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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니우스에서의 마지막 날. 밤까지 가방을 꾸렸고 내일 아침 비행기라 새벽에 일어나야 하므로 오늘은 짧게.



귀국을 위해 코로나 신속항원검사를 받아야 해서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고(오늘은 아메리칸 스타일 팬케익 먹어봄, 베이컨은 빼고), 볼트로 택시를 잡아타고 공항에 갔다. 기사분이 러시아 분이었는데 내가 자기가 태운 두번째 한국인이라 한다.


검사소는 공항 앞 주차장(P2) 옆에 작은 컨테이너 2개로 되어 있었다. 하나는 예약확인 및 결제, 거기서 확인이 끝난후 옆 컨테이너로 가니 파란 마스크(심지어 그냥 비말마스크)와 가운 차림의 친절한 여인이 자가키트와 똑같은 면봉으로 그야말로 너무 부드럽게 두세번 양쪽 비강을 훑은 후 끝났다. 내가 자가키트하는 것보다도 더 간단했다. 15분쯤 후 메일로 음성 증빙서가 와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확인 후 안도했다. 영원한 휴가님께서 감사하게도 증빙서 출력도 해주셨음 정말 감사한 것이 끝이 없다...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시 택시 타고 게디미나스 대로의 Lidl에 내렸는데 여기는 독일계 마트라 크기는 해도 별로 건질게 없어 건너편 Rimi에 가서 막판에 사무실 선물용 캔디, 초콜릿과 치즈를 샀다. 방에 돌아와 짐을 좀 내려놓은 후,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가장 내 마음에 들었고 또 젤 처음 갔던 정교 사원인 아주 자그마한 St. Parasceve 교회에 가서 초를 켜고 기도를 했다. 교회에서 대천사 미카엘(미하일) 아주 작은 이콘과 초 받침대를 샀다. 신부님이 아주 친절하셨다. 그리고 뒤뜰에 있는 푸쉬킨과 그의 조부 한니발의 손 조각도 다시 가서 푸쉬킨 손 만지고 나옴. 아래 사진이 그 교회 입구.









그리고는 필리에스 거리로 가서 며칠전 에코백 샀던 상점에 들러 그때 눈여겨본 미니 컵을 결국 사고, 초콜릿 가게에 들렀다가 다시 방에 잠깐 들러 짐을 내려놓고, 영원한 휴가님과 대통령궁 앞에서 만나 함께 점심을 먹고(스티클류 거리의 르네 라는 곳), 오랜 시간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빌니우스가 무척 아름답고 평화로워서 산책하고 구경하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좋은 분이 계시고 그와 함께 이야기하고 나누는 시간이 있어 정말 행복하고 즐겁고 따뜻한 여행이었다. 여행 중 이러한 순간을 능가하는 것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혼자서 내내 거닐었다면 결코 얻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온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말로는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아주 소중한 그 무엇이다. 이 감사한 마음과 충만함은 짧은 메모로 제대로 적기 어렵고, 오히려 그래서 더 짧게 적게 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보키에츄 거리의 Huracan coffee에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곳은 체인 커피점이었지만 자리도 편하고 채광도 좋았다. 이곳 또한 아주 마음에 들어 오래 남을 것 같다. 맨 위 사진이 카페 내부. 여기는 우리가 이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던 지점이기도 했다.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이야기 나누다 저녁이 늦어졌다. 영원한 휴가님이 호텔까지 바래다주셨다. 잊어버릴랑말랑하던 밤인사인 라바 낙티스(근데 맞는지 헷갈림 ㅋ)를 외치고 방에 돌아왔다.


씻고 조식 테이블에서 집어온 서양배 등을 간단히 먹은 후(이미 카페에서 케익을 두번이나 시켜서 총 4가지를 먹음 ㅋ), 짐을 꾸렸다. 별로 산게 없다 생각했으나 어째서인지 트렁크가 또 꽉 차는 것이 참으로 미니멀리즘 불가의 신비다. 여튼 대충 꾸려서 낼 아침 최소한의 화장 후 파우치와 갈아입은 옷가지만 추가로 넣으면 된다.



여행을 마치는 시점이 되면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트라카이, 카우나스, 중앙역, 강 건너 신시가지, 안 가본 카페들이 남아 있고 또 무엇보다도 좋은 분이 계시니 분명 다시 올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난 기적의 포석도 발견했으니까 ㅎㅎ



이제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오늘은 5.7킬로, 8,823보 걸음. 오후엔 내내 후라칸 카페에 있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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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