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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퀵 스케치 두 컷. 둘다 말썽쟁이 미샤.

 

먼저 몸에 좋은 짓 하고 있는 미샤. 따뜻한 허브 티 마시고 있음. 엄마랑 아빠와는 다르게 커피보다는 차를 더 좋아함.

 

 

 

 

그러나.... 언제 허브 티 마셨냐는 듯~ 담배 뻑뻑 피우며 몸에 나쁜 짓 하고 계심. 심지어 담배 안 받는 체질인데도 허세 부리며 몸에 나쁜 짓....

 

 

미샤 : 그래도 허브차 마시니까 다 상쇄된단 말이야~ 괜찮아 괜찮아~

 

토끼 : 그랬다 해. 주고 받고 그냥 제로라고 쳐. 지금 실컷 피워놔. 나중에 감옥 다녀오면 담배 이제 절대 못 피워. 연기 빨아들이는 즉시 기관지 터져.

 

미샤 : 우와 악독하다 토끼 ㅠㅠ 기관지 터진대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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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0. 12. 22:22

여행가방이라도 모자랄판에 sketch fragments 2019. 10. 12. 22:22

 

 

멀리 출장가는 건 아니지만 밤늦게까지 일하고 또 아침 일찍 일을 시작해야 해서 서울 사무실 근처에 다시 숙소를 잡았음. 내일 오후에 체크인한 후 업무회의를 해야 한다. 꾸깩. 뭔가 서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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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샤가 오늘 보내온 메일에 옛날 사진이 하나 첨부되어 있었다. 무려 2006년 11월. 13년 전 사진이었다. 아직 새단장하기 전의 낡고 좁고 어둡고 후진 풀코보 공항에서 찍힌 사진.

 

사진 속에서 나는 천으로 된 커다란 트렁크 위에 걸터앉아 잔뜩 심술난 표정으로 어딘가를 째려보고 있었다. 그때 나는 페테르부르크에서 프라하로 떠나는 참이었다. 나는 이런 사진이 찍혔던 것도 몰랐다. 당시 나를 바래다 주러 나왔던 료샤가 몰래 찍어서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그 해 가을에 처음 만나서 친구가 되었었다.

 

13년 전 사진 속의 나는 지금보다 머리에 훨씬 붉은기가 돌았고, 피부도 더 좋았고 눈도 더 컸고 별로 동그랗지도 않았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 거의 10킬로 가까이 몸무게가 늘었다. 노화와 과로 때문에 -_-) 그러나 표정은 지금이나 다름없이 뿌루퉁했다. 떠나는 날 공항에서 즐거운 표정을 지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료샤에게 '왜 나 몰래 이런 사진을 찍었느냐! 이건 몰카 아니냐! 왜 여태 안 보여줬느냐!' 하고 물었더니 '나중에 보여주면서 놀리려고 그랬어' 라고 대꾸했다. 그러더니 역시나 놀렸다. '저때 왕 심각하고 진지하게 굴어서 나는 네가 정말정말 인텔리에 엄청 똑똑하고 또 엄청 이해하기 힘든 신비로운 인물인 줄 알았지롱~ 그런데 알고보니 토끼였지~ 바보~' 하고 막 놀렸다. 칫, 저때도 난 토끼였어 바부팅아. 너 혼자 착각한 거얍!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간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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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0. 9. 00:02

가을 sketch : 지나와 말썽쟁이2019. 10. 9. 00:02






오늘 자기 전 퀵 스케치. 꽃 한송이 들고 빵끗 웃고 있는 꼬맹이 시절 말썽쟁이 미샤 )) 눈땡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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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흑... 이것이 현실입니다... 



엉엉, 원래 '귀환' 들어가면 멋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제다이의 귀환, 왕의 귀환...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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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0. 1. 22:32

귀여운 신참 sketch fragments 2019. 10. 1. 22:32



그래서 오늘은 출장 안 가고 남아 있던 부서원들끼리 모여서 신입환영 저녁을 먹었다 :) 너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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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도 너 말고 보르쉬랑 다샤 아이스크림만 그립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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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퀵 스케치는 등 기댄 채 심각한 표정 짓고 있는 미샤랑 지나. 아이패드 공간이 모자라서 잘렸는데 둘이 원래 손을 잡고 있음. 근데 잘 보면 지나만 심각한 표정이고 미샤는 약간 멍때리는 중.





