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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페테르부르크'에 해당되는 글 120

  1. 2017.02.14 얼음과 빛 8
  2. 2017.01.30 얼어붙은 운하의 비둘기들 2
  3. 2017.01.19 붉은빛 주황빛 아니면 홍시빛 4
  4. 2017.01.14 위험 구역 6
  5. 2017.01.11 이 겨울 도시의 색채가 좋다 10
  6. 2017.01.04 얼어붙은 도시의 석양 4
  7. 2017.01.03 흐린 오후, 에르미타주에서 나와 눈에 덮인 궁전광장으로 6
  8. 2017.01.03 겨울 저녁, 눈 내리는 페테르부르크 거리 2
  9. 2016.12.30 한겨울 저녁 페테르부르크 거리를 걷는다 4
  10. 2016.12.28 차디찬 얼음 도시에서
  11. 2016.12.25 한겨울 저녁 페테르부르크 풍경 4
  12. 2016.12.20 위안의 푸른 어스름과 금빛 창문 4
  13. 2016.12.14 12.13 화요일 밤 : 내일 돌아감, 충동적으로 왔지만, 책, 천사, 브로치, 아스토리아, 귀부인 코트 입었지만, 가방싸기 싫어, 료샤랑 이야기 10
  14. 2016.12.13 12.12 월요일 밤 : 옛날 기숙사 동네, 프리모르스카야, 까라블레스뜨로이쩰레이 거리, 아주 오랜 추억, 수퍼마켓 다녀옴, 눈 펑펑, 김릿과 료샤 6
  15. 2016.12.11 겨울날 아름다운 페테르부르크 풍경 2
  16. 2016.12.09 12.8 목요일 밤 : 나쁜 날씨, 돔 끄니기, 료샤가 나한테 삐쳤다가 풀렸다가 도로 삐친 이유 10
  17. 2016.12.08 겨울 왕국 4
  18. 2016.08.06 얼음이랑 눈 사진으로 더위 좀 식혀보자 4
  19. 2016.03.17 눈과 얼음, 사원과 그림자
  20. 2016.03.05 황제도 금빛 돔도 그립다 2
  21. 2016.02.26 한겨울, 많은 빛과 함께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산책
  22. 2016.02.12 눈밭 얼음밭 그림자들
  23. 2016.02.10 그리보예도프 운하 난간의 자동차 스티커들 2
  24. 2016.02.05 공연 끝난 후 미하일로프스키 극장과 예술광장 4
  25. 2016.01.29 한겨울, 눈과 얼음의 페테르부르크 2
2017. 2. 14. 21:49

얼음과 빛 2016 petersburg2017. 2. 14. 21:49




페테르부르크. 모이카 운하. 지난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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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1. 30. 20:11

얼어붙은 운하의 비둘기들 2016 petersburg2017. 1. 30. 20:11

 

 

어제의 프라하 새 사진에 이어 오늘도.

 

지난 12월. 페테르부르크.

프리모르스카야 지하철역 근처 운하. 많이 추워서 운하 수면은 꽁꽁...

이 근처에는 바다가 있어서 갈매기도 많이 날아온다. 근데 이 사진엔 비둘기들만 있네.

 

 

 

 

 

 

비둘기들아 춥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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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1. 19. 23:48

붉은빛 주황빛 아니면 홍시빛 2016 petersburg2017. 1. 19. 23:48



빨간 불 켜진 신호등. 페테르부르크. 12월 어느날 오후.


근데 난 어릴때부터 생각했지. 빨간 불 파란 불 신호등이라고 하는데 이따금 빨간 불은 주황색으로 보이고 파란 불은 녹색으로 보이고 노란 불은 오렌지색으로 보여.


이 사진에선 홍시 색깔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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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1. 14. 22:45

위험 구역 2016 petersburg2017. 1. 14. 22:45

 

 

페테르부르크. 12월. 아마도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였던 듯.

 

'위험 구역'이라고 씌어 있다.

흠, 광고 전단일 수도 있고... 아니면 고드름 위험 구역일 수도 있다. 겨울의 페테르부르크는 원체 춥기도 하고 눈비도 많이 와서 거대한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리니.... 눈이 많이 온 날이면 건물들 앞 여기저기에 빨간 줄을 쳐놓고 옥상에 인부들이 올라가서 고드름을 제거하고 눈을 치우곤 하기 때문이다.

 

하여튼 저거 보고 좀 떨어져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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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1. 11. 22:10

이 겨울 도시의 색채가 좋다 2016 petersburg2017. 1. 11. 22:10




페테르부르크. 12월.

모이카 운하 따라 걷다가.


얼어붙은 운하의 회백색, 엷은 노란색과 창백한 에메랄드 녹색 건물들, 검정 다홍 잿빛 빨강 자동차들. 이 모든 색채들이 아름다운 겨울의 도시. 나는 이 도시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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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1. 4. 22:16

얼어붙은 도시의 석양 2016 petersburg2017. 1. 4. 22:16


한겨울, 오후.

석양 보러 해군성 공원을 가로질러 네바 강변으로 나갔다. 

이 도시의 겨울 석양과 어스름을 렌즈에 담는 데는 아무런 필터도 필요없다. 사실 어떤 렌즈와 어떤 필터도 그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청동기사상을 지나서..


안녕, 표트르. 안녕 황제. 환상의 도시를 세운 사람, 지나간 시대의 제왕.





서서히 몰려드는 석양과 줄지어 늘어선 기다란 가로등 램프들은 이 도시를 더욱 환상적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네바 강은 얼음과 흰 눈으로 두텁게 뒤덮여 있고..


얼음과 눈과 추위, 물과 돌의 도시. 북국의 싸늘한 아름다움. 이것이 상트 페테르부르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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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12월. 그리 늦지 않은 오후.

이날 에르미타주 박물관에 오랜만에 가서 전시를 본 후 궁전광장에 나왔다. 아침부터 쏟아지던 눈이 광장 전체를 얄팍하게 뒤덮고 있었다. 줄지어 늘어선 창문들 너머로는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고 두터운 외투 차림의 페테르부르크 토박이들과 몇몇 관광객들이 광장을 가로질러 천천히 걷고 있었다. 

겨울의 궁전광장은 당연하게도 관광객들보다는 토박이들이 훨씬 많다. 그러나 그 숫자조차도 여름에 비하면 무척 적다. 빛과 활기로 넘치던 광장은 어스름과 눈과 바람, 추위에 자리를 내준다. 그리고 두터운 외투 차림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검은 그림자들에게도. 

너무 춥지만 않다면, 눈보라가 몰아치지 않는다면 겨울의 궁전광장을 천천히 걷는 것 역시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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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지난 12월.

해진 후. 저녁. 아직 밤이 오기 전. 하지만 이미 북국의 도시는 어둠으로 가득했고 그 어둠 사이로 눈보라가 안개처럼 자욱하게 쇄도하고 있었다.


나는 눈을 맞으며 걸었고 잠시 버스를 탔고, 다시 걸었다. 마음 속은 차갑고 뜨겁고 산란하고 동시에 깊이를 알 수 없을만큼 어두웠다. 추웠고 동시에 더웠다. 인간의 육체를 입고 어둠 속을 걸어가며 눈을 맞는 것은 때로 마음의 상태와 아주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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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12월 중순.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를 따라 이삭 성당과 내 숙소가 있는 이삭 광장으로 걸어가던 길.

