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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중순부터 쓰기 시작한 이 단편은 이제 후반부로 접어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오늘까지 다 쓰고 싶었지만 신경쓸 일이 많아서 정서적 클라이막스에서 멈춰있다. 아마 여행을 다녀와서 이어 쓰게 될 것 같다. 시간적 배경은 1981년 9월, 공간적 배경은 프라하이다. 주인공 코스챠는 영화촬영 현장에서 일하느라 프라하 로케를 왔다가 어린 시절부터 짝사랑했던 알리사와 재회하게 된다. 아래 한 문단 발췌해 접어둔다.

 

 

 

사미즈다트는 지하 자가출판 문학. 소련 시절엔 원체 검열이 횡행해서 저런 사미즈다트가 인기였다. 코스챠는 예전 글들에서 비중 있는 인물들로 등장했던 트로이와 알리사의 초중등학교 동기이고 그들이 만든 문학서클 멤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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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는 담배 연기로 자욱했고 손님들로 붐볐다. 점심시간이라 그럴지도 몰랐다. 코스챠는 프라하에 몇 번 왔었지만 카페에 들어가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선술집이나 숙소에서 맥주, 돼지족발, , 크네들리키와 양파 수프 따위를 먹은 게 전부였다. 여자랑 데이트를 하러 온 것도 아니니까. 이제 학생도 아니고 청춘도 다 지났으니까. 문득 코스챠는 알리사와 단둘이 카페나 레스토랑에 갔던 적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학 식당에서 한두 번. 아니, 그때도 항상 트로이가 함께 있었다. 알리사의 단짝은 그가 아니라 트로이였으니까. 그가 얼마나 트로이의 자리를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알리사는 트로이의 집에는 아주 편하게 드나들었고 책도 같이 읽었고 심지어 대학 전공까지 똑같이 선택했다. 코스챠는 노력했다. 둘을 졸졸 따라다니며 도서관을 드나들기도 하고, 아무리 사전에서 단어를 찾아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영어 소설을 읽고 더듬더듬 번역도 해보았다. 둘을 따라서 영문학과에 진학해보려고 했지만 그는 외국어에는 별 재능이 없었고 오히려 뭔가를 만지고 고치고 조달해오는 데에만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결국 알리사가 트로이와 팔짱을 끼고 네바 강변의 국립대 언어학부로 등교하는 동안 그는 공과대학에 다녔다. 대신 갈랴의 아파트에서 매주 열리는 문학 모임에는 꼬박꼬박 갔다. 모임에는 외국 문학 전공자나 풋내기 시인, 작가들이 많이 왔다. 코스챠처럼 공대에 다니는 애는 별로 없었다. 엔지니어의 손과 문학청년의 가슴이라고 갈랴가 추어주곤 했지만 그럴 때마다 코스챠는 양심이 좀 찔렸다. , 그가 문학을 좋아하긴 했다. 특히 사미즈다트는 더욱. 하지만 뭔가를 쓰거나 지어내는 데는 한 톨도 재능이 없었다. 그가 <서클>에 꼬박꼬박 갔던 건 오로지 알리사가 거기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클을 만든 건 알리사와 트로이, 갈랴였으니까. 하지만 알리사가 떠나버린 후에도 그가 계속해서 서클에 남았던 이유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갈랴의 말이 아주 조금은 맞았을지도 모른다. 엔지니어의 손과 문학청년의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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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한 문단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코스챠와 알리사가 만나는 카페는 블타바 강변에 있는 유명한 카페 슬라비아이다. 릴케가 드나들었고 이후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도 자주 드나들었다는 유서깊은 곳인데, 정작 나는 그곳을 딱히 매력적으로 느껴본적이 없어 사진 한장 없어 이 포스팅에는 대신 약간 스타일이 비슷한 카를로비 바리의 카페 엘리펀트 사진 두 장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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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