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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두 장소 이름 사이에서 기묘한 갭이 느껴진다만.. 도스토예프스키 거리와 블라지미르스키 대로가 교차하는 장소에는 도스토예프스키 호텔이 있고 건너편엔 블라지미르 사원이 있다. 호텔은 허름하고 우중충한 3성인데 예약 사이트엔 4성으로 되어 있다.



2년 전 여름 급하게 날아가느라 백야 성수기에 다른 방을 구하기가 어려워 그나마 네프스키 거리 근처인 여기 얻었다. 가격이 싸서..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니까 좀 상징적으로.



호텔은 싼게 비지떡이었고 방음이 안됐다. 어차피 상관없었다. 당시 너무 피폐해져서 암막커튼 치고 방안에 오후까지 틀어박혀 있었다. 조식도 안 먹곤 했다. 나중에 료샤가 와서 거의 반강제로 손목을 낚아채 끌고 나가고 뭘 먹였다.



하여튼 그 호텔 바로 옆엔 지하철역이랑 쇼핑몰이 있었다. 쇼핑몰 자체는 별로였지만 지하에 꽤 좋은 큰 수퍼가 있었고, 1층엔 브리티쉬 베이커리가 있었다. 영국 빵 따위 뭐하러 사먹어.. 했지만 하여튼 바로 옆이라 몇번 갔었다.



이번에 갔을때 잠깐 들러 차 마셨다. 소파 자리가 편하긴 한데 창가 바 테이블에 앉으면 블라지미르 사원이 보여서 거기 앉았다. 창밖에 듬직한 체구의 아주머니가 앉아 있었다.



여기 있노라면 2년 전 그 당시가 생각난다.






브리티쉬 베이커리 흥~ 했지만 러샤 디저트들도 있고 에클레어도 있고 샌드위치도 다양하고 차나 커피도 저렴해서 괜찮은 곳이다. 나는 티백 홍차와 까르또슈까를 먹었다.









창가에 앉아 사원을 보고 종소리를 들으면서.





여기 까르또슈까는 많이 달고 진해서 나한텐 좀 과하다. 다 못먹음. 쫌 초콜릿 무스 느낌이 날 정도로 달고 묵직하다. 난 그냥 소련 공산품 맛인 세베르 까르또슈까가 젤 좋다.



.. 아까 2년전 프라하 사진들을 올리고 나니(http://tveye.tistory.com/8529) 그 당시가 떠올라서 페테르부르크 사진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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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25. 22:39

레트니 사드의 고양이 2017-19 petersburg2018. 10. 25. 22:39





지난 9월. 레트니 사드에서 마주친 고양이 :) 



빛도 고양이도 녹색도 모두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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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23. 23:52

운하 2017-19 petersburg2018. 10. 23. 23:52






모이카 운하. 지난 9월.



운하 따라서 많이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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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고로호바야 거리 사진(http://tveye.tistory.com/8505)에 이어 오늘은 쉡첸코 거리 사진 몇 장.

 

 

여기는 내가 러시아에 두번째로 연수를 갔을 때 살았던 기숙사가 있는 곳이다. 첫 연수 때는 바닷가에 있는 까라블레스뜨로이쩰레이 거리의 기숙사에서 살았고(이때 쥬인과 만났음) 세월이 흘러 다시 갔을 때는 이곳 쉡첸코에 있는 기숙사에 살았다. 이쪽 기숙사 시설이 더 좋고 더 비싸다. 분명 첫 연수 시절엔 이쪽에 있는 기숙사 시설이 더 안 좋았는데 그 사이에 바뀌어 있었음.

 

 

 

 

 

이게 내가 지냈던 기숙사 건물이다 :) 여기는 나름대로 보안이 잘 되어 있었고 외부인은 들어갈 때 여권을 맡겨야 하며 밤 9시인가 10시가 되면 나가야 했다.

 

 

고로호바야 거리에 트로이를 입주시켰던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이 쉡첸코 거리에 갈랴와 료카의 보금자리이자 트로이네 문학 서클의 아지트가 있는 것으로 설정했다. 사실 기숙사 양옆과 맞은편에 진짜로 아파트들이 있었고 그 중 한두 집에는 가보기도 했었다.

 

 

 

 

이렇게...

 

 

쉡첸코 거리는 꽤나 조용하고 한적하다. 근처엔 널찍한 공원이 있어 산책하기도 좋고 주거 지역이다. 대신 조금만 올라가면 공동묘지가 있다(ㅜㅜ) 그래서 그쪽으로 가면 쫌 무섭다.

 

 

이 사진들은 트로이와 미샤의 장편을 쓰고 난 이듬해 여름에 뻬쩨르에 갔을 때 들러서 찍은 것이다. 사실 여기는 관광지도 아니거니와 바실리예프스키 섬에서도 꽤 안쪽으로 들어와야 하는 동네라서 맘먹고 가지 않으면 다시 가기가 어렵다. 옛 추억을 되살릴 겸, 그리고 실제로 갈랴와 료카의 아파트가 어디쯤이고 지금 풍경은 어떤지 찍어놓고 싶어서 카메라를 들고 갔었다. 여행을 가면 주로 네프스키 거리나 이삭 성당 근처의 중심지에 묵게 되므로 여기 오려면 항상 잘 안 오는 7번 버스나 무지 느린 트롤리버스인 10번을 타야 한다.

