격자무늬 사이로 보여서 탁 트인 구경은 하지 못함. 이럴 거면 5유로를 내고 올라올 가치가 있나 싶긴 했지만 하여튼 그래도 4면을 다 돌아보았다. 잘 보니 각 창문마다 빌니우스 지도 안내판이 있고 어느어느 방향에 어느 랜드마크가 있는지 적혀 있었다. 이것조차 좀 무서워서 게디미나스 타워와 대성당 종탑 등 몇개밖에 못 찾고.. 내가 가보지 않은 강건너에 고층 빌딩들이 서 있는 것도 봤다. 아, 나 원래 여기 머물면서 '어차피 리가도 가려던 거 포기했으니까 하루쯤 강 건너서 신시가지 가서 놀아야지' 했었는데 이미 내일이 마지막 날이고... 아마 그냥 구시가지 계속 있을 것만 같다 ㅠㅠ 

 

 

 

 

 

이것이 그 엘리베이터. 4명밖에 못 탄다고 되어 있음. 조그만 엘리베이터임. 

 

 

 

 

 

 

창문에 이렇게 격자 철망이... 근데 예전엔 철망은 없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전에 구글맵 리뷰에 올린 사진들 보면 철망 없음. 위험해서 철망을 끼웠나... 아니면 나처럼 겁많은 자가 항의를 했나???

 

 

 

 

 

 

후들거리는 다리로 하여튼 다시 내려왔다. 종탑 2층엔 진자가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푸코의 진자. 그 소설은 싫어했지만 하여튼 진자 운동을 구경한 후 대지로 귀환. 시원한 성 요한 교회(..로 추정)에 들어가서 안을 좀 구경했다. 여기는 대성당보다 훨씬 화려했다. 스테인드 글라스가 아름다웠고 파이프오르간도 있어서 오르간 연주회 듣고 싶었다(하지만 교회에서 하는 파이프오르간 연주회는 갈 때마다 추워서 덜덜 떨었던 기억만...)

 

 

 

 

 

 

스테인드 글라스에서 비춰진 무지개 빛살 한 컷. 

 

 

그리고는 대학 교정을 거닐고 건물 안을 좀 구경했다. 빌니우스 대학은 2층 프레스코화가 유명하다고 하여 그곳을 열심히 찾아보았다. 나는 원체 길을 못 찾아서 입구가 어디 있는지 우왕좌왕하다가 어찌어찌 찾아서 올라갔다. 프레스코화가 있는 곳은 생각보다는 협소했다. 사진 아래 한 컷. 페트라스 렙쉬스라는 작가의 작품이라고 함(역시 영원한 휴가님이 알려주심. 빌니우스에 대한 나의 모든 지식 출처는 영원한 휴가님 + 발트3국에서 교편 잡고 계신 교수님이 쓴 여행서 + 구글맵 3단콤보이며 그 중에서도 전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함! 엄청나게 의지하며 심지어 추천해주신 카페들도 여럿 갔음!)

 

 

 

 

 

이것이 그 프레스코화 일부. 

 

그리고는 교정을 거닐고 건물 안을 좀 돌아다녔는데, 가고 싶었던 서점은 뭔가 공사를 한다고 닫혀 있었다. 정작 내가 다녔던 대학은 워낙 캠퍼스가 작았던 고로 내 기억 속 교정의 낭만이나 이런 곳에서 떠오르는 추억은 항상 뻬쩨르 국립대학교이다. 처음엔 스몰니 캠퍼스로 다니다가 겨울쯤 네바 강변의 메인 캠퍼스 어문학부로 옮겼었는데 그래선지 열주와 궁륭, 미로처럼 이어지는 건물들과 반지하, 2층, 계단들, 습기, 그림자, 구석의 의자, 나무 등을 보면 항상 그 당시가 생각남. 오늘도 그랬다. 저렇게 공부하던 시절이 너무나도 생생한데 세월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오늘 찍은 사진 중 두번째로 맘에 드는 것. 빛이 너무 강해서 좀 흐릿하게 나오긴 했지만. 안뜰 벤치에서 쉬고 있는 두 학생(...이겠지?)

 

 

 

 

 

학교에서 나온 후, 어딜 갈까 하다가 '아 맞아 새벽의 문을 정식으로 안 봤다' 하는 생각에 거기 가기로 함. 근방에는 여러번 갔고 며칠 전에 영원한 휴가님과 아가들이랑 봤을 때 지나치기도 했는데 생긴 게 기억이 하나도 안 났다. 유적지 박물관 안 가는 여행이지만(그래도 오늘 전망대 하나 갔다!) 그래도 대성당이랑 새벽의 문은 양쪽에서 보고 가야 예의가 아닐까 싶어서 꾸역꾸역 가보았다. 그런데 여기는 시청을 지나 좀 더 걸어올라가야 하는데 이때 너무너무 덥고 또 좀 오르막이라 다리가 정말 아프고 힘이 들었다. 며칠 머무르며 구시가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여전히 방향감각은 없다만, 나는 일단 시청 앞에 오면 확 지치는 것 같음. (그래서 시청과 새벽의 문 근방의 디조이 거리는 그리 즐겁게 못 돌아다님) 여기가 그늘이 없어 땡볕이 들어서 그런가.

