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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몇년 전 갔을 때 찍은 것. 지난번에 아마 올린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랜드 호텔 유럽의 아르누보 바. 특유의 아름다움과 분위기 때문에 좋아하는 곳이다. 특히 사람이 아직 없는 늦은 오후 무렵 들러서 칵테일을 한 잔 마시거나 간단히 요기를 하면 참 좋다. 일에 치어 무척 피곤하고 지친 하루라 마음의 위안을 위해 다시 꺼내서 올려보는 사진. 

 

 

무척 바빴다. 어제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심지어 일은 오늘 훨씬 더 많이 했다. 아침 8시 무렵 사무실에 도착한 후 점심 먹으러 갈 때까지 한번도 책상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오전 내내 총 다섯가지의 일을 해치웠다. 그 중 세가지는 다른 부서와의 업무협의가 수반된 것이었다. 그리고 골치아픈 업무보고서 때문에 그 양식을 파악하고 각자에게 배분해줘야 할 내용들을 정리하고... 그외 온갖 일들을 처리하고는 간신히 밥을 먹으러 갔다. 밥 먹는 내내 윗분과 일 얘기를 해야 했다. 

 

 

오후에도 마찬가지로 무지무지 바빴다. 중간엔 잠깐 윗분과 회의도 해야 했고, 해결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퇴근하기 10여분 전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아침에 벌어진 일을 담당자가 보고를 안하고 종일 껴안고 있었던 것을 내가 다른 일 때문에 이 친구에게 이야기를 하다가 '그런데 ㅇㅇ는 어떻게 됐어?' 라고 물어서 찾아냈다. 자기는 대안을 마련해서 보고를 하려고 했다고 한다.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 사실 자체를 일단 빨리 나에게 보고를 해줘야 판단을 하고 해결 체계를 가동할 수 있는데 ㅠㅠ (내가 무섭나 엉엉) 담당자가 뭐가 문제인지 모르기에 이것은 응급상황에서 책임자에게 보고를 안하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라고 말해줘야 했다. 문제의 경중에 따라 네가 직접 해결하고 대안을 찾을 수 있는 게 있고 당장 보고를 해야 하는 사안이 있는데 이것은 후자라고 말해줬는데 도대체 이해를 했는지 못했는지 ㅠㅠ 하여튼 해결방향을 두세 가지 생각해내고 있음. 

 

 

너무 힘이 들어서 윗분이 다른 직원 한명에 대한 자기 불만사항을 쏟아내려는 것을 중간에 막고 내일 얘기하자고 해놓고 정시에 퇴근했다. 그 직원에 대해서는 나도 피곤한 점이 많다만 도저히 오늘은 에너지가 다 소진돼서 사무실에 더 남아 있기가 어려웠다. 귀가하는 지하철 안에서 너무 힘들게 졸았다. 종일 추워서 좀 떨었다. 머리도 아프고 너무 피곤하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직원들은 역량이 부족하고 윗분은 물정을 모르니 여러 모로 도움이 안된다. 내일은 최고임원께 너무 하기 싫은 일에 대해서 보고도 해야 한다. 가지가지로 피곤하다. 일 좀 안 하고 빈둥빈둥 뒹굴뒹굴 게으르게 막 살고 싶다 흑흑. 

 

 

피곤하니 늦지 않게 자야겠다. 내일은 오늘보단 좀더 따뜻하게 입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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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