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새해 전야 about writing2018. 12. 31. 23:36
아래의 글은 2012년 가을에서 2013년 초까지 썼던 꽤 긴 글의 중반부에서 발췌한 것이다. 어느 해의 마지막 날 밤, 소련 레닌그라드 시내의 어느 아파트에서, 내 글의 주인공과 또 다른 주요 인물이 이야기를 한다. 아주 조금. 그리고 밤을 보낸다. 에피소드는 아주 짧다. 그리고 저 글을 쓰고 난 이후부터 매년, 새해 전야가 되면 앞의 메모에서 적었던 시의 한 구절과 함께 항상 이 에피소드를 쓰던 때를 떠올리곤 한다.
이 부분은 2013년 12월 31일에도 이 about writing 폴더에 발췌해 올린 적이 있다(http://tveye.tistory.com/2554)
그리고 오늘, 다시 한번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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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미샤는 호두까기 인형을 그럭저럭 잘 췄고 언제나처럼 팬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평론가들도 간략한 칭찬 기사를 실었다. 하지만 미샤는 그 작품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분장실로 타냐가 찾아가 찬사를 늘어놓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새해 전야에 그는 그 어떤 파티에도 가지 않고 텅 빈 아파트에 혼자 남아 있었다. 혹시나 해서 트로이가 잠깐 들러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미샤는 거실 램프 하나만 켜 놓고 마룻바닥 위에 한쪽 발로 선 채 양 팔을 벌리고 새처럼 몸을 위로 뻗고 있었다. 소파와 바닥 위에 노트와 책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음악조차 틀어놓지 않고 그는 희미한 불빛 속에서 날아갈 듯한 포즈로 미동도 없이 정지해 있었다.
“ 연습해? ”
“ 생각해. ”
“ 집이 추운데. 왜 아무데도 가지 않았어? 극장에서 파티 안 해? ”
“ 먼저 나왔어. ”
“ 너 있으면 갈랴가 데리고 오라고 했어, 같이 텔레비전 보고 샴페인 터뜨리자고. ”
“ 괜찮아, 그냥 가. ”
“ 새해를 혼자 맞으면 일 년 내내 재수가 없을 걸. ”
“ 그럼 여기 있어. ”
그래서 트로이는 거기 머물렀다. 텔레비전도 틀지 않고, 샴페인은 더더욱 따지 않고. 어둠과 희미한 램프 불빛 속에서. 미샤는 0시가 될 때까지 두세 번 포즈를 바꿔가며 불편한 자세로 생각에 잠겨 있었고 트로이는 소파에 앉아 그런 그를 보고 있었다. 마침내 시계 바늘이 12를 가리켰을 때 미샤가 그의 곁으로 와서 앉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키스를 한 후 소파에서 옷을 벗었다. 사랑을 나누는 내내 트로이는 소파 커버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지나이다가 파티에서 돌아오지 않기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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