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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6. 8. 00:51

빌니우스 토끼 - 먹거리 모음 2022 vilnius2022. 6. 8. 00:51






영원한 휴가님 뒷모습 찬조 출연.



이것도 민트 비네투 카페에서 그림. 자리가 모자라서 두어개 못 그렸음.



그런데 크루아상은 정말 그리기 힘들다 ㅠㅠ 역시 토끼 앞발… 그나마 닮은 건 제일 쉬운 저 게으름뱅이 케익인듯 ㅋㅋ 와인이랑 저녁 먹은 곳에선 얘기하느라 수프 빼곤 사진 안찍어서 그림이 매우 대충대충 ㅋ 콘치킨은 저렇게 안생겼던 거 같은데 당근퓨레만 묘사 가능(심지어 퓨레처럼 안보임 ㅋㅋ - 밑에 있는 게 퓨레, 위에 있는게 닭다리입니다 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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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2. 6. 8. 00:48

바르샤바 토끼 2022 vilnius2022. 6. 8. 00:48






진짜 오랜만에 그린 여행 크로키. 오늘 민트 비네투라는 근사한 카페에서 그림. 한 장 더 있는데 그건 따로.




바르샤뱌 호텔 방에서 멍해졌던 순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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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아침에 영원한 휴가님이 안내해주셔서 할레스 투루구스/Halle Market 이라는 시장 구경. 과일이랑 이것저것 구경하고 시장 안의 맛집에서 리투아니아 전통음식 체펠리니를 아점으로 사주심. 쫀득한 감자반죽 안에 고기소가 들어간 걸 쪄서 사워크림(스메타나)과 튀긴 고기 토핑을 얹어 먹는다. 느끼할 줄 알았으나 여기가 맛집이라 그런가 의외로 맛있었다! 배도 부름 ㅎㅎ



그리고 체리랑 서양자두 1알도 삼 ㅎㅎ








체리와 서양자두 슬리바는 나에게 여행의 맛, 여름과 백야의 맛이다 :) 잠깐 방에 돌아와 자두 먹는 중. 꽃은 들어오다 길거리에서 어느 할머니에게서 샀음. 노어로 호객 + 수레국화라 이뻐서. 근데 꽃 사고 보니 내일 방을 옮겨야 한다는 걸 까먹었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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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간밤엔 자정 쯤 누웠으나 잠은 한시 즈음에나 들었던 것 같다. 피곤하게 자다가 역시 새벽에 깼다가 도로 자기를 반복. 꿈도 정신없이 꿨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



지금 묵고 있는 첫 숙소는 조식 추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늦잠을 자고서 어슬렁어슬렁 아점을 먹으러 갔다. 오늘은 앞서 올렸던 카페 피나비야(빌니아우스 거리에 있음. 위 사진이 카페 전경)에서 버섯과 치즈가 든 키비나이와 홍차로 아점을 먹었다. 집 근처에 이런 맛있는 빵집이 있으면 참 좋겠다 흐흑. 이런 키비나이/엠파나다/피로죡 등 속을 넣어 구운 파이 종류를 좋아하는데. 돌아가면 생각날 것 같다. 내가 영원한 휴가님이 추천하셨거나 데려가주신 곳(=검증된 곳)에서만 빵을 먹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리투아니아의 빵이 맛있다. 심지어 어제 저녁 먹은 양식 레스토랑에서 내준 큐민 넣은 흑빵도 맛있었다. 이 동네 빵은 러시아에서 먹은 것과 비슷한 느낌이고 프라하보다는 분명히 확실히 훨씬 맛있다!



키비나이로 아점을 먹은 후, 영원한 휴가님께서 아이들과 함께 나오셨다 하여 어제 갔던 크루스툼 카페 앞 분수대까지 쭉 걸어올라갔다. 아가들이 정말 너무너무 천사처럼 귀여웠다 :) 아이들이 분수에서 동전과 돌멩이와 녹슨 열쇠 등속의 각종 보물을 사냥하고 길거리의 모래 더미를 등산하고 어제 갔던 곳과는 또 다른 정교 사원의 뒤뜰에서 민들레와 무당벌레랑 노는 것이 정말 이뻤다.



