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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캄파에서 찍은 블타바 강변. 해지기 한시간쯤 전. 오후 햇살이 예뻤다.



..



이제 이틀 반만 지나면 다시 돌아간다.



날씨 운은 그렇게 나쁘지 않아서 지난 일요일, 생일에 비온 것 빼고는 비가 한번도 안왔다. 오늘도 맑고 하늘이 파랬다. 춥긴 했지만 껴입고 나갔더니 오후엔 좀 덥게 느껴질 정도였다.




어제 저녁 늦게 일린과 만났다. 프라하에 출장을 와서 오늘 일찍 떠나는 일정이었다. 여기 오기 전에 나는 에릭과 잠깐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에릭이 어제 저녁에 오랜만에 일린과 연락을 하다가 프라하에 출장왔다는 얘기를 듣고 나도 지금 거기 있을 거라고 말해줬다고 한다. 거의 십 년 만에 다시 보는 거였다. 정말 너무 반가웠다.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일린은 ‘네가 여기 와 있는 줄 알았으면 일정을 이렇게 안 짰을 텐데’ 라고 아쉬워했다. 하루 휴가를 내고 남아볼까 하며 밤중에 자기 동료에게 전화를 했는데 오늘 비엔나에서 오전 미팅, 오후에 암스테르담으로 돌아가는 일정이라 도저히 미팅을 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서프라이즈로 만난 거라 너무 반가웠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사실 제대로 얼굴을 보며 만났던 것도 몇 차례 되지 않았다. 기껏해야 두세 번? 오래전 에릭이 서울에서 일년 정도 머물렀을 때 당시 남자친구였던 일린이 휴가를 내고 놀러 왔었다. 그리고는 페테르부르크에서 한 번, 아니, 두 번. 그때도 에릭이랑 같이 있었다. 한번은 료샤도 같이 봤었다. 막상 얼굴 보며 같이 얘기나눈 적은 별로 없고 심지어 둘이 따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너무 반가웠고 헤어지기가 정말 아쉬웠다.




어제 일린이랑 보고 늦게 잠들어서 오늘은 수면이 좀 부족한 상태였다. 오전 좀 늦게 노트북을 챙겨서 트램을 타고 홀레쇼비체까지 갔다. 애시드 커피에 다시 가서 일린과 만났던 메모를 좀 정리했다. 애시드 커피는 트램을 여러 정거장 타고 멀리 갈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 되었다.



노트북 배터리가 다 되어가기도 했고-무거워서 케이블까지 가져올 수는 없었음- 배도 고파서 다시 트램 9번을 타고 쭉, 더 많이 가서 I.P.파블로바에서 내려 다시 한국식당에 갔다. 런치 메뉴가 있었기 때문이다. 막상 메뉴를 보자 또 김치찌개 먹고 싶긴 했지만 아무래도 단백질 부족인 것 같아서 제육볶음 런치를 시켰다. 이것도 맛있었다. 그런데 여기가 일요일에는 문을 닫는다고 한다. 흑, 일요일에 저녁 비행기니까 점심 여기서 먹고 가려 했는데... 아쉽다. 토요일에 한 번 더 가서 김치찌개 먹을까 생각 중. (우리 회사 동네에서 파는 김치찌개보다 여기가 더 맛있어...)



밥을 잘 먹고 나와서 숙소에 잠시 들렀다. 밝을 때는 골목들을 따라 걸어내려와도 괜찮은데... 하여튼 노트북 배터리를 반쯤 더 충전하고... 애시드에서 차이라떼를 마셨지만 제대로 된 홍차와 티푸드는 먹지 않았고 오늘 날씨가 좋아서-언제 또 날씨가 나빠질지 모르니- 캄파에 가고 카피치코에서 차를 마시기로 했다. 혹시나 융만노바 별다방에 들를 시간이 될까 싶어 노트북도 다시 챙겼다. 그 결과 가방이 무거워서 어깨가 많이 아팠지만 그래도 별다방에서도 글을 좀 쓸 수 있었다.