 

 

이 버스들은 궁전교각을 따라 네바 강을 건너고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우니베르시쩻)을 거쳐 바실리예프스키 섬 안쪽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이 버스들은 쉡첸코 거리에서는 서지도 않으므로 날리치나야 거리나 가반스까야 거리에서 내려서 걸어들어와야 한다. (아니면 미니버스인 마르쉬루트카를 타야 하는데 나는 '~에서 내려주세요' 하는 게 피곤해서 웬만하면 그걸 안 타는 편임)

 

 

나는 트로이와 미샤의 장편을 바로 이 장소에서 시작했다. 소설 1부 1장에서 트로이는 이 거리의 이 아파트에서 미샤를 처음으로 만난다. 금서를 읽고 토론하는 문학 서클의 아지트, 그들이 '엄마'라고 부르곤 하는 갈랴와 그녀의 남편 료카가 이 아파트 건물에 산다. 친구들은 일주일에 한두번씩 저녁에 이곳으로 모여들고 금서나 지하출판물, 외국어 문학을 읽고 토론을 하고... 주로 술을 마시며 논다. 그러던 어느 늦가을 밤, 미샤가 우연히 알게 된 서클 멤버를 따라 이곳에 오고 트로이는 창가에 기대어 있는 그를 본다.

 

 

나는 그들이 나의 루트를 따라 걷게 했다. 그들은 쉡첸코 거리에서 말르이 대로를 따라 걸어나와 길을 건너고 날리치나야 거리의 정류장에서 트롤리 버스를 탄다. 트롤리 버스는 진눈깨비가 몰아치는 레닌그라드를 느릿느릿 횡단한다. 바실리예프스키 섬을 지나 궁전교각을 따라 네바 강을 건너고 네프스키 대로로 들어서 미샤의 기숙사 가까이 있는 알렉산드린스키 공원까지 간다. 나는 눈을 감고도 그 길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 길을 떠올리면서 글을 쓰던 순간과, 이미 글을 마치고 나서 그 길을 다시 따라 오가는 순간은 같으면서도 달랐다. 하지만 둘다 행복하고 충만한 순간이었다.

 

쉡첸코 거리의 아파트들 사진 몇 장. 여기 어딘가에 갈랴와 료카의 집이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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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 고로호바야 거리. 모이카 운하를 끼고 있다. 쭉 걸어가면 양쪽으로 각각 해군성 공원과 사도바야 거리/센나야 광장이 나온다. 중간에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와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가 교차된다.



여기는 글을 쓸때 주요 인물 중 하나인 트로이의 집이 있는 곳으로 상정해서 자주 나오는 동네이다. 여기서 운하 따라 걸어가면 마린스키(레닌그라드 당시엔 키로프) 극장까지 2-30여분 걸린다. 내 걸음으로 그런 거니까 다리 길고 발빠른 미샤 같은 애는 훨씬 금방 오갈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극장 바로 근처로 이사한 후에도 트로이네 집에서 자주 자고 가긴 했지만.



트로이를 이 동네에 살게 한 이유는 좀 싱겁게도, 예전에 내가 출장왔을때(페테르부르크엔 맨날 개인적으로 왔는데 딱 한번 무슨 정책연구조사 출장을 온 적 있음) 이 거리의 어느 낡은 아파트에 있는 민박에 묵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위치도 그렇고, 아파트들과 이 도시 특유의 안뜰(드보르)도 그렇고 잘 어울리는 장소라 그냥 여기 살게 만들었음.



사실 트로이랑 미샤가 젤 처음 만나는 곳(문학 서클 친구들의 아지트)인 갈랴와 료카의 아파트는 내가 예전에 지냈던 기숙사가 있는 쉡첸코 거리에 있다. 여기는 네바 강을 건너 바실리예스키 섬으로 들어가야 있다. 실제로 기숙사 근처에 있는 아파트를 모델로 했음.



그래서 글 다시 쓰기 시작할 무렵인 2012년부터 몇년 동안은 뻬쩨르 갈때면 고로호바야나 쉡첸코 거리를 비롯해 바가노바 아카데미가 있는 조드쳬고 로시 거리, 마린스키 극장, 그외 여러 동네를 많이 걸었고 사진도 많이 찍고 그랬다.



특히 트로이 나오는 소설의 주요 장소들 여럿은 내가 정말 살았거나 머물렀던 곳들, 잠시라도 다녔던 학교 등 개인적 기억이 서린 곳들을 골라서 썼기 때문에 내밀한 즐거움도 있었다. 물론 소련 시절 레닌그라드와 지금의 페테르부르크는 많이 다르지만. 도시가 갖는 어떤 특성 자체, 영혼 자체는 존속하기 마련이다.

 

* 추가 : 쉡첸코 거리에 대한 얘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8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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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17. 22:37

세상천지 딱 한 송이 뿐인 장미 2017-19 petersburg2018. 10. 17. 22:37





지난 9월. 페테르부르크에서 재회한 레냐가 네프스키 대로 지하보도 옆의 좌판에서 나에게 사준 하얀 장미 한 송이 :) 열살짜리 꼬마의 마음이 가득 담긴 세상에서 딱 한 송이 뿐인 최고 예쁜 장미였다. 



