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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4. 15. 16:43

그리운 수도원 russia2024. 4. 15. 16:43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인 페테르부르크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장소들이 있다.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도 그중 한 곳이다. 평온하고 아름다운 곳. 마음의 위안을 얻는 곳. 정교 신자는 아니지만 사원에 들어가 이콘을 보고 마음 속으로 기도를 드리고 초를 켠다. 촉촉하고 검은 흙들로 뒤덮인 뜰과 묘지를 산책하고 햇살을 쬐고 꽃과 식물들을 바라보고 종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지하의 작은 카페로 내려가 막 구워낸 따뜻한 사과빵과 버섯빵을 먹고 티백으로 우린 차를 마신다. 이따금 운이 좋을 때면 수도원의 허브차와 치즈를 사기도 한다. 

 

 

사진은 2013년 9월. 

 

 

코로나와 전쟁 때문에 이 사랑하는 도시에 가지 못한 지 몇년이 지났다. 마음을 담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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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레트니 사드(여름 정원)는 페테르부르크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공원이다. 녹음이 울창하고 연못에는 백조와 오리, 갈매기가 노닌다. 대리석 조각상들이 즐비하고 한가운데에는 유명한 러시아 우화 작가 크르일로프의 커다란 동상이 있다. 무더운 여름에도 이곳에 들어서면 선선하기 그지없다. 분수와 아폴로를 보면서 크르일로프 동상 근처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으면 행복해진다. 
 
 
사진은 2018년 9월에 찍은 것. 
 
 
레트니 사드에는 옛날에 쥬인이랑 처음 갔었다. 이후에도 자주 갔지만 그래도 항상 이곳 사진들을 보면 쥬인 생각이 제일 먼저 난다. 
 
 
 

 
 
 
이것이 크르일로프 동상. 
 
 
 

 
 
 
 

 
 
 
오른편이 내가 좋아하는 아폴로. 이 공원에서 가장 인기 많은 조각상이다. 료샤는 내가 저 아폴로를 좋아하는 걸 보고 민망하다면서 '하긴 넌 타이츠 입은 발레 무용수를 좋아하니까. 어휴 민망해' 라고 디스하곤 했다. 야, 그거랑 이건 다르잖아! 라고 하려다 또 생각해보면 비슷한가 싶어서 '그런가보다' 라고 인정해버렸다. 
 
 
 

 
 
 
 

 
 
 
이 날은 빛이 좋아서 연못이 새파랗게 나왔다. 갈매기, 청둥오리들이 많이 찾는다. 백조도 한 쌍 있다. 사진엔 안 나왔지만 참새랑 비둘기, 까마귀도 많다. 
 
 
 

 
 
 
마지막으로 백조 사진도 한 장. 
 
 
사진 보니 정말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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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년 페테르부르크. 네프스키 대로를 중심으로 주변의 모이카 운하와 그리보예도프 운하를 따라 걷고 이따금 그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쉬었다. 순서대로 모이카 운하의 끄라스느이 모스트(붉은 교각) 근처의 카페, 그리고 그리보예도프의 카잔 성당 맞은편의 카페 부셰,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와 네프스키 거리 풍경. 사진은 아이폰6s.



첫번째 사진은 잘 보면 카페 창 너머로 끄라스느이 모스트의 붉은 난간이 보인다. 그래서 붉은 교각이다.
 
 

 

 
 
 

 
 
 

 
 
 

 
 
 

 
 
 

 
 
 
저 아치를 통과하면 궁전광장과 에르미타주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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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2. 28. 08:12

밤과 낮, 이삭 성당 근방 russia2024. 2. 28. 08:12

 

 

 

백야 시즌의 페테르부르크, 이삭 성당 근방의 밤과 낮 사진 몇 장. 이때는 7월이었고 밤중의 가장 어두워질 무렵 숙소 앞에 잠깐 나와서 찍었다. 2014년. 이삭 성당과 천사들. 

