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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사와 코스챠의 이야기는 이제 후반부에 접어들었고 조금 집중을 한다면 내일, 혹은 다음 주말까지는 다 쓸 수 있을 것 같다. 집중력이 문제다만. 이 단편은 1981년 가을의 프라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초반부에 코스챠는 구시가지 광장의 시계탑 아래에서 영화 촬영 일을 하다가 알리사와 재회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여러 가지 면에서 예전에 썼던 트로이와 미샤의 레닌그라드 장편과 맞물리는데, 코스챠도 그 소설에서 엑스트라급 조연으로 처음 등장했었고 이 단편에서도 등장인물이나 몇몇 기억들을 공유한다.

 

 

단편은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에서 시작되지만 발췌문에서 코스챠는 오래 전 레닌그라드의 춥디추운 마르스 광장을 떠올린다. 레닌그라드-현재의 페테르부르크에서 신랑신부들은 결혼을 하고 나면 여기저기 기념촬영을 하러 가는데 마르스 광장에 가서 헌화를 하는 것도 일상적인 절차였다. 마르스 광장은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에서 레트니 사드와 판탄카로 가는 길에 있다. 널따랗고 썰렁하다. 그리고 희생된 병사와 넋을 위한 영원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봉쇄를 겪은 도시이므로 그런 의미가 좀더 각별하다(그러나 지금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내가 다시 페테르부르크에 가더라도 그 광장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 것 같다)

 

 

 

이 단편에서 코스챠는 얼어붙은 마르스 광장과 알리사의 결혼식에 대해 떠올린다. 그리고 아래 추가로 접어둔 오래 전 장편의 발췌문에서는 트로이가 그 현장에서 알리사의 결혼을 바라보고, 또 미샤 때문에 괴로워한다. 어떻게 보면 지금 쓰는 글은 사람들과 기억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처음 이 글을 시작했을 때 나는 첫사랑에 대해 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전부만은 아니었다. 마치 아래 추가로 첨부한 10년 전의 장편이 재능과 욕망에 대한 글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그게 전부만은 아니었던 것처럼.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코스챠 - 198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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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챠는 손등으로 두 눈을 문질렀다. 이제 그녀를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어쩌면 거짓말처럼 갑자기 비가 그쳐 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알리사는 버클 허리띠가 달린 베이지색 코트를 걸치고 있었고 긴 머리를 한쪽으로 느슨하게 묶어 늘어뜨린 채 우산에서 물기를 떨어내고 있었다. 코스챠가 막 소리쳐 그녀를 부르려고 했을 때 감독이 시작 사인을 보냈고 그사이 머리를 매만진 골란츠카야가 언제 히스테리를 일으켰느냐는 듯 우아한 귀족 아가씨 연기를 시작했다. 촬영기사 하나가 코스챠에게 턱짓을 해댔다. 카메라가 마차 바퀴와 광장의 돌바닥을 클로즈업해야 하는 순간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코스챠는 잽싸게 일어나 조명팀 쪽으로 이동했다. 알리사에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촬영 앵글 때문에 그쪽 방향으로는 갈 수가 없었다. 부디 골란츠카야와 상대역인 필란트로프가 잘 해내기를, 라주모프의 완벽주의가 발동하지 않기를 빌면서 코스챠는 필사적으로 알리사에게 손을 흔들어댔다. 그녀가 왜 왔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자기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녀는 이쪽을 보지 않았다. 어떤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키가 훤칠하고 짧게 깎은 금발에 양복을 차려입은 멋진 남자였다. 남자는 웃으며 알리사의 팔짱을 끼었다. 애인인가 보구나. 남편인지도 몰라. 코스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다시금 그 얼어붙을 듯한 영하 25도의 마르스 광장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건 벌써 7년 전인데. 그때 알리사는 하얀 레이스들이 가득한 웨딩드레스를 입었고 이고리가 카메라를 내려놓을 때마다 덜덜 떨며 맨어깨 위로 짧은 모피 숄을 두르곤 했다. 파벨과 포즈를 취할 때면 갈랴가 그 모피 숄을 잽싸게 낚아채 카메라 앵글로부터 치웠다. 그때 코스챠는 한겨울에 결혼 날짜를 잡아서 신부에게 저런 얇은 드레스를 입히는 남자라면 당 간부든 잘나가는 노멘클라투라든 상관없이 개자식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때 그들이 어디로 신혼여행을 갔는지 코스챠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피로연에서 술을 퍼마셨던 것만 생각났다. 하지만 알리사는 파벨과 헤어졌는데. 그사이에 다시 결혼을 한 건지도 모른다. 비록 친구들에게 그녀가 아무런 연락도 해주지 않았지만. 그녀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예쁘고 똑똑하니까. 외국에서 살다 왔고 영국식 영어를 하니까. 개자식을 차버린 후 다시 외국으로 훌쩍 떠나버렸고 코스챠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대단한 일들을 하니까. 금발에 양복을 입은 남자는 외국인처럼 보였다. 외국인과 결혼을 했구나.