캄파에 도착했을 땐 이미 3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요즘 해가 4시 반 되기 전에 지기 때문에 별로 시간이 없었다. 옛날에 정말 많이 거닐었던 캄파 공원과 강변을 산책하고 카피치코에 갔다.



카피치코는 한때 프라하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였다. 글을 쓰기도 했고 주인이었던 로만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었다. 그런데 레테조바의 에벨이 사라진 것처럼 카피치코도 많이 변했다. 아마 변한 건 카피치코가 아니라 나일지도 모르지만... 몇 년 째 로만을 보지 못했다. 주인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이제 매장에는 잘 나오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 서비스는 매우 느리고, 손님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도 예전같지 않은 느낌이다. 오늘은 테이블이 여럿 차 있었는데 카운터에 여인 한분 뿐이라 계속 메뉴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내가 주문을 하기까지는 거의 이십분 가까이 걸렸다. 이분은 꽤 나이가 있는 편이어서 혹시 이분으로 주인이 바뀐건가 싶기도 했다. 여름에 왔을 때 무척 심드렁하게 굴었던 좀더 젊은 여인과는 다른 사람이었고 그보다는 친절했지만 예전 카피치코 느낌은 아니었다. 그래서 홍차도 티포트가 아니라 컵으로 주는 걸로 시키고 메도브닉 대신 포피시드 롤을 시켰다. 롤의 맛은 그냥 그랬다. 소중했던 카페가 퇴색되는 기분이라 좀 꿀꿀했다.



카피치코에서 나와 바로 근처에 있는 존 레넌 벽도 잠깐 다시 보러 갔다. 여기는 추울 때 사람이 없어야 한적하게 보기 좋다만, 사실 이 벽을 그렇게 좋아해 본 적이 없다. 딱 한 번, 이 벽 앞에서 료샤와 비틀즈 노래를 들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는 즐거웠었다.



우예즈드와 헬리오초바 사이의 정류장에서 22번을 타고 나로드니 트르지다에서 내렸다. 90분짜리 트램 티켓을 끊어서 나왔는데 절묘하게도 내리자마자 딱 2초 남아서 시간을 잘 맞췄다. 이번에는 3일권이나 1일권을 끊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30분이나 90분짜리 티켓을 따로 끊었다. 원체 여러번 온 곳이라 딱히 관광지에 다닐 필요가 없고 행동 반경들이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트램 탈 때마다 끊는 게 더 나아서.



나로드니 트르지다에서 융만노바 광장까지는 5~6분 정도 걸린다. 어제 실패했던 별다방에 가보았는데 그래도 어제보다는 앉을만한 자리가 있었다. 패션프루트 레모네이드라는 병음료를 시키고 앉아 글을 이어서 좀더 썼다. 들어왔을때 이미 해가 지기 직전이었는데 한시간 정도 앉아 있자 통창 너머로는 완전히 어두컴컴해졌다. 그래도 여기는 신시가지에서 가장 번화한 동네라 별로 무서울 일은 없다.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저녁 대신 남은 패션프루트 레모네이드와 감자칩을 약간 먹었다. 그리고 오늘 메모와 사진을 좀 정리했다.



오늘은 7,870보. 5.3킬로. 홀레쇼비체는 트램 타고 가서 애시드 커피만 갔기 때문에 거의 캄파에서 산책했기 때문인 듯하다.



내일은 짐을 좀 정리하기 시작해야겠다.



사진 몇 장으로 마무리.






애시드 커피가 있는 동네.







맛있었던 제육볶음. 지난 여름 구시가지 식당에서 먹었던 것보다 훨씬 맛있었다. 그래도 여긴 김치찌개가 더 맛있긴 하다.






캄파 사진 몇 장.












카피치코 사진 두 장. 이제 애써 찾아가지는 않을 것 같다. 좋았던 모습들을 기억 속에 간직해두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레넌 벽. 사람 없는 귀퉁이만 찍음.







별다방에서 나와 방에 돌아가는 길. 흑흑 깜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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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