 

 

 

 

 

 

 

 

 

여기는 아마도 네프스키 대로였을 것이다. 이미 10년 전 풍경이라 지금은 저 가게들도 바뀌었을 것 같다. 네프스키 대로를 수직 축으로 해서 양옆으로 여러 거리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낮. 여기는 해군성 공원에서 청동기사상과 네바 강변으로 나오는 길. 볕이 좋아서 일광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낮에 보는 천사는 느낌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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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18. 19:57

앰버 russia2024. 2. 18. 19:57

 

 

 

아직도 저 기념품 가게가 남아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에 있던 가게였는데 저기서 브로치를 샀던 것 같지만 긴가민가하다. 근처에 기념품 가게가 여럿 있어서 페테르부르크에 갈 때면 그런 곳 어딘가에서는 목각 천사를 샀고 어디에서는 브로치, 어디에서는 마트료슈카를 사곤 했다. 사진은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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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17. 20:56

겨울, 네바 강과 해군성 russia2024. 2. 17. 20:56

 

 

 

2015년 2월. 

 

 

네바 강은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이 사진을 찍었던 날은 매우 추웠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하지만 하늘이 파랬고 차가운 햇살이 아주 높은 곳에서 떨어져 내렸다. 사진첩 넘기다가 이 사진 색채가 마음에 들어서 올려본다. 아주 고요한 풍경이다. 

 

 

 

 

 

 

네바 강변으로 나가기 전에 이렇게 해군성을 따라서 걸었다. 이 공원은 오랜 옛날 러시아에 처음으로 갔을 때 주말을 맞아 제일 처음으로 '시내 구경' 나왔을 때 왔던 곳이다. 지리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이삭 성당 간다고 꾸역꾸역 버스 타고 나왔었다. (이삭 성당은 바로 맞은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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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2. 15. 09:41

나무 아래 휴식 russia2024. 2. 15. 09:41

 

 

 

이것저것 일 때문에 신경쓰이고 지쳐서 올려보는 사진. 2014년 여름. 

 

 

울창한 나무 사이로 에르미타주가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리를 하나 건너가야 나온다. 네바 강을 사이에 두고 이쪽은 바실리섬의 스뜨렐까 부근. 건너편은 에르미타주. 그러고보니 이 사진이 벌써 10년 전이네. 저 여인처럼 밝은 오후에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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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1. 23. 09:27

아스토리야 moments, 향초와 안대 2017-19 petersburg2024. 1. 23. 09:27

 

 

 

2018년에는 9월에 페테르부르크에 갔다. 그 당시는 적어도 매년 한번 이상은 갔었다. 코로나와 전쟁 이후 못 가게 되어 항상 마음 속에 크고 깊은 그리움이 있다. 

 

 

이때의 휴가 후반부에는 이곳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숙소인 아스토리야에 묵었다. 폰으로 찍었던 사진첩에서 당시 아스토리야의 방과 카페, 외관 등 사진 몇 장들을 꺼내본다. 이때는 dslr도 가지고다니며 쏠쏠하게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이건 전부 아이폰6s로 찍은 사진들. 

 

 

 

 

 

 

저 빨간 차양이 항상 그립다. 친구들을 만나는 장소로도 항상 '아스토리야 빨간 차양 아래에서 만나' 하곤 했는데. 못 가게 된 최근 몇년 사이에 외벽 색깔을 이것보다 더 짙은 색으로 전면 바꾸었는데 내 기억과는 달라졌을테니 좀 아쉽긴 하지만 새로 칠한 색이 원래 옛날 색깔이었다고들 한다. 

 

 

 

 

 

 

로비 라운지 카페 로툰다. 여기는 차도 디저트도 햇살 들어오는 창가도 모든 것이 좋아서 이 동네치고는 좀 비싸지만 그래도 자주 드나들곤 했다. 그래서 이 호텔에 묵으면 더욱 좋다. 

 

 

 

 

 

 

 

 

 

이건 방에서. 

 

 

 

 

 

로비에는 이렇게 기념품 샵이 있음. 

 

 

 

 

 

 

방. 이때 업그레이드를 해줘서 방이 좋았다 :)

 

 

 

 

 

 

저녁 늦게 내려와 김릿을 마시면 더욱 좋다. 여기 김릿이 맛있다. 메인을 보드카와 진 중 무엇으로 할지도 물어보는데 당연히 진을 고른다. 언젠가부터 메뉴판에서는 사라졌지만 요청하면 만들어준다. 

 

 

 

 

 

 

메도빅도 맛있다 :) 그리고 이곳의 시그니처인 저 조그만 플로랑틴 쿠키도 맛있다. 디저트를 시키지 않아도 차를 주문하면 항상 저것을 내준다. 나는 이곳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로모노소프 샵에서 저 찻잔과 종지, 큰 접시를 사서 모았다. 