수퍼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주고(큰 아가가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하고 계속 먹고 싶어했다 ㅎㅎ 그래서 곁에서 내가 주워먹기로 아이스크림 단어를 외우게 됨), 어제 우주피스에서 영원한 휴가님이랑 야외 테이블에서 파이랑 레모네이드 먹었던 그 빵집 분점이 근방에도 있어 거기서 아이들에게 카눌레와 브라우니, 오렌지 주스를 먹이며 놀았다. 이 과정에서 나는 주스라는 뜻의 술티스, 작은 유리컵이란 뜻의 스티클렐레 단어 두 개를 더 외울 수 있었다 :) 아가들이 낯을 가렸으나 아이스크림과 카눌레와 레모네이드에 담겨 있던 각얼음 제공에 힘입어 젤 처음 특히 낯가리던 아가가 헤어지면서는 포옹도 해주고 뽀뽀도 해주어 심장이 다 녹았다 :)))









이것이 그 빵집. 1953년에 연 브랜드인가보다. 빵이 다 맛있어 보였음!





영원한 휴가님과 천사 아가들이랑 헤어진 후에 나는 필리모(이런 이름이었던 거 같음) 거리를 따라 쭈욱 올라가서 호텔이 있는 게디미나스 대로 쪽으로 갔다. 은근히 걸어야 했는데 아마도 금요일부터 계속 강행군에 어제 많이 걸었기 때문인지 다리가 너무 아파져서 일단 호텔 건너편 올리브영 같은 곳인 드로가스에 가서 핸드크림을 사고, 수퍼에 가서 물을 사서 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내 방 청소가 아직도 안 되어 있고 ‘청소해 주세요’ 표찰도 그대로 걸려 있었다 ㅠㅠ 3시도 넘어서 돌아왔건만. 이게 뭔가 싶다가 다 귀찮아서 ‘청소해 주세요’도 빼서 방에 넣어뒀는데 30분쯤 후에 노크와 함께 ‘지금 청소해드릴까요?’ 하고 묻는 직원... 그러면 방을 잠깐 나가 있어야 하는데 이때 다리가 너무 아팠기 때문에 ‘아니 오늘은 괘안아요’ 라고 답했다. 그런데 잠시 후 나는 근처 카페에 당분과 카페인 섭취하러 나갔으므로 그냥 청소해달라 그럴 걸 그랬나 싶음. 나는 딱히 방을 어질러놓는 편이 아니어서 하루쯤 청소 안해 줘도 아무 문제는 없다만 욕실의 다 쓴 타월 치워주는 건 좀 필요했는데. (좀전에 호텔 안내문을 잘 읽어보니 청소는 8시~저녁 6시 사이에 한다고 적혀 있음. 아니, 아무리 그래도 보통 호텔은 손님이 방에서 나가고 나면 체크를 해서 두어 시간 사이에는 해주는 편인데... 흐흑)









다리가 너무 아프고 피곤하니 오늘은 호텔 근처에 있는 이 동네 카페 체인점에 잠깐 가서 애프터눈 티와 단것을 좀 먹고 들어오는 것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오늘도 7.2킬로, 1만보 넘게 걸었음) 그래서 5분 거리에 있는 카페인이라는 곳에 갔다. 여기는 리투아니아에 거의 제일 처음 생긴 커피숍 체인으로 당시 다른 곳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던 치즈케익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치즈케익 먹을까 했는데 쟁반에 라즈베리, 피스타치오, 초콜릿 에클레어가 왕창 쌓여 있는 것을 보고 나의 에클레어 사랑이 용솟음쳐 차 한잔과 초코 에클레어를 주문해 창가 테이블에 앉아 그것을 먹었다. 에클레어가 은근히 맛있었는데 냉장을 하지 않았는지 초콜릿이 줄줄 녹아 손에 묻었다(포크를 안 줌 ㅠㅠ) 그거 빼곤 좋았다. 차도 티백이었지만 마실만 했다. 사실 아가들과 있을 때 중간에 레몬 맛 화이트초코 코팅된 하드도 먹었는데 어째서 왜 초코 에클레어가 이렇게 맛이 있으며 키비나이 먹을 때도 차를 마셨는데 오후의 차는 또 왜 이리 쫙쫙 흡수가 되는지 ㅋㅋ