 

 

하여튼 위 사진이 새벽의 문이다. 그래도 마침 내가 갔을 때 예배인지 의식인지 신부님과 복사(...로 추정)들이 찬송을 부르고 있었음. 새벽의 문을 통과해 나가보니 구시가지와는 많이 다른 느낌의 도로와 일반적인 도시의 풍경이 펼쳐졌다. 아마 그쪽에서 좀 걸어올라가면 버스 터미널이 나왔을 것 같은데, 덥고 다리 아프지 않았으면 거기까지 가봤을텐데 이때 이미 너무 지쳐 있었다. 그래서 다시 돌아서 내려가기로 했다. 여기에는 카톨릭 성당, 정교 수도원 등이 면해 있었다. 정교 수도원은 며칠 전 뒷뜰만 거닐었는데 오늘은 안에 들어가보았다. 

 

 

 

 

입구는 이렇게 생겼음. 

 

 

 

 

 

내부가 화려했고 정교 신자들이 들어와 지속적으로 이콘에 입을 맞추고 기도를 했다. 여기도 규모가 좀 컸고 정교 사원인데도 불구하고 의자가 있었다. 카톨릭 문화 안에서 타협을 한 것인가 싶음. 내부 사진도 몇 장 찍긴 했지만, 가장 차분한 사진 한컷만 올려봄. 뻬쩨르나 블라디보스톡에서 정교사원에 가면 저기서 초나 작은 이콘을 사곤 했는데 오늘은 그냥 바라보기만 했다. 빌니우스에 와서 여기저기 교회에 많이 들어갔는데 아직까지 내 마음에 가장 드는 교회는 처음에 들렀던 가장 작은 곳, 푸쉬킨의 할아버지가 세례를 받았다는 곳이다(이름이 너무 어려워서 제대로 외지도 못하고 있음) 그곳에는 내일 마지막으로 들러 다시 초를 켜려고 한다. 

 

 

.. 아우 왜 이렇게 메모가 길지... 써도 써도 계속 남아 있다. 이제 좀 짧게... 

 

 

너무너무 덥고 지쳐서 헉헉거리며 무거운 다리로 걷고 있는데 스티클류 거리에 접어들었을 때 요즘 이 동네에서 핫한 곳이라는 아우구스타스와 바르보라의 러브스토리 카페가 보였다. 아까 올라갈 때도 봤는데 그땐 사람이 많았고 이번엔 좀 비어 보여서 아이고 힘들다 하며 들어갔다. 헉, 그런데 엄청 부담스러운 분홍 꽃(조화)들이 주렁주렁 달려서 꼭 웨딩홀 같은 인테리어였다! 우아아아... 힙한 곳이라 그런가 메뉴판도 안 주고 큐알코드를 찍어서 메뉴를 보라고 한다. 흑, 난 카페는 아날로그가 좋은데 메뉴판 안주다니... 하여튼 너무 더웠기 때문에 아페롤 스프리츠를 주문하고 케익을 먹어보기로 함. 아우구스타스 케익도 있고 바르보라 케익도 있는데 후자가 시트러스, 딸기 어쩌고라서 상큼하겠지 싶어 그것을 택했다. 여기는 다른 빌니우스 카페들과 비교하면 케익 가격이 꽤 비쌌는데 막상 나온 것이 너무 콩알만해서 와 정말 힙한 곳이라 그런가보다 하며 다시 놀람 ㅋㅋ 여기랑 슈가무어 두군데가 딱 그런 느낌이었는데, 그렇지만 슈가무어는 케익이 맛있었고 여기보단 덜 비쌌단 말이야! 여기는 케익이 심지어 맛이 별로였다. 여기 오실 분은 케익은 시키지 말고 그냥 음료만 주문하시기를 ㅠㅠ 

 

 

 

 

 

분홍 꽃 인테리어 일부. 사실은 더욱 주렁주렁임. 내 맞은편 저 분홍꽃 아래 멋지게 수트 차려입고 계신 저 남자분은... 루이비통 가죽 가방을 옆에 두고 호젓하게 저렇게 뭔가 얼음 넣은 위스키처럼 생긴 주류를 마시고 계셨는데 인테리어와 상당한 부조화가 느껴졌음. (이것도 편견이겠지만 ㅋㅋ 영원한 휴가님이 사진을 보고는 웨슬리 골드버그 주니어라고 이름을 붙여주셨음 ㅎㅎ)

 

 

하여튼 맛없긴 했지만 케익을 클리어하고 스프리츠를 마셔서 수분을 보충한 후 다시 거리로 나왔다. 헉헉, 이제 호텔로 돌아가야겠다. 오늘은 전망대 올라간다고 무거운 dslr을 드디어 들고 나왔기 때문에 어깨가 빠질 것 같았다. 근데 무거운 카메라 들고 나왔지만 창문에 격자 철망이 있어 별다른 사진 못 건짐 흑... 