이른 저녁이지만 이미 해는 오후에 져버려서 캄캄하다. 공기는 차디차고 바닥은 얼어붙어가는 눈으로 하얗게 뒤덮여 있다.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걸어야 한다.

 

천천히 걷다보면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이정표인 황금빛 이삭 성당이 보인다.

 

 

이 건물은 앙글레테르 호텔이다. 세르게이 예세닌이 자살한 채 발견된 곳이다. 이 호텔을 끼고 왼쪽으로 돌면 내가 묵었던 호텔이 나온다. 그리고 오른편 저 너머로는 이삭 성당의 열주가 보인다. 어둠 속의 이삭 성당은 조명 때문에 어두운 황금빛으로 빛난다.

 

 

이삭 성당이 거대한 전체 모습을 드러낼때면 이미 수백번은 본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잠시 경이에 잠겨 황금빛 돔을 바라보곤 한다. 그리고 천사를.

 

아쉽게도 이삭 성당은 아직 수리 중이어서 꼭대기 돔은 보호 구조물로 가려져 있었다.

 

안녕, 이삭 성당. 안녕, 성당의 천사들. 잘 자요. 백야 때는 휘황찬란하지만 그래도 겨울의 어둠 속에서 더 아름다운 북국의 사원과 천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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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2. 28. 13:17

차디찬 얼음 도시에서 2016 petersburg2016. 12. 28. 13:17

 

상트 페테르부르크. 12월. 얼어붙은 운하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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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2. 25. 21:13

한겨울 저녁 페테르부르크 풍경 2016 petersburg2016. 12. 25. 21:13

 

백야의 여름과는 반대로 겨울이 되면 오후 3~4시에 이미 해가 져버리는 페테르부르크.

저녁과 밤에 산책하며 찍은 사진 몇장.

이삭 광장의 니콜라이 1세 기마상 전경.

 

 

 

모이카 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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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2. 20. 22:40

위안의 푸른 어스름과 금빛 창문 2016 petersburg2016. 12. 20. 22:40

페테르부르크. 궁전광장 주변 어느 건물의 창문,

이날은 흐렸고 눈발이 날렸다. 그래서 여느때보다도 더 어스름이 일찍 찾아왔다. 오후 세시 즈음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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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내일 아침에 페테르부르크를 떠난다. 9박 10일이지만 경유와 시차 때문에 이곳에서 온전히 보낸 시간은 8일이다. 떠나기 사흘 전에 충동적으로 결정하고 날아왔었다. 그간 쌓아둔 마일리지 덕에 항공권 값은 들지 않았지만 하여튼 먼 곳에 왔다 가므로 이래저래 또 유리지갑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럴 거 각오하고 온 거였으니까.


돌아가면 당분간 매우매우매우 긴축재정을 해야 한다. 올해 몇달 동안 일을 쉬었고 바깥에는 세번이나 나왔으니 유리지갑은 유리먼지가 되어 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이번에 온 것 때문에 엄마가 굉장히 화를 내시기도 했는데 그것 때문에 사실 기분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로 왔다. 그렇지만 회사에 돌아가기로 결정한 이상 마지막으로 충동적이고 자신을 위한 짓을 하나 하고 싶었다. 결과적으로는 온 것은 잘한 것 같다. 물론 다음주부터 다시 회사에 돌아가 출근할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과연 어디로 발령을 받을지 모르므로 더더욱 매우매우 심란하지만 어쨌든 이곳에 잠시라도 와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오지 않았다면 더 우울하고 더 심란하고 아마 더 두려웠을 것이다.


이번에 머무는 짧은 기간 동안, 해는 더욱 짧았다. 요즘은 거의 여름 시즌에만 왔고 이런 한겨울에 왔던 건 2015년 초였던 것 같다. 그러나 그때는 그나마도 1월말이었기에 지금보다는 해가 길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날씨 운이 별로 없어서 예전만큼 돌아다니지는 못했다. 공연은 두개 봤고 그래도 박물관은 세곳 갔다. 새로운 카페와 식당은 거의 개척하지 않았다. 호텔 카페에 자주 갔고 날씨가 궂어서 가까이 있는 고스찌에 자주 갔다. 이번엔 수프 비노에 가지 못했다. 아쉽긴 한데 눈보라가 자주 쳐서 그 길 따라 걷기가 힘들었음 ㅠㅠ


..





어제 1시 반쯤 잠들었는데, 김릿을 마셨기 때문에 약을 먹지 않았었다. 충동적으로 결정하고 떠나온 터라 병원에 들렀다 오지 못해 약이 조금 모자라기도 하고, 또 약 먹을때 술마시면 안된다 해서 어젠 아침이랑 저녁에 약을 안 먹고 잤다. 원래 약을 먹기 전에도 술 마시면 자다가 깨버리곤 했었다.


하여튼 어제 8킬로 가까이 걸어서 내 기준으로는 엄청 걸었던 건데(무거운 어그부츠와 패딩, 짐, 그리고 눈보라를 맞았으니 체감 10킬로 이상 걸은 듯) 아주 피곤했지만 새벽에 두어번 깼고 두번째 깼을땐 잠이 안와서 한두시간 누워 있다가 조식 알람을 꺼버리고 다시 잤다. 아무래도 귀국 날짜도 다가오고, 귀국보다도 이제 복직 날짜가 코앞이라 그런 것 같다.


여기는 내 로망이었던 아스토리아 호텔이라, 비수기 요금으로 운좋게 묵긴 했지만 그래도 조식을 꼬박꼬박 먹어줘야 이득인 건데 머무는 동안 반타작했다. 반은 먹었고 반은 못먹었다 흐흑... 조식 카운터의 아름다운 여인이 아침에 내가 가면 이름 부르며 '외국에서 와주신 손님이 여러 날 머무르며 아침 드시러 오면 참 반가워요' 라고 했었는데... 그 이후 연이틀 조식 먹으러 안 감 ㅋ 내일 떠나는 날이니 시계 일찍 맞춰놓고 조식 먹으러 가려고 한다. 내일 아침 9시 40분 택시를 예약했다.


..




날씨가 흐렸다. 그래도 어제 펑펑 오던 눈은 그쳐 있었다. 기온은 영하 10도 가량이었지만 물론 이 동네는 바다와 강변, 늪지에 세워진 도시인데다 아스토리아 호텔과 이삭 성당은 네바 강에서 가깝기 때문에 바람이 씽씽 불어서 체감온도가 더 낮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몸도 많이 피곤했고(머무는 내내 그래도 줄기차게 돌아다녔음) 짐도 싸야 했고 돌아가면 이제 숨가쁜 나날들(지방 내려감, 새로운 집2 계약과 집정리, 복직, 새로운 부서 발령, 다시 일 시작, 길 위의 인생 다시 시작)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오늘은 그냥 밥먹고 기념품 가게나 잠깐 가기로 했다.