그리고 등 기댈 사람 없이 혼자서 심각 모드인 학생 알리사. 주말 내내 내 표정이 이 표정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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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퀵 스케치는 지나랑 미샤 투샷. 어쩐지 새침한 표정으로 째려보고 있는 지나랑 뭔가 어리둥절해진 채 지나 따라 쪼끔 새침할락말락 입술 삐쭉하고 있는 말썽쟁이 미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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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9. 28. 23:39

레냐와 다샤 아이스크림 sketch fragments 2019. 9. 28. 23:39



레냐에게서 온 이메일이 너무 귀여워서. 


" 쥬쥬, 나 어제 '다샤' 먹었어. 쥬쥬가 젤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무지무지 보고파~! "



레냐야 나도 네가 무지무지 보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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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9. 27. 23:23

2분 스케치 지나 sketch : 지나와 말썽쟁이2019. 9. 27. 23:23




오늘은 피곤하니까 대충대충 휘리릭 2분 스케치.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손 가는대로 대충 휘리릭 빨리 그리면 순간의 기분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오늘의 지나는 침울한 얼굴이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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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9. 25. 22:42

눈땡글 꼬맹이들 sketch : 지나와 말썽쟁이2019. 9. 25. 22:42






그린지 꽤 된 스케치. 눈땡글 병아리 짝꿍 미샤랑 지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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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크로키는 알리사랑 미샤 클로즈업 휘리릭. 둘다 분홍분홍뺨. 



먼저 알리사. 


그리고 발레학교 초짜 꼬맹이 시절 미샤. 꼬맹이지만 이미 말썽쟁이 노릇은 한가득~ 



앞발로 대충대충 휘리릭 그리긴 하지만 그래도 내 스케치들에서 일관적인 거 하나. 알리사랑 미샤가 생긴 건  다르지만 둘의 피부톤은 똑같다 :) 



예전에 본편을 쓸 때도 알리사네 문학 동아리 친구들이 흑해로 놀러갔을 때 알리사는 선크림을 왕창 발라도 소용이 없어 따가운 햇볕 때문에 하얗고 약한 피부가 홀랑 다 벗겨지고(그래서 엄청 상심하고), 알리사만큼 피부가 하얀 미샤는 살짝 그을리기만 했을 뿐 끄떡없이 잘도 볕을 쬐며 쏘다녔다는 에피소드를 넣은 적이 있는데 둘다 피부가 흰 편임. 그래서 둘의 얼굴이랑 그외 맨피부 색칠할 때 같은 팔레트를 사용한다. 다른 애들보다 좀더 하얗고 밝은 톤을 씀. 그래도 둘의 머리색 때문에 어울리는 색깔은 좀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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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9. 22. 20:06

워커홀릭 아니야 엉엉 sketch fragments 2019. 9. 22. 20:06



으앙 이래서 아침에 제대로 못 잤음 ㅠㅠ 




흑... 아니야 나 워커홀릭 아니야 그냥 노동노예야 흐아아... 



그건 그렇고 언제나처럼 대충대충 휘리릭쓱싹 그렸더니 치약거품 칠하는 걸 까먹어서 칫솔이 아니라 담배 물고 있는 것처럼 보임. 아흐, 진짜 담배 피울 줄 알면 좀 뻑뻑 피우고 싶다... 아이고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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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퀵 스케치는 지나랑 미샤... 가 아니고 지나를 똑 닮은 꼬맹이 아들내미를 둥기둥기 안아주고 있는 미샤 삼촌 :) 



미샤란 넘은 안 그럴 것 같지만 어린애들을 엄청 이뻐라 합니다. 게다가 절친 지나랑 국화빵 빨간머리 초록눈의 아가 앞에선 슬슬 녹음. 둥기둥기 오냐오냐~ 하도 오냐오냐 해서 지나가 애 버릇 망친다고 버럭 화내곤 함. (그런데 지나 남편도 오냐오냐 아빠이기 때문에... 맨날 지나만 무서운 엄마 노릇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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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9. 20. 21:49

빨간 목도리 칭칭 sketch : 지나와 말썽쟁이2019. 9. 20. 21:49




오늘의 크로키 스케치는 빨간 목도리 칭칭 두른 미샤. 뭔가 심각해보이는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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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9. 19. 21:26

조삼모사 옥토끼 sketch fragments 2019. 9. 19. 21:26




오늘은 야근을 안 했다. 그래서 빵글빵글 웃으며 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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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9. 17. 22:09

노동노예 옥토끼의 설움 2 sketch fragments 2019. 9. 17. 22:09




흐엉엉엉 엉엉... 자꾸자꾸 일이 터져 엉엉... 둑 터지고 댐 무너져서 네덜란드 소년처럼 온몸으로 막는 것도 잘 안돼 으아아아앙 나 토끼라고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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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9. 16. 21:55

노동노예 옥토끼의 설움 sketch fragments 2019. 9. 16. 21:55






엉엉.... 해도 너무해 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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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9. 15. 15:07

으앙 월요병... sketch fragments 2019. 9. 15. 15:07






으아앙 연휴 다 갔어... 별로 쉬지도 못했는데 흐엉...