 

 

너무 힘들게 방으로 돌아왔다. 온몸이 축 처지고 땀도 나서 샤워도 했다. 그랬더니 만사가 귀찮았지만 흑흑 모레 돌아가야 하니까 아까워서 폰이 충전되는 동안 한시간 좀 넘게 쉬다가 도로 나갔다. 게디미나스 대로에 Douglas 라는 화장품 편집매장이 있었는데 온라인으로 보니 바디 제품 등 여러 제품이 많아 보였다. 세포라나 시코르 같은 곳이겠거니 했다. 그러나 막상 가보니 정말 물건이 너무 없어서 아무것도 못 건짐 ㅠㅠ

 

 

건너편 건물 지하의 Lidl이라는 커다란 마트에 갔다. 혹시 락앤락 같은 커다란 플라스틱 용기를 팔면 키비나이를 좀 포장해 보려고 ㅋㅋ 여기 수퍼는 여태 갔던 이키나 리미보다 훨씬 컸다. 내일 와서 초콜릿이나 뭐 그런걸 좀 사야겠다. 그러나 락앤락 비스무레한 건 없었다. 네링가에 묵을 때 지나쳐갔던 플라잉 타이거 샵에 가봤는데 거기엔 조그만 정방형 도시락 용기는 몇개 있었으나 키비나이가 들어갈 크기는 아니었다. 그래서 '에이 그냥 뱃속에 저장하고 가자' 하며 빌니아우스 거리의 피나비야에 다시 갔다. 치킨 들어간 키비나이에 녹차를 먹음. 치킨 들어간 것도 맛있었다. 먹을수록 뻬쩨르의 부셰가 생각났다. 속이 든 삐로슈까... 그리고 서양배랑 cowberry란 게 들어있는 놈도 있어 그건 테이크아웃해 왔는데 이걸 언제 먹을지 계산이 안되네... 내일 아침엔 호텔 조식을 먹고 공항 검사소에 갈텐데. 저녁에 먹기는 불가능했고. 뭐 먹긴 먹겠지. 

 

 

부서원들에게 가져다줄 게 없어서 며칠 전 갔던 1953년부터 시작했다는 그 빵집 분점에 가서 과자 같은 걸 사기로 했다. 그런데 처음에 갔던 리에이클로스 거리의 분점은 너무 작아서 빵들이 다 점원 뒤에 있어 이거 저거 주세요 해야 하는 곳이었고 남은 게 별로 없었다. 그래서 필리모 거리를 찍고 가다가 거기 대신 며칠전 영원한 휴가님과 아가들과 갔던 루디닌쿠 거리 지점으로 갔다(매일 엄청난 정보를 나에게 제공해주심 ㅠㅠ) 그런데 여기도 내가 생각했던 봉지에 든 과자류는 별로 없었고 빵, 카눌레, 엄청 빵처럼 생긴 에클레어(그러나 먹으면 맛있을거 같다), 슈, 마카롱, 그외 리투아니아 여러 빵들이 있었다. 카눌레나 마카롱은 우리나라에도 있으니까 좀 그렇다 싶어서 한참 고민하다가 게으름뱅이 케익 두쪽과 양귀비빵을 샀다. 사고 보니 이건 다 내가 먹을 것들이지 사무실에 가져가 풀어놓을 종류는 아니네 ㅋㅋ 

 

 

그리고는 이제 다시 호텔로... 헉헉 이제 너무 다리아프고 지치고... 꼭 비올 것처럼 찬바람이 불어와서 치맛자락이 펄럭여서 원피스 한쪽을 부여잡고 걸어왔다. 로비 라운지에서 김릿 한 잔 마시고 방에 가려고 했는데 라운지 소파가 다 차 있었다. 바에 들어갈 수도 있었는데 오늘 너무 더위와 습기에 지쳐서 알콜 섭취하면 맛이 갈 것만 같은 상황이라 그냥 포기함(아무래도 이 호텔의 비타우타스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서 그랬던 것일수도 있음 ㅋㅋ)

 

 

방에 돌아와 목욕을 하고 간단히 요기를 한 후에 트렁크를 열어서 옷가지들만 먼저 꾸렸다. 옷 몇벌은 남겨두었는데 돌아가는 날 입을 최고 편한 옷과, 내일 날씨를 보고 고를 옷 정도. 요번엔 별로 산 게 없어서 짐 꾸리는 게 그리 어렵진 않을 것 같다. 찻잔을 많이 사면 뽁뽁이 포장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리고 엄청 계산해서 가방 가운데 부위에 가장 충격이 적은 쪽에 잘 배치를 해야 하는데 요번엔 그럴 일이 없어서. 찻잔 하나도 안 샀음. 

 

 

아우 이 메모도 쓰는데 한시간 걸렸다... 오늘 근데 엄청 걸었다. 두번 왔다갔다 해서 그런가보다. 10.1킬로, 14,511보! 여기 와서 두번째로 많이 걸었음. 그러니 오늘 김릿 마셨으면 완전 뻗었겠지. 근데 여기 김릿이 별로 기대가 안되네. 역시 비타우타스 때문인가 ㅋㅋㅋ 

 

 

내일은 아침에 볼트로 택시 불러서 공항 검사소에 가서 코로나 신속항원검사를 받아야 한다. 자가키트는 음성이다만 그래도 막연한 불안감이 좀 있음. 부디 별 일 없길.