카페인에 앉아 바르샤바에서 빌니우스 올 때 비행기 안에서 반쯤 읽었던 키다리 아저씨를 가져가 마저 읽었다. 이 책은 순정만화 틀의 원조라고들 하지만(그래서 폄하될 때가 많지만) 사실 나는 진 웹스터의 이 소설을 상당히 좋아한다. (작은 아씨들은 내겐 어딘가 설교조로 느껴져서 딱히 안 좋아함) 굉장히 잘 쓴 소설이고 인물을 정말 잘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이 들어서 다시 읽으면 주인공 주디가 하는 말들 중 구구절절 인생의 지혜가 서린 얘기들이 있어 그것이 좋다. 옛날에 속편인 dear enemy도 사서 읽었는데(여기서는 주디의 대학 절친인 샐리가 주인공임) 이사를 거듭하면서 그 책을 헌책방에 처분했음. 근데 다시 읽고 싶음. 내가 샀던 책은 이미 절판됐는데 다른 출판사에서 딱 한권 나와 있는 것 같다. 돌아가면 주문해볼까 싶음. 속편은 오리지널만큼의 재미는 없지만 그래도 역시 재치와 유머가 있다. 나는 유머감각 있는 작가가 좋다. 내 개인적 기준에서는 웃기는 게 울리는 것보다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차와 에클레어를 해치운 후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다리가 뿐질러질 것 같고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이 너무 당겨와서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목욕을 좀 하고는 만사에 게으른 집토끼 모드가 되어 가방에 챙겨왔던 유부우동 컵라면과 누룽지를 먹었다. 그리고 수퍼에 물 사러 갔을 때 ‘앗 에스트렐라 감자칩 신상이다!’ 하고 눈이 멀어 사왔던 감자칩을 조금 먹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것은 내 입맛에 맞지 않아 몇 개만 집어먹고 얼른 밀봉해 두었다. 생각해보니 dill이라고 적혀 있어 신상이라 생각했지만 이미 러시아에서 ‘우끄롭’ 이란 이름으로 사먹어본 적이 있었고 그때도 ‘으윽 뒷맛 안 좋아’ 하며 싫어했던 그것이었다. 러시아어로 적힌 것만 먹다가 영어가 적혀 있으니 나도 모르게 잊어버렸던 듯.










벌써부터 무지 졸려와서 꾹 참고 있다. 책을 좀 읽고 정신 집중이 만일 되면 글이라도 좀 쓰다가 잠자리에 들려고 한다. 이 호텔은 오래됐지만 리노베이션을 한 곳이라 화려하진 않아도 방이 널찍/깨끗하고(사실 수피리어 더블룸으로 조금 더 넓은 쪽으로 잡긴 했음) 침대가 상당히 편해서 잘 고른 것 같다.




여기 해는 10시 무렵 져서 그때 컴컴해진다. 페테르부르크보다 위도가 낮아서 본격 백야는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이 동네 여름답게 늦게까지 밝은 편임.









이것은 드로가스에서 산 핸드크림과 머리핀! 아무 생각 없이 머리핀 코너를 보고 있다가 ‘for extra thick hair’라고 적혀 있고 곡선으로 휘어서 고정 각도가 큰 이 핀을 발견! 내 머리가 extra thick hair는 당연히 아니다만 나는 너무 생머리라 그냥은 잘 틀어올려지지 않아서 머리를 땋아서 올려 고정시키기 때문에 핀이 커야 한다. 반신반의하며 샀는데 방에 돌아와서 써보니 여유있게 고정되어 뿌듯해짐. 핸드크림도 있는 것들 중 가장 어딘지 오가닉처럼 생겨서 골랐는데 끈적이지 않고 괜찮아서 기분이 좋아짐.









그리하여 내가 리투아니아에서 처음 득템한 것은 뜬금없이 머리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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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2. 6. 6. 18:20

6.6 월요일 아점 : 키비나이 2022 vilnius2022. 6. 6. 18:20





역시 늦게 나와 피나비야라는 카페에서 리투아니아 전통 파이인 키비나이랑 티로 아점 먹는 중. 엠파나다, 러시아 피로죡과 비슷한 타입의, 각종 속이 든 파이인데 나는 치즈/버섯 속을 고름. 서양배 들어간 게 좀 탐났으나 두개 먹을 위 용량은 안되어...



