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린과의 만남 2025 praha2025. 11. 7. 05:05

... (사진은 어제 오전에 구시가지를 산책하다 마리안스케 광장과 플라트네르슈카 거리 앞에서 옛 생각을 하며 찍었던 것이다. 저 건물 옆의 석상 아래에서 료샤와 에릭을 만나곤 했었다. 추억에 사로잡혔었는데 저녁에 생각지도 않게 일린과 다시 보게 되어 신기한 마음에 이 글 위에 붙여둔다. 이야기는 꽤 많이 나눴지만 언제나처럼 그런 이야기들은 다 담아낼수 없다, 혹은, 담아내지 않는다. 그래서 보통 이런 글은 짧다)
<일린과의 만남>
호텔 바에 앉아 오늘의 메모를 다 적은 후 방에 돌아와 막 샤워를 하고 나왔을 때 메시지가 하나 왔다.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이었다. 일린이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난 게 언제였더라, 거의 십 년 전이었다. 그 이후 메일을 조금 더 주고받긴 했지만 언젠가부터 연락이 끊겼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나는 에릭의 친구였으니까. 일린을 알게 된 건 에릭 때문이었으니까. 그리고 에릭과 일린이 헤어지고 나서는 그와 따로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다. 그저 일린의 이름은 언제나 에릭과 연결되어 있었고, 이제 그들이 헤어지고 나자 따로 일린에게 연락할만한 고리를 찾기가 쉽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쑥스러워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항상 에릭과 함께 만났었고 이야기를 나눌 때도 그랬었으니까. 하긴 정말 얼굴을 마주 대했던 건 두세 번뿐이었지만.
나는 그를 무척 좋아했었다. 어쩌면 에릭보다도 더. 그는 조용한 눈빛과 부드러운 목소리를 지닌 남자였다. 키가 큰 브루넷이었다. 십여 년 전 한참 컴버배치의 셜록이 인기를 끌었을 때 나는 그에게 셜록을 좀 닮았다고 했었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남자였다. 그래서 ‘네 남친은 왜 뒤늦게 정체성을 깨닫게 된 것일까? 내 타입인데...’ 라고 에릭에게 투덜댔다가 질투쟁이 에릭에게 (가짜)헤드락을 당해서 반쯤 기절할 뻔한 적도 있었다(에릭은 물론 장난친 거긴 했지만 190센티 100킬로 바이킹이 가짜 헤드락을 하면 아무리 그게 가짜라도 내가 멀쩡할 수가 없음. 당시엔 지금처럼 둥실해지기 전이기도 했고... 근데 둥실해도 역시 멀쩡할 수 없을 듯) 그런데 이런 대화들은 오로지 에릭하고만 나눌 수가 있었다. 일린에게는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 부끄럽기도 했고 좀 어색했으니까. 둘 다 커밍아웃한 애들이었지만 에릭은 내게 ‘맘 편한 여자친구’였고 일린은 ‘그 여자친구의 남자친구’ 느낌이었다. 그런데 에릭 이 녀석은 일린에게 ‘얘가 네가 자기 타입이래!’ 하고 수다를 떨어버렸다. 뭔가 부끄럽고 빡친 내가 짜증을 내자 일린이 ‘아, 그런데 나 정체성을 깨닫기 전에는 너 같은 타입의 여자를 좋아했어’ 라고 불쑥 말해서 나를 멍하게 만들었다. ‘아니 이건 분명히 위로해주는 거잖아! 립서비스잖아!’ 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하여튼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에릭은 호들갑과 변덕이 심하고 드라마 퀸 기질이 있었다. 일린은 차분한 타입이었고 언성을 높이는 것을 본 적이 없고(에릭의 말에 따르면 화가 나도 소리를 지르지 않는 ‘이상한’ 인간이라고 했었다) 수다쟁이는 아니었지만 친한 사이에서는 의외로 달변이 되곤 했다. 하지만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타입이라 함께 얘기하기 좋았다. 