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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1. 23. 22:08

인사하러 와준 발로쟈 dance2024. 11. 23. 22:08

 
 
 
 

아침 일곱시 사십분 즈음 꿈에 취해 퍼뜩 깨어났다. 꿈에서 발로쟈를 보았다. 금색과 파란색 벨벳으로 하단이 장식된 하얀 관 앞을 마치 무대를 가로지르듯, 이 모든 것이 무대이며 퍼포먼스라고 말해주듯 높이 뛰어올라 그랑 주테 동작으로 오른쪽에서 시작해 왼쪽으로, 정면을 가로질러 날아가듯 뛰어갔다. 말은 하지 않았다. 이런 동작이 그렇듯 정면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았다. 옆얼굴이 또렷하게 보였다. 인사를 하러 온 것 같았다. 꿈에서도 나는 '춤추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잠에서 반쯤 깨어났을 때 나는 생각했다. 인사하러 왔구나... 그는 하얀 의상을 입고 있었다. 그 도약과 춤은 마치 로미오나 바질, 지그프리드, 차이코프스키 파 드 두의 솔로를 생각나게 했다. 아마 하얀 의상 때문에 더 그랬을 것이다. 좀더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건 로미오였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꿈속에서 처음에 나는 마샤와도 마주해 그녀를 꼭 안고 위로해주었다. 그곳은 욕실이었다. 울면서 머리를 쓸어주었고 아마도 '하느님이 함께 해주실거야' 라고 말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우리와'였는지 '그 사람과'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위로하며 포옹하고 있을 때 옆을 돌아보자 투명한 트로피가 놓여 있는 높은 연단이 있었고 그 아래에 금색과 파란색으로 장식된 하얀 관이 있었다. 실제로 그저께 장례식에서는 검은색 관이었는데. 그 하얀 관은 아주 아름다웠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누군가는 그가 세상을 떠났다고 생각했지만 누군가는-그리고 나도- 이것이 그 전의 일이라는 것을, 이건 그가 예전에 발레 페스티벌에서 풍부한 표현력으로 상을 받았을 때의 바로 그 풍경이라는 것을, 그리고 발로쟈가 마치 돈키호테의 바질처럼, 죽은 것처럼 보였지만 곧 무대에 나타나 즐겁게 춤추는 퍼포먼스를 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종의 수상 퍼포먼스였다. 그리고 위 문단에서처럼 그가 나타나 높이, 아주 높고 가볍게 도약해 춤을 추며 지나갔다. 슬프지 않고 재미있었다. 유머러스했다. 그때 나는 '춤추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고 '이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구나. 그런데 나중에는 정말로 떠나는데...' 라고도 생각했다. 
 
 
꿈에서 깨어나 침대에 누운 채, 따뜻한 이불 속에서 한 손을 뺨과 베개 사이에 끼우고 천천히, 가만히 생각했다. 인사하러 왔어. 예전 꿈에서도 많이 봤는데, 그땐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현실에서 그랬던 것처럼. 물론 꿈속에선 현실보다도 더 노어가 잘 안돼서 괴로워했지만. 이제 이렇게 인사하러 와줬으니까 다음에는 꿈에서 얼굴을 마주보면서 이야기하고 인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고맙다고도. 정말, 정말 고맙다고. 이렇게 와줘서. 이 사람은 분명 지금도 춤을 추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자 마음이 슬프면서도 조금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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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