 

 

 

 

 

 

오늘의 마지막 사진은 그 큰 수퍼 Lidl 앞에 매어둔 커다란 개. 너무 순하고 이뻤다. 마트에 들어가고 나오는 사람들이 너무많아서 계속 문이 열리고 혼잡한데 너무 얌전하게 이렇게 딱 배깔고 엎드려서 주인 언제 오나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음. 흑흑 주인이 빨리 나왔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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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곤하게 중간에 안 깨고 일곱시간 가량 잤다. 더 잘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잘 안돼서 일어나 씻고 조식을 먹으러 갔다. 조식 레스토랑에 사람이 너무 없어서 좋다기보단 좀 민망했다. 보통 조식 레스토랑은 좀 널찍하고 테이블이 많고 북적거리는데 여기는 로비도 좀 작고 레스토랑도 시내에서 유명한 곳이라는데 자리는 별로 많지 않았음. 아마 야외에도 테이블들이 여럿 있기 때문인가 싶다. (그럼 겨울엔?) 아직 본격 관광 휴가철보단 좀 이르기도 하고 이 호텔(뿐만 아니라 빌니우스 통틀어)에 동양인 관광객이 눈 씻고 찾아봐도 없어서 아무래도 혼자 내려가니 뭔가 어딘가 편하진 않음. 둘만 돼도 좀 나은데 ㅜㅜ


하여튼 메뉴를 갖다주는데 리투아니아어와 영어로 되어 있었다. 팬케익 종류 중 프라이드 커드 어쩌고 되어 있는 것이 아무래도 시르니키 같아서 점원에게 이거 시르니키냐고 물어보니 ‘노어 할 줄 아느냐?’고 하며 그때부터 노어로 응대를 해줌. 시르니키가 맞다고 해서 시켰는데 나중에 갖다준 것을 보니 우와 이것은 내가 아는 시르니키와 좀 다름. 러시아에서 자주 먹던 시르니키는 뜨보록(코티지 치즈)과 달걀, 밀가루 따위를 반죽해 동글동글 조그맣고 폭신폭신하게 구워서 슈가파우더를 좀 뿌려주는데 여기서 가져다준 시르니키는 아마 재료와 구조는 비슷했겠으나 일단 크기가 컸고! 기름을 잔뜩 둘러 바삭하게 지져낸 부침개 같았다. 납작하고 바삭바삭한 튀김(옛날 도나스 같음)에 더 가까웠고 속에 뜨보록이 좀 들어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거기에 엄청 많은 스메타나(사워크림)과 체리잼을 곁들여 주었다. 맛있긴 했는데 너무 거해서 다 먹지는 못했다 ㅠㅠ 이렇게 많이 주는 줄 알았으면 오믈렛이라도 시키지 말걸. 내일은 그냥 아메리칸 팬케익으로 선회해야지.

 

 






조식을 잔뜩 먹은 후 방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밖에 나갔다. 오늘은 별다른 계획이 없었다. 오전에 기념품샵에 가보는 것과 오후에 제대로 된 애프터눈 티(삼단 트레이)를 마시는 것뿐이었다. 호텔이 대성당 광장 바로 맞은편에 있었으므로 오늘은 광장을 다시 한번 빙 돌아보았고 대성당 안에도 들어가 보았다. 성당 내부는 넓고 좀 썰렁했다. 하긴 나는 큰 성당을 별로 좋아해 본 적이 없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광장에 발틱의 문이라는 붉은 포석이 있어(예전에 발트 3국 사람들이 인간 띠를 만들었는데 그 시작점이 이쪽이라고 했던 듯) 이것을 세 바퀴 돌면 소원이 이루어지는지 아니면 행운이 오는지 하여튼 좋다는 얘기를 여행서에서 읽은지라 빨간 포석 찾으려고 광장을 두 바퀴나 돌았지만 못 찾았다. 이건가 해서 가보면 배수구나 상수도 뚜껑이었다. 찾다가 지쳐서 영원한 휴가님께 톡을 드렸더니 원어를 알려주셔서(stebuklas – 기적이라는 뜻이라 함) 그것으로 구글 맵에 쳐보니 심지어 맵에도 magic brick이라고 나왔다. 지도를 보고 찾아가는데도 잘 안 보여서 좀 헤매다가 간신히 발견. 세 바퀴 돌며 소원을 빌어보았다.







그런데 나는 세 바퀴 돌라고 해서 포석 주위를 돌았는데 내 뒤에 있던 아이들과 선생님은 포석을 꽉꽉 밟으며 그 위에서 빙글 도는 거였다! 앗 밟아야 하는 것인가? 주변을 돌면 효과가 없는 것인가? 하지만 소원을 들어주는 돌도 뭔가 꽉 밟히면 기분 나빠서 들어줄 것도 안 들어주지 않을까? 받들어 모시며 주변을 경건하게 돌아야 하는 거 아닐까 싶지만, 또 반대로 꽉꽉 밟아야 포석의 기운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 싶기도 함. 그러나 이렇게 의문하는 것도 또 우스운 것이 기껏 몇십 년도 안 된 포석인데 고대와 중세의 기운이 결집된 오랜 행운의 상징도 아닐 텐데 주변을 돌든 밟든 상관없지 않을까 하는 결론을...









기적의 포석 찾으려고 헤매다 웬 발바닥 음각을 발견. 비 와서 물이 고여 있고 비둘기들이 물을 마시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저 발바닥 안에 내 발을 넣어야 하는 거 아닐까 했지만 물이 많이 고여 있어서 가죽 운동화 신은 발을 넣을 수가 없었다. 영원한 휴가님께서 그것은 ‘발틱의 발’이라고 부른다고 하셨다. 이것도 그 인간 띠와 관계된 자리였음. 사진 끄트머리에 나온 게 내 발.