맛있다 :) 껍질도 바삭하고. 살짝 네프스키 수도원 버섯빵이 생각남. 밖에 앉고 싶었지만 나보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모두 앉아서 햇볕이 쨍한 자리 하나만 남아 있어 안에 들어옴. 근데 나는 원래 창가 안쪽에 앉는 걸 더 좋아해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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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우여곡절 끝에 리투아니아 빌니우스에 무사히 도착했다. 참으로 길고 험난한 여정이었다. 오랫동안 여행, 출장 다 통틀어 처음으로 연착 때문에 연결 비행기를 놓쳤다. 그것도 그 다음 비행기는 만석이라 못 타서 폴란드항공에서 준 바우처로 바르샤바 공항 근처 호텔에서 하루 자고 오늘 오전 11:55 비행기를 탔다. 그나마도 연착되어 12시 25분에 이륙했는데 바르샤바에서 빌니우스까지의 거리는 거의 페테르부르크-헬싱키 거리 정도인 모양이다. 50분도 안되어 도착함. 시차 때문에 새벽에 깬 것과 바르샤바에서 아침 산책한 얘기는 앞 포스팅에 썼으니 생략. 

 

 

어제 트랜스퍼 데스크에서 보딩패스를 받긴 했지만 밤에 모바일체크인하면서 자리를 바꾸었고(너무 뒷자리를 줘서 비행공포+멀미 보유자로서 앞좌석으로 바꿈) 거기 더해 과연 내 짐이 제대로 도착할지 너무나 걱정이 되어 카운터에 가서 바뀐 좌석으로 새 보딩 패스를 받고, 내 짐은 어떻게 되느냐고 두번세번 계속 물어서 확인을 받았다. '내 짐은 빌니우스에서 받나요? 어제 서울에서 보낸 내 짐이요. 나랑 그 짐이랑 지금 이 같은 비행기 타고 가는 거죠? 빌니우스 공항 도착하면 내 짐이 나오는 거죠?' 하고 계속 물었다. 다행히 직원이 친절하게 그렇다고 확언해주었다. (나도 이렇게 바보같이 두번세번 묻고 싶지 않았지만 어제 연결편 놓치고 트랜스퍼 데스크에서 빡쳤던 기억이 너무 생생하고, 그것 말고도 사실 폴란드항공 때문에 빡친 게 많아서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계속 물었던 것임) 어제부터의 이 험난한 과정에서 정말 영원한 휴가님께서 이것저것 알려주시고 이야기를 나눠주시지 않았다면 나는 더욱 망연자실했을 것이다. 정말 감사합니다! 

 

 

비행기가 중간에 좀 여러번 흔들려서 살짝 무서웠지만 마음을 달래고자 챙겨왔던 추억의 삼중당 문고(1500원/'읍니다' 표기) '키다리 아저씨'를 읽으며 잘 견딤. 이 책은 옛날 문고본이라 진짜 작아서 이렇게 여행 갈때(보다 정확하게는 비행기 탈 때) 챙기는 적이 종종 있음. 

 

 

빌니우스 공항에 내려서도 '와 빌니우스 왔다!' 보다는 과연 내 짐이 같이 왔느냐 걱정이 앞섰다. 바르샤바 공항에서 밤새고 온 짐 ㅠㅠ 벨트에 다른 짐들은 나오는데 다 시커먼 색들 뿐이라 슬슬 걱정되던 차에 눈에 띄는 버건디 레드 트렁크가 보이는 순간 정말 눈물이 날만큼 기뻤음(오랜 친구 상봉한 수준 ㅋㅋ)

 

 

그런데 카트에 트렁크와 기내캐리어를 실어보려 했으나 1유로를 넣어야 쓸 수가 있어서 순간 '앗 리투아니아도 너무해' 라는 생각이 들어버렸음 ㅠㅠ 동전이 없어서 결국 양손으로 낑낑대며 캐리어를 끌고 택시 정류장 쪽으로 나왔다. 영원한 휴가님이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볼트 앱을 깔고 택시를 불렀는데 이 차는 오른편 끝 주차장으로 오는 것이었다. 나는 그걸 몰라서 우왕좌왕하다가 볼트가 적힌 차가 들어오는 것을 발견하고 양손으로 짐을 끌며 간신히 그리로 갔다. 손목 힘이 진짜 없는데 극한 상황에서 뭔가 괴력을 발휘한 것 같음 ㅠㅠ 

 

 

호텔까지는 10분 좀 넘게 걸렸다. 그런데 내 호텔이 있는 게디미나스 대로 진입로가 주말이라 그런지 원래 그런지 차없는 거리가 되어버려서 근처 골목에서 내려서 또다시 짐을 끌고 걸어가야 하는 마지막 미션이 출몰했다. 아아아 게다가 돌바닥이야... 어깨랑 손목이 다 나간 것 같음. 