에릭과 일린을 보면서 나는 그들의 애정이 부러웠고 예쁜 커플이라 생각했었다. 사실 에릭이 좀 부러웠던 것 같다. 일린이 멋있어서. 그래서 이루어질 수 없는 이 사람에 대한 마음을 담아 당시 쓰고 있던 레닌그라드 장편에 나오는 인물에게 그의 이름을 붙여 주었다. 주인공의 친구이자 멘토 역할인 모스크바 출신 안무가에게. 사실 이름 외엔 별로 닮은 구석은 없었지만. 어쨌든 그래서 나는 스타니슬라프 일린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원 주인은 이름이 일린이고 내 등장인물은 성이 일린이긴 했지만. 일린에게 ‘나 지금 쓰는 글에 나오는 인물한테 네 이름 붙였어’ 라고 하자 일린이 ‘네가 쓰는 소설 등장인물이면 엄청 어두운 성격인데다 막판에 죽거나 비극적 운명을 맞을 것만 같아’ 라고 농담을 했었다. 나는 깜짝 놀라서 ‘아니야! 일부는 그렇지만 안 그런 사람도 많아! 그리고 이 캐릭터는 제일 밝고 따뜻한 사람이야!’ 라고 열을 내며 설명했다. 일린은 웃으며 ‘네가 그렇게 흥분해서 빨리 말하는 거 처음 봐’ 라고 했었다. 글에 대한 거니까. 평소엔 영어로 말하는 게 힘드니까 말이 느려지고 어눌해지는 거야.
에릭과 일린은 7~8년 전쯤 헤어졌다. 일린이 독일 쪽으로 발령을 받았다고 했다. 에릭이 한동안 무척 힘들어했고 일린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물어볼 수가 없었다. 일린에게 따로 연락하기도 애매하고 어색했다. 몇 년 전쯤 에릭이 실연의 상처에서 벗어나 새로운 애인을 사귀고 나서야 지나가는 말로 일린과 가끔 연락을 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지만 더 물어보기는 쉽지 않았다. 에릭은 담담한 말투로 막바지에 일린과 성격이 안 맞아서 좀 다투기도 했고 자기가 집착을 많이 했었다고, 좋은 사람이었고 지금도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딱 그 정도였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 일린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에릭이 그러던데, 너 지금 프라하에 와 있다고. 나도 프라하에 출장 왔어. 내일 일찍 돌아가는데, 너 시간 되면 잠깐 보면 좋겠다. ’라고.
잠시 우리는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는 비노흐라디 쪽에 있었다. 여기서 멀지 않았다. 내 호텔 이름을 말해주자 ‘나 거기 알아, 전에 묵어본 적 있어’라는 답이 왔다. 우리는 로비 바에서 만나기로 했다.
30분쯤 후 일린이 왔다. 십 년 가까이 보지 못했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여전히 키가 크고 말랐고 짙은 회색 코트가 잘 어울렸다. 흑록색 뿔테 안경을 끼고 있었다. 내가 셜록이랑 닮았다고 했던 브루넷 곱슬머리는 이제 은색과 회색, 흰색의 새치들로 여기저기 블리치를 넣은 듯 뒤엉켜 있었다. 염색 같은 건 안 할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고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반가워서, 너무 오랜만에 보는데 처음 든 생각이 그런 거라서.
일린은 곧장 바로 들어와 내 자리로 왔다. 우리는 포옹을 하고 볼에 키스를 주고받았다. 나는 그가 그렇게 활짝 웃으며 반가워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 감정 표현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에릭이 항상 ‘너무 차가워’ 라고 불평을 늘어놓곤 했으니까. 그런데 내가 보기엔 그냥 전형적인 북구 남자라서 그런 것 같았다. 드라마 퀸인 에릭이 특이한 타입이었다.