 

 

 고개를 들었을 때 알리사가 그의 앞에 와 있었다. 금발의 외국 남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알리사가 그의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했지만 코스챠는 아무 말도 못했다. 눈이 커진 채 얼간이처럼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웃었고 그녀가 포옹을 했을 때에야 딸꾹질을 하며 알랴, 정말 너야?’ 하고 되풀이하며 물었을 뿐이었다. 알리사는 바보 코스칙, 그럼 나지 누구야하며 웃었고 차갑고 매끄러운 뺨을 마주 대며 소리 내어 가볍게 입을 맞췄다.

 

 

 

 

 

 

 

맨 위 사진은 프라하의 구시가지 광장, 2016년 9월에 찍었다. 단편에서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 사진은 너무 쨍하게 잘 나온 것 같지만... 귀찮아서 그냥 제일 먼저 찾은 사진을 올려봄. 

 

 

 

 

 

 

 

 

눈 덮인 마르스 광장 풍경. 2015년 2월에 찍었다. 소설에 나오는대로 영하 25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이때도 엄청 춥긴 했다. 아래 발췌글은 위의 이야기로부터 7년 전, 1974년 1월이다. 레닌그라드의 마르스 광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알리사는 정치인 아버지가 연결시켜준 고위당원의 아들 파벨과 결혼식을 올리고 친구들이 기념촬영과 피로연을 위해 함께 모여 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트로이라서 코스챠는 딱 한번 슬쩍 등장할 뿐이다. 트로이는 레닌그라드 국립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석사 학위를 딴 직후, 미샤는 키로프에 입단해 막 스타무용수로 뜨고 있던 참이다. 아직 둘의 관계가 시작되기 전. 그러니 코스챠는 몰랐겠지만 그 마르스 광장에는 짝사랑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이 자기 하나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트로이 - 197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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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에 알리사와 파벨이 결혼했을 때 미샤도 왔다. 그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샤는 다닐로프와의 약속과 리허설을 모두 취소하고 왔다. 미샤가 발레학교 시절부터 리허설에 절대 빠지는 적이 없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알리사조차 차가운 태도를 취하는 것을 잊고 완벽한 화장이 망가질 정도로 눈물을 흘리며 그를 포옹했다.

 

 

 시청에서 절차를 마치고 촬영을 거의 끝낸 후 마르스 광장에서 신랑 신부가 헌화를 하고 있을 때 미샤가 그의 곁으로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 런던에 가버린 줄 알았어. ”

 

 “ , 가지 않기로 했어. 학교에 남을 거야. ”

 

 “ 축하해야 하는 건가? ”

 

 “ 내가 런던에 가서 뭐해, 이렇게 둔해 터졌는데 첩보원 노릇을 할 것도 아니고. ”

 

 “ 둔하지는 않아. 첩보원이 되기엔 눈에 띄지만. ”

 

 “ 내가 눈에 띈다고? 그런 말은 너한테서 처음 들어. ”

 

 “ 교회 종탑만하잖아. 보안요원이나 첩보원들은 그냥 회색이야. ”

 

 

 

 미샤는 웃고 있었다. 파란 하늘에 해가 나와 있었지만 영하 25도의 날씨였고 사각형의 검은 모피 모자와 진홍색 울 스카프 사이로 드러난 하얀 얼굴에 홍조가 떠올라 있었다. 길게 뒤엉킨 까만 속눈썹에 미세한 얼음 결정이 서려 있었다. 추워서 눈물이 고인 모양이었다. 트로이도 콧속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드레스를 입은 알리사가 어떻게 이 추위를 견디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미샤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검은 코트를 입고 모피를 덧댄 날렵한 부츠를 신은 채 얼어붙은 광장 바닥 위에서 쉬지도 않고 발을 구르며 뛰고 있었다. 발을 따뜻하게 하려고 그러는 건지 춤 동작을 연습하는 건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두터운 겨울 코트와 모자와 부츠로 무장하고서도 그는 고양이처럼 가볍게 뛰었다.

