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1일.
이 날은 마린스키 신관에서 오페라 토스카를 본 후 비가 와서 버스를 타고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에서 내린 후 이삭 성당과 광장을 가로질러 숙소로 돌아왔다.
밤 10시 반에서 11시 사이. 이미 해는 졌고 어스름이 짙게 깔리고 있었다. 이럴 때면 6월과 7월초가 그립다. 그럼 이 즈음에도 아직 밝았을텐데.
하지만 어스름에 잠긴 여름 밤의 페테르부르크도 굉장히 아름답다.
내가 좋아하는 이삭 성당의 천사상.
플래쉬 터뜨려서 좀 밝게 나온 이삭 성당의 황금 돔과 전망대 열주 사진.
아주 오래 전에, 맨 처음 페테르부르크에 왔을 때였다. 첫 토요일에 친구랑 같이 이삭 성당에 와서 호기있게 전망대에 올라가기로 했었다. 지금이야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만 그땐 그냥 나선 계단을 타고 계속 올라가야 했는데 주변이 뚫려 있어 엄청 무서웠다. 게다가 난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간신히 전망대에 올라왔으나 난간 쪽으로는 가지도 못하고 덜덜 떨며 뒤에 딱 붙어 있었다.
요즘도 다시 페테르부르크 올 때마다 그래도 이제 엘리베이터 생겼으니 한번 올라가볼까, 전망이 근사할텐데.. 하다가도 무서워서 못 올라가고 있음 ㅠㅠ
성당 앞에는 공원으로 조성된 광장이 있다. 이사키예프스카야 쁠로샤지. 즉 이삭 광장이다. 원을 그리며 장미를 심어 놓아서 참 예쁘다.
그리고 이 날 밤엔 비가 왔다 그쳐서 비에 젖은 장미들이 일제히 향기를 내뿜어서 아무도 없는 공원을 잠시 한바퀴 돌며 장미 향기 맡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모여 있었다. 장미. 천사. 백야. 그리고 페테르부르크. 말이 필요 없는 순간이다.
이삭 광장 표지판.
광장을 한가운데 놓고 사거리가 펼쳐진다. 숙소인 포취탐스카야 거리로 가려면 광장에서 길을 두번 건너야 했다. 길 건너려다가, 몰려오는 차들과 도로 사진 한 장. 오른쪽의 열주는 이삭 성당의 기둥들.
차들과 도로 사진 한 장 더.
아아.. 일주일 전에 돌아왔는데 다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