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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니우스에서 돌아와 목욕을 한 후 쿠야는 내내 거실의 이 자리에 앉아 있다. 며칠 전엔가 발로쟈 때문에 너무 슬펐을 때 잠시 쿠야의 머리와 등을 쓸어보았다. 마치 강아지를 쓰다듬듯. 작은 인형으로부터 어떤 온기가 느껴지기라도 하듯. 인형에서조차 그런 온기를 느낄 수 있는데 영혼과 육체를 모두 쏟아놓은 춤이라면 당연히 더 그랬을 것이다. 아마 그랬기 때문에 내가 그를 그렇게도 좋아했을 것이다. 그런 무대들을 보는 것은 쉽지 않으니까. 시간이 갈수록 그 무대와 춤은 더욱 아름다워졌으니까. 그건 단순한 기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기예는 튼튼한 그릇일 뿐. 본질은 무용수와 무용, 움직임 자체의 합일에 있다. 그런 육체가 스러지고 이제 없다는 사실이 오늘은 갑자기 너무나도 생생하고 아프게 와닿았지만, 그 영혼은 이제 평온과 안식을 찾았으리라 믿고 싶다. 

 

 

어제 열한시가 되기 전, 일요일치곤 그렇게 늦지 않게 잠들었지만 새벽 세시 반에 다시 깨버렸다. 한번 깨기 시작하자 매일 이렇다. 지난 열흘 동안 마음이 너무나 산란해서 더 그런 것 같다. 뒤척이고 또 뒤척이다 30분 정도 얕게 더 눈을 붙인 것 같다. 평소보다 약간 늦게 일어나서 나왔더니만 새벽 6시 20분 지하철은 이미 자리가 없어서 내내 서서 출근했다.

 

 

사무실엔 일곱시가 좀 넘어서 도착했고 월요일답게 아주 바쁘게 일했다. 자기가 아주 똑똑하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능력이 모자라고 서툰 직원과 업무 회의를 하고 필요한 부분들을 하나하나 함께 짚어나가야 했다. 이 친구는 나에게 엄청난 의지를 하기 시작했는데 좀 걱정이다. 내가 이 업무만 챙겨줄 수도 없고, 연차를 보면 이 사람이 자기 일을 좀 야무지게 해내야 하는데... 내가 실무자도 아니고 지금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은데... 이 녀석은 벌써부터 내년 초 조직개편과 인사이동 때 내가 다른 곳으로 갈까봐 엄청 걱정을 하고 있다. 내가 딱히 좋아서라기보단 이 업무들을 이 정도로 이해하고 차근차근 살펴서 의지할만한 사람이 나뿐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아니 근데 정말 라떼를 돌이켜보면 윗사람들은 진짜 이런거 안 도와줬어, 내가 다 했었는데 엉엉엉... 뭔가 불공평하다. 내가 처신을 잘못하고 있는 것인가 싶지만 지금 나뿐만 아니라 다른 간부들도 다 이모양 이꼴로 업무쓰나미에 잠겨 있다. 사람은 때를 잘 타야 하나보다... 도대체 신삥 시절부터 중견을 지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매일매일매일 바쁘고 매일매일매일 혹사... 

 

 

잠이 모자라서 머리가 너무 아프다. 이제 빨리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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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