어쨌든 방향 감각이 없어서 호텔 맞은편으로 곧장 걸어오면 즉시 발견할 수 있는 기적의 포석을 광장 두 바퀴 넘게 돌고서야 찾아낸 후, 필리에스 거리에 있는 로컬 하우스라는 기념품 샵에 갔다. 그저께도 들렀는데 그때는 아무것도 안 사고 나왔었지만 이제 돌아갈 날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아무것도 산 게 없어서 내 것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엄마랑 쥬인 거는 사야 하지 않을까 하며. 이번엔 꼼꼼히 보고서 발틱 전통 문양이 칼라풀하게 그려진(누가 봐도 ‘이 동네 와서 샀음!’ 하는 느낌의) 에코백 두 장과 스카프 한 장, 빌니우스가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엽서 한 장을 샀다. 그리곤 주변에 있는 발틱 수공예점에도 갔는데 향을 피워놔서 좋긴 했지만 발틱 민속신앙 등을 모티프로 하고 있어 어딘가 좀 어둑어둑했다. 종이로 만든 부활절 달걀을 살까 했는데 검정색으로 칠해져 있고 발틱 무속 문양도 그려져 있어서 ‘아니 부활절 달걀인데 이렇게 어둠의 달걀이면 좀 이상하지 않은가’ 하는 마음에 안 샀음. 어쩐지 부활절 달걀이 아니라 이교도 신을 소환하는 아티팩트 같은 느낌이...

그리고는 주변을 좀 걸었는데 오늘도 무지 더웠고 습했다. 그래서 필리에스 거리로 돌아와 리미 수퍼를 찾아내 거기 가서 물과 초콜릿, 홍차 두 팩 등을 사서 호텔로 돌아왔다. 물 때문에 무거워서 헥헥대면서... 호텔에서 물을 두 병 주긴 하는데 0.3짜리라 모자라서. (나는 물을 자주 많이 마시는 편이라 항상 1.5리터짜리를 예비로 한 병 사 들고 온다) 그런데 호텔에서 주는 이 생수가 좀 맛있음. 미네랄 성분이 많은가 봄. 갑자기 아스토리야에서 주던 바이칼 생수가 그리워짐. 그 생수는 특이하게 네모진 병에 들어 있고 0.4리터라 용량도 아주 적절했는데. 한때 잠시 국내 편의점에서 이 바이칼 생수를 팔았던 적이 있는데-좀 비싸긴 했지만 1+1 행사를 했었음- 안 팔렸는지 금세 사라져서 아쉬웠다. 이제 러시아가 이 모양이니 더더욱 다시는 안 들어오겠지 흐흑. 어째서 빌니우스에 놀러 와서 바이칼 생수 타령인지 나도 모르겠지만.

더위와 습기 때문에 그 사이에 또 지쳐서 한동안 방에서 다리를 뻗고 좀 쉬었다. 영원한 휴가님과 호텔 라운지에서 애프터눈 티를 마시기로 하여 두 시 좀 넘어 내려갔다.

사람들마다 여행을 가면 꼭 해보는 게 있을 텐데, 나 같은 경우는 애프터눈 티 세트를 맛보기와 숙소의 바에서 김릿을 마셔보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웬만하면 거의 하지 않고 여행을 왔을 때, 그리고 좀 괜찮은 호텔에 묵을 때만. 우리 나라에서는 카페에 갈 때도 많긴 하지만 보통 티타임은 우리 집(카페 자이칙)에서 세팅해놓고 마시는 것을 더 좋아하고(심지어 내가 우린 차가 보통은 더 나음) 집-회사-집의 노동노예 생활을 하다 보니 바에 갈 일도 거의 없어서 어쩌다보니 나에게 3단 트레이 본격 애프터눈 티와 밤에 편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편하지도 않은 옷을 입고 내려와 김릿 한잔 마시는 것이 여행에 있어 일종의 상징 같은 것이 되었다. 그래서 여기에서도 애프터눈 티세트를 발견하고 좋아하며 라운지에서 여유있고 아름다운 티타임~을 꿈꾸며 내려갔음.

 








영원한 휴가님과 애프터눈 티타임은 매우 즐거웠다. 중간에 시간을 내주신 것도 정말 감사했다. 아마 돌아가서도 생각날 것 같은 시간이었다. 나는 다즐링 서머를 마셨고 영원한 휴가님은 ‘가학적인’ 랍상소총(아마 차이나 어쩌고라는 이름으로 되어 있었던 듯)과 밀키 우롱티를 드셨다.


그런데 미리 예약을 안 했더니 세트 준비하는데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좀 당혹스러웠다! 그리고 샌드위치, 디저트는 3단 트레이에 나왔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스콘이 나오지 않았다! 보통 스콘을 먼저 먹은 후 더 달달한 디저트를 먹는데. 우리는 ‘여기는 정말 느리고 여유롭군요. 근데 그래도 왜 아직도 스콘이 안 나오는 걸까요’ 하다가 ‘앗 혹시 코스처럼 나오는 것인가? 트레이에 담긴 모든 것을 다 먹어야 스콘을 갖다주나?’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에 내가 황급히 내 앞접시에다 남아 있던 미니 유자 타르트와 샌드위치를 옮겨 담았다. 그랬더니 정말로 트레이를 치워가고 그제야 스콘이 나왔다. 아니 이럴 수가!