역시나 추워서 멀리 안 가고 호텔에서 걸어서 한두 정거장 거리에 있는 말라야 모르스카야의 고골에 갔다. 여기는 보르쉬가 제일 맛있지만 오늘은 항상 먹어보고팠던(그러나 좀 비싸서 안 먹었던) 생선수프 우하를 먹었다. 나는 우하를 좋아한다. 크림 넣은 핀란드식 우하보다는 맑게 끓인 러시아 우하가 더 좋다. 연어와 대구, 토마토와 감자, 양파, 셀러리가 들어 있었는데 살짝 짰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그거랑 전에 맛있게 먹었던 수도원식 생선파이를 먹었다. 수프가 생선이니 메인은 딴걸 먹는게 좋았겠지만... 다 먹고 나니 배가 터질 거 같아서 헉헉거리며 나왔다.


..




네프스키에 있는 부크보예드 라는 서점에 갔다가 뒤늦게 '페테르부르크 알파벳'이라는 재미있는 책과 옛날에 좋아했던 알렉산드라 마리니나의 옛 추리소설 페이퍼백 두권을 샀다.


그리고 기념품 가게 두어 곳에 들렀다. 전에 샀던 목각 천사의 친구를 사고팠는데 그 이후 올때마다 실패했었다. 천사를 파는 곳이 점점 줄어들었고 그나마 파는 곳도 천사 얼굴이 너무 이목구비가 만화같고 진하고 못돼 보였다. 나는 착하고 온순한 눈빛의 천사가 좋은데...


그런데 이번에 간 곳에서 눈이 덜 크고 온화하게 생긴 천사 딱 하나를 발견. 그걸 고르자 점원 여인이 '어머나, 그거 너무 이뻐서 사실 안 팔고 제가 그냥 할까 했었어요. 걔만 얼굴이 다르거든요' 라고 웃었다. 그래서 내가 '저를 위해 남겨두셨군요~' 라고 했고 둘이 막 웃었다.


(실내에서 찍어서 색이 노랗게 나왔다만.. 원래는 더 파란색이고 더 하얗다)


집에 있는 천사는 녹색 망토, 오늘 산 천사는 푸른 망토이다. 정교 이콘에서 녹색은 원래 가브리엘, 파랑은 미카엘이니까 그렇게 부를까 한다. 물론 노어로 불러야 하니 집에 있는 애는 가브릴라, 오늘 산 애는 미하일... (그러나 둘다 여자처럼 생겼다 ㅋㅋ 집에 있는 애랑 오늘 산 애를 비교하면 얼굴은 가브리엘이 더 이쁜데... 뭐 러시아 이콘들도 보면 미카엘보다 가브리엘이 더 이쁘니까 괜찮음. 미카엘은 싸우는 애고 가브리엘은 자비의 전령이라 그런가 ㅋㅋ)


그리고 조그만 브로치를 두개 샀다. 유리지갑 가루라서 이번엔 책이고 찻잔이고 이쁜 것들이고 거의 안 샀는데... cd도 안 샀고 마린스키에서도 샵의 할머니가 찾아준 루지마토프 젊은 시절 사진들 몇장과 슈클랴로프 사진 한장 외엔 안 샀는데 막상 돌아갈 때가 되니 '돈 조금 더 찾지 뭐' 하며 자신을 위해 작고 이쁜 걸 사기로 했다.


..





오후에 방에 돌아오니 호텔에서 컴플리멘트 선물을 준비해 두었다. 테이블에 과일 접시와 아스토리아 호텔 초콜릿, 손으로 쓴 카드가 놓여 있었다. 즐겁고 기뻤지만.. 줄 거면 초장에 좀 주지... 낼 가야 하는데 이 과일이랑 초콜릿을 어떻게 다 먹니 흑흑...


예전에 그랜드 호텔 유럽에 갔을때 거기서 예상치 않은 이런 선물을 받고 무척 기뻤던 적이 있다. 거기는 도착한 날이면 웰컴 과일이 있었고 처음 갔을때는 샴페인과 케익을 주었다. (나중에 두어번 더 갔을땐 샴페인 대신 에비앙으로 바뀌어서 좀 슬펐지만 ㅋㅋ)


아스토리아도 그랜드 호텔 유럽과 비슷하게 친절하고 서비스도 좋긴 한데, 손님을 더 편안하게 해주고 뭔가 더 아늑하고 덜 어색한 건 후자인 것 같다. 비교하면, 그랜드 호텔 유럽은 내가 막 해골옷 입고 돌아다니고 카페에 편하게 내려가도 별로 위화감이 안 느껴지는데 여기는 괜히 좀더 잘 차려입어야 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진짜로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내 느낌이 그렇다. (유럽 호텔 문지기 아저씨가 더 친절해서 그런지도... 여기는 문지기 젊은이들-아저씨 아님-이 인사를 해도 잘 안 받아줌 -_-) 그래도 아스토리아는 나무바닥이라 카펫 깔린 유럽호텔보다 인테리어는 더 맘에 든다. 유럽호텔의 그 꽃무늬 커튼보다는 아스토리아의 파란 줄무늬 커튼이 좀더 내 취향이긴 하다.


하여튼 아주 오랜 옛날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 읽었을때부터 로망의 호텔이었으니 여기서 며칠 묵은 것 자체로 뭔가 소녀의 꿈이 또 하나 이루어졌음. (그랜드 호텔 유럽에 묵었을때 소녀의 꿈1 이루고 이번에 꿈2 이룸 ㅋㅋ)


..


짐 싸기 전에 차 한잔 마시고 싶었다. 아스토리아에서 대각선으로 좀 걸어가 길을 건너면 포시즌스가 있다. 거기 묵을 형편이야 당연 안되고... 그래도 차는 한잔 마셔보고 싶어서 한번 가볼까 싶었다. 여기야 묵고 있는 호텔이니 가벼운 옷차림으로 카페에 드나들었다만 그래도 포시즌스는 다른 호텔이니 여기 싸와서 한번밖에 못 입은 문제의 그 코트를 걸치고 나갔다(여기 오기 전날 쥬인이랑 백화점 갔다 질러버린 코트. 쥬인이 일명 '다마치까 코트'라고 부른다.


즉 귀부인 코트. ('다마'가 부인, 귀부인이고 다마치까는 지소체 애칭임) 그 이유는 이 롱코트가 로브처럼 끈을 매는 디자인에 풍성한 털이 좀 귀부인처럼 달려 있어서 ㅋ) 그러나 이 있어보이는 귀부인 코트는 복슬거리는 털이 달리긴 했지만 모자가 달려 있지 않아 머리랑 귀가 시리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고 여기에 나의 비니를 눌러쓰자니 안 어울리고... 그래서 귀부인처럼 입기 위해 막 추위에 떨며 머리를 내놓고(ㅜㅜ) 긴 코트를 펄럭이면서 호텔을 나왔다.


근데 길을 건너려다 보니 우리 호텔 자매호텔인 앙글레테르에 붙어 있는 카페 샤스찌예의 창가 자리가 하나 비어 있었다. 이 카페는 전에도 몇번 갔는데 음식보단 차랑 디저트가 낫다. 그리고 이삭 성당이 그대로 보인다. 저 자리 비는 적이 별로 없으므로 뭔가 하늘의 계시 같아서 '귀부인이고 포시즌스고 내 팔자에 무슨 귀부인~ 나는 여기로~' 하면서 샤스찌예로 쏙 들어갔다.