“ 네가 이렇게 웃는 걸 처음 봐. ”
“ 너무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봐. 생각도 못했는데 네가 여기 있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 ”
“ 나도 너무 놀랐어. 이게 얼마만이야. 우리 그때 페테르부르크에서 보고 못 봤잖아. ”
사실 그 이후 나는 에릭도 보지 못했다. 전화와 메시지만 주고받았을 뿐이다. 하지만 그래도 에릭과 나는 연락을 계속 해왔으니까. 드문드문이긴 했지만.
그는 내가 잘 모르는 술을 시켰다. 보드카인지 진인지 하여튼 그런 게 들어간 거였다. 독한 거냐고 물어보자 자기는 원래 독한 건 잘 안 마신다고 했다. 내 기억에 그는 에릭이랑 같이 보드카를 스트레이트로 마셨었는데! 코펜하겐 출신에게도 보드카 스트레이트 정도는 독한 게 아니려나... 나는 오후에 마실까 말까 고민하다 고르지 않았던 ‘프리마 발레리나’라는 거창한 이름의 칵테일을 시켰다. 와인과 시트러스를 배합한 거였다. 일린은 ‘너 그거 시킬 거 같았어. 극장 좋아했잖아’ 라면서 다시 웃었다.
우리는 바 안쪽 테이블에 앉아 별로 독하지 않은 술을 한 잔씩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너무나 오랜만에 보는데도, 심지어 에릭이 없는 자리에서 따로 보는 건 처음인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아서 이상했다. 마치 작년 이맘때 보고 다시 만나는 것 같았다. 나는 더 이상 예전처럼 영어가 잘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찌저찌 이야기를 잘 나눌 수 있었다. (분명 알콜의 힘일지도 몰라) 지금도 독일에 있느냐고 묻자 일린은 아니라고, 베를린에는 2년밖에 안 있었다고, 지금은 암스테르담에서 일한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그의 직업이 정확하게 뭔지 알았던 적이 없었다. 에릭은 큐레이터였다. 그리고 둘 다 내 직업을 알고 있었다. 일린은 그때도 그냥 회사에 다닌다고 했었다. 나는 에릭에게 ‘도대체 일린은 무슨 회사에 다니는 거야?’ 라고 물어본 적도 있는데 이 녀석은 우리가 둘 다 좋아했던 미드 ‘프렌즈’의 대사를 들먹이며 ‘아무도 일린의 정확한 직업을 몰라’ 라고 농담을 했다. 프렌즈에는 누가 봐도 번듯한 직장인인 챈들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무도 모르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챈들러의 직업은 뭔가 데이터와 통계 분석 그런 거였는데 그게 도대체 뭐하는 일인지 아무도 이해를 못했었다. 그 드라마 등장인물들 중 챈들러만 유일한 사무직 회사원이라서 그랬던 것 같다. 일린에게 그때 얘기를 하면서 ‘근데 정말 너는 무슨 회사에 다니는 거야?’ 라고 드디어 물어보았다. 일린은 ‘그때는 경영관리 쪽에 있었어. 나 재무 전공했거든. 지금은 광고회사에 있어’ 라고 해서 정말로 나를 웃기고 말았다. 아니, 그럼 진짜 반쯤은 챈들러 맞잖아... 챈들러 후반부에 광고회사로 옮기지 않았나? 그 얘기를 했더니 일린이 ‘맞아, 에릭이 매일 그렇게 놀렸어. 그때는 아니었는데 진짜로 그렇게 됐어’ 라고 대꾸했다. ‘우리는 그럴 때 말이 씨가 된다고 해’ 라고 해주었다. 그런데 지금 광고회사에서도 기획 쪽은 아니고 경영관리 쪽이라고 한다. 하긴, 이 사람이 광고 기획이나 홍보를 하는 건 좀 상상이 안 간다. 우리는 명함을 주고받았는데 뭔가 좀 우스웠다. 서로 ‘디렉터야?’ 하고 놀렸는데 솔직히 말해서 일린은 제대로 된 디렉터일 거고 나는 그냥 무수한 디렉터 중 하나일 뿐... (우리 나라 명함들은 뭔가 상향 과장되어 있어서 영문 표기를 해놓고 나면 뭔가 이상하다)
우리는 그간 지내 온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어느 정도 편해지자 에릭 얘기도 나왔다. 그는 에릭과도 ‘친구로’ 잘 지낸다고 했다. 그러다 서로 결혼이나 파트너 얘기도 물어보았다. 그는 그 사이 결혼을 한 번 했다가 헤어졌고 지금은 그냥 주말에만 동거하는 파트너가 있다고 했다.
