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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 19. 08:48

가장 마음에 남는 순간 2022-23 praha2023. 1. 19. 08:48

 

 

 

지난 프라하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기억을 되살려보니 그건 여행 중반, 새롭게 발견한 카페에서 한적한 평일 오전에, 가랑비가 내리는 것을 창 너머로 바라보며 키 높은 민트블루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던 때였다. 평소 마시지 않는 커피를 이곳에서 두번이나 마셨다. 

 

 

프라하에서 가장 좋아했던 세 곳의 카페가 있었는데 코로나를 지나며 그 중 레테조바의 카페 에벨이 문을 닫았다. 다시 돌아와서 카프로바의 에벨 본점에 들렀고 나머지 두 곳인 도브라 차요브나와 카피치코에도 갔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는 오래된 마음의 카페들보다는 새롭게 발견한 이곳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뭐랄까, 에벨과 도브라 차요브나, 카피치코는 마음 속에서 이제 빛이 바래는 느낌이었고 기억이 실제보다 더 아름답고 나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이번 여행에서는 계속해서 뭔가 새로운 경험들을 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저 너무 여러번 왔기 때문에 예전의 그곳들이 이제는 일종의 관성처럼 느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헤드 샷 커피. 여기는 조금 더 작은 2호점. 1호점은 프란티슈스카 정원 쪽에 있다. 그곳도 좋았지만 내게는 여기가 가장 마음 깊게 남았다. 

 

 

 

 

 

 

 

 

 

 

 

 

 

 

 

 

 

아마 생각지 않았던 작은 평화와 즐거움들이 가득한 순간이었기에 여행 중 가장 좋았던 때로 기억에 남은 것 같다. 생각지 않게, 구글맵에서 이것저것 보다 발견한 카페. 도심이지만 한적한 거리에 자리잡은, 아주 조그만 카페. 조용한 목소리의 남자 바리스타. 온통 민트블루 색상들. 아주 조용한 앰비언트 음악. 기분나쁘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내리는 비. 그리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은 무라카미 류의 쇼핑 에세이(색깔마저도 똑같았다) 

 

 

돌아오고 나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바빴고, 지금은 몸과 마음 속 아주 깊은 곳까지 다 고갈되고 지치고 아무런 힘이 없는 상태라 저 순간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꼭 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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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