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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7. 3. 21:51

쓰는 중 - 다 잘할 수는 없는 노릇 about writing2021. 7. 3. 21:51

 

 

 

지난 주말부터 예전에 구상해놓았던 단편을 쓰기 시작했다. 주인공은 게냐라는 남자 무용수이다. 장난으로 그린 스케치들에 몇번 농담조로 등장했었는데 사실 글에서는 그런 타입은 아니다. 배경은 90년대 후반, 페테르부르크이다. 5월에 마쳤던 단편에서 한 달 정도의 시간 차를 두고 있다. 

 

 

주인공은 게냐이지만 미샤도 여전히 등장한다. 이 글은 게냐가 차를 끌고 나와 모스크바 대로로 진입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초반부 두어 문단을 발췌해 본다. 이 부분은 게냐보다는 미샤에 대한 얘기이다. 고양이 사진은 이야기 중에 냥이에 대한 언급이 있어서 그냥 지나가려니 이쁜 이미지를 하나 올려보고 싶어서. 사진은 @krasa_altaya_catt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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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샤는 운전 솜씨가 형편없었다. 교통 신호를 부지기수로 위반했고 차선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과속에 대한 감각도 아예 없었다. 세상에는 절대로 운전대를 맡길 수 없는 종류의 인간이 있는 법이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라면 발레단 스태프들과 무용수들뿐만 아니라 주변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기 때문에 웬만하면 누구든 자원해서 운전을 해줬고 걸리적거리기만 하는 미샤를 뒷좌석으로 밀어 넣어 버렸다.

 

 

 

 마지막으로 미샤가 직접 차를 끌고 나갔던 것은 몇 주 전에 길에서 주워서 잠시 돌봤던 고양이를 키라에게 데려다주러 갔을 때였다. 다른 경우였다면 게냐가 대신 갔을 테지만 그 망할 놈의 고양이는 그를 너무 싫어해서 보기만 하면 하악질을 하며 위협을 해댔다. 게냐도 고양이라면 질색이었던데다 그 녀석이 덤벼들어서 두 번이나 피를 봤기 때문에 집이든 차 안이든 같은 공간에 있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그래서 미샤가  ‘고양이와 인간 양측의 평화를 위해’  나선 것이었다. 미샤는 어찌어찌 키라가 사는 동네까지는 무사히 도착했지만 역시나 주차를 하다가 사이드미러를 날려 먹었다. 키라에게 귀가 닳도록 잔소리를 듣자  ‘그래도 면허증은 있는데. 당과 국가가 발급해준 거니까 어쨌든 자격은 있는 거 아냐’ 라고 투덜거렸다가 본전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미샤가 이렇게 불평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고 보통은 자신의 운전 실력이 엉망진창이라는 사실을 순순히 인정했다. 오히려 게냐가 보기에는 하기 싫은 운전을 남이 해 주니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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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