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5

« 2024/5 »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2022. 7. 8. 23:01

우주피스 짧은 메모 2022 vilnius2022. 7. 8. 23:01



별 맥락은 없는, 우주피스 거닐며 찍은 사진 세 장. 영원한 휴가님과 첨 갔을 때는 주위 구경보다는 이야기에 정신팔려 있었고 비르쥬 두오나 베이커리 카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실컷 얘기하던 기억이 가장 마음에 남은 곳인데(우주피스 헌법도 각국어로 적혀 있는 거 같이 보고 막 문자 해독해보고 그랬는데), 이후 여행 중간쯤 숙소 옮기던 날 혼자 다시 산책하러 와서 언덕길을 올라가고 한바퀴 돌고 내려올 때는 그닥 마음이 확 끌리는 동네는 아니었다. 그래선지 이때 찍은 사진도 생각보다 몇 장 없고 사진들 자체도 좀 대충 찍은 느낌이 든다. 어차피 다 폰으로 대충 금방 찍은 사진들인데 다른 동네와 뭐가 다르냐고 하겠지만 하여튼 사진에 담긴 느낌은 그렇다. 좀더 어릴 때였다면 이 동네가 더 마음에 들었으려나 싶기도 하다. 다시금 황금소로 생각이 좀 남. 완전히 다른 곳이긴 한데, 내게 남은 감각은 좀 비슷함. 어떻게 생각하면 처음 갔을 때의 기억만 남겨두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기도 하다. 하긴 대충대충 겉만 보고 산책했으니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내게 이런 느낌을 주는 장소들이 몇 곳 있었다. 황금소로가 그랬고 우주피스가 그랬고 시모기타자와가 그랬다. 심지어 페테르부르크에서도. (노바야 골란지야가 그랬다) 서로 다른 장소, 다른 역사와 미감과 방식을 지닌 곳들이지만 이 장소들에는 어딘가 공통점들이 있다. 아름답고 나름대로의 이유로 유명한 곳들이지만 나에게는 피상적으로 남아버린 곳들. 어떤 애정이나 매력을 느끼기 어려웠던 곳들.


어쩌면 후라칸 커피도 혼자 갔다면 카페인과 비슷한 정도의 기억으로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장소 자체로 깊은 의미를 남기는 곳들도 있지만(그런 곳들은 내겐 거의가 페테르부르크의 작은 장소들이다) 아마 내게는 장소성 자체보다는 그 순간의 상황, 그리고 함께 했던 사람과 이야기가 더 우선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에게 우주피스는 이 두번째 산책보다는 첫날 주변을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한 채 다리 아픈 것도 잊고 언덕을 오르며 영원한 휴가님과 이야기를 나눴던 순간으로 기억에 남겨놓고 싶은 곳이 된 것 같다.









그런데 대충 찍어도 동네가 이쁘니 사진은 또 이쁘다. 그것도 위에서 언급한 다른 나라 다른 동네들과 좀 비슷함 ㅎㅎ

:
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