 

 

 

 

 

 

이따금 마린스키 등 저녁공연에 다녀오면 이렇게 저녁 청소와 침구 정리를 해두고는 귀여운 알룐카 미니 초콜릿을 올려둔다. 알룐카는 시리즈별로 맛에 편차가 심한데 이 조그만 것은 킷캣이랑 맛이 비슷하다. 이게 제일 맛있다! 

 

 

 

 

 

 

로비의 기념품 샵에서 향초와 안대를 샀다. 그런데... 저 안대는 너무 이쁜데 밴드가 심히 짱짱해서 도저히 불편해서 써먹을 수가 없다 ㅠㅠ 나는 잠잘 때 안대를 착용하므로 아주 실용적일 거라 생각했는데 써보니 머리가 터질 듯 조인다!!! 아무래도 러시아인들의 엄청 조그만 두상에 맞게 만들었나보다. 우리 나라에선 어린이들이나 맞을 사이즈! 안대 자체는 코 중간까지 내려와서 넉넉한데 밴드가 너무 짱짱하다. 밴드를 늘려보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리 잡아당기고 기다란데 뒤집어씌워놔도 안 늘어난다. 흑흑, 근데 러시아에도 머리 큰 사람들도 많은데 엉엉... 그 사람들은 어떻게 쓰라는 말인가. 팔등신에 얼굴 주먹만한 러시아 미녀들만 착용하는 안대인가보다 + 우리 슈클랴로프님같은 꽃돌이 무용수 ㅜㅜ

 

 

그래서 이 예쁜 안대는 옷장 서랍에 고이 모셔놓았고 저 빨간 안대 케이스는 지금 서재 방의 이콘과 천사들의 공간인 우골에 펼쳐서 깔아두었음... 향초는 아까워서 못 쓰고 이것도 어딘가 모셔놨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저런 향초도 유통기한이 있지 않으려나, 지금 써도 되나 잘 모르겠음. 벌써 5년도 넘었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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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2. 8. 08:36

10년 전 페테르부르크 산책 2 + russia2023. 12. 8. 08:36

 
 
 

며칠 전에 이어, 역시 같은 시기인 2013년 9월 페테르부르크 사진 몇 장. 그리보예도프 운하,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그리고 당시 머물렀던 숙소인 그랜드 호텔 유럽의 방과 카페. 9월은 이 동네를 산책하기 좋은 시기이다. 그런데 자칫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끔찍한 10월이 온다. 해도 안 나고 계속 비가 주룩주룩 오고, 난방 시작 직전이라 춥고 음산해서. 사진을 찍었던 시기인 9월 초중순까지는 딱 좋은데. 
 
 
이 사진은 그리보예도프 운하변. 건너편에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의 2013/14 시즌 발레와 오페라 광고가 붙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레프 박스트의 Supper 사본이 액자로 붙어 있고 그 옆에는 대중가수 콘서트 광고들이 나란히. 
 
 
 

 
 
 
여기는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들어가는 길. 
 
 
 

 
 
 
수도원과 아름다운 정원. 
 
 
 

 
 
 
수도원 경내 묘지.
 
 
 

 
 
 

그랜드 호텔 유럽(에브로파)의 침실. 여기는 다 좋은데 도저히, 정말 도저히 저 꽃무늬 커튼만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이후 나는 이곳보다는 좀더 모던한 아스토리야에 더 자주 묵게 되었다. 그런데 이 호텔이 확실히! 고풍스럽고 우아한 면에서는 한 수 위이긴 하다.