그래서 샤스찌예 창가에 앉아 어스름 속의 이삭 성당을 실컷 보면서 얼그레이를 마시고 맛있는 메도빅을 먹었다. 이번에 페테르부르크 와서는 메도빅만 서너번 먹은 것 같다. 그리고 아까 서점에서 산 페테르부르크 알파벳이란 책을 좀 읽었는데 무지 재밌었다.


..




한시간 쯤 후 방에 돌아와 가방을 꾸렸다. 무게가 좀 간당간당한 것 같다. 모스크바로 국내선을 타고 가야 하니 이게 항상 딜레마임. 대한항공 직항이면 모닝캄이라 30킬로까지 괜찮은데.. 여름에 돌아갈떈 오래 머물러서 짐이 좀 무거웠다. 그나마 아에로플롯도 스카이팀이라 무게는 봐주는데 대신 가방 두개로 부쳐야 한다고 했다. 그때 가방 한개가 20킬로가 넘으면 안된다 해서 두개로 급하게 만들어 부쳤었다. 가방 하나만 부치면 23킬로 제한인데...


하여튼 입국할때랑 비교해서 다 쓴것, 선물한 것, 버린 것과 새로 산 것들을 따져보며 지금 가방을 얼추 계산해보면 23킬로가 좀 넘을거 같기도 하다. 겨울옷과 카메라, 렌즈, 노트북 등등이 있어서 그렇다. 풀코보 공항은 예전에 엄청 후졌던 시절엔 그래도 무게 재는 저울이 있었는데 좋아진 지금은 막상 저울이 없다 ㅠㅠ 일단 가방을 싸면서 책들을 에코백에 따로 집어넣었다. 내일 공항 가서 무게 재보고 23킬로 넘으면 그 책들을 잽싸게 빼서 보조가방에 쑤셔넣어 두개로 부쳐야겠다. 아이고 피곤해...


짐 싸는 게 제일 싫다. 여행 가기 위해 싸는 것도 싫은데 돌아가기 위한 짐은 당연히 더더욱 싸기 싫다 ㅠㅠ


..


짐을 다 쌌을때쯤 료샤가 왔다. 그냥 밖에 안 나가고 방에서 얘기 나누었다. 호텔에서 준 과일들이랑 초콜릿, 그리고 어제 세베르에서 사왔던 에클레어를 꺼내놓고 먹었다.


료샤는 여전히 내가 복직하는 것에 반대하고, 그냥 무슨 일이든 찾아서 러시아에 남으라는 마음이긴 하다. 하지만 오늘은 '나 더 이상 너한테 가지 말라고 안할게' 라고 했다.


내가 '왜? 설득하느라 지쳤어? 지겨워?' 하고 묻자 료샤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그만큼 힘들어하면서도 결국 돌아가는 거니까 어쨌든 뭔가가 조금은 남아 있어서 그런거라고 생각해보려고.' 라고 했다.


나는 '뭔가가 조금 남아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돌아가보는 거야. 나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거야' 라고 대답했고 료샤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못마땅한 눈초리로 말했다. '너 힘들게 한 사람들 아직 있잖아. 그 사람들 보기 싫잖아. 난 그거 때문에라도 네가 안 갔음 좋겠어' 라고 덧붙였다.


나는 '가지 말라고 안한다더니!' 하고 쿠사리를 준 후 '나도 그 사람들 다시 보는 게 껄끄럽고 아직 좀 두려워. 이상해, 어린애가 된 것처럼. 그렇지만 가면 또 어떻게든 지나갈거라 생각해' 라고 대답했다.


료샤는 뭐라고 더 말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그때 내가 귤을 까다가 바닥에 떨어뜨려서 나 구박하느라 화제가 다른데로 옮아갔다.


..


료샤가 돌아간 후 나는 카메라의 사진들을 노트북에 옮겼고 이제 이 메모를 쓰고 있다. 오늘 돌아다닌 것도 거의 없고 한 일도 별로 없는데 메모는 참 길구나...


오늘은 부디 편안하게 쭈욱 잘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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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갑작스럽게 결정하고 여기 날아온지 일주일째 되는 날이다. 수요일 아침에 떠난다. 모스크바에서 갈아타야 하니 한국에는 목요일 아침에 도착할 것이다. 생각하니 좀 심란하네 ㅠㅠ


..



어제 박물관이랑 마린스키 다녀오느라 녹초가 되어 정오 다 될때까지 정신없이 잤다. 허리와 등이 아프지 않았다면 더 잤을 것이다. 조식은 놓쳤고... 꼼짝도 하기 싫었지만 창 밖을 보니 하늘이 푸르스름해서 또 저 날씨가 아까워서 기어나갔다.





아침 못먹고 나와서 근처의 단골 카페/레스토랑인 고스찌에 가서 런치를 먹었다. 평일 런치 시간에 가면 380루블(7~8천원)에 샐러드, 수프, 메인과 음료를 먹을 수 있다. 제대로 된 요리를 서빙할떄보다 양은 절반에서 3분의 2 가량이지만 사실 나야 많이 안 먹으니 이 런치 양이 딱 좋다. 파프리카와 오이, 토마토와 양상추가 들어간 야채 샐러드와 진한 토마토 수프, 연어와 대구살 으깬 완자 커틀릿을 먹었다. 먹고 나니 정신이 좀 들었다. 


..



나올 때만 해도 날씨가 좋았다. 어디 갈까 하다가 어제 로모노소프 박물관 가느라 지하철 타고 로모노소프스카야 역에서 내렸을떄 그 동네 풍경이 옛날에 맨첨 페테르부르크 와서 살았던 기숙사 동네랑 참 비슷해서 좀 향수가 치솟아 지하철 타고 거기로 갔다. 프리모르스카야 역이다. 여기는 종점 역이었지.





3~4년 전에 가고 한동안 안 갔었는데 역 주변은 그 사이에 또 많이 바뀌었다. 옛날에 이 역 주변은 황량했고 재래시장이 있었고 길거리에는 목도리 한장, 살충제 한개 등 자질구레한 물건 한두개를 들고 파는 아주머니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상가 건물들이 잔뜩 들어서 있다. 쥬인과 내가 추위로 얼굴 발그레해져서 장갑 낀 손을 꼭 잡고 그래도 그 동네에서 제일 큰 수퍼마켓(가반스끼 우니베르막...)까지 걸어가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쪽 길도 바뀌어 있었다.


..






하지만 기숙사 쪽으로 걸어가는 길은 그대로였다. 쥬인이랑 발 동동 구르며 버스 기다리던 정류장. 얼어붙은 운하. 검은 나무들, 흐루쇼프 시절 지어진 닭다리 아파트들(옛날 우리가 지나다닐때보다야 훨씬 더 낡아버렸다), 운하 건너편 살풍경한 건물들(당시에는 리틀 우즈란 브랜드가 붙어 있었다)...


