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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샤가 오늘 보내온 메일에 옛날 사진이 하나 첨부되어 있었다. 무려 2006년 11월. 13년 전 사진이었다. 아직 새단장하기 전의 낡고 좁고 어둡고 후진 풀코보 공항에서 찍힌 사진.

 

사진 속에서 나는 천으로 된 커다란 트렁크 위에 걸터앉아 잔뜩 심술난 표정으로 어딘가를 째려보고 있었다. 그때 나는 페테르부르크에서 프라하로 떠나는 참이었다. 나는 이런 사진이 찍혔던 것도 몰랐다. 당시 나를 바래다 주러 나왔던 료샤가 몰래 찍어서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그 해 가을에 처음 만나서 친구가 되었었다.

 

13년 전 사진 속의 나는 지금보다 머리에 훨씬 붉은기가 돌았고, 피부도 더 좋았고 눈도 더 컸고 별로 동그랗지도 않았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 거의 10킬로 가까이 몸무게가 늘었다. 노화와 과로 때문에 -_-) 그러나 표정은 지금이나 다름없이 뿌루퉁했다. 떠나는 날 공항에서 즐거운 표정을 지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료샤에게 '왜 나 몰래 이런 사진을 찍었느냐! 이건 몰카 아니냐! 왜 여태 안 보여줬느냐!' 하고 물었더니 '나중에 보여주면서 놀리려고 그랬어' 라고 대꾸했다. 그러더니 역시나 놀렸다. '저때 왕 심각하고 진지하게 굴어서 나는 네가 정말정말 인텔리에 엄청 똑똑하고 또 엄청 이해하기 힘든 신비로운 인물인 줄 알았지롱~ 그런데 알고보니 토끼였지~ 바보~' 하고 막 놀렸다. 칫, 저때도 난 토끼였어 바부팅아. 너 혼자 착각한 거얍!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간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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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