 

 

하여튼 이렇게 해서 온갖 고난 끝에 본시 오려던 호텔에 거의 20시간 늦게 도착을 했다. 길지 않은 휴가 중 하루를 그냥 날린 셈이 되었지만 어차피 어제 저녁에 도착했어도 구경 못하고 그냥 나가떨어졌을테니 그냥 바르샤바-라고 쓰고 공항 근처 호텔과 뒷골목이라 읽는다- 잠시 머물렀다 온 데서 의미를 찾아보기로 했다. 못 찾으면 나만 손해니까 ㅠㅠ 방에 들어와 짐 푸는 데 한시간 걸림. 평소보다 짐이 좀 많기도 했고 너무 지쳐서 머리가 좀 멍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샤워도 잠깐 하고 옷도 갈아입었다. 배고파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호텔 리셉션 직원이 방문을 두들겨서 첨엔 '누군가 이상한 남자인가' 하고 안 열어줬는데(밖에서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알아듣기 어려웠고 키홀이 너무 높이 있어 내 눈에 안 닿음 흑흑), 계속 문을 두드려서 결국 열어줬더니 영원한 휴가님께서 지도와 이것저것 정보를 맡겨두고 가신 것을 전달해주어 나는 크나큰 감동에 휩싸임. 엉엉... 고생해서 온 보람이 잔뜩 있음. 

 

 

너무 배가 고파서(조식이랑 비행기에서 준 애플 번 반쪽 외엔 안 먹어서) 어디든 가서 뭘 먹어야겠다 하고 기어나왔다. 게디미나스 대로는 빌니우스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데(네프스키 대로, 파리슈카 대로 같은 곳이었다) 토욜이라 사람이 너무 많고 여기저기 킥보드가 휙휙 지나가서 넘 정신이 없었다(역시 수면부족과 허기 때문이었는지도) 어리바리 사람에 밀려 걷다 보니 여행서에서 본 대성당 광장과 종탑이 나타나서 '어 여기가 이렇게 가까이 있는 거였어?' 하고 놀라고 덕분에 며칠 후 옮겨가야 할 두번째 숙소 위치도 확인했다. 이 정도면 가방 끌고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인데, 인파만 없으면. 평일 낮엔 좀 나으려나.... 

 

 

피로와 수면부족 때문인지 판단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주변 정보도 눈에 안 들어와서 영원한 휴가님께서 추천해주신 곳들 중 한곳을 구글맵으로 찍어서 목적지 설정을 해놓고 걸어갔다. 그리하여 나는 뭔가 레스토랑이 밀집된 예쁜 관광 골목으로 추정되는 필리에스 거리로 들어가서 맛있는 블린 카페에 갔다. 이름은 필리에스 케피클렐레(자꾸 나 혼자 공연히 헬렐레, 우쿨렐레 생각나서 웃었다 ㅋ)였는데 아늑한 곳이었다. 메뉴 있냐고 물어봤는데 점원 여인이 '아 그건 러시아어 메뉴에요 영어 메뉴 줄게요'라고 하기에 엉겁결에 '러시아어 메뉴 주세요 괜차나요' 하고 노어로 말하자 이 여인은 원래 러시아 사람인지 아니면 리투아니아인이지만 러시아어를 너무 잘하는지 내가 듣기에는 거의 그냥 네이티브처럼 얘기를 하셔서 나는 '아 그냥 영어로 볼걸' 하며 아주 약간 위축됨. (수면부족 상태라 노어도 영어도 안되고 있었음 ㅋㅋ) 버섯 블린과 딸기잼/바닐라 아이스크림 얹은 디저트 블린을 시켰는데 전자는 좀 시큼한 맛이었지만 그래도 맛있었고 후자도 비주얼은 상당히 촌스러웠으나 무시했던 딸기잼이 진짜 딸기 갈아놓은 맛이라 맛있었다. 정신없이 블린 두 장과 얼그레이를 한잔 해치운 후에야 정신이 좀 돌아왔음. 그래서 리투아니아에서 내가 젤 처음 먹은 음식은 블린이 되었다. 뭔가 체펠리나이나 키비나이 같은 걸 먹었어야 하는 거 아닐까 하는 일말의 자가의문이 들었지만 ㅎㅎㅎ 지금 내 상태에서 그것들은 조금 느끼할 것만 같았다. 