그래도 이 길에 있는 그 흐루쇼프 시절 지어진 서민용 닭다리 아파트 보러 몇년 전 다시 갔었다. 왜냐하면 그때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미샤가 발레학교 들어가기 전에 엄마랑 둘이 살던 동네를 이쪽으로 설정했고 그 아파트에서 사는 것으로 했기 때문이었음... 프리모르스카야의 살풍경한 동네에서 뛰놀던 꼬마 아이. (프리모르스카야는 바닷가라는 뜻이다. 기숙사 뒤로 나가면 바다가 있다. 엄청 추웠다)



(이게 바로 미샤랑 엄마가 살았던 그 아파트 동네... 가느다란 축으로 떠받쳐져 있어 속칭 닭다리 아파트라 불림)




..


나는 얼어붙은 그 길을 걸어서 옛날옛날 기숙사에 가보았다. 지하철역에서 한 3~4 정거장 걸어가면 기숙사가 나온다. 여기도 3~4년 전에 가보고는 안갔다. 10년 전에 다시 갔을땐 딴 동네 기숙사에서 지냈었고.







기숙사 건물은 3동으로 되어 있는데 몇년 전보다 더 황량했다. 사람이 사는 방이 거의 없었고 쥬인이랑 맨날 장보러 가던 기숙사 앞 상가 건물인 '자랴'는 공사 중이었다. 아마 워낙 낡은 건물들이라 기숙사 건물이랑 그 상가 건물을 부수거나 리노베이션하거나 뭐 그러는 모양이었다.


많이 걸었다. 옛날 생각 많이 났다.


바닷가에 가볼까 하고 쭉 걸어갔는데, 몇년 전 갔을땐 공사를 하느라 바닷가 진입로가 막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힘들게 갔더니만 여전히 공사벽이 쳐져 있었다. 그래서 툴툴거리며 다시 길을 건너 버스를 탔다. 엄청 다리 아프고 추웠다. 날은 흐려져 있었고 곧 해가 질 것 같았다(이때가 오후 세시 좀 넘은 시각 ㅠㅠ)


..



기숙사 살때 맨날 타던 7번 버스 타고 가다가 바실레오스트로프스카야 지하철역에서 내려 지하철을 탔다. 오후부터는 버스가 밀리는데다 특히 궁전다리를 건너 네프스키로 들어가는 그 길이 지옥처럼 밀리기 때문이다. 실은 피곤해서 그냥 호텔로 들어갈까 했는데(많이 걸어서) 곧 돌아가니 수퍼마켓에 가야 해서...


마야코프스카야 역에서 내려서 이 동네에서 제일 크고 삐까한 수퍼마켓 중 하나인 랜드에 갔다. 여기는 블라지미르스카야 역에 붙어 있다. 여름에 왔을땐 이 쇼핑몰 옆에 호텔이 있어서 편했다(그 후진 호텔의 유일한 장점 ㅋ)


그런데 내려서 블라지미르스카야 역으로 걸어가는 동안 눈이 내리기 시작... 으아... 4시였고 이미 어둠이 내리고 눈이 내린다.


수퍼로 가서 자질구레한 것들을 산 후 나왔더니 거의 폭설 수준!!!!




(잉잉 ㅠㅠ 갑자기 눈 많이 오고 그래 힘들어 흑, 짐도 있구만)



정류장까진 꽤 걸어야 한다. 패딩과 어그, 짐 떄문에 뒤뚱거리며 걸어서 네프스키 대로까지 나가 간신히 버스를 탔다.

(저녁에 만난 료샤가 나보고 바보같다고, 그냥 근처 카페에 앉아 죽치고 기다렸으면 자기가 끝나고 그리로 갔을 거 아니냐고 한다. 근데 난 짐도 있었고 너무 피곤해서 빨리 그 패딩을 벗고 싶었단 말이야... 방에 가고 싶었단 말이야 ㅠㅠ)


..



눈을 헤치고 돌아오다 너무 배가 고프고 어지러워서 호텔 한두정거장 거리에 있는 블린 가게인 쩨레목에 가서 제일 좋아하는 블린인 알료샤 뽀뽀비치를 먹었다. 닭가슴살과 채썬 양배추를 스메타나 소스에 재워서 블린으로 돌돌 말아주는 것이다. 그것을 정신없이 흡입하고 회생... 또 눈을 맞으며 간신히 호텔로 돌아갔다.


..



료샤는 오늘 일이 좀 늦게 끝나서 생각보다 늦는다고 했다. 나는 지쳐서 두터운 패딩과 짚업과 내복 대신 껴입었던 기모스타킹을 벗었고 이마에 마구 달라붙은 앞머리를 좀 정리했고 립스틱을 바른 후 좀 얇아진 옷차림으로 호텔 카페에 내려갔다. (그래서 김릿을 마셨다. 그 얘긴 여기 : http://tveye.tistory.com/5653)


앉아서 김릿을 한잔 마시고 있자니 료샤가 왔다. 나보고 먼저 밥먹었다고 되게 툴툴댔다. 그럼 어쩌란 말이야 난 배고파 미치겠는데. 지가 늦게 와놓고. 그래서 료샤도 그냥 호텔 카페에 앉아 간단한 저녁을 먹었고 그동안 나는 김릿을 마셨다. 료샤가 내 김릿을 한모금 뺏아먹더니 '기집애 맛이다!' 라고 했다. (이게 알콜 탄 아주 시큼한 라임주스 맛이라 약간 레모네이드 같기도 함)


나는 '웃기시네! 이건 필립 말로와 테리 레녹스의 칵테일이야! 남자 중의 남자 필립 말로! 하드보일드 원조 탐정! 너 '기나긴 이별' 안 읽었냐!' 라고 응수했다.


료샤는 흠칫하더니 '필립 말로 실망이야, 멋진 남자였는데 이런 걸 마시다니' 라고 대꾸했다. 그래서 나는 '뭐 이건 말로가 원래 마시던 게 아니라 테리 레녹스라고 걔 친구가 마시던 거니까' 라고 말해주었다. 료샤는 '기나긴 이별'은 안 읽었고 '빅 슬립'과 '안녕 내 사랑'만 읽었음. 그래도 얘가 읽은 (얼마 안되는 ㅠㅠ) 책이라 필립 말로에 대한 대화는 좀 통한다!


..


방에 와서 료샤랑 디카페인 차 마시고 아까 내가 오래된 카페 세베르에서 사온 소련시절 디저트인 룬노예 케익을 같이 먹으며 얘기를 나눴다. 료샤는 내일 아침에 무슨 조찬 미팅이 있어서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괴로워하며 좀전에 돌아갔다.


조찬 미팅이라니, 뭔가 있어보인다고 내가 놀리자 료샤는 엄청 괴로워하며 '아빠가 잡은 거야!!!! 나였음 절대 안 잡아.. 넘 싫어 아침부터 일하는거' 라고 징징댔다. 그래그래 나도 이해해... 나도 싫어 ㅠㅠ 나도 회사에서 무슨 조찬 미팅이나 이른 아침 회의 있으면 정말정말 싫었어...


