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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3. 31. 08:22

발로쟈 꿈 dance2025. 3. 31. 08:22





새벽 4시 즈음 발로쟈의 꿈을 꾸고 깨어났다. 꿈이 이따금 그렇듯 나는 주체였고 동시에 타자였다. 나는 극장 백스테이지의 분장실에 있었다. 곧 무대인사를 하러 나가야 했다. 아마도 공연을 마친 직후였던 것 같다. 그런데 무대의상 대신 체크셔츠와 반바지 차림이었다. (그때 나는 내가 남자 무용수라는 것을 깨달았다) 무대에서 내려온 후 옷을 갈아입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인사를 하러 나가려면 무대의상 차림이어야 했으므로 급하게 옷을 찾기 시작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 사이 동료 무용수들이 하나둘씩 무대로 올라가 인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주역이므로 마지막 순서였다. 그런데 내가 무슨 춤을 추었는지, 그리고 이 무대에 나가서 어떤 식으로 인사를 하고 또 춤을 출 수 있을지 전혀 알수가 없었다. 나가면 어떻게든 될거라 생각했다.




그때 나는 주체에서 관찰자로 바뀌었다. 무대 위에는 발로쟈가 있었다. 스파르타쿠스였다. 마린스키였고 스파르타쿠스의 마지막 장면이 재구성되어 있었다. 그 장면에서는 최후를 맞은 스파르타쿠스의 시신을 사람들이 높이 들어올리고 조명이 비춰진다. 꿈속의 무대에서는 사람들의 손 위로 떠받들린 것이 아니라 높은 단 위에 스파르타쿠스를 연기한 발로쟈가 누워있었다. 의상은 거의 비슷했지만 내 눈에 그는 스파르타쿠스보다는 로미오처럼 보였다. 갈채와 함께 단이 움직였고 그 단은 무대 뒤의 기다란 통로로 이어지며 미끄러져갔다. 마치 정말 장례식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발로쟈는 반쯤 몸을 일으키고 앉아서 웃고 있었는데 옆에는 무대용 가면 두개가 놓여 있었다. 무표정한 밀랍 가면과 일그러진 표정의 밀랍 가면. 아마 저 가면을 쓰고 죽음을 연기했나보다 싶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누웠고 통로 아래로 미끄러져 사라졌다.



나는 인사를 하고 싶었고 그때에야 '아, 맞아. 저 사람 떠났지... 이건 장례식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래로 내려갔다. 꿈속에서 그는 마린스키 지하의 오래되고 폐쇄된 작은 묘지에 매장된다고 했고 관객들이 그리로 내려가고 있었다. 묘지는 작은 방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나는 그곳보다는 탁 트인 곳이 좋을텐데 하며 안타까워하다가 깨어났다. 깨어난 후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고 오랫동안 그를 생각했다. 



간밤에 그가 나오는 짧은 클립을 보았고, 또 등장인물이 죽는 소설을 읽었다. 꿈은 이따금 투명하면서도 또 겹겹이 꼬여든다. 그리고 여전히, 그가 너무 그립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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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