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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데이빗 보위가 세상을 떠난지 10년째 되는 날이었다. 나는 그날을 매우 잘 기억하고 있다. 그때 나는 아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날 당시 인사 쪽을 담당하는 상사와 임원을 찾아가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말했었다. 그러기 몇시간 전에, 보위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게 충격이라기보다는-당시에는 매일이 충격의 연속이라 무감각과 공황을 오가던 때였다- '아, 정말 모든 게 이제 이렇게 되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좀 상징적인 느낌이었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나는 그때 그만두겠다고 했지만 결국 그만두지는 않았다. 그 이후 많은 고통과 시련을 겪었고, 그 시기는 지나갔고 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하여튼 지금도 그때와는 다른 식으로 계속 어렵고 힘든 일들은 되풀이되고 있긴 하다. 

 

 

어제 sns 타임라인과 알고리즘에 내내 보위님이 떠서 그런가, 오늘 아침 새잠이 들었을 때 꿈에 보위님이 나왔다. 딱 90년대의 I'm afraid of Americans 시절의 모습이었다. 짧은 스파이크 헤어스타일, 깔끔하고 스타일리쉬한 수트. 심지어 보위님이 우리 집에 며칠 머무르고 계시다 이제 돌아가야 하는 때였다. 그는 은색의 작고 말끔하고 세련된 기내 캐리어를 챙겨서 나가려고 했고 나는 뭔가 분홍색의 조그만 메모지를 아주 조그만 봉투에 넣어서 건네며 수줍게 '팬 레터 같은 거에요' 라고 했다. 그에게 조금만 더 머무르면 안되느냐, 나도 같이 가면 안되느냐고 물었던 것 같다. 꿈속에서 우리는 영어가 아니라 우리 말로 얘기를 했던 것 같고, 그는 너무나 다정해서 깜짝 놀랐다. 깨어났을 때 처음엔 '아니 근데 따라갔으면 나도 하늘나라 가는 거였나?', 그리고 두번째로는 '아, 이거 복권 사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꿈에서 그는 우리 회사의 매우 스마트하면서도 얍삽한 선배 간부와 미팅을 하러 간다고도 해서 '아니, 그 인간은 어떻게 보위님하고까지 업무 미팅을 하는 거야, 내 보위님을 가로채다니!'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다 좋은데 왜 회사 꿈까지 섞였는지... 

 

 

하여튼 이렇게 자다깨다 늦게 일어났다. 오늘은 어제보다는 컨디션이 좀 나아졌지만 결국 보고서는 하나도 들여다보지 않았다. 내일 재택근무를 신청해두었으니 죽어라고 페이퍼워크를 해야겠다. 이제 더이상 미룰래야 미룰 수 없으니 죽어라고 하겠지 뭐. 금요일에 그렇게도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했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이 보고서 문제도 있지만 사실 꼰대 윗분 때문이었다. 그런데 윗사람을 바꿀 수는 없으니... 

 

 

몸이 너무 쑤시고 아파서 대체 왜 그런가 하고 캘린더를 봤더니 그날이 또 얼마 안 남았다. 아니 이놈은 정말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거야 흐흐흑... 그래서 이렇게 힘이 든 건가. 이번에도 좀 빨라지려나. 이번주가 아주아주 빡센 일주일인데 정말 큰일이네. 최고임원 보고가 두번이나 있고, 어려운 프레젠테이션 인터뷰도 잡혀 있고 힘든 보고서를 두개나 내야 한다. 이번주를 잘 버텨내는 게 목표인데. 늦지 않게 잠들고, 푹 자서 에너지를 충전해야 할텐데. 꿈에 들렀다 가신 보위님, 저에게 힘과 능력을 내려주세요.

 

 

 

 

 

 

파란 스프레이 델피늄 사진. 아래 몇 장 더 접어둔다. 맨 위 도자기 새는 오래전 프라하에서 사왔던 녀석이다. 침실 화장대 거울 위에 걸어두었다. 맞은편엔 노란색과 흰색의 도자기 달걀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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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