 
 
 

 
 
 
에브로파의 2층 카페 메조닌. 좋아하던 곳이다. 그런데 코로나 시즌에 이 카페를 리모델링해서 색채도 연녹색 계열로 모두 바뀌었다. 바뀐 모습도 사진으로 보면 예뻐보였다. 다시 가보고 싶은데...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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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3. 12. 6. 08:14

10년 전의 페테르부르크 풍경들 russia2023. 12. 6. 08:14

 

 

 

일찍 출근해 일하다가, 잠깐 머리 식히려고 옛날 사진첩을 열어봤다. 2013년 9월, 페테르부르크 사진들. 그 이후 변한 곳들도 있고 그대로인 곳들도 있다. 마지막으로 갔던 것이 코로나 전인 19년 11월이었으니 그 사이 또 많이 변했겠지. 이 사진들 찍으며 산책했던 때가 한편으로는 생생하고 한편으로는 가물가물하다. 아마 아주 여러번 가고 또 갔던 곳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 당시 사진들은 니콘 DSLR로 찍었음. (이때는 폰카 화질이 나빠서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녔는데 그 이후 게으름과 체력저하 등등이 겹쳐서 요즘은 어딜 가도 좀처럼 카메라를 챙기지 않는다. 트렁크에는 넣어가는데 막상 현지에서 놀러 나갈 때는 '아, 무겁다' 하며 그냥 폰으로... 그런데 이따금 예전 사진들을 들춰보면 '그래도 제대로 된 카메라로 찍은 쪽이 더 좋긴 하다' 라는 생각이 들어 아쉽기도 함. 

 

 

사진들은 네프스키 대로 근방의 여러 거리들, 미하일로프스키 공원, 그리보예도프 운하와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겨울운하(짐냐야 까나브까)와 궁전광장, 이삭 성당과 청동기사상, 네바 강 등등, 익숙한 산책 코스에서 찍었던 것들. 벌써 10년 전이라니 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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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3. 9. 10. 19:23

눈과 얼음, 빛의 도시 russia2023. 9. 10. 19:23

 

 

 

어제 새 달력을 만들면서 집어넣었던 페테르부르크 사진 몇 장. 대충 손에 잡히는대로 2015년 사진 폴더를 열어서 겨울 사진 세 장과 여름 사진 한 장을 넣었다. 2월과 7월. 저때가 이미 8년 전이라니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저 이후에도 코로나와 전쟁 전까지는 매년 갔었는데. 

 

 

맨 위 사진은 꽁꽁 얼어붙은 모이카 운하와 페테르부르크 특유의 난간, 돌바닥. 이 운하를 따라 많이 걷곤 했다. 이 운하는 붉은 교각과 푸른 교각, 이삭 성당과 아스토리야 호텔 옆을 지나 마린스키 극장 쪽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나에게 이 운하는 언제나 미샤의 운하이다. 마치 판탄카가 트로이와 알리사의 운하이듯. 

 

 

 

 

 

 

청동기사상. 이 도시에 도착하면 언제나 시인과 황제에게 인사를 하러 간다. 마음속에서야 시인이 당연히 먼저이지만 숙소가 어디 있느냐에 따라 순서가 달라진다. 이때는 네프스키 중간에 있는 에브로파 호텔에 묵었기 때문에 시인을 먼저 보러 갔었다. 그러나 이후 나는 에브로파보다는 아스토리야에 묵게 되었고 순전히 지리적 이유 때문에 시인보다는 황제를 먼저 보러 가게 되었다.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네바 강. 살을 에는 듯 추웠지만 그래도 해가 쨍하고 나서 온통 새파랗고 새하얗고 금빛이었던 날이다. 겨울의 페테르부르크는 너무나 고되지만 이런 날씨만큼은 그립다. 

 

 

 

 

 

 

그리고 이건 7월. 알렉산드로프스키 공원. 여기는 오랜 옛날, 내가 무지하고 어리고 순수하던 시절 맨 처음 페테르부르크에 왔을 때, 첫 주말에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무작정 시내에 나와 처음으로 마주친 공원이다. 그래서 이곳에 오면 항상 그때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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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2. 5. 14. 22:08

오래 전의 바실리섬과 문구즈 russia2022. 5. 14. 22:08

 

 

 

 

옛날 사진 뒤적이다가 2006년 페테르부르크 사진첩에서 찾아낸 사진. 이 당시 잠깐 휴직을 하고 다시 페테르부르크에 가서 몇달 기숙사에서 지냈다. 이 사진은 아마 바실리섬에 있는 기숙사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수업 듣는 스몰니 사원까지 가던 길에 창 너머로 찍었던 것 같다. 2006년 9월 13일. 숫자를 꼽아보면 이제 까마득한 과거가 되었는데 기억은 너무나도 생생해서 숫자보다는 저 사진의 화질로 이게 오래 전의 일이라는 실감이 난다. 저당시 카메라는 니콘 똑딱이 디카. 340만 화소. 내가 처음으로 샀던 디지털카메라. 문구즈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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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0. 11. 23. 21:29