('그래도 나는 그 회의들 직접 다 준비했지만 너는 준비해주는 비서가 있잖아! 복에 겨운 줄 알아라 부르주아야!' 해주고 싶었지만 우정을 생각해 그 말은 안했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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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일 하루만 보내면 돌아가야 한다 ㅠㅠ

내일은 눈이 안 오게 해주세요, 내일은 날씨가 좋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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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2. 11. 00:04

겨울날 아름다운 페테르부르크 풍경 2016 petersburg2016. 12. 11. 00:04


오늘은 많이 추웠지만 굉장히 아름다운 겨울날이었다. 운하와 강변 산책하며 찍은 사진 몇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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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제 박물관에 공연까지 좀 무리해서 그런지 오늘은 많이 피곤했다. 잠도 많이 못 자서 졸렸지만 억지로 일어나 조식을 먹고 나섰다. 겨울이라 해가 짧기도 하고 이번에 머무는 일정이 그리 길지 않고, 또 돌아가면 이제 곧 지방 본사와 새로운 집2로 가야 하기 때문에 어쩐지 시간이 아까운 느낌이었다.


그러나... 오늘 진눈깨비가 내렸고 날은 아주 흐렸다. 차라리 춥고 눈오는 게 낫다... 기온이 영하 1도~영상 1도를 오락가락하자 길에 쌓였던 눈이 녹아 진창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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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눈깨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돌아다닐 수 있는 날씨가 아니었기 때문에 버스 타고 네프스키 대로로 나가 돔 끄니기로 직행. 도블라토프 책 두권과 페테르부르크 출신 락뮤지션이자 작가가 쓴 레닌그라드에 대한 책을 샀다. 도블라토프는 사실 전에 샀던 두꺼운 책에 들어 있는 단편들인데 두껍고 무거운 하드커버 책은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가 어려워서 그냥 얇은 페이퍼백으로 분권되어 있는 걸로 두권 샀다. 실은 도블라토프 작품들은 거의 다 가지고는 있는데 역시 하드커버는 집에서 집중해 읽기가 힘들어서... 막 들고 다니며 읽는 페이퍼백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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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을 열시쯤 먹고 나왔기에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날씨가 워낙 안 좋아서 돔 끄니기 2층의 카페 singer에 가서 차 마시고 책 읽을까 했지만 창가 자리가 다 차 있었다. 그래서 그냥 나왔다. 그러면 차라리 케익이 더 맛있는 고스찌에 가기로... 그전에 정류장 근처에 있는 예카테리나 카톨릭 성당에 가서 다시 초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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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타고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로 와서 고스찌 1층에 갔다. 여긴 2층은 레스토랑, 1층은 카페이다. 점심시간에 가서 저렴한 런치도 가능했지만 배고프지 않았기 때문에 얼그레이와 메도빅(페테르부르크 최고의 메도빅. 여기 거랑 아스토리아 카페 것)을 주문했다. 창가에 앉아 차 마시고 케익 먹으며 친구들과 잠시 톡을 하고 책을 좀 읽었다. 그리고 료샤를 기다렸다.


..


료샤는 일요일에 코펜하겐 쪽에 출장을 갔다가 오늘 아침에 돌아왔다. 내가 페테르부르크에 오기로 결정하고 마일리지 표를 끊고 호텔 예약한 게 지난 금요일이라...

주말에 얘기했더니.. 깜놀 + 기뻐하면서 이 녀석이 하는 말...


료샤 : 드뎌 그만뒀구나!!!

나 : 아니야 ㅜㅜ 돌아가기 전의 마지막 일탈이야.

료샤 : 어휴 바보!

나 : 나 바보 아니야 ㅠㅠ


..



고스찌에서 기다리자 오후에 료샤가 왔다. 피곤해 보였다. 그래도 수트 대신 편한 티셔츠와 패딩점퍼, 청바지 차림이었다.



나 : 그래도 집에 들렀다 왔구나,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왔네. 잘했어.

료샤 : 응. 근데 저녁에 아빠가 오라 했어. 그래서 옷 있다가 또 갈아입어야 돼. 아 가기 싫다...

나 : 무섭고 근엄하지만 멋있는 너네 아빠~~

(* 료샤네 아빠 좀 숀 코너리 닮음. 소련 붕괴시 노브이 루스끼로 부를 축적했던 벼락부자 미노년 ㅋㅋ 전에 한두번 본 적 있고 그 집에 가본 적도 있음. 경호원 있는 저택에 살고 계심!)


료샤 : 야! 너 우리 아빠 넘보지 마! 내 아들 하나로도 모자라냐!

나 : -_- 안 넘봐! 글고 너네 아빠 부인 너보다 어리잖아!

료샤 : 쳇. 하여튼 가기 싫어라...

나 : 근데 왜 갑자기? 너 원래 아빠한테 잘 안 가잖아. 사업이 잘 안되니?

료샤 : 오늘 아빠 생일 ㅠㅠ

나 : 아 그렇구나. 축하한다고 전해드려.


료샤 : 너 나랑 같이 갈래?

나 : 싫어!!!! 가기 싫은 자리에 혼자 가지 왜 나까지 끌고 가!

료샤 : 아빠는 맨날 잔소리한단 말이야 ㅠㅠ 근데 아빠는 너를 좋아해. 그니까 너랑 가면 잔소리 안할지도 몰라. 그래도 울아빠는 여자 앞에선 나 안 혼내.

나 : 너네 아빠가 나 좋아해??? 나도 너네 아빠 멋있었어 ㅋ

료샤 : 똑똑하다고 ㅠㅠ 내 돼먹지 못한 친구 중 너만 보기 드물게 인텔리겐치야래 ㅠㅠ

나 : 어마나 나 똑똑! 나 인텔리겐치야!! 너네 아빠 짱 멋짐~

(생각해보니 몇년 전 료샤 아빠네 갔을때 서재에 있는 책들 보고는 불가코프에 대해 이야기 나눈 적 있었음. 료샤는 불가코프 안 읽었음 ㅠㅠ)


료샤 : 그니까 같이 가자 ㅠㅠ 아빠가 잔소리할때 실드 좀 쳐줘

나 : 싫어 싫어 ㅠㅠ 너네 아빠네 집에는 경호원도 있고... 도베르만도 있고(개는 다 좋아하지만 도베르만은 무서워)...너네 아빠 부인 무서워...

료샤 : 나도 싫어, 나타샤... 못되게 생겨서 입술은 맨날 시뻘개... 가슴만 왕 커!

(나타샤 : 료샤 아빠의 어린 아내. 금발 글래머 미녀. 몇번째 아내인지 기억도 안남 ㅋ)

나 : 야! 여자를 그런 식으로 판단하지 마! 그리고 너 글래머 좋아하잖아!

료샤 : 나타샤는 싫단 말이야! 목소리도 째지고 맨날 헐벗고 있고! 옷인지 속옷 쪼가리인지!!!!

나 : 나타샤 이쁘던데...

료샤 : 나타샤랑 아빠랑 편먹고 나 공격할 거란 말이야 아....



료샤가 불쌍해서 하마터면 넘어갈뻔 했지만... 나도 무지 가기 싫었다! 나타샤는 딱 한번 봤는데 목소리도 정말 크고 째지고(프렌즈의 재니스랑 비슷한 목소리 ㅠㅠ) 이쁘긴 한데 사람을 무지 깔본다(그때도 내가 청바지랑 운동화 차림으로 갔는데 왕 무시했음 ㅠㅠ) 그리고 료샤네 아빠가 멋있긴 하지만 경호원과 도베르만 있는 집에 가기 싫었다.