호텔 방에 소중하게 가지고 돌아와 생수병에 꽂아두었다가 살짝 시들무렵 꽃송이만 떼어내서 유리잔에 띄워놓고 체크아웃할 때까지 매일 장미 보며 행복해했다. 고마워 레냐야~










레냐가 이 장미 선물해줬던 얘긴 여기 : http://tveye.tistory.com/8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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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11. 22:34

떡 버티고 있는 까마귀님 2017-19 petersburg2018. 10. 11. 22:34





앞선 스케치(http://tveye.tistory.com/8480)에서 지나가 무서워라 하며 울먹거려서 차마 그리지 않았던 까마귀, 대신 여기서 사진으로 :)



페테르부르크에는 까마귀가 참 많다. 비둘기도 많고 강가로 나가면 갈매기도 많지만 공원이나 숲으로 가면 까마귀를 쉽게 볼 수 있음. 스케치의 메모에서 지나가 '길 건너는데 까마귀가 막 날라와서 생쥐 낚아채가는 거 봤어 ㅜㅜ'라고 하는 건 사실 내 경험임. 진짜로 길 건너다 그런 광경 봤는데 무싸왔었다!



그래도 나한테 안 날라오면 까마귀는 쫌 멋지고 볼만함. 비둘기보다 멋있음.



사진 속 까마귀는 모이카 운하 산책하다가 돌난간에 앉아 있는 거 발견하고 찍음. 덩치도 크고 위풍당당하게 딱 버티고 있었음. 도망도 안 감. 







귀찮게 하면 콱 쪼고 도도하게 날아갈 것 같은 포스!!!






얘는 좀 더 하늘하늘하고 우아하게 생긴 녀석. 레트니 사드 연못가에서 비둘기, 청둥오리, 갈매기, 백조 사이에서 혼자 어정거리던 까마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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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9. 21:44

모이카 운하 2017-19 petersburg2018. 10. 9. 21:44





페테르부르크의 가장 중심지는 네프스키 대로이고 이 대로를 가로지르는 대표적 운하가 셋 있다. 판탄카, 그리보예도프, 그리고 모이카 운하이다. 그리보예도프 운하는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등 관광지들 때문에 여행객들로 항상 바글댄다. 그래서 실제로 산책하기엔 판탄카와 모이카 쪽이 더 나은 것 같다. 이것도 위 아래 방향에 따라 좀 다르긴 하지만. 



석양 무렵 모이카 운하를 따라 걸으면 참 좋다. 이쪽이 좀 한적하기도 하고. 검푸른 운하의 수면 위로 저물어가는 황금빛 햇살이 흩뿌려지며 반짝이는 광경을 보는 것도 좋다. 한낮의 눈부시고 찬란한 빛살과는 좀 다른 종류의 빛이다. 이쪽 길을 따라 쭈욱 걸어내려가면 끄라스느이 모스뜨(붉은 다리), 그리고 시느이 모스뜨(푸른 다리)와 이삭 성당이 나온다. 걷다 보면 고로호바야 거리나 사도바야 거리로 빠질 수도 있고. 계속 걸어가면 마린스키 극장 쪽으로도 갈 수 있다. 반대편 방향으로 쭈욱 가면 푸쉬킨 박물관이 있다. 결투 후 푸쉬킨이 숨을 거두었던 곳. 



본편을 쓰기 시작하면서 이 도시 곳곳을 다시 떠올렸는데 자주 떠올린 이미지 중 하나는 미샤가 이 운하를 따라 걷는 거였다. 사실 동선을 생각해봐도 이 길 많이 쏘다닐 수밖에 없음. 극장으로도 통하고 박물관으로도 통하고 제일 친한 친구 가 사는 거리와도 통하니... 본편에서 트로이가 고로호바야 거리에 사는데 소련 시절엔 사실 게르첸 거리로 불렸었다. 하지만 글에서는 고로호바야와 게르첸을 섞어서 썼다. 당시 사람들도 거리 명칭들 섞어 부르거나 애칭으로 부르는 적이 많기도 했고. 게르첸 거리란 어감이 나에겐 딱히 와닿지 않아서. 하여튼 미샤는 툭하면 트로이네 집에 와서 자고 저 운하를 따라 걸어서 극장에 출근하곤 함. 나중에 차를 산 후에도 차는 잘 안 끌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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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페테르부르크를 떠나던 날. 밤 비행기라 오후까지 거리를 산책하고 차를 마셨었다.

 

 

청동기사상, 네바 강, 그리고 궁전광장과 아틀라스로 이어지는 길을 걸으며 찍은 사진 몇 장.

 

 

 

 

 

 

 

 

 

다녀온지 얼마 안 됐는데 다시 가고프다. 하지만 료샤 말로는 지금 이미 5도까지 내려갔고 곧 눈이 올 거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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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30. 23:05

레트니 사드 연못가에서 2017-19 petersburg2018. 9. 30. 23:05





이건 적어도 나에게는 레트니 사드 연못가에서만 찍을 수 있는 색채와 느낌의 사진이다. 오래 된 니콘. 보정 없음. 레트니 사드에 가면 사진을 꽤 여러장 찍는 편인데 신기한 건 항상 제일 마음에 드는 건 이런 사진이다. 아마 일렁이는 수면과 푸른색과 새를 좋아해서 그런가보다. 형태보다는 쇄도하는 색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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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미타주와 겨울 운하 사이에서 발견한 고양이 한 마리. 아마 에르미타주에 사는 고양이 같다.

 

 

우리의 흰양말 냥이, 어정어정 걸어가는 비둘기 발견, 슬금슬금 따라가기 시작.