하도 디저트도 안 나오고 스콘은 더더욱 나오지 않아서 그동안 우리는 ‘여기 이거 시키는 사람이 너무 없어서 카페 주방에서 당황했나 봐요. 스콘 이제 반죽해서 굽나 봐요. 샌드위치도 틀에 넣어 찍어내고 속 만드느라 한참 걸리나 봐요’ 운운, ‘비타우타스가 정말 고생하겠어요. 왜 갑자기 어렵고 손 많이 가는 애프터눈 삼단 트레이를 시켜가지고 하며 슬퍼하고 있나 봐요’ 운운 농담을 하고 있었다(비타우타스는 이 동네의 흔한 남자 이름)

그런데 아무래도 이 농담이 정말인 것만 같다 ㅋㅋ 왜냐하면 이 호텔 라운지는 한산했고 어쩌다 뭔가를 시키는 손님도 이렇게 거한 티세트가 아니라 차 한 잔, 에스프레소 한 잔, 물 한 병 정도만 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전에 갔었던 곳 같은 본격 티타임 라운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하여튼 그래서 우리는 생각보다 많이 기다렸다가 스콘까지 먹었다. 미안합니다 비타우타스 씨. 그냥 탄산수 한 병, 차나 한 잔 시킬 것을 거창한 3단 접시를 시켜서 생각지 않은 중노동을 시켜드렸습니다. 그리고 스퍼드 닮은 다른 점원분도 미안합니다... (나는 그 생각을 안 했는데 안경 끼고 머리를 짧게 깎은 남자 점원을 보고 영원한 휴가님이 스퍼드 닮았다 해서 이제 계속 웃길 것 같음 ㅠㅠ 그건 그렇고 스퍼드가 누군지 다들 모를 것 같음. 이미 오래된 영화인 트레인스포팅에 나왔던 등장인물임)

 

 









차를 마시고 스콘까지 클리어한 후에 당분과 탄수화물과 지방과 카페인으로 꽉 찬 상태로 일어났다. 영원한 휴가님이 가시는 것을 조금 바래다 드린 후 우니베르시테토 거리를 따라 걸어내려왔고 유레카라는 이름의 작은 서점(여기도 알려주신 곳)에 들렀다. 작가들과 유명한 구절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팔고 있었는데 잘 보니 앨런 긴스버그 셔츠가 하나 있었다. 그런데 슬프게도 긴스버그는 결코 잘생기지도, 카리스마 있지도 않은 시인이었다 보니 티셔츠가 별로 예쁘지 않아서 미모지수 부족이란 이유로 안 샀음. 미안합니다 긴스버그씨... 혹시 셔츠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시인 Howl의 인용구라도 적혀 있었으면 미모 불충분에도 불구하고 샀을지도 모르는데 그것도 아니었기에... 그 시는 엄청 길기도 하지만 이 사람 시 중 제일 유명하니 이왕이면 거기서 몇 줄 따왔어도 됐을 텐데... 오늘은 어찌 된 것이 비타우타스에게도 미안하고 스퍼드에게도 미안하고 심지어 긴스버그에게도 미안한 날임 ㅋㅋ

 

 
 





티타임 찍으려고 dslr을 가지고 나왔던 터라 가방이 무거워서 일단 방에 들어왔다. 6시 전이라 아직 이른 시간이었고 다시 나갈 수도 있었는데 방에 들어오자 급피곤해졌다. 이제 놀 수 있는 날은 금토 딱 이틀뿐이라 아깝긴 했지만 새 호텔이니까 방에서 좀 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쉬기로 했다. 그런데 목욕을 하고 나왔더니 창밖으로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것이 아닌가. 어제보다 더 심하게 쏟아져서 대성당 광장 종탑 옆으로 물보라가 쏴 일고 있었다. 창가로 기어올라가 창문을 열고 비 구경을 잠깐 하는데 심지어 우박까지 요란하게 쏟아져서 그 짧은 시간 동안 창가와 내 다리가 다 젖음! 그냥 일찍 들어와 쉬기로 한 것이 참으로 다행! 지금은 비는 그친 것 같은데 순간적으로 많이 왔는지 길이 많이 젖어 있는 것이 보인다.


내일은 트라카이에 갈까 망설였는데 결국 안 가고 아마 빌니우스 대학 교정에 들어가보고 김릿도 한 잔 마실 것 같다. 사실은 오늘 저녁 방에 들어왔을 때 잠깐 김릿 마시러 바에 내려갈까 했지만... 이미 거창한 애프터눈 티세트로 비타우타스에게 크나큰 고통을 안겨주었으므로 김릿은 내일 마시기로 함 ㅋㅋ (이 호텔이 생각보다 규모가 작고 바도 작아서 일하는 사람이 다 거기서 거기일 것만 같고 하여튼 투숙객이 좀 많고 나 같은 손님도 여럿 있어야 더 편한데 ㅎㅎ) 아니면 돌아다니다 찍어놓은 바가 몇 개 있어서 거기 들러 마실 수도 있을 듯. (하지만 ‘묵고 있는 호텔’ 바에 내려가 편안하게 한 잔...에 방점이 있긴 한데~ 비타우타스 혹은 그 동료들이여 내일은 김릿이오 ㅋㅋ)

 



어제 네링가 호텔에서 택시 타고 오면서 기내 캐리어에 체리 팩과 함께 비닐포장해 넣어왔던 수레국화. 체크인까지 몇 시간 동안 짐을 리셉션에 맡겨 놓았던 동안 꽃이 캐리어 안에서 팍 시들었고 갖은 정성으로 찬물에 설탕을 타주면서도 내내 시들해서 슬펐는데, 오늘 아침에 대를 좀 자르고 다시 설탕물에 담가놨더니 돌아와서 보니까 좀 살아났음! 덜 시들시들함 :) 그래서 저녁에도 설탕 반 봉지 넣어줌. 남은 설탕은 내일 아침 주려고 접어놓았다.