나 : 친구야, 가주고 싶지만 나도 (불여우 같은 ㅋ) 나타샤 무서워. 그리고 너네 아빠 생일이면 가족끼리 모이는 자리잖아... 사업 파트너들도 올 거 아니야. 백번 양보해서 간다 쳐도 나 봐라, 어그 부츠에 패딩! 명품 입고 모여 있는 사람들 앞에 이러고 가라고!!! 나타샤가 얼마나 비웃겠냐!   

료샤 : 그건 그렇지만... 아 가기 싫어...

나 : 레냐도 데려가?

료샤 : 아니, 레냐는 지난주에 이라랑 따로 가서 아빠랑 밥먹었어.

나 : 하긴... 애기니까 저녁에 술마시고 만찬 먹고 할땐 좀 그렇겠다.


료샤 : (곰곰 생각...) 야, 울집에 여자 드레스 있는데 너 그걸로 갈아입고 가면 되지 않을까?

나 : 뭐야, 싫어!!!! 내가 왜 남의 옷을 입고 가니!!! 글고 나한테 맞지도 않을 건데...

료샤 : 하긴 길어서 너한텐 안 맞겠다. 아...

나 : 그래도 여자 옷이 있는 걸 보니 요즘 데이트 생활은 좀 잘되나보구나 ㅋㅋ

료샤 : 아니야!!!! 접때 그 망할 그 여자가 놔두고 간 거야!

나 : 앗, 그 여자랑 뽀뽀도 안 하고 헤어졌다더니 ㅋㅋ

료샤 : 그 여자가 그냥 놔두고 갔어!!!!! 간악한 여자!!! 그래놓고 막 브 콘탁테에 자기 옷 내 소파에 걸어놓은 사진 올리고!!! 악마 같은 여자 ㅠㅠ

(얼마 전 료샤는 어떤 여자를 사귈뻔 했으나... 좀 이상한 여자라서 두어번 만나고 말았지만 이 여자가 동네방네 이상한 소문을 내고 다녀서 얘는 자기 sns 계정도 다 폐쇄했음. 무서운 불여우 같은 여자라고 혀를 내두르고 있음 ㅋ)


나 : 뭐 그냥 놔두고 간 거든 역사가 있었든 상관은 없다만... 너 나보고 그 여자가 입었던 옷 입으라는 거야 지금!!!!!

료샤 : 어, 생각해보니 그것도 좀 그렇긴 하다. 생각해보니 그 여자 170 넘었는데 그 옷 너한텐 맞지도 않겠다.

나 : (-_- 어쩐지 나 의문의 1패한 것 같음 ㅠㅠ) 근데 그 여자 그렇게 싫어하면서 그 옷은 왜 안 돌려줬어?

료샤 : 무서워서... 옷 돌려주려면 연락해야 하잖아, 또 무슨 거짓말을 꾸며내고 브 콘탁테랑 인스타에 사진 올릴지 어떻게 알아 ㅠㅠ

나 : 그럼 나같으면 그 옷 버렸다! 아님 불우이웃한테 기부했거나!

료샤 : 청소 아줌마한테 버리라고 했는데 아줌마가 안 버리잖아 ㅠㅠ

나 : 네가 버리면 되잖아!

료샤 : 손대기도 싫단 말이야! 보기도 싫어!


난 가끔 얘의 행동 양태가 이해가 잘 안되지만... 하여튼 료샤는 기가 세고 목소리 크고 위압적인 여자를 매우 무서워하므로 그러려니... (성차별주의자!!)


..



하여튼 그래서 우리는 고스찌에서 좀 앉아 있다가 내 방으로 와서 한동안 얘기 나누었다. 그리고 료샤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슬픈 눈으로 아빠 생일잔치에 갔다. 불쌍했다.


하도 풀죽고 불쌍해보여서 한 45% 정도 '그냥 같이 가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음. 그러나 료샤가 나한테 옷 때문에 신경쓰이는 거면 가다가 괜찮은 데 가서 한벌 사주면 되지 않냐고 해서 확 열받아서 45%는 0%가 되었다.


아니 도대체 내가 왜 친구가 사주는 옷까지 입고 부르주아 생일파티에 가야 되냐!!!!!!!!! 나는 기모바지랑 보세 니트랑 베어파우 어그 신고 패딩 입고 그냥 걸어서 쏘다니고 방에서 유니클로 티셔츠랑 파자마 입고 편하게 쉴 거다!!!!


그래서 료샤는 슬퍼하며 6시쯤 방에서 나갔고... 나한테 좀 삐쳤지만 아빠네 가다가 전화해서 '옷 사준다 해서 화나서 안 간다 한 거지? 안 그랬음 갔을 거지? 미안해 친구야' 하고 사과했다.


그래서 나는 '옷 사준다 해서 열받은 건 맞는데, 안 그랬어도 안 갔을 거야. 45 대 55였어'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료샤는 다시 좀 삐쳐서 '쳇 친구 맞아?' 하고 전화 끊음.


삐치면 안되는데... 내일 레냐랑 같이 보기로 했었는데 ㅠㅠ 친구야 삐치지 말고 아빠 생일잔치 잘 다녀오고 무서운 나타샤 어택도 잘 이겨내렴 ㅠㅠ (왜 난 잘못한 것도 없는데 공연히 잘못한 것 같지 ㅠㅠ)


..





하여튼 료샤는 가기 싫은 아빠네 집에 가고. 나는 샤워를 하고 유니클로 티셔츠와 파자마를 입고, 볶음김치와 참치와 누룽지로 저녁을 먹고, 그저께 호텔 로비 카페에서 준 크리스마스 쿠키를 뜯어서 에르미타주에서 사온 컵에 디카페인 차 우려 마시고 방에 비치된 잡지를 읽으며 평화롭게 밤을 보내다 이제 오늘의 메모 쓰는 중. (료샤는 나에게 '울 아빠네 안 가면 너 뭐할건데!' 라고 해서 '나는 샤워하고 파자마 입고 한국에서 가져온 인스턴트 밥 먹고, 쿠키랑 차 마시면서 잡지 볼거다!' 라고 했더니 엄청 부러워했었음 ㅋㅋ)


근데 이렇게 써놓고 나니 료샤 좀 불쌍해. 그냥 같이 가줄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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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2. 8. 17:02

겨울 왕국 2016 petersburg2016. 12. 8. 17:02


화, 수요일에 산책하며 찍은 사진들 몇장.

사진으로 보면 분위기 좋지만... 얼어붙은 눈과 진창 밟으며 걷는 건 힘들지.


네프스키 수도원.




여기도 네프스키 수도원





말라야 코뉴셴나야 거리.


궁전광장과 해군성 건물


해군성 건물.


..


오늘도 날씨가 흐리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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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너무 더우니까.. 추울때 사진으로 눈요기라도...

작년(2015년) 2월에 갔을 때 페테르부르크에서 찍은 네바 강과 운하, 공원에 쌓인 눈과 얼음 등등...