“ 너는? ”
“ 나는 결혼 안 했어. 동거인도 없어. 독립적으로 스스로를 부양하며 씩씩하게 살아. ”
“ 나는 네가 결국 그 미스터 롤렉스랑 결혼할 줄 알았는데. ”
“ 누구, 료샤? 우리 그냥 친구였는데. ”
“ 그래? 에릭 말이 맞았네. 나 에릭이랑 내기했었는데. 난 네가 그 녀석이랑 사귄다고 했고 에릭은 아니라고 했거든. 그 녀석만 너 좋아하는 거라고. ”
“ 둘 다 내깃돈 나한테 내놔. 사귀지도 않았고 걔가 나 좋아한 것도 아니었거든요! 우리 진짜 그냥 친구였거든요! ”
“ 아깝네. ”
일린은 자기가 술을 사면 해결될 거 같다고 농담을 했다. 내가 ‘그것은 정확한 셈이 아니다. 재무 전공을 하고 경영관리를 그렇게 오래 하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내기에 건 돈을 술 한잔으로 무마하려 하느냐’ 라고 하자 일린은 ‘근데 내기는 나만 진 것 같아. 에릭 말은 맞는 거 같거든. 그놈은 널 좋아했어. 남자들은 딱 보면 알아’ 라고 갑자기 진지하게 말해서 잠시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었다. 뭐 료샤가 옛날에 잠시 나를 좋아하긴 했었지만... 그건 정말 잠시였고 우리는 좋은 친구로 지냈는데... 코로나 이후 료샤를 만나지 못했고 연락을 안한지도 꽤 됐다. 우리는 무척 친했었지만 세월과 함께 어떤 것들은 변하고 또 사라져간다. 그 생각을 하니 마음이 허전하고 좀 슬펐다. 하지만 연락이 완전히 끊어졌다고 생각했던 사람을 코펜하겐도 뻬쩨르도 아니고 여기, 프라하의 어느 바에서 수년 만에 만나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이건 이것대로 좋지 않나, 삶이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뭐 그런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둘 다 나이가 들었고 조금씩 더 삶에 지쳤고, 그 사이 서로가 알지 못하는 많은 일들을 겪었다. 짧은 재회와 칵테일 두어 잔, 이어진 커피와 차 한 잔으로는 다 이야기할 수 없고 나눌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 하지만 우리는 예전에도 그랬던 사이였고, 어쩌면 오히려 지금보다도 더 서로를 몰랐던 건지도 모른다. 나는 일린과 마주 보며 이렇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둘이서 나눈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나는 일린을 방으로 데려와 커피를 한 잔 내려주었다. 아니, 사실 커피는 일린이 직접 내렸다. 이 방에는 전기포트와 커피 캡슐 머신이 있는데, 나는 보통 커피를 마시지 않으므로 이 기기를 잘 다루지 못한다. 오로지 맥심 모카골드 같은 믹스커피만 잘 탄다. 커피 준다고 오라 해놓고 직접 내려 마시라 해서 미안하다고 하자 일린이 자기는 대학 시절 카페에서 3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었다고 한다. 그럴싸해 보여서 죄책감에서 벗어나려다가 ‘아니 잠깐. 네가 아르바이트하던 시절엔 이런 캡슐커피는 없었잖아’라고 해버렸다. ‘아 정말 너는 너무 예리해’라고 일린이 웃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옛날보다 잘 웃는 것 같다.