한여름, 레트니 사드 정경 두 장 + russia2020. 11. 23. 21:29

 

 

 

좀 답답한 기분이 들어서, 기분 전환을 위해 예전 러시아 사진들 뒤적이다 레트니 사드 사진 두 장. 2014년 7월에 갔을 때 찍은 거니까 이미 6년 전이다. 올해는 뻬쩨르도 못 갔고 당연히 레트니 사드에 가서 산책도 못 하고 나무 그늘에 앉아 책도 못 읽고 분수 구경도 못했다. 아쉽다.

 

 

이 날 찍은 사진들을 보니 레트니 사드의 울창한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카르토슈카 곁들여 종이컵에 홍차 마시며 책 읽고 있는 내 사진이 몇 장 있었다. 그때 내 머리가 생각보다 너무 쨍한 빨간색이라 깜짝 놀람. 저런 머리색을 하고도 잘도 출근하고 일했구나 하고 새삼 웃김. 지금은... 그저 짙은색 염색으로 새치를 가리는데 급급할 뿐... 엉엉....

 

 

 

 

 

아아 다시 가서 산책하고 싶구나. 레트니 사드!

:
Posted by liontamer

 

 

 

예전 페테르부르크 사진 뒤적이다 발견. 2014년 4월 사진들이다. 14년에는 4월과 7월에 갔었다. 4월에 페테르부르크를 거닐었던 건 아주 옛날에 맨처음 가서 연수받으며 살았을 때 외에는 이때뿐이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라서 날씨가 극악이기도 하고 휴가 시즌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때는 어떻게 해선지 기억이 안 나는데 하여튼 4월 초에 갔었다. 그리고 이 날 아주 운이 좋아서 날씨가 엄청 좋았다! 싸늘한 날씨에 적당히 두툼한 옷을 입고 산책하는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이때 머물렀던 숙소는 그랜드 호텔 유럽이었다. 이 호텔에 묵게 되면 산책 코스는 항상 이렇게 시작된다. 호텔 맞은편에 예술광장, 미하일로프스키 극장, 루스키 무제이(러시아 박물관)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 한가운데 푸쉬킨 동상이 있고 그 너머로 루스키 무제이가 보인다. 여기서 시작해 시인에게 먼저 인사를 한 후, 그리보예도프 운하를 따라 걸으며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을 지나 쭉 걸어서 네바 강변으로 나가게 된다.

 

 

아스토리야에 묵으면 길을 건너서 해군성 공원을 가로질러 청동기사상을 지나 네바 강변으로, 그리고 궁전광장으로 걸어가게 되고. 그래서 항상 '유럽 호텔이면 시인에게 먼저 가게 되고 아스토리야면 황제에게 먼저 간다' 라고 되뇌임.

 

 

그러니 이 산책 사진들은 그랜드 호텔 유럽 코스. 사진 몇 장. 역시 시인으로 시작.

 

 

 

 

 

 

공원으로 들어와서 호텔 방향을 보며 찍은 사진. 왼편에 푸쉬킨 뒷모습이 보인다. 잘 보면 잔디에 덜 녹은 눈이 드문드문.

 

 

 

 

 

 

그리고는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과 그리보예도프 운하. 전형적인 페테르부르크 관광엽서 구도. 지금은 수리 중이라 저 쿠폴 한쪽은 가림막으로 둘러쳐 놔서 이런 풍경은 아니다.

 

 

하늘 색깔도 여름의 푸른색과 초봄의 푸른색은 확실히 다르다. 물론 가을과 겨울도.

 

 

 

 

 

 

운하 따라 걷다 뒤돌아서 찍은 사진. 가운데 저 멀리 돔 크니기의 지붕과 그 건너편의 카잔 성당 열주 일부가 보인다.

 

 

 

 

 

 

빛이 좋아서.

 

 

 

 

 

 

 

 

여름엔 주민들과 관광객들로 바글거리는 곳.

 

 

 

 

 

운하 따라 걷다가 골목으로 들어가 건물 현관과 안뜰(드보르)이 보이는 사진 한컷.