전에 올린 사진들도 좀 섞여 있는데 더우니까 그냥 막 올린다. 아 더워...

다들 눈으로라도 더위 좀 식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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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3. 17. 11:22

눈과 얼음, 사원과 그림자 russia2016. 3. 17. 11:22

 

 

페테르부르크, 네바 강변의 스뜨렐까에서 찍은 사진. 2015년 2월.

꽁꽁 얼어붙은 네바 강 너머로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의 금빛 사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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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너무 피곤하다..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어떻게 버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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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3. 5. 20:23

황제도 금빛 돔도 그립다 russia2016. 3. 5. 20:23

 

 

작년 2월, 페테르부르크. 청동기사상과 이삭성당.

안녕, 황제. 안녕, 이삭성당.

내가 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 나의 비밀 장소 두 군데 중 하나이기도 했다. 태그의 청동기사상이나 청동기마상을 클릭하면 예전에 올린 푸쉬킨의 서사시와 페테르부르크 홍수신화, 그 외 기사상 사진 등등을 볼 수 있다. 비밀 장소 얘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1233

 

원래 같았으면 올해도 2월쯤 다시 갔었을텐데 너무 바쁘고 여력이 없어 못 갔다. 여름에는 갈 수 있어야 할 텐데..

3월말 시작하는 마린스키 발레 페스티벌에서 이번에 스메칼로프가 재안무한 청동기사상이 올라오는데 궁금하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으로는 가서 보는 건 당연히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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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초. 페테르부르크.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 몇 장. 매우 춥고 싸늘한 날이었지만 하늘은 파랬고 햇살이 찬란했던 날이었다.

 

힘든 일주일을 보냈으니 마무리는 역시 빛이 많은 사진들로... 페테르부르크는 벡야가 근사하긴 하지만 사실 겨울의 빛도 무척 아름답다. (추워서 나돌아다니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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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2. 12. 21:40

눈밭 얼음밭 그림자들 russia2016. 2. 12. 21:40

 

 

2015년 2월, 페테르부르크.

네바 강 따라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로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들 중 그림자 사진들 몇 장.

 

얼어붙은 네바 강 위로 찍힌 발자국들.

 

 

꽁꽁 언 네바 강 위로 쌓인 하얀 눈, 그 위로 드리워진 가로수 그림자들.

 

 

 

여기는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안. 건물 벽에 나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눈밭에 비친 그림자는 아마도 내것인듯.. 이때 너무 추워서 커다란 후드에 목도리로 칭칭 감고 있었기 때문에 그림자가 눈사람 저리 가라다 :)

 

 

 

역시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네바 강 나가는 쪽. 왼편 저 멀리 보이는 조그만 쿠폴 첨탑 실루엣은 아마도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그리고 얼어붙은 네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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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4일.

 

작년 이맘때 설 연휴였다. 페테르부르크로 날아갔는데 도착 다음날이 발렌타인 데이였다. 료샤는 출장을 가서 다음날에나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이 날은 혼자 도시를 산책했다. 딱히 무슨무슨 날을 따지지는 않는다만 날이 춥고 흐려서 그런지 살짝 쓸쓸하긴 했다. 그래도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해서 첫 산책을 나올때면 언제나 그렇듯, 잠은 모자라고 머리는 아프지만 설레고 즐거웠다.

 

이때 묵었던 숙소는 예술광장 곁에 있었기 때문에 제일 먼저 푸쉬킨 동상 쪽으로 가서 인사를 하고 뒤로 돌아서 그리보예도프 운하를 따라 천천히 산책했다. 춥고 음습한 날씨였고 나중에는 진눈깨비가 몰아쳤다.

 

꽁꽁 얼어붙은 운하 위로는 흰 눈이 뒤덮여 있었고 난간도 차갑게 얼어 있었다. 그러다 발견한 난간 위의 자동차 스티커들... 새까만 난간과 하얀 눈 덮인 운하 위로 탈색된 듯 창백하면서도 묘하게 칼라풀한 스티커들이 예뻤다.

 

 

 

 

 

 

 

 

 

뒤를 돌아보면 이렇다. 중앙에서 왼편에 조금 보이는 열주는 카잔 성당, 중앙의 구가 달린 지붕은 돔 끄니기 건물. 그리고 왼편 가장자리를 보면 웨딩 드레스 입고 걸어오고 있는 신부가 보인다. 야외 촬영하기에는 추운 날씨였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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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이날은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에서 빅토르 레베제프가 나오는 라 바야데르를 봤던 날이었다. 슬프게도 레베제프의 솔로르는 나를 매우 실망시켰지만(다음날 마린스키에서 슈클랴로프의 곱사등이 망아지로 벌충했다) 공연을 보고 나오는 순간은 언제나처럼 좋았다.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은 소련 시절엔 말르이 극장이라고도 불렸고 내가 90년대 후반에 처음 러시아에 갔을 땐 잠시 '무소르그스키' 극장이라고도 불렸지만 지금은 다시 원 이름으로 돌아왔다. 흔히들 페테르부르크에서는 마린스키 다음 가는 발레단이라고들 하는데 사실 수준 차이는 꽤 나는 편이지만 요즘 후원자들의 힘으로 수퍼스타들을 끌어모아서(사라파노프, 바실리예프, 오시포바 등등, 거기에 세미오노바 등을 게스트 프린시펄로...) 주역들 보는 맛은 좀 있다.

 

이곳 역시 내겐 추억의 극장이다. 유학생에게 마린스키는 너무 비싸기도 했고 또 교통도 불편했는데 네프스키 한가운데 있는 이 극장은 상대적으로 가까웠고 표값도 조금은 더 쌌다. 발레 보러 많이 다녔었다. 내 첫 발레는 마린스키에서 본 봄의 제전이었지만 처음으로 본 고전발레 '잠자는 미녀'는 바로 이 극장에서 봤었다. 보리스 에이프만의 발레를 처음 본 극장도 이곳이다(에이프만 발레단은 최근까지 상주 극장이 없어서 주로 이곳이나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에서 작품을 올리곤 했다)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은 예술광장에 있다. 이 광장에는 유명한 푸쉬킨 동상이 있고(내가 자주 사진 올렸던 그 동상), 러시아 박물관(루스키 무제이)이 있다. 그 앞에는 그랜드 호텔 유럽이 있다. 맞은편에는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연주홀이 있다. 그러니 예술광장이라고 할수밖에...

 

이 극장에서 공연 끝나고 이렇게 밤에 나올 때면, 특히 그게 겨울일 때면 오랜 옛날 유학생 시절 여기서 발레 보고 나오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이렇게 눈 쌓인 예술광장을 지나 네프스키 대로로 나와 버스를 타곤 했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직장인이 된 후, 이 사진 찍었을 당시에는 3분 거리에 있는 유럽 호텔로 돌아왔었다. 숙소가 가까우니 행복했었다. 이것도 '소녀의 꿈이 이루어졌군요' 중 하나였겠지.

 

 

 

미하일로프스키 극장 전경 하나 더. 저 포스터는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포스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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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 29. 21:02

한겨울, 눈과 얼음의 페테르부르크 russia2016. 1. 29. 21:02

 

 

2015년 2월. 페테르부르크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들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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