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중 - 불가코프 빌려주기, 취향들 about writing2021. 5. 15. 23:57
오늘은 미하일 불가코프가 태어난지 130주년째 되는 날이다. 지금 쓰고 있는 단편에 불가코프 얘기가 조금 나오기 때문에 기념으로 한 문단을 발췌해 본다. 루키얀은 일전에 메모에 남겼듯 키로프 극장의 마사지사. 발췌한 문단은 루키얀의 70년대 회상의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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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사지실에서 거장과 마르가리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책의 원주인이 미샤라는 것도 밝혀졌다. 미샤는 그 책을 몇 년 전 누군가로부터 선물 받았다면서 ‘작년에 지나에게 빌려줬었는데 아마 레냐한테 간 것 같고 그다음에는 잘 모르겠네요. 뭐 언젠가는 돌아오겠죠’ 라고 대꾸했다. 그는 루키얀에게 불가코프의 다른 소설도 몇 권 빌려주었다. 제대로 된 책도 있었고 사미즈다트 복사본도 있었다. ‘개의 심장’이나 ‘운명의 알’은 루키얀의 취향이 아니었지만 ‘백위군’은 좋았다. 미샤는 ‘거장과 마르가리타’ 다음으로는 ‘젊은 의사의 수기’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는데 루키얀은 그게 좀 의외라고 생각했다. 미샤는 ‘의사가 나오는 건 웬만하면 다 재미있으니까요’ 라고 설명하다가 ‘아, 닥터 지바고는 빼고. 그건 별로’ 라고 덧붙였다. 닥터 지바고를 인생 소설로 손꼽고 있던 루키얀은 마치 자기가 공격당한 듯 슬며시 부아가 치밀었고 마음속으로 ‘이 건방진 꼬마 녀석,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취향이라니까’ 하고 투덜댔지만 언제나 그렇듯 미샤의 반짝거리는 까만 눈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풀려서 금세 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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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된 책 제목들은 마지막의 닥터 지바고 빼고는 모두 불가코프의 소설들이다. 닥터 지바고는 뭐 원체 유명한 소설이지만, 하여튼 작가는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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