 

 

 

 

 

그리고 네바 강변 산책하며 찍은 사진으로 마무리. 다시 가고 싶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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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9. 4. 22:18

친구 덕분에 만족함 2017-19 petersburg2020. 9. 4. 22:18

 

 

코로나 때문에 올해는 페테르부르크에 가지 못했다. 내년엔 과연 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러시아는 확진자 규모가 엄청난데도 언론 통제 때문인지, 아니면 조기에 셧다운을 꽤 오랜 기간 진행했기 때문인지 우리만큼 걱정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은 분위기인 것 같다. 얼마 전에는 닫았던 레스토랑과 바, 카페들도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2주 전엔가 료샤와 간만에 통화를 하다가...

 

 

나 : 친구야, 본치 가봤어?

 

료샤 : 아니. 요즘은 사무실 근처만 가. 본치는 우리쪽 동네 아니잖아.

 

나 : 본치도 망했으면 어떡하지... 너네도 코로나 때문에 문 닫은 데들 많잖아. 부셰도 지점 수 줄인다는 기사 봤어.

 

료샤 : 망하면 할수 없지 카페가 그거 하나냐?

 

나 : 하지만 소중한 카페인데 ㅠㅠ

 

 

그리고는 며칠 전에 료샤가 짧은 메시지를 보내왔다. '본치 안 닫았어. 손님들 받고 있는 거 봤어. 만족하냐?'

 

 

만족하고 말고! 친구야 확인해줘서 고마워~

 

 

사진은 2017년에 갔을 때 폰으로 찍은 것들.

 

 

 

 

 

 

내가 좋아하는 새빨간 테이블. 이 색깔 테이블은 홀 한가운데 이거 하나뿐임. 창가 테이블에 앉는게 좋긴 하지만 이 빨간 테이블이 비어 있을 땐 그 마력에 저항하지 못하고 여기로 간다.

 

 

 

 

 

 

 

이 사진은 2018년. 이건 카메라로 찍었다. 그래서 사이즈와 화질이 좀 다르다. 그리운 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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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8. 24. 20:28

로툰다 카페, 좋아하던 자리 2017-19 petersburg2020. 8. 24. 20:28

 

 

 

페테르부르크 아스토리야 호텔의 1층 로비 라운지 카페 로툰다. 빛이 들어오면 굉장히 아름답고 아늑하다. 낮에 애프터눈 티를 마실 때도 좋고, 저녁 늦게 내려가 칵테일을 마시거나 간단한 스낵을 먹으며 스케치를 하거나 책을 읽기에도 좋은 곳이다. 내가 이 도시에서 가장 좋아하는 카페 중 하나이다. 아무래도 아스토리야 호텔 카페이기 때문에 다른 카페들보다 가격대가 높긴 하지만 그럴 가치가 있는 곳이다.

 

 

거의 항상 창가의 이쪽 자리에 앉는다. 이 자리는 료샤랑 레냐와 자주 앉던 자리이고 혼자일 때는 여기 아니면 한두 테이블 뒷쪽 창가에 앉는다. 역광인데다 샹들리에 때문에 어둡게 나왔다만 빛이 잘 드는 카페이다. 카페만큼은 그랜드 호텔 유럽보다 여기가 더 좋다. 디저트도 이쪽이 더 훌륭한 편이다.

 

 

료샤가 며칠 전 여기 갔다고 한다. 놀러 간 건 아니고 일 때문에 티타임 미팅을 하러 갔는데 내 생각이 났다고 한다. 이제 그는 본치 카페와 여기 로툰다, 그리고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의 지하 카페에 가면 항상 내 생각이 난다고 한다. 나도 볶음너구리 컵라면과 맥심 모카골드, 그리고 흑당밀크티를 보면 료샤 생각이 난다. 이 얘기를 했더니 료샤가 '넌 왜 먹을 것 앞에서만 내 생각이 난다는 거야!' 하고 툴툴댔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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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15. 20:39

반짝이던 어느 날 russia2020. 6. 15. 20:39

 

 

 

pc 바꾼 후 오늘에야 옛날 하드에 있던 사진들을 옮겼다. 뻬쩨르는 언젠가부터 매년 꾸준히 갔었으므로(아아 아무래도 올해는 못 가겠지 ㅠㅠ), 매년 사진 폴더들이 있는데 이건 2013년 사진이다. '이렇게 날씨가 좋았다니! 이것은 희귀하다!' 하는 마음으로 2013년 9월 어느 날의 사진 세 장을 올려본다.