일린은 새벽에 프라하를 떠난다고 했다. 비엔나에서 오전 미팅을 하나 하고 오후에 암스테르담으로 돌아간다고. ‘비엔나 새벽에 가는 거 힘들었는데, 당일치기로 다녀와서 하루종일 아팠어’ 라고 하자 비엔나까지 운전은 다른 사람이 해서 자기는 괜찮다고 한다. 아니, 나도 운전은 다른 사람이 했었어... 하긴 장거리 비행하고 온 저질 체력인 나하고는 다르지, 에릭만큼 거구는 아니지만 어쨌든 이 친구도 바이킹의 후손...
커피가 다 내려졌을 때 의자에 걸쳐두었던 일린의 코트가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코트를 집어 들었다. 어렴풋이 ‘코트가 정말 크네, 정말 셜록 같아’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스카프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라고도. 기다랗고 무거운 코트를 한아름 안고 옷장 문을 열어 옷걸이를 꺼내려는데 일린이 뒤에서 팔을 뻗어 코트를 한 번에 집어 벽 위쪽 어딘가, 내가 지금까지 발견한 적도 없었던 작은 걸개에 휙 걸쳐두었다.
“ 아, 난 저거 있는지도 몰랐어. 이 방엔 왜 벽에 옷이랑 모자걸이가 없을까 불평했었어. 위에 있어서 안 보였구나. ”
“ 설계가 잘못된 거야. ”
그런가? 이 사람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렇겠지.
우리는 아쉽게 작별했다. 헤어지면서 일린이 퍼뜩 생각난 듯 물었다.
“ 내 이름 붙인 남자, 그 소설 속 주인공. 걔 살아 있어? ”
“ 그럼. 당연하지. ”
“ 해피 엔딩이었어? ”
“ 아... 그게... 사실 그게 네버 엔딩이라... 그때 시작했던 건 다 썼는데 그게 여러 시기를 다루는 시리즈라서 아직도 다 못 썼어. ”
“ 그래도 결말은 머릿속에 다 있는 거지? ”
“ 그럼. 다 있지. 쓰는 과정이 달라질 뿐이지. ”
“ 나는 고마웠어, 등장인물에게 내 이름을 붙여줘서. ”
“ 그래? ”
“ 그래. 말 안 했을 뿐이야. 좀 쑥스러웠거든. ”
“ 멋있는 캐릭터라고 그때도 얘기해줬는데. 그때 고맙다고, 좋다고 말해줬으면 더 멋있게 만들었을 수도 있는데. ”
“ 정말이야? ”
“ 아니. 농담이야. 멋있는 캐릭터는 맞는데 더 멋있게는 안 돼. 리얼리티가 떨어지니까. ”
사실 주인공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린이 그 등장인물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좀 귀여워서 그 말은 해주지 않았다. 분명히 전에도 주인공 아니라고, 주인공의 친구라고 얘기해줬었는데. 남자라서 그런가, 자기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스타니슬라프 일린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단편을 하나 새로 써야 하나 싶다.
'2025 praha'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창가 자리에 앉아 (0) | 2025.11.08 |
|---|---|
| 아티잔에서 메도브닉 (2) | 2025.11.08 |
| 11.6 목요일 밤 : 날씨 운, 일린, 오늘은 홀레쇼비체-비노흐라디-캄파, 아쉬운 카피치코 (2) | 2025.11.07 |
| 애시드와 별다방에서 쓰기 (0) | 2025.11.07 |
| 11.5 수요일 밤 : 옛 기억들과 함께 산책, 카페들, 인도 식당, 호텔 바 + (0) | 2025.11.0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