** 오늘은 4.7킬로, 6,782보 걸었다. 대폭 줄었음. 피곤해서 + 비타우타스의 수난을 야기한 티타임 덕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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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오전에 들렀던 시장 근처의 헌책방. 러시아어로 된 책들이 많았다. 그리고 고양이가 네 마리나 있었다. 더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발견한 건 네 마리였다. 그중 계속 서점 안을 돌아다니기며 손님에게 제일 많이 엉기던 냥이. 그런데 이 사진에선 엄청 고고한 척 하고 있다. 오렌지 고양이도 한 컷.
 
 
 
 



 
 

앞선 포스팅과 같이 오전엔 영원한 휴가님께서 시장 구경을 시켜주시고 리투아니아 전통음식인 체펠리니도 맛보여 주셨다. 체리 한 팩과 서양자두도 한 개 샀다. 그러고는 저 고양이네 헌책방에 들러 구경을 했다. 나를 위해 책방 구경을 시켜주신 영원한 휴가님께 너무 감사했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흐흑... (오래된 책, 먼지, 고양이털 때문에 콧물/기침을 계속 하시게 되었다... 토끼 한 마리 구경 좀 시켜주시려고 고생을 흑흑)

 

 

그리고는 동네의 힙한 카페인 백스테이지 카페라는 곳에 가서 한동안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카페와 티타임 사진은 아래.

 
 
 








이 카페에서는 커피 원두도 팔고 있었다. 나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홍차와 티라미수를 먹었고 영원한 휴가님은 아이스 에스프레소와 쿠키를 드셨다. 체리는 시장에서 사온 거, 마치 카페에서 파는 과일인양 접시에 함께 :) 영원한 휴가님께서 바쁘신 와중에 내내 시간을 내주시고 좋은 곳 데려가 주시고 먹여주시고 구경시켜 주셔서 정말 감사하기 이를 바 없었다.

카페에서 나와 영원한 휴가님과 헤어진 후 나는 근처 거리를 좀 산책했다. 카페는 시청 근처에 있었다. 지난번 지나쳐 갔었던 성 니콜라스 정교 사원에 잠깐 들어가 기도를 했고, 며칠 전 발견해 초를 켰지만 푸쉬킨의 조부가 세례받은 곳이란 건 몰랐던 정교 사원에도 잠깐 다시 들렀다. 그리고 시청에서 연결되는 번화한 디조이 거리와 거기서 여기저기로 갈라지는 작은 골목들을 좀 돌아다녔고 주변 구경을 하다가 체리와 자두 탓인지 가방도 무겁고 비가 올 듯 날씨가 너무 습하고 더워서 잠깐 호텔로 돌아왔다.

 
 






어느 건물 뒤뜰에 들어가 찍은 사진.

 



돌아오는 길에 게디미나스 대로 한켠에서 꽃들을 팔고 있는 할머니에게서 조그만 수레국화 한 다발을 샀다. 디조이 거리와 그 근방 기념품 가게들 몇 군데 들어갔지만 딱 맘에 드는 게 없어 암것도 안 사서 아쉬웠는데 생각지 않게 수레국화를 사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나 내일 호텔을 옮겨야 하므로 과연 이 꽃을 잘 가져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흐흑...

다행히 오늘은 돌아오니 청소를 해두었다. 호텔 방에 돌아와 아픈 다리를 좀 주무르며 자두를 먹고 한 시간쯤 쉬다가 4시 좀 넘어서 다시 나갔다. (이제 휴가가 절반 넘게 지나가버려서 수목금토 밖에 없다는 생각에 부쩍 아쉽기 시작함. 그래서 더욱 바르샤바에서 하루 날린 게 아깝지만 그래도 여기 와서 내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고 날씨마저 아직 비가 올랑말랑 하면서도 계속 안 와서 너무 다행임!)

 
 
 






그저께 영원한 휴가님과 잠깐 구경했던 헌책방 카페가 너무 가보고 싶어서 그곳을 목적지로 잡고 갔다. 구글 맵 덕에 길 못 찾기로 소문난 자인 나도 어찌어찌 대충 여기저기 찾아갈 수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이 카페는 성 이그노토 거리에 있는데 게디미나스 대로에서 꺾어 토토리우 거리를 따라 쭉 올라가다가 커브를 틀면 나온다. 민트색이라 이름이 민트 비네투인가 추측했다. 그저께 구경했을 때 카페 안쪽 창가에 숨어 있는 테이블이 너무 맘에 들어서 아 저기서는 글도 잘 써지고 비올 때 창가에 앉아 차 마셔도 너무 좋겠다 하고 생각했던 곳이다. 오늘 가보니 야외 테이블 한 개와 문가의 테이블 여럿은 이미 다 차 있었고 안쪽 방의 창가 테이블 3개는 텅 비어 있었다. 여기 사람들은 여름엔 햇볕을 쬐어야 하니 웬만하면 바깥으로 가고 안쪽 창가를 찾는 건 나 같은 자뿐인 것 같음.