 

 

 

 

 

 

 

 

꽤 가까워짐...

 

 

 

 

 

그리고는 비둘기가 포르르 날아가서 냥이 혼자 이렇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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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27. 22:21

늦은 오후의 본치 카페 2017-19 petersburg2018. 9. 27. 22:21





작년에 발굴해 좋아하게 된 본치 카페.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에 있다. 이 카페가 있는 건 그전부터 지나다니면서 알았는데 실제로 간 건 작년부터였다. 바깥에서 보는 것보단 안에 들어갔을 때 의외로 참 괜찮은 곳이다.



오후에 가면 이렇게 빛이 스며들고 한적해서 좋다. 



그런데 여기도 사실 좀 유명한 카페이고 번화가의 지하철역 바로 근처에 있기 때문에(게다가 바로 앞에 대학교도 하나 있음) 어떨 때 가면 사람들이 엄청 많다. 이렇게 한적할때 가면 뭔가 수지맞은 기분임. 



여기는 통창문이 있는 바깥 홀이 있고 어둑어둑하고 아늑한 안쪽 홀도 있다. 나는 빛이 들어오는 카페를 좋아하기 때문에 바깥 홀을 선호하는데, 료샤는 여기 오게 되면 안쪽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 나랑 갔을 때도 나보고 '너는 아늑한게 뭔지 모르냐?' 하면서 투덜댔다. 



'야! 너네 동네 가뜩이나 날씨도 후진데 이렇게 쨍할 때라도 빛 들어오는 홀에 앉아야지!' 했더니 '너 작년에 비 주룩주룩 올땐 비오는 거 보고프다고 이쪽 자리 앉았잖아!' 하고 반론을 제기함. 



그러고 보니 그렇구먼... 난 뭔가 막혀 있는 걸 안 좋아해서.. 그치만 최근 몇년 동안 우리나라에 유행하고 있는 살짝 이거 비슷하면서도 뭔가 싸구려 티나는(쫌 이케아스러운 테이블과 의자들 놓여 있는), 소리가 많이 울리는 카페들은 싫어한다. 아마 우리나라쪽은 땅값이나 세가 비싸니 테이블 간격이 좁고 사람들도 큰소리로 얘기하는 버릇이 있어 더 그런지도 모르겠음. 



(쓰고 보니 뭔가 이케아 의문의 1패인 건가... 개인 취향이긴 한데 이케아 디자인 매우 안 좋아한다 ㅋㅋ)



하여튼 본치 카페는 뻬쩨르에서 아스토리야 로툰다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여기가 널찍하고 개방적이긴 하지만 의외로 글도 쓰기 좋고 스케치하기도 좋다. 작업용 카페로 맘에 드는 곳이다. 흑, 집 근처에 카페 에벨이랑 이 본치 카페가 있었음 좋겠다. 아스토리야의 로툰다는 너무 '좋은 호텔 카페' 느낌이라 동네 카페로는 차마 바라지 않음.



아, 여기를 좋아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비록 창가 쪽은 아니지만, 홀 중간의 이 장식 선반 옆에 윤나는 빨간색 원형 테이블이 있다~ 이 사진도 그 자리 앉아서 찍었음. 빨간 테이블 좋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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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19. 00:31

또 만나요 뻬쩨르 ㅠㅠ 2017-19 petersburg2018. 9. 19. 00:31




삼십분 후 공항 감. 아까 본치 카페에 앉아 그렸음. 흑흑 계속 놀고 싶어라...


또 만나요 뻬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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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18. 04:50

역시 뻬쩨르 날씨 2017-19 petersburg2018. 9. 18. 04:50




역시 비가 주룩주룩... 이게 전형적인 뻬쩨르 가을 날씨인데 이번에 그나마 운이 좋았지.. 오늘은 하루종일 이렇게 비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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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에 휴가 냈을땐 원래 오늘밤에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생각지 않은 일이 좀 있어 이틀 연장해 화요일 밤에 떠나게 되었다. 더 있는 거야 나쁘지 않지만 일이 밀리고 있을테고 파트너 후배가 혼자 고생하는 시간이 늘어나는게 미안스럽다. 뭔가 좀 사다줘야겠다.. 흑..



..



맨위 사진은 마린스키 신관 전시실. 1야루스(3층) 홀에 있다. 프티파 200주년이라 올해 행사가 많았는데 전시도 열리고 있었다. 사진의 화려한 빨간 무용화는 발레 라이몬다(영어식으론 레이몬다라고 하는거 같기도)의 여성 무용화.








오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주연의 페트루슈카 공연이 있었다. 뛰어난 무용수인 동시에 탁월한 배우인 이 사람이 추는 페트루슈카가 항상 궁금했었다. 이사람이 추는 포킨 오리지널과 블라지미르 바르나바의 버전 둘다 보고팠는데 오늘 올린 건 후자였다.



아니, 화보에선 그렇게도 인상쓰며 최선을 다해 못생긴 연기를 하고 있었는데.. 아무리 못나게 분장을 해도 조명 받을때마다 타고난 잘생김이 자꾸 스며나왔음!



스트라빈스키 음악 중 제일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고 내게 페트루슈카는 글쓰기에 있어 불새와는 또 다른 의미로 중요한 발레이다. 오리지널 포킨 버전도 마린스키 무대에서 봤었는데 바르나바 버전도 작년에 나왔을때부터 궁금했었다.


