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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 아직 오후 5시가 되지 않은 시각이었다. 겨울의 페테르부르크는 오후 3~4시면 해가 진다. 그리고 눈보라. 어둠. 바람. 



나는 혼자서 숙소로 돌아가고 있었다. 눈을 맞으며. 무척 추웠다. 주위는 어두웠다. 내 양손에는 무거운 짐이 들려 있었다. 이 순간으로부터 한두시간 후 나는 숙소 로비의 카페 창가에서 료샤와 만날 것이고 김릿을 마시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한두시간 후의 일이다. 저때 난 그저 걷고 있었다. 눈이 많이 오고 짐이 무겁고 패딩코트도 무거우니 빨리 숙소로 들어가고 싶다고만 생각하면서. 덕분에 다른 잡생각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다. 나는 복직을 사나흘 앞두고 있었다. 



두 젊은이가 내 앞에서 눈보라를 헤치며 걸어가고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눈보라와 바람 때문에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웃음소리는 들렸다. 웃음은 단어들보다 더 멀리 퍼져나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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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지난 12월.

해진 후. 저녁. 아직 밤이 오기 전. 하지만 이미 북국의 도시는 어둠으로 가득했고 그 어둠 사이로 눈보라가 안개처럼 자욱하게 쇄도하고 있었다.


나는 눈을 맞으며 걸었고 잠시 버스를 탔고, 다시 걸었다. 마음 속은 차갑고 뜨겁고 산란하고 동시에 깊이를 알 수 없을만큼 어두웠다. 추웠고 동시에 더웠다. 인간의 육체를 입고 어둠 속을 걸어가며 눈을 맞는 것은 때로 마음의 상태와 아주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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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