 

 

 

 “ 그냥 가버렸으면 진짜 열받았을 거야. 우리 아직 저번 책 다 안 끝냈어. ”

 

 “ 어차피 너도 바빠서 시간이 안 되잖아. ”

 

 “ , 너하고 읽을 시간은 항상 있어. ”

 

 

 

 트로이는 그렇게 가볍게 던지는 부드러운 말 한 마디가 얼마나 큰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지 미샤가 알기나 할까 하고 의문했다. 그의 모든 결심이 한 순간에 무너져 달아나고 있었다. 로미오를 보는 눈. 알리사가 그렇게 말했었다. 그는 미샤를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키릴과 만나지도 않았고 더 이상 그 비밀 서클의 다른 남자들과 하룻밤의 관계를 맺지도 않았다. 상점에서 만난 여자와 데이트를 하고 일주일째 되는 날 잠자리를 가졌다. 연말부터는 핀란드어과 강사인 톨랴와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순전히 학교 동료들의 의심을 잠재우기 위해서였다. 톨랴에게는 별로 관심도 없었고 매력조차 느끼지 못했지만 바로 어제까지도 그는 그녀에게 청혼해버릴까 하고 자포자기해 고민했다. 알리사가 옳았다. 그는 자기 삶을 살아야 했다. 예쁘장하고 온순한 동료 아가씨와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했다. 어머니의 건강 등 그리 설득력 없는 이유를 꾸며대어 런던 제안을 거절했지만 스베들로프는 별로 실망하지도 않고 3월 즈음 해외 지부 개편이 있을 테니 그때까지 생각해보라고 했을 뿐이었다.

 

 

 그는 미샤의 생생하고 밝게 빛나는 검은 눈을 보았다. 그 눈이 앞에 있는 한 그는 결코 런던으로 가지 못할 것이다. 톨랴를 버리게 될 것이다. 다시 키릴을 만나게 될 것이다. 지하에 숨어 있는 이사악들을 찾아 더러운 짓을 하고 다니게 될 것이다.

 

 

 “ 여자가 생겨서 좀 바빠졌어. 강의도 처음 맡아서 압박이 심해. ”

 

 

 미샤는 별로 실망한 기색도 없이 무릎을 굽히며 자기 손등에 손을 얹는 포즈를 취했다. 모피 모자가 이마 위로 가볍게 미끄러져 내려왔다.

 

 

 “ 그럼 알리사처럼 결혼해. 리허설 한 번 더 빠지고 올게. ”

 

 “ 친구들 결혼할 때마다 그렇게 빠지고 오면 극장에서 미움받고 쫓겨난다. ”

 

 “ 미움이야 벌써 받고 있으니 상관없어. ”

 

 

 미샤는 보이지 않는 검을 거꾸로 들어 가슴을 찌르는 시늉을 하며 돌바닥 위에서 머리를 젖히고 한 바퀴 돌았다. 마음만 먹는다면 어디서든 무대 위에서처럼 출 수 있을 것 같았다. 신랑신부를 촬영하고 있던 이고리가 카메라를 틀어 회전하고 있는 미샤를 찍었다. 그리고는 카메라를 타냐에게 건네주고 달려와 뒤에서 미샤의 허리를 안고 번쩍 들어올렸다. 딴에는 무대에서 본 동작을 흉내내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이고리는 트로이만큼이나 뻣뻣했기 때문에 서커스 광대처럼 우스꽝스러운 광경이 되었다. 료카와 코스챠가 배를 잡고 웃었다.

 

 

 “ 그게 뭐야, 아가씨를 그렇게 안아줘 봐라. 기겁을 하고 도망치겠다. ”

 

 

 모피 코트 때문에 곰처럼 보이는 이고리는 개의치 않고 타이츠를 입은 왕자처럼 당당한 표정으로 미샤를 30센티미터 가량 들어올려 두 바퀴 돌렸다. 긴 코트가 망토처럼 펄럭였다.