맨앞 가운데 앉아서 봄. 슈클랴로프님은 역시 명불허전. 춤도 연기도 모두 아주 훌륭했다. 몸과 눈빛을 참 잘 쓰는 무용수이다. 그리고 간만에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로 듣는 페트루슈카.. 좋았다.



다만 바르나바는 역시 내 취향과는 거리가 있다는 걸 다시금 느낌. 이 사람이 안무한거 이래저래 마린스키 무대에서 여럿 봤는데 항상 어딘가 피상적이란 느낌이었다. 페트루슈카도 그랬다. 많은 상징을 부여하며 근사하게 만들어내려 했지만 정작 의도와 미술과 음악, 페트루슈카라는 존재 자체의 무게에 휘둘려 허덕허덕 쫓아가는 느낌이었다.



무용수들 문제는 아니었다. 슈클랴로프를 비롯해 실라치(차력사. 원작에선 아랍인)와 디바(원작에선 발레리나), 페트루슈카의 죽음(내가 귀여워라 하는 다비드 잘레예프) 등 무용수들은 좋았다. 움직임과 연기도 나무랄데 없었다.



그저 작품 자체가 좀 아쉬웠다. 저런 주제와 미술과 질료들(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라고요! 심지어 비슈뇨바와 세르게예프도 이거 췄음)을 사용했다면 좀더 깊이있는 작품이 나왔을법도 한데.. 내게 있어 바르나바는 아직 좀 치기 어린 안무가인것 같다. 나이도 이제 30살 될까말까 젊지만 이건 꼭 나이 문제는 아니다. 아주 젊은 안무가도 놀랍게도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하여튼 쫌 아쉬웠지만 슈클랴로프의 원숙한 연기와 춤을 보는건 역시 반갑고 좋았다. 커튼콜때 내가 맡긴 꽃다발도 등장해서 기쁨 :)) 꽃다발 여럿 받으심. 나는 빨강과 분홍장미 섞어서 줬다. 페트루슈카가 흰색과 회색 계열 의상이라 눈에 띄라고 :))



그의 아내인 마리야 쉬린키나와 친구이자 최근 유니버설 발레단에서 마린스키로 돌아온 안나 라브리넨코가 오른편 사이드 중간줄에 앉은거 발견. 인사하고팠는데 창피해서 망설이다 쉬는 시간에 마침 내 앞을 지나가기에 인사함. 마샤는 눈짓하며 인사받고 갔고(일행이 있었다) 안나와는 아주 잠깐 얘기나눔. 마린스키 돌아온거 축하해요 언제 나오세요 등 묻고 행운 빌어주고 헤어짐.



발로쟈, 한국 또 오세요...





커튼콜 사진 한장. 맨앞줄 가운데였지만 오늘따라 폰이 버벅대서 화질 나쁨 ㅠㅠ 카메라로 찍은건 나중에 집에 가면.. 근데 신관 무대에서 흰옷 입고 나올때 찍으면 맨날 사진 망하므로 기대 안함 ㅠㅠ


발로쟈는 어디에 있을까요~ 가운데 계시긴 한데 페트루슈카 역이라 행색이 초라함.. 그래도 무대 위에서 눈빛이 얼마나 형형하게 살아 있던지.







내가 바친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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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9. 16. 05:32

공원의 토끼와 친구와 약혼자 2017-19 petersburg2018. 9. 16. 05:32




오늘 낮 노바야 골란지야 공원 잔디밭 :) 레냐는 우리에게 왜 의자만 보이면 발라당 드러눕냐고 물었다. 료샤가 ‘어른은 원래 그런고야’ 라고 대답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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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낮에 노바야 골란지야(New Holland) 공원에 다녀왔다. 마린스키와도 가까이 있는 곳으로 비교적 최근에 모던하게 탈바꿈한 곳이라 로컬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아직 관광객들은 별로 안온다. 노동광장에서 좀 걸어야 하는데다 유적 같은건 없어서.



여기는 현대적 공간이고 잔디밭에는 설치공공미술 작품들이 있다. 4층짜리 원형 돔 건물에는 모던 출판과 현대미술 갤러리, 심지어 디아나 비슈뇨바가 꾸린 모던댄스 스튜디오 Context. Pro도 있다. 넘 궁금해서 그 건물 들어가 문들만 봄 ㅠㅠ 문 유리창 너머로 바들이 보였다.



료샤는 나에게 ‘노바야 골란지야까지 오다니 넌 진정 관광객이 아니야!’ 라고 함 ㅋㅋ



공원 스타일은... 나는 현대미술을 싫어하진 않지만(실제로 몇년간 그쪽 업무도 했었고), 여기는 내눈엔 너무 흔한 타입의 공공미술 모던 공원이라 딱히 안 끌렸다. 원래 이런 타입 별로 안 좋아함. 하지만 이 도시에선 사실 이게 신선하게 느껴지긴 한다. 내가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자 료샤가 나보고 구식이랜다. 이봐! 나 이런거 엄청 많이 봤단 말이여 ㅠㅠ



그래도 잔디밭에 널려진 의자들이 되게 편했다. 벌러덩 기대어 하늘도 보고 에스키모 아이스크림도 먹어서 즐거웠다. 레냐도 아이스크림 먹음. 료샤는 맥주를... 대낮에 행복하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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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진 좋았는데 배가 고팠다. 오늘따라 너무 밥이 먹고파서 공원의 모던한 식당들 다 놔두고 근처에서 본 중국식당에 갔는데 인생 최악 마파두부 먹음 흑.. 엄청 짜고 맵고 퉁퉁 불고 너무 맛없었다. ‘이런걸 먹다니 넌 매저키스트야!’ 하고 료샤가 외쳤다 흑흑 원래 마파두부 맛있는데 으엉엉.. 결국 1/3 밖에 못묵음. 레냐마저 ‘거봐 펠메니 먹자 했자나’ 라고 함 흐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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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카 운하 따라 산책하며 돌아왔다. 료샤는 레냐 데리고 자기 아부지 보러 갔고 그동안 난 돔끄니기 가서 책 두어권과 자질구레한 엽서 등을 샀다.