그래서 고대하던 그 창가 자리를 득템. 점심 때 차를 마셨으므로 여기서는 녹차를 주문했는데 티팟에 내주어서 더욱 좋았다. 창가에 앉아 진짜 오랜만에 아이패드로 스케치도 함. 먼저 올린 두 장의 스케치가 이곳에서 그린 것임. 여기는 조금은 프라하의 카페 에벨 같고 서점 카페라 약간은 뻬쩨르의 뽀드삐스니예 이즈다니야를 생각나게 했다. 우리 동네에도 이런 카페가 있다면 자주 갈 텐데. 글도 쓰고. 지금까지는 여기가 빌니우스에서 갔던 곳들 중 가장 맘에 드는 장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한 시간 반 가량 앉아 차도 마시고 그림도 그리다 나왔다. 성 이그노토 거리를 쭉 거슬러 올라가서 주변을 또 조금 구경하다가 빌니아우스 거리로 가서 어제 키비나이를 맛있게 먹었던 피나비야에 들렀다. 어제 위 용량 부족으로 못 먹어 아쉬웠던 서양배/코티지 치즈 키비나이를 테이크아웃했다. 내일 아침으로 먹으려고. 이 거리가 끝나는 무렵에 티샵이 하나 있는데(이것도 영원한 휴가님이 알려주심. 모든 보물상자를 알려주심 ㅎㅎ) 원래 여기서 홍차랑 이것저것 사려고 이쪽 길로 온 거였다. 그런데 내일 가방을 끌고 숙소를 옮겨야 하니 짐이 늘어나면 귀찮을 것 같아서 일단 방 옮긴 후 다시 오기로 했다. (옮기는 숙소에서도 별로 멀지 않음)

 
 
 




그리고는 호텔 건너편 수퍼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근처 공원에 앉아 먹었다. 이번에 고른 건 플롬비르 아이스크림이었다. 플롬비르는 이름도 러시아어랑 똑같았음. 동그란 공 모양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은 네모진 콘이다. 맛있었다. 여기도 아이스크림이 맛있어 뿌듯하다. 역시 아이스크림은 추운 나라가 맛있다... 라고 쓰다가 갑자기 헬싱키에서 먹었던 맛없는 아이스크림이 생각나서 ‘핀란드 빼고’ 라는 말을 덧붙여본다.


아이스크림 먹으며 까마귀를 구경했다. 공원 한켠에 프리다 칼로 벽화가 있어 까마귀와 어딘가 어울렸다. 왜 프리다 칼로 벽화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는 방에 돌아와 목욕 후 간단히 요기를 하고... 너무너무 하기 싫은 짐 꾸리기... 중간에 숙소를 한번 옮기니 이런 귀찮은 일이 생긴다. 묵어보니 지금 호텔이 그렇게 나쁘지 않아서 그냥 쭉 있었어도 됐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침대도 편하고 널찍함) 여행 결정했던 당시엔 사실 좋은 곳에 며칠이라도 있고 싶어서 다른 곳도 추가로 예약을 했던 것이다(후자에 내내 머무르기에는 숙박료가 날짜 단위로 상당히 차이가 있어 좀 어려웠음) 내일 옮기는 호텔이 구시가지 구경할 만한 곳들엔 더 가까워서 우주피스에 다시 가기도 좀 쉬워질 듯하고.

하여튼 가방을 대충대충 꾸렸다. 가방 끌고 1킬로 가까이 대로변을 걸어가려면 트렁크 하나만 끌고 가는 게 편하니 당초 커다란 트렁크 안에 기내 캐리어를 집어넣어서 하나로 만들어볼까 싶었는데, 짐만 놓고 따지면 충분히 가능하지만 기내 캐리어 자체의 부피 때문에 그닥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아 몰라, 가깝지만 택시 불러~’ 하고 마음이 바뀜. 볼트 앱으로 검색해보니 엄청 가까운 거리이지만 택시가 잡힐 것 같긴 했다. 그래서 도로 가방 두 개로 꾸리는 것으로 결정하니 매우 쉽게 더욱 대충대충 쑤셔 넣었다. 이건 비행기 타는 게 아니니 굳이 뽁뽁이로 섬세하게 싸야 하는 것도 별로 없고(노트북과 색조 파우치 정도), 방 옮겨야 한다는 생각에 기념품도 아직 하나도 안 사서(어제의 머리핀 빼고 ㅋㅋ) 이제 내일 오전에 씻고 화장을 하고 나면 나머지 파우치들과 이 노트북 따위를 가방 남은 자리에 대충 쑤셔 넣으면 된다. 아오 쓰다 보니 또다시 ‘으앙 휴가가 절반 넘게 가버렸어’ 하는 슬픔이 몰려온다 흑흑. 다시 졸려오니 곧 침대로 가야겠다.

 

오늘도 도합 8.3킬로, 11,788보 걸었음. 다리가 쑤시긴 하지만 뿌듯한 하루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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