 

 

쨍하고 맑은 9월이었고 이런 색감으로 사진이 나오는 날이 그리 많지 않으므로(백야 시즌의 색채는 이것과는 또 좀 다르다) 아마 여기 Russia 폴더에 이미 전에도 올린 적 있었을 것 같지만. 벌써 7년 전 사진들이니 새롭게~

 

 

 

'전형적인 페테르부르크 랜드마크' + '전형적인 관광 사진' 구도로 찍은 세 장 올려본다. 먼저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피의 구세주 사원)과 그리보예도프 운하 전경.

 

 

 

 

 

 

사원 뒤에서 찍은 운하 전경. 가운데 저 멀리 돔 크니기가 아른아른 보인다. 그 건너편에는 카잔 성당의 열주가 조금 튀어나와 있다.

 

 

 

 

그리고 에르미타주의 아틀라스들로 마무리.

 

 

 

아아, 다시 가고 싶은데 코로나 너무 싫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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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5. 19. 21:46

the Repa 2016 petersburg2020. 5. 19. 21:46

 

 

힘든 하루였기 때문에 좋아하는 곳 사진 한 장으로 마무리. 페테르부르크. the Repa. 마린스키가 키로프 극장이던 시절부터 있었던 식당인데 옛날 이름은 자 스쩨노이(노어 자판 치기 귀찮아서 그냥 발음대로 적음)였다. 이 사진은 이 레스토랑이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내부 인테리어도 싹 바꿔 재개장한 직후였던 2016년 6월에 갔을 때 찍은 것이다. 료샤와 함께 낮에 갔었고 손님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운좋게 저 백조 채색 벽을 찍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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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5. 17. 21:27

한밤의 페테르부르크, 백야 russia2020. 5. 17. 21:27

 


 

백야의 페테르부르크. 2015년 7월초, 밤중. 네바 강과 청동기사상 주변 산책하며 찍은 사진 몇 장. 빛과 어둠, 물과 하늘이 함께 뒤섞이며 부유하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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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페테르부르크.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에 있는 부셰. 체인점이 여럿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지점은 역시 이곳이다. 십몇년 전 제일 처음 갔던 곳이기도 하고.

 

지난번에 이때 찍은 사진 한장 올리면서 내가 영화감독이고 이 도시를 담아낸다면 아마 이런 장면을 이런 식으로 찍었을 거라고 쓴 적이 있다. 이 사진도 마찬가지.

 

전에 올린 사진은 여기 : https://tveye.tistory.com/9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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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잔 성당 앞의 분수와 벤치들. 네프스키 대로에 면하고 있다. 건너편 가운데 보이는 건물은 돔 크니기. 여기 풍경은 전에도 여러번 올린 적이 있다. 이건 2017년 10월에 갔을 때 폰으로 찍은 사진들.

 

 

이곳은 미샤의 비밀 장소 중 하나이다. 단편 illuminated wall에서 미샤가 당 고위 간부의 파티에 가는 대신 여기 앉아 책 읽고 있는 것을 화자인 레냐(내 약혼자 아님 ㅋ)가 발견하는 장소이다. (예전에 writing 폴더에 전문을 올린 적이 있다. 여기 사진들과 함께) 검은 머리 여인이 앉아 있는 오른편 벤치가 바로 미샤가 앉아 있던 자리.

 

 

여기는 내가 사랑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셀 수 없이 여러번, 저 분수 앞 벤치에 잠시 앉아 쉬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아이스크림을 먹기도 했다.

 

 

 

 

 

석양이 내릴 즈음이면 카잔 성당의 열주들 사이로 부드러운 황금색 빛살이 천천히 내려온다.

 

 

여기는, 아주 오래 전, 지금보다 너무나 어리고 또 너무나도 순진한 동시에 또 치열했던 시절 친구들과 거닐고 웃던 곳이기도 하다.

 

 

 

 

 

고개를 젖히고 올려다보면 카잔 성당의 쿠폴과 십자가, 파란 하늘이 보인다. 새들이 날아갈 때도 많다. 분수 앞 벤치에 앉는 사람들이 이따금 비둘기 모이를 주거나 빵부스러기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분수 앞에는 언제나 갈매기와 비둘기, 참새들이 우글거린다. 까마귀들은 이쪽으로는 모여들지 않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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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엔 해군성 공원이 더 익숙한(해군성 앞에 있어서 ㅎㅎ) 알렉산드로프스키 공원. 이삭 성당과 청동기사상 사이에 있다. 작년 11월. 이삭 성당의 황금 쿠폴이 어른거린다.