방에 돌아와 잠시 쉬다 로비 카페 내려와 생선수프 우하 먹고 김릿 한잔 마셨다. 슬슬 취기가 좀 도네.. 애들 곧 방으로 와서 같이 윷놀이하기로 했는뎅... 술김이라면 료샤를 이길수 있을라나 ㅋㅋ



.. 공원에서 레냐에게 보리보리쌀 놀이를 가르쳐주었다. 엄청 재밌어했다 ㅋㅋㅋ 리듬 때문인가보다. 나는 레냐에게 잘 잡혀주고 레냐 손은 놓쳐주었는데 료샤는 또 사내의 승부욕 발동하여 하도 와락 꽉 잡아서 레냐도 울먹대고 내 손엔 멍들었음 똥색히 힘세면 다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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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16. 01:54

김릿 마시는 중, 기나긴 이별 2017-19 petersburg2018. 9. 16. 01:54





많이 걸어다닌 하루였다. 료샤랑 레냐와 함께 노바야 골란지야(New Holland) 공원에 산책하러 갔었고 돔 끄니기에도 갔었다. 둘은 료샤 아부지와 저녁 먹고 온대서 나 혼자 숙소 로비 카페에서 우하(러샤 생선수프) 먹고 김릿 한잔 마시는중. 오기 전에 다 마셔야 쿠사리 안 듣는데 ㅋㅋ






김릿이 메뉴에서 없어져서 물어봤더니 만들어줄 수 있다 함. 일년에 한번 여기 와서만 마시는데 없으면 서운했을 뻔.. 무척 힘들던 재작년 겨울에 여기서 김릿을 마셨는데 그때 기억 때문인지 작년도 올해도 이 카페 창가에 앉아 저녁에 김릿 한잔 마시게 된다.






물론 레이먼드 챈들러. 기나긴 이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번에 올렸지만 김릿과 바에 대한 문단 두개를 다시 발췌해본다. 너무나 명문이라. 김릿과 수많은 바들은 모두 챈들러에게 감사해야 함!! 나같이 술 잘 안마시는 자조차도 마시게 되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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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sat in the corner bar at Victor’s and drank gimlets. “They don’t know how to make them here,” he said. “What they call a gimlet is just some lime or lemon juice and gin with a dash of sugar and bitters. A real gimlet is half gin and half Rose’s Lime Juice and nothing else. It beats martinis ho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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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ike bars just after they open for the evening.  When the air inside is still cool and clean and everything is shiny and the barkeep is giving himself that last look in the mirror to see if his tie is straight and his hair is smooth.  I like the neat bottles on the bar back and the lovely shining glasses and the anticipation.  I like to watch the man mix the first one of the evening and put it down on a crisp mat and put the little folded napkin beside it.  I like to taste it slowly.  The first quiet drink of the evening in a quiet bar – that’s wonderful.”


“I sat down two stools away and the barkeep nodded to me, but didn’t smile.
            “A gimlet,” I said.  “No bitters.”
He put the little napkin in front of me and kept looking at me.  “You know something,” he said in a pleased voice, “I heard you and your friend talking one night and I got me a bottle of that Rose’s Lime Juice.  Then you didn’t come back any more and I only opened it tonight.”
“My friend left town,” I said.  “A double if it’s all right with you.  And thanks for taking the trouble.”

He went away.  The woman in black gave me a quick glance, then looked down into her glass.  “So few people drink them around here,” she said so quietly that I didn’t realize at first that she was speaking to me.  Then she looked my way again.  She had very large dark eyes.  She had the reddest fingernails I have ever seen.  But she didn’t look like a pickup and there was no trace of come-on in her voice.  “Gimlets I mean.”
            “A fellow taught me to like them,” I said.
            “He must be English.”
            “Why?”
“The lime juice.  It’s as English as boiled fish with that awful anchovy sauce that looks as if the cook had bled into it.  That’s how they got called limeys.  The English – not the fish.”
“I thought it was more a tropical drink, hot weather stuff.  Malaya or some place like that.”
“You may be right.”  She turned away again.
The bartender set the drink in front of me.  With the lime juice it has sort of a pale greenish yellowish misty look.  I tasted it.  It was both sweet and sharp at the same time.  The woman in black watched me.  Then she lifted her own glass towards me.  We both drank.  Then I knew hers was the same drink.”



