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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페테르부르크. 
 
 
이날 종일 비가 오다가 저녁 무렵 좀 잦아들었다. 나는 이날 지하철을 타고 페트로그라드스키 지역의 어느 기념품샵을 찾아가 도스토예프스키와 고골, 하름스가 그려진 머그와 도블라토프의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샀고 본치 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그리고 해질 무렵 궁전광장으로 나와 글라브느이 슈땀프 건물에 있는 에르미타주 기념품샵에서 선물을 샀다. 11월이라 해가 일찍 졌다. 하긴 비가 왔으니 해가 제대로 뜨지도 않았지만. 푸르스름한 황혼녘의 궁전광장은 역시 아름답고 근사했다. 그리고 선물을 사서 나왔을 때 저 광장에서는 어떤 청년이 빅토르 최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노래라 한동안 그걸 듣다가 호텔로 돌아왔다. 이 푸른 저녁빛에 휩싸인 채 겨울비에 젖어 있는 페테르부르크는, 날씨는 끔찍할지 모르지만 역시 아름답다. 그립다. 
 
 
맨 위 사진은 에르미타주도 함께 나왔다. 
 

 
 

 
 
 
이건 에르미타주에서 등을 돌리고 네프스키 대로 가는 방향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 왼편과 오른편에 이삭 성당과 해군성이 보인다. 
 
 

 
 
 
빅토르 최 노래를 다 듣고 나자 좀더 어둑어둑해져서 광장이 더욱 짙은 남색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조그만 짐느이 까날(겨울운하) 역시 그리운 풍경이다. 
 
 
 
사진은 아이폰 xs



... 추가




이날의 메모를 찾아보니 위에서 쓴 궁전광장 타임라인 다 거꾸로였다 ㅎㅎ 빅토르 최 노래가 먼저였고 그담에 에르미타주 샵, 이후에 본치카페에 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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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늦지 않게 깼지만 피곤해서 조식 포기하고 침대에서 뒹굴었다. 그러다 부서 톡방에 업무 관련 골치아픈 이슈가 올라와서 결국 몇가지 체크와 지시를 해야 했다. 흑, 휴가 기간엔 다 위임할 거고 난 부서 톡방 안 볼 거라고 큰소리쳤었는데 ㅠㅠ


정오가 넘어서 기어나갔다. 배가 고파서 일단 부셰에 갔다. 생선 라자냐와 크루아상, 홍차를 주문해 먹었다. 우리나라에도 부셰가 있음 참 좋겠다. 어언 십여년 전부터 드나든 곳인데 메뉴도 점점 더 다양해져서 좋고 무엇보다도 맛있다.


팔로우하는 뻬쩨르 잡지를 통해 맘에 드는 로컬 디자인 기념품샵을 하나 알게 되었다. 홈페이지를 보니 여기는 공방들과 연계되어 있는데 러시아 작가들에 대한 유머러스하고 귀여운 디자인이 꽤 있었다. 페트로그라드 지역의 안 가본 동네에 있었다. (지하철 스뽀르찌브나야 역 근방) 여기 가서 좋아하는 작가들의 캐리커처 굿즈 등을 산 후 며칠 전 가려다 힘들어서 안 간 루스키 무제이(러시아 박물관)나 에르미타주에 가야지 하고 생각했다
.


근데 기념품 샵은 지하철 한정거장이긴 했지만 내려서 좀 걸어야 했다. 그리고 샵에서 나왔을때 비가 갑자기 넘 많이 와서 무거운 가방(이것저것 샀다!) 들고 진창과 웅덩이를 피해 지하철역까지 걸어오는 동안 엄청 힘들었다.



짐이 무겁고 또 비도 쏟아져서 급 피곤해진 나머지 박물관은 다시 포기. '여기서 박물관 수없이 다녔고 담에 와서도 갈 수 있는데 일케 힘들때는 그냥 말자' 하고 자기 혼자 끄덕끄덕하고 호텔로 일단 돌아왔다.



사온 기념품 컵들과 에코백, 티셔츠 등을 정리한 후 온몸이 무겁고 졸려와서 소파에 좀 늘어져 있었다. 그냥 방에서 쭉 쉴까 하다가 또 서서히 배도 고프고 목금만 지나면 돌아가야 하니 너무 아쉬워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나갔다. 비가 약간씩 내리고 있었다. 이번에 와서 파란 하늘 1도 못봄. 돌아갈 때까지 못볼 것 같다.



피곤하니 에르미타주는 못가도 선물 사러 샵에는 가자 하고 궁전광장에 갔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지 않은 즐거움이 있었다.