출근하기 무싸와 할 일 댑따 많아 으아아아아앙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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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 스케치는 예전(https://tveye.tistory.com/9384)에 이어 뽀뽀 씬 연습 중인 미샤랑 지나 다른 컷 :) 저번에 미샤가 안무한 거랑 또 다른 작품인데 여기서도 또 뽀뽀 중~

 

역시나 구경 오신 지나 남편 또 서럽게 꿍얼꿍얼대고 계심.

 

 

지나 남편 : 도대체 저넘이 안무한 작품엔 왜 맨날 뽀뽀 씬이 안 빠지고 저렇게 꼬박꼬박...

 

미샤 : 왜 나한테만 그래! 클래식 발레도 뽀뽀 씬 나오거든!! 넌 잠자는 미녀도 안 봤냐?

 

지나 남편 : 몰라. 나는 발레 몰라... 나는 교수님이야 흑흑... 마누라가 딴 남자 품에 안겨 뱅글뱅글 돌고 막 뽀뽀하고 흑흑...

 

지나 : 당신은 꼭 내가 쟤랑 출 때만 그런 말 하더라!!! 다른 작품에서 딴 파트너들이랑 뱅글뱅글 돌고 뽀뽀할땐 아무렇지도 않아 하더니...

 

지나 남편 : 그건... 그건... 저번에 얘기했잖아.... 미샤 저넘이 나보다 뽀뽀를 잘하는 것 같아서...

 

미샤 : 야, 나는 뭐든 제일 잘하거든! 너뿐만 아니라 다른넘들 누가 와도 내가 뽀뽀로는 다 이기거든요!!

 

지나 남편 : 그런 거야? 고마워, 위로가 되는 것 같아 흑흑...

 

지나 : 어휴 멍충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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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 자기 전 퀵 스케치는 연습실에 철푸덕 주저앉아 뭔가 생각에 잠겨 있는 학창 시절 미샤. 한쪽 무릎 세우고 한쪽 다리는 펴고 있는 걸 그리려고 했는데 아이패드 공간이 모자라서 무릎만 나옴 ㅠㅠ 흑흑 공간분할 못하는 똥앞발 나...

 

뭔가 진지한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 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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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의 스케치는 겨울이라 니트 모자 푹 뒤집어쓰고 목도리 둘러매고 패딩 입고 계신 말썽쟁이 미샤. 나는 보라색은 잘 안 칠하는 편인데(내가 잘 쓰는 색깔들에는 보라색 배색하기가 좀 귀찮아서) 오늘은 맘먹고 전부 보라색 톤 온 톤으로 색칠~ 그래서 말썽쟁이 미샤는 오늘 보라돌이가 되었습니다.

 

보라색은 지젤의 알브레히트가 입는 색깔이라 미샤도 무대 올라갈 때 자주 장착하긴 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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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9. 9. 10. 23:15

담배 연기, 어둠과 뇌우 about writing2019. 9. 10. 23:15

 

 

 

비도 오고 이것저것 생각이 들어서 오늘은 담배 뻑뻑 피우는 미샤 크로키 한 장 그림.

 

 

아래 글은 몇년 전 썼던 단편의 초반부이다. 전에 이 about writing 폴더에 발췌해 올렸던 적이 있다. 파리에서 레닌그라드로 소환되는 비행기 안에서 담배 피우는 미샤와 거기 오버랩되는 과거의 에피소드에 대한 짧은 발췌문이다. 담배 연기. 어둠. 뇌우. 거장과 마르가리타.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미샤는 피곤해 보였다. 얼굴은 창백했고 길게 뒤엉킨 속눈썹 아래로 어두운 그림자가 패여 있었다. 항상 제멋대로 치솟는 경향이 있던 검은 머리칼은 이마 위로 단정하게 빗어 넘겼지만 갸름한 얼굴 위로 광대뼈 윤곽이 더 날카롭게 두드러져 있었다. 파리의 더운 날씨 때문인지 소위 위험인물이라 무기를 감출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재킷은 걸치지 않았고 주머니가 없는 검은색의 긴 소매 리넨 셔츠와 짙은 회색의 슬랙스 차림이었다. 웅웅거리는 소음과 둥근 창 너머로 보이는 두터운 구름이 아니었다면 연습실에서 막 나온 것 같다고 착각할만한 모습이었다.