.. 레이먼드 챈들러, 기나긴 이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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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미하일로프스키 극장 2야루스(4층) 사이드에 앉아 찍음. 꽃돌이님 나오는 거 아니니까 그냥 싼 표 끊음(2야루스인데 싸지도 않아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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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가 누적된데다 어제 생일 아닌 생일 축하 샴페인 마신 덕에 아침에 조식 포기하고 계속 자고 열한시가되어 일어남. 꿈에 쥬인이랑 부셰에 가서 며칠전 맛있게 먹은 모짜렐라 바질페스토 치아바타샌드위치랑 오믈렛 시켰는데 계산이 이상해서 노어로 점원과 아웅다웅하느라 피곤.. 꿈에서 외국말 하면 더 버벅대게 되고 더 피곤타.



한시 다되어 기어나감. 고스찌에서 런치 메뉴(440루블로 오름) 먹었다. 샐러드, 수프, 메인이 각 2-3종류 있어 고르면 되는데 오늘 전자 2개는 쫌 실패..



비네그레트(비트, 감자 등 야채와 육류 약간 섞어 새콤하게 간한 샐러드) 좋아해서 시켰는데 고등어 비네그레트라 내 입맛엔 좀 비려서 반쯤남기고.. (흑 걍 야채샐러드 시킬걸), 양배추수프엔 소고기가 많이 들어 있었는데 소 특유의 향이 좀 나서 이것도 쫌 남김. 보통 여기 오면 항상 성공하는데 ㅠㅠ 그래도 메인으로 고른 대구 필레 구이와 감자퓨레는 맛있었다.




먹고 나와서 기념품샵에서 이쁜 브로치랑 목걸이 펜던트 하나 지르고(흑.. 그래도 난 스카프를 자주 두르니 브로치가 참 쓸모있다고 정당화) 궁전광장의 글라브느이 슈땀프(제너럴 스태프)건물 감. 이것도 에르미타주 일부라 전시실이 있는데 이번엔 전시는 안보고 박물관 샵에 갔음. 이 건물로 가면 전시 안봐도 에르미타주 샵 분관 갈수 있으니 참고하세요(끄라스느이 다리 옆 Au pont rouge 백화점에도 있습니당)



샵에서 나오니 비가 쏟아짐. 부끄보예드 서점에 가서 책과 엽서를 좀 샀고 갑자기 배도 아프고 힘들어서 숙소로 돌아옴. 그날 직전이라 그런가봄.



호텔 로비 카페에 앉아 차 마시며 좀 쉬었다.



저녁에 미하일로프스키 극장 백조의 호수 보러 감. 오늘도 소볼레바와 레베제프 페어였다.




역시 생각대로 미하일로프스키는 백조의 호수보단 신데렐라가 나았다. 어쩔수 없지.. 소볼레바도 좀 아쉬웠다. 확실히 아직 미숙하고 상체가 뻣뻣 ㅠㅠ 그래도 레베제프는 몇년전 라 바야데르의 나무토막 솔로르로 날 대왕실망시킨걸 돌이켜보면 엄청 발전해서 원숙해졌음.



그래고 백조의 호수는 아무리 어딘가 맘에 안들어도 파이널의 박력 덕에 결국은 항상 가슴 벅차져서 나오게 되어 있다. 쫌 아까운 건.. 레베제프는 로트바르트 날개를 넘 쉽게 뜯음. 부욱 뜯는 드라마틱함이 아쉬웠음.. 하여튼 그럭저럭 잘 보고 나옴.




료샤랑 레냐와 같이 봤다. 료샤는 왕자가 잘생겼다며 나보고 왜 저 사람은 안조아하냐고 물음. 레베제프 잘생기긴 했는데 내 취향은 좀 아니라 하자 레냐가 옆에서 ‘쥬쥬는 맨날 슈클랴로프만 조아해. 슈클랴로프 같이 생긴 남자를 조아해’ 라고 확인사살 ㅋ 야 이것들아!!!



3막짜리고 막간 휴식이 길어서 늦게 끝났다. 돌아와 씻고 나니 어느덧 자정 넘었네... 낼은 조식 놓치기 싫은데.. (배고파ㅠㅠ) 곧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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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15. 00:36

레냐와 토끼 2017-19 petersburg2018. 9. 15. 00:36




레냐는 이제 열살인데 쫌만 있음 나보다 커질거 같음. 밤송이처럼 깎은 머리 너무 귀여워서 자꾸 문질문질해주고 싶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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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14. 23:56

그리고 비가 왔습니다 2017-19 petersburg2018. 9. 14. 23:56






그러다 또 멈췄다가 또 오다가 등등.. 역시 전형적인 뻬쩨르 가을 날씨 시작!



서점 들렀다가 차 한잔 마시고 잠깐 방에 돌아옴. 오늘 저녁은 료샤랑 레냐랑 미하일로프스키에 백조의 호수 보러 감. 나갈 준비 중이다.



사진은 숙소 돌아오는 길에 찍음. 이거 앞에 올린 사진이랑 같은 곳이고 방향만 쫌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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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14. 19:59

종잡을 수 없는 날씨 2017-19 petersburg2018. 9. 14. 19:59






어제 숙소 근처 정류장에서 버스 기다리며 찍음. 이때 비오고 있었음!



오늘도 예보는 종일 비라고 해서 카메라 안들고 나왔는데 점심 먹으며 창 밖을 보니 하늘은 아직 파랗네.. 비야 오지 마라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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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쓴 대로 여권 생일 때문에 오늘 조식 테이블에서 서프라이즈 노래와 축하와 케익 받고... 오후에 들어왔더니 샴페인과 아이스버킷, 손으로 쓴 카드도 갖다주었다 :) 고마워요 아스토리야 엉엉..





