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토요일 밤 : 달력 넘김, 마린스키 추억, 미용실, 숱 안 쳐도 되는데, 웨이브도 포기, 모자란 게으름 fragments2025. 2. 1. 21:15
2월 달력 넘김. 벌써 한달이 지나다니... 1월은 내내 감기인지 독감인지로 고생하다 지나가버렸다. 달력 사진은 십년 전쯤, 마린스키 구관, 발레 ‘불새’ 보러 갔을 때 찍은 것. 저 오페라 글라스를 마지막으로 쓴 것도 오륙년 전이네... 달력을 넘겨 저 사진을 보니 마린스키가 그리우면서도 발로쟈 생각에 가슴이 아파온다. 저 달력 만들 땐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는데...
어제 너무 피곤해서 일찍 누웠으나 또 살풋 잠들었다 퍼뜩 깼고 계속 재채기를 하고 후유증으로 콧물에 시달리다 자정 넘어 다시 잤다. 아침엔 아주 산란하고 기분나쁜 꿈에 시달렸다. 10시 오픈에 맞춰 미용실 예약을 해놨기에 괴로워하며 9시쯤 일어나 꽃을 다듬고 따뜻한 물 반 잔과 삶은 달걀 1알을 먹고 곧장 미용실로 갔다.
미용실에는 두달 반만에 왔다. 그 날짜를 아주 잘 기억한다. 그 다음날 발로쟈가 세상을 떠났으니까... 그래선지 미용실에 들어가 앉자 그때의 충격과 슬픔이 마음속에서 되살아나는 듯했다.
바쁘기도 했고 아팠기에 시기를 많이 놓쳐서 새치집중구역이 어마어마하게 확장되어 있었다ㅠㅠ 뿌리염색을 하고 커트를 했다. 머리가 상당히 길게 자라 있긴 했지만 생각보다 더 많이 잘라줬고 숱도 끝만 쳐준다더니 중간도 좀 쳤다. 생각보다 머리칼이 더 길게 잘려 떨어지는 모습에 조금 당황함. 내 담당 디자이너는 괜찮긴 한데 항상 내 머리 숱을 치고 싶어한다. 내 머리숱은 적지는 않고 평균보단 조금 풍성한 편이지만 나이먹으면서 그래도 예전보단 적어지는 것 같아서 웬만하면 숱은 치지 말아달라 하는데, 미용사의 눈엔 내 머리숱을 엄청 정리하고 싶어지는 모양임. 근데 나는 진짜로 쭉 곧고 매끄러운 생머리라 그렇게 머리가 부하지도 않고 머리카락도 굵지 않아서 숱을 안 쳐도 되는데... 내 생각일 뿐인가? 아니면 내 머리가 너무 범생처럼 얌전하고 단조로우니 헤어아티스트 입장에선 숱이라도 좀 쳐서 리듬감을 주고 싶은 건지도ㅠㅠ 하지만 나는 게으르므로 이 헤어스타일을 유지하는거라고... 대충 땋을수도 있고 머리 감으면 대충 말리기만 하면 되니까... 숱을 치면 묶거나 땋을 때 불편한데 -.- 하여튼 그래도 여전히 원래 헤어스타일은 유지한 채 돌아옴. 5센티 쯤 자른 것 같다. 웨이브 넣을까 하고 지난번에도 커트를 안하고 버텼다만 오늘은 그냥 포기하고 끝을 다듬으면서 길이도 손을 봤다(게을러서 웨이브 머리를 손질할 여력도 없다는 결론에...)
정오가 좀 넘어 귀가했고 목욕과 청소, 아점, 그리고 차를 마시며 가벼운 책을 읽고 쉬었다. 뭔가 부지런하게 보냈지만 아쉬운 토요일이다. 늦잠과 게으름이 모자라서인가보다. 그건 그렇고 어제 저녁이든 오늘 아침이든 다시 병원에 가서 콧물약을 받았어야 했나 후회 중이다ㅠㅠ 재채기도 자꾸 나오고... 일찍 자야겠다. 방금 기침약도 다시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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