 

 

 

 

 

늦가을이라 분수 작동은 되지 않았다. 까마귀 한마리가 앉아 있어 살짝 찍었다. 이 도시엔 까마귀도 많고 갈매기랑 비둘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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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3. 1. 19:19

백야, 판탄카 운하 2017-19 petersburg2020. 3. 1. 19:19

 

 

 

판탄카 운하. 작년 7월. 백야 시즌의 밤. 폰으로 찍었는데 빛이 좀 많이 들어왔다.

 

트로이와 알리사의 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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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2. 29. 21:42

12월의 모이카 운하, 빛과 얼음 2016 petersburg2020. 2. 29. 21:42

 

 

 

2016년 겨울에 모이카 운하를 따라 산책하며 찍은 사진 몇 장. 그 해 겨울은 꽤 추웠고 운하와 강은 대부분 얼어붙어 있었다. 나는 복직을 앞두고 마음을 걷잡을 수가 없어 불쑥 다시 뻬쩨르로 날아갔었다.

 

 

모이카 운하. 최근 몇년 동안은 가장 많이 걸었던 경로이다. 보통 묵는 호텔이나 극장과 이어지는 운하이기 때문이다. 이 운하는 사도바야 거리, 그리고 고로호바야 거리와도 이어진다.

 

 

미샤의 운하.

 

 

 

 

 

 

다리 아래까지는 꽁꽁 얼어붙지 않아서 어둡고 짙은 코발트 블루 수면 위로 청둥오리들이 떠다녔다. 난간에 기대어 오리들에게 흑빵 부스러기를 조금 던져 주었다. 미샤와 트로이, 알리사도 그랬을 것이다.

 

 

 

 

운하를 산책하다 보면 거의 항상 돌난간 위에는 병뚜껑이 나뒹굴고 있고, 포석 사이사이에는 보드카와 맥주병, 종류를 알기 어려운 술병, 콜라병과 주스팩 따위가 내버려져 있다. 아주 지저분한 정도는 아니지만 꾸준히.

 

 

 

 

 

빛과 얼음의 운하.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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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치 카페. 사진들은 2년 전 9월에 찍은 것,

 

 

전에도 여러번 올렸지만 내가 좋아하는 카페이다. 뻬쩨르 가면 항상 두번 이상 들른다. 차도 디저트도 맛있고 파스타도 나쁘지 않다. 통창문으로 볕이 잘 들어서 햇빛 밝은 날 앉으면 참 좋고, 비오는 날에도 은근히 좋다. 창 밖으로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안쪽 홀은 아늑하고 어둑어둑하지만 그쪽보단 이렇게 밝은 자리를 선호한다.

 

 

어제 레냐랑 통화 후 료샤랑도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료샤도 레냐처럼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내가 걱정된다면서 이럴때는 일을 하지 않고 몇주 휴가를 내면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아이고 이 바보야 ㅠㅠ 그런건 너같은 부르주아나 가능하단 말이야 흑흑...

 

 

하여튼 그러다가 료샤가 '레냐가 너 보고 싶다 해서 같이 본치에 와서 케익 먹었어. 네가 좋아하는 메도빅. 나도 심지어 우정을 생각해 커피 대신 차 마셨다. 나 대단하지 않냐? 내 우정!' 하고 갑자기 자화자찬을 하였다 ㅋㅋ 그래그래 친구야. 커피 더 좋아하는데 내 생각하며 차 마시고 메도빅도 먹었구나 고마워 ㅋㅋ

 

 

 

 

 

나도 다시 본치에 가서 료샤랑 레냐랑 수다도 떨고 차도 마시고 메도빅 먹고프다. 햇살 잘 드는 창가에 앉아 스케치도 하고 글도 쓰고 사람들도 구경하고 싶다. 너무 힘들고 피곤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 더욱 그립구나.

 

 

하여튼 우정을 위해 본치에 가서 커피 대신 차 마셔준 료샤야 고맙다 진정한 친구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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