 

 

 “ 임마, 너 제대로 먹고 다니기는 하냐? 스베타만큼도 안 나가겠다. ”

 

 “ 체중 때문이 아냐, 내가 들려준 거지. ”

 

 

 이고리의 나무토막 같은 팔에서 빠져나온 미샤가 허리와 옆구리를 문지르며 대꾸했다.

 

 

 “ 가장 기초적인 거라고. ”

 

 “ 난 공중에 번쩍 들리는 건 여자애들만 배우는 건 줄 알았어. ”

 

 “ 학교 다닐 때 밤중에 룸메이트들이랑 연습했거든. 기숙사 방에는 여자애들이 없으니까 돌아가면서 했었지. ”

 

 “ 그럼 여자들 역도 다 출 줄 알아? ”

 

 “ 그렇게 어렵지 않아. ”

 

 

 미샤는 모자를 벗어 부채처럼 한 손에 쥐더니 발끝을 세워 이고리 주위를 돌았다. 사진을 찍고 있던 타냐가 그 광경을 보더니 웃음을 터뜨리며 달려왔다.

 

 

 “ 키트리잖아! 크류코바랑 역을 바꾸기라도 했어? ”

 

 “ 니나만큼 잘 출 자신 있는데. ”

 

 

 미샤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벗어나 바깥 공기를 쐬러 나온 데다 친구들과 함께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그는 코트를 벗어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돈키호테 여주인공 춤을 보여주었다. 그 딱딱한 바닥 위에서 부츠를 신고도 제대로 된 푸에테까지 췄다. 그가 키트리처럼 긴 다리를 들어 허공을 채찍처럼 차며 회전하는 동안 알리사와 파벨마저도 주위로 모여들어 1부터 32까지 소리내어 열광적으로 숫자를 셌다. 목에 두른 진홍색 스카프가 발레리나 스커트처럼 활짝 펼쳐지며 빙글빙글 돌았다. 서른두 번을 그 자리에서 돌고 나자 미샤는 훅 하고 숨을 길게 내쉬더니 고개를 숙여 알리사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 결혼식 춤이야, 이거. ”

 

 “ 고마워. ”

 

 

 알리사는 그를 껴안고 뺨과 입술에 키스를 했다. 파벨이 좀 당황한 듯 어색하게 박수를 쳤다. 이고리가 다시 미샤를 끌어당겨 위로 들어올리는 시도를 했다. 미샤는 이고리의 목과 어깨를 한 팔로 단단하게 감더니 한쪽 무릎을 그의 배에 대고 다른 쪽 다리를 공중으로 들어올렸다. 미샤가 재미있는 포즈를 취할 때마다 타냐가 작품과 배역 이름을 외쳤다. 다들 셔터를 누르고 웃음을 터뜨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트로이는 친구들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문득 알리사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까봐 겁이 나서 고개를 돌렸다. 그도 이고리처럼 아무런 사심 없이 미샤를 만지고 싶었다. 친구처럼, 형제처럼. 끌어당기고 안아 올리고 빙 돌리고 싶었다. 뒤엉켜 나부끼는 머리카락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훑어 내리고 싶었다. 풀어진 스카프 사이로 드러난 목에 뺨을 대고 두 손을 그 애의 벨트 아래로 가져가고 싶었다.

 

 

 트로이는 뒷걸음질쳐 조용히 광장을 빠져나갔다. 그날 그는 늦은 밤까지 톨랴의 침실에 틀어박혀 술을 마셨다. 톨랴는 참을성 있게 그의 곁에 앉아 그 마음 약한 남자가 청혼할 용기를 끌어모으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술에 취해 필름이 끊긴 안드레이 트로이츠키는 다음날 새벽에 깨어나 말도 없이 떠나버렸고 톨랴는 처음으로 영문학과 동료들이 수군거리던 말도 안 되는 루머에 대해 생각했다. 차라리 그 어처구니없는 얘기가 사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그게 멀쩡한 남자에게 버림받는 것보다는 덜 속상한 일이었으니까.

 

 

 

 

 

 

 

 

 

 

 

 

 

 

 

 

마르스 광장 한 컷 더. 여기도 날씨 좋을 땐 푸릇푸릇하고 괜찮은데 이때는 정말 우중충하고 추웠다. 하지만 알리사가 결혼했던 날도 딱 이런 날씨... 해만 좀 쨍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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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