 

 

 미샤가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안개처럼 빽빽하고 불투명한 연기에 휩싸여 그 창백하고 지친 듯한 얼굴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  *  *

 

 


 “ 서쪽에서 다가온 어둠이 거대한 도시를 뒤덮었다. 다리도, 궁전들도 사라졌다. 마치 결코 이 세상에 존재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모든 것이 사라졌다. 실처럼 가느다란 섬광이 하늘을 가로지르며 내달렸고 천둥이 도시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울리는 천둥과 함께 뇌우가 시작되었다. 어둠 속에 휩싸여 볼란드는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

 

 

 두 번째로 만났을 때 나는 미샤를 모스크바로 데려갔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미샤는 볼쇼이나 므하트 극장보다는 트레치야코프 갤러리를 더 좋아했다. 갤러리에서 나와 저녁을 먹으러 갔을 때 나는 몇 년 전 파리에서 출간된 무삭제판 불가코프 소설을 선물했지만 그 아이는 벌써 지하 루트로 그 책을 입수해 읽은 후였다.

 

 

 “ 실망하실 필요는 없어요, 드미트리 알렉산드로비치. ”

 

 

 식어가고 있는 수프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책장을 넘기면서 미샤가 말했다.

 

 

 “ 그건 갱지 복사물이었거든요. 돌려가며 읽었는데 제 차례가 왔을 땐 잉크가 번져서 여기저기 지워져 있었어요. ”

 

 

 그날 밤 잠들기 전에 나는 그에게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장면을 몇 장 읽어달라고 청했다. 마음속으로는 어느 부분을 읽어줄지 예측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마르가리타가 빗자루를 타고 모스크바 밤하늘을 날아가는 장면이나 사도바야에서 악마 무도회를 여는 장면이다. 혹은 반항심 많은 사춘기 소년답게 나를 권력과 체제의 상징으로 설정해 놓고는 보란 듯이 ‘원고는 불타지 않는다’ 라는 대사를 읊어 주리라고 생각했다.

 


 
 미샤는 밑도 끝도 없이 대여섯 문장만을 읽었다. 어둠과 뇌우에 대한 장면이었다. 왜 그 부분을 읽어주었는지에 대해서는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

 

 

미샤가 낭독한 저 장면은 나도 개인적으로 거장과 마르가리타에서 무척 좋아하는 장면이다. 내용도, 그리고 문장들 자체도 무척 좋아한다.

:
Posted by liontamer

 

 

오늘의 스케치는 빵끗빵끗 웃고 있는 절친 미샤랑 지나. 미샤는 뭐가 그렇게 신났는지 윙크까지 하며 활짝 웃고 있음. 

 

그건 그렇고 지나는 굽 높은 부츠 신은 덕에 파트너인 미샤랑 키가 비등비등. '지나가 이렇게 키가 커졌으니 옛날처럼 나 좀 업어주면 안되나..' 하고 미샤는 속으로 생각했지만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ㅋㅋ (파트너라서 매일매일 지나를 안아주고 돌려주고 번쩍번쩍 들어주는 게 일상... 자기도 누가 번쩍번쩍 들어주고 안아주고 돌려주면 좀 편하겠다고 생각 중...)

 

 

지나 : 야! 양심이 있어라! 내가 얼마나 조그맣고 깃털같은데!!!!

 

미샤 : 맞어... 너 조그맣고 깃털 같은 건 맞는데... 나도 누군가한테는 조그맣고 깃털 같아보고 싶...

 

지나 : 야! 너 조그맣고 귀엽다고 해주는 아저씨들 쌔고 쌨잖아!!!!!

 

미샤 : 그런 거 말고 -_- 나도 누가 무대에서 그렇게 들어주고 안아주고 돌려주고 해줬음 좋겠어. 잉잉 남자라서 쫌 불공평해. 맨날맨날 발레리나들 들어주고 안아주고 엉엉... 나도 무대에서 누가 좀 번쩍번쩍 들어주면 좋겠단 말이야..

 

 

... 그래서 미샤는 결국 엄격한 클래식이 지배하는 키로프를 떠나 자기가 발레단을 새로 만들었습니다...(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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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