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했던 카피치코의 기억 2017-18 praha2026. 4. 3. 08:17

카피치코를 처음 찾아갔던 건 2013년 초봄이었다. 그때는 지금의 말테세 광장이 아니라 미셴스카 거리에 있었다. 프라하 최초의 금연 카페라는 설명을 론리플래닛에서 읽었었다. 그때 카피치코는 해가 잘 들고 따스하고 가격도 저렴하고 메도브닉이 맛있고, 홍차를 시키면 워머와 티포트를 같이 내주었다. 곰인형과 책들이 있었다. 편안하고 아늑했다.
이후 카피치코는 말테세 광장 쪽으로 옮겨왔다. 프라하에 갈때마다 카피치코에 들렀고 주인인 로만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관광객들과 로컬들 모두 찾는 카페였다. 나는 이곳의 아늑함이 좋았었다. 한때 카페 에벨, 카피치코, 도브라 차요브나 이 3곳을 프라하에서 가장 좋아하는 카페/티룸으로 꼽았었다.
그런데 작년 여름과 가을에 들렀을 때는 뭔가가 많이 바뀌어 있었다. 로만을 보지 못한지는 꽤 됐지만 그래도 카피치코 특유의 아늑함과 카운터의 친절함이 매력이었는데, 작년에는 점원도 매우 느리고 환대의 느낌을 받지도 못했다. 뭐랄까, 카페 전체에 내리덮인 분위기가 미묘하게 바뀌어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카피치코에서 '우리 집 거실 같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예전에 카피치코는 위안을 주는 카페였는데. 나는 마음이 힘들 때 이곳에서 작고 따뜻한 위안을 얻곤 했는데. 코로나 시기에 레테조바 거리에 있던 카페 에벨이 문을 닫고 이제는 카프로바 거리의 아주 작은 에벨만 남았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그 카페 에벨이 사라졌듯, 물리적으로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내가 좋아하고 위안을 받았던 카피치코도 이제 퇴색되고 사라진 느낌이 든다.
그 사이 새로운 카페들을 찾아냈고, 이제 나는 좀더 모던한 헤드 샷 커피와 애시드 커피, 우아한 카페 슬라비아를 찾는다. 하지만 과거의 카피치코 같은 카페가 다시 나타날지는 모르겠다. 도브라 차요브나는 그대로 남아 있어 다행이다.
사진들은 2018년 12월. 카피치코가 아직 내 마음의 위안이던 시절.


이렇게 카페 스케치도 하고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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