5시 직전이었고 황혼녘이라 주변이 온통 푸른빛으로 물드는 아름다운 시간이었는데 궁전광장 한가운데 알렉산드르 원주 곁에서 거리의 가수 한명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노래가 빅토르 최의 Перемен(뻬레멘, 변화)이었음. 꺅, 내가 좋아하는 노래~! 선물받은 기분! 그래서 노래랑 기타 연주 듣고 행복해졌다. 가수가 빅토르 최 보컬과 비슷하게 하려고(특히 발음) 노력하며 불렀는데 듣기 괜찮았다. 폰으로 영상도 좀 찍었는데 모바일로는 티스토리엔 안 올라가네.



맨 위 사진은 궁전광장의 알렉산드르 원주. 높은 분 별장 초대를 땡땡이친 미샤가 길바닥에서 춤춘 곳이 바로 저 거대한 기둥과 천사상 아래이다 :) 글의 배경은 여름의 백야 시즌이지만 오늘 황혼녘의 푸른 빛과도 좀 어울려서 찍어봄.



글라브느이 슈땀프에 있는 에르미타주 샵에 가서 선물과 엽서를 산 후 황혼녘 푸른빛이 아까워서 아틀라스와 겨울 운하, 네바 강변 약간, 모이카 운하 약간을 따라 걸었다. 카메라는 무거워서 안 들고 나왔으므로 폰으로 사진 몇장만 찍음.









그리고는 부크보예드 서점에 가서 부서원들 줄 조그만 기념품 등을 사고 지친 채 바로 근처 본치 카페에 갔다. 료샤랑 레냐가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배고파서 바질 페스토와 파르마산 치즈로 버무린 닭고기 버섯 파스타 시켜서 막 먹었다. 조식 건너뛰고 종일 엄청 작은 생선라자냐랑 크루아상밖에 안먹었다고 하자 료샤는 가만히 있는데 레냐가 좀 꾸짖었다. '쥬쥬! 게으른 건 알지만 밥은 잘 먹고 다녀야 할 거 아니야!! 정말 문제야! 어째 나아지지를 않아?!' 하고 또랑또랑하고 준엄하게 야단쳐서 옆테이블 선남선녀가 내쪽을 보며 쿡쿡 웃기까지 했다 ㅠㅠ 흐엉 이제 레냐 너무 많이 컸어... 약혼자에게 맨날 혼나 엉엉 ㅋㅋ



본치에 앉아 저녁 먹고 차 마신 후 나는 방으로 돌아왔다. 료샤는 레냐를 집에 데려다 준 후 방에 들렀다. 이번엔 일반적인 휴가 기간이 아니라서 료샤도 낮엔 계속 일하느라 저녁에만 시간을 낼 수 있다. 레냐도 학교 갔다가 저녁에만 봄. 레냐 엄마인 이라가 나를 안 좋아하는 편인데 그래도 이번주에 저녁마다 아들이 나 보러 올 수 있게 해줘서 좀 고마웠다. 통화도 한번 했다. 료샤 말로는 자기와 이라가 올해 좀 사이가 나아지고 묵은 앙금도 많이 풀었다고 한다. 너네 둘다 나이 먹어서 그래 ㅋㅋ



료샤가 기특하게도 오는 길에 내가 좋아하는 다샤 아이스크림을 사왔다. 그리고 내가 사다줬던 맥심 모카골드 믹스도 한봉지 들고 왔다. '그건 왜 가져왔니 난 커피 안 마시는데' 하고 물어보니 '나 타줘. 이상하게 내가 타는 것보다 네가 타주는게 더 맛있어' 라고 한다. 이넘이... ㅋㅋㅋ



그래서 료샤에겐 맥심 타주고 나는 다샤 아이스크림 까먹으며 한동안 얘기 나누었다. 내가 오늘 득템한 컵과 티셔츠 등을 보여주며 자랑했는데 문학과 담쌓은 이 녀석은 작가들 얼굴도 이름도 거의 구분 못함.. 푸쉬킨하고 도스토예프스키만 알아봄. 흑, 그래도 도스토예프스키 알아본게 어딘가...



내일도 비가 오겠지 흐흑... 모레는 슈클랴로프님의 백조의 호수 보러 가니 내일부터 짐을 좀 싸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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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11. 24. 23:21

틈새들, 겨울 운하 2017-19 petersburg2018. 11. 24. 23:21





겨울 운하는 에르미타주 건물들 사이에 있는 아주 작은 운하이다. 겨울궁전 에르미타주에 붙어 있어서 겨울 운하란 이름을 얻은 것 같다.



내가 이 도시에서 은밀하게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다. 복작거리는 관광지에 있지만 묘하게도 심적으로 작고 내밀한 느낌이 드는 곳. 겨울이면 더 아름다운 곳.



사진들은 지난 9월. 폰으로 찍음. 한겨울 꽁꽁 얼고 눈에 덮인 이곳 풍경은 태그의 겨울 운하를 누르면 볼 수 있다.









마음에 무척 들어 폰이랑 dslr 각각 찍은 풍경. 근데 쨍하고 화질 좋고 심도 깊은 카메라 사진보다 폰으로 찍은 이 사진이 더 맘에 들어 이걸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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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