료샤에게 자랑했더니 이넘이 ‘ 알았어! 생일이라는 거자나! 가짜 생일!’ 하고는 근처 꽃집에서 장미 세송이를 사서 주었다 ㅋㅋ 어머 고마워 친구야 근데 나 정말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뎅 ㅎㅎㅎ (그러나 꽃을 사랑하는 토끼는 거부하지 않고 덥석 받았씁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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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오면 날짜감각이 없어진다. 오늘이 수요일인가 싶었는데 목요일이다. 가만히 보니 어제 메모 제목을 또 화욜이라 달아놔서 헷갈렸음. 바꾸어놨다. 흑, 목욜인줄 알았으나 수욜이면 더 좋았을텐데 엉엉 계속 놀고 싶은데...



어제 공연 보느라 늦게 와서 새벽 두시에 잠들었다. 잠 모자란 상태로 조식 먹으러 내려갔는데 앞서 쓴것처럼 생일축하 받고 케익도 받아서 신남(다 쳐다봐서 쫌 창피하기도..) 음력에 윤달이라 주민등록 생일이 실제 태어난 날보다 근 두달 빠르게 되어 있어 항상 손해봤다는 입장인데 이렇게 벌충 :) 고마워요!!!



아스토리야의 서비스는 계속되어 오후에 들어왔을때 샴페인과 초콜릿을 갖다주었다. 꼬마워요... 생각해보니 예전에 그랜드 호텔 유럽에 첨 묵었을때도 이맘때라 샴페인 받았던 기억이 있다. 비싼 가격 지불한건 잊고 서비스에 감동하고 있는 조삼모사 나 ㅋㅋ ㅠㅠ



​하여튼 그래서​ 오늘 메모의 메인 사진은 아스토리야 호텔 :) 이삭 성당 절반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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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다 해서 이런날은 박물관~ 하며 버스 타고 판탄카에서 내려 파베르제 박물관에 갔다. 아아 휘황찬란하고 섬세하고 화려한 보석달걀들과 세공품들이여... 아아아아아아... 아으아아 이쁘다아아 ㅠㅠㅠ 폰으로 사진 많이 찍었는데 그건 나중에 따로..





전시 다 보고 나오는데 의외로 박물관 카페가 상당히 모던하고 이뻐서(+ 빨간색이라서) 창가 테이블에 앉아 30분 정도 쉬며 이 카페 시그니처라는 무알콜 파베르제 칵테일 마심. 이름 때매 내심 이쁜 달걀 모양의 장식이라도? 하고 기대했는데 그냥 유리잔에 평범하게 나옴 흑... 망고가 메인인 벨리니 맛이었다. 맛있긴 한데 난 망고 별로 안 좋아해서.. 잉잉 쫌 싼거 마실걸.. 시그니처래서 딴거보다 비쌌는디...







그래도 카페가 이쁘니 용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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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늦게 본치 카페에 갔다. 어중간한 시간이라 한적했다. 창가 자리 득템했다가 너무 빛이 많이 들어와서(비왔다가 오후에 갰다) 중간 자리로 옮김. 역시 내가 좋아하는 빨간 테이블 자리 :)



배고팠다. 긴쌀밥 곁들인 치킨커리가 오늘의 메뉴라 해서 시켰는데 고수이파리를 진짜 아낌없이 얹어줌 ㅠㅠ 우앙.. 고수 한쪽으로 밀어놓고 먹음. 글고 코코넛과 파인애플이 들어가 넘 달았음. 흑, 유럽이든 러샤든 인도음식점 아닌데서 카레 시키면 안되는데.. 하여튼 배고파서 다 먹음.



먹고서 오늘의 스케치를 하고 있자니 료샤가 일 마치고 왔다. 호텔에서 생일 챙겨준 얘기했더니 사나이의 경쟁심이 일었는지 장미 세송이 사줘서 매우 기쁨 ㅋ






같이 모이카 운하변 따라 걸어서 호텔로 돌아왔다. 얼음이 거의다 녹아 있어서 료샤가 아까워하며 이거 빨리 따야 한다고 했음. 그래서 생일 아닌데 생일 축하하며(ㅋ) 샴페인 따서 나눠 마셨당. 아침에 받은 케익이랑 조식 테이블에서 가져왔던 복숭아랑 같이~








흑, 휴가 안 끝나면 좋겠다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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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13. 18:07

진짜 생일은 아니지만 ㅎㅎ 2017-19 petersburg2018. 9. 13. 18:07




아침부터 서프라이즈들 :)



주민등록과 여권 생일은 오늘인데 사실 난 음력 생일이라 매년 바뀌고(올해는 10월) 실제 태어난 날은 윤달이 껴서 11월이다. 그래서 오늘 날짜는 그냥 숫자일 뿐임.



근데 하여튼 회사 후배들로부터 막 기프티콘들이 오고 ㅋㅋ 조식 먹고 있는데 스태프들이 갑자기 불꽃 얹은 케익 들고 와 노래 불러줌 :)) 으악 고마워요 ㅎㅎ 차마 음력이라 말 못하겠네!



그래서 그 케익 싸준거 들고 방에 왔음. 피곤하고 온몸이 아프고 밖에 비도 오는데 그래도 아침부터 기분 좋당! 심지어 케익 싸준 박스마저 너무 뽀대난다.. 이뿌다..






결국 나가기 전에 한입 먹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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