 

 

다량의 탄수화물과 약간의 단백질(...이 있었나? 버섯엔 단백질이 좀 있었겠지?), 지방과 당분, 카페인 섭취 후 좀 머리가 깨었다. 밥 먹은 곳 바로 옆에 작은 골목이 있었는데 한적하고 이뻐서 거기로 들어갔다가 여행서에서 봤던 교회가 두엇 나타나고, 이곳들을 지나가자 게디미나스 타워도 보이고(하늘 파랄 때 올라가서 전망을 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으나 경사가 높아서 올라가는 거 포기. 가까우니까 머무는 동안 가야지, 유료 승강기를 타고 ㅋㅋ) 하여튼 여기저기 보였다. 구시가지 골목들이 예쁘고 평화로웠다. 여기저기 작은 꽃들도 보고 녹색 잎사귀도 많이 보았다. 첨에 나왔을 땐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점점 하늘이 쨍해져서 햇살이 뜨거웠다. 

 

 

그래서 군데군데 좀 돌아다니며 산책하다가 점점 다리가 너무 아파와서 다시 게디미나스 대로를 따라 호텔로 돌아왔다. 중간에 생수 작은 것 두 병을 사왔다. 폰의 앱을 보니 오늘 바르샤바와 빌니우스 합쳐서 6.3킬로, 9,286걸음 걸었다고 나온다. (그게 별거냐 하겠지만 내 체력으로는 많이 걸었음!) 근데 얼마전부터 왼쪽 발바닥이 좀 아팠는데 오늘도 돌아오니 아파서 '혹시 족저근막염의 전조인가' 하는 걱정이 좀 됨 ㅠㅠ 원체 발에 살도 없고 쿠션도 별로 없는 편이라서. 안돼 휴가를 왔는데 흑흑... 

 

 

방에 돌아와 다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오늘의 메모를 적고 있다. dslr 가지고 나갔지만 인파에 밀리며 포기, 그리고 나중엔 무거워서 포기하고 그냥 편하게 폰으로만 찍었다. 괜히 무거운 카메라 가지고 나왔다고 슬퍼했다 ㅠㅠ 그래도 폰이 확실히 편하긴 한데 나중에는 ' 아 그래도 카메라로 찍을걸 ㅠㅠ' 하고 후회가 좀 되는데 ㅠㅠ 

 

 

너무너무 졸려서 이 메모를 대충 짧게 적으려 했으나 적다보니 그래도 오늘의 주요한 일들은 다 적은 것 같다. 부디 오늘은 새벽에 깨지 않기를... 붉은군대가 오늘이 가장 아프고 힘든 날이라 정말 좀 괴로웠다. 좀전에 약을 다시 먹었다. 내일은 좀 나아지겠지. 내일도 오늘처럼 날씨가 좋기를 바라며 이제 곧 자러 가야겠다. 이제 오늘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들 여럿과 함께 마무리.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게디미나스 대로. 이때는 사람이 없네. 빛이 너무 좋아서 찍었다. 녹색 잎사귀 사이로 일렁이는 햇살 보는 거 너무 좋음. 

 

 

아기자기한 구시가지 골목 스냅 세 장. 빌니우스 구시가지 골목들에는 여기저기 드보르(중정)가 많았다. 페테르부르크보다 는 프라하랑 더 닮은 드보르들이었는데 이쁜 곳들이 많았고 훨씬 개방되어 있어 살짝 들어갔다 나오면서도 '들어가도 되는 건가' 싶기도 했다. 

 

 

 

 

 

 

 

 

 

 

 

 

명소 사진 몇 장. 대성당 앞 종탑을 비롯해서...

 

 

 

 

 

 

 

 

 

 

 

 

 

 

 

 

 

 

 

여기가 블린 먹고 회생한 필리에스 케피클렐레

 

 

 

 

 

 

대성당 광장 쪽을 돌고 있던 꼬마 열차. 사진만 봤을 땐 몰랐는데 여기 정말 사람들이 타는 거였다, 코끼리 열차처럼. 세번이나 마주침. 기관사 아저씨가 종을 울리며 손을 흔들어줘서 나도 손을 흔들어줌. (그런데 혹시 비키라는 거였을지도 ㅋㅋ)

 

 

 

 

 

 

날씨가 점점 좋아진 것이 너무 뿌듯하여 하늘 사진 한 방 찍은 걸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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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