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내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고 일주일 전 그 슬픈 소식을 듣고 나서도 차마 건드리지 못했던 블라디보스톡 리플렛 대신 19년 여름에 풀코보 공항 스타벅스에서 만나 이야기하다 사인을 받았던 라 바야데르 무대 리플렛을 꺼내 액자에 끼워두었다. 여기에는 그가 나를 위해 적어준 문구가 있어서... 그는 그때 내 이름의 철자를 물었는데 가르쳐줬지만 결국 마지막 철자는 틀렸다. (마샤는 내 이름을 아주 정확하게 발음했고 외웠는데) '나의 가장 소중한 한국 팬 ㅇㅇ에게, 따뜻한 추억을 위해' 라고 적어줬다.
그날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었고 그는 발레단과 함께 대만 투어를 가는 날이었는데 인천 경유라 나랑 같은 비행기였다. 나에게 공항에서 보자고 댓글을 달아줘서 우리는 공항에서 만났다. 그때 우리는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러다 그는 가을에 서울에 와서 유니버설 발레단과 공연을 할 거라고(춘향에 대한 얘기였다) 귀띔해주기도 했다. 정확한 날짜를 찾기 위해 자기 인스타인지 왓츠앱인지에 쌓여 있는 수십개의 디엠을 뒤져서 알려주었다. (두어달 후에 그의 출연에 대한 공지가 날 때까지 나는 입을 꼭 다물고 있었지만 어서 예매 창이 뜨기만을 고대하고 있었다) 헤어질 때 난 심지어 내 명함까지 줬는데(내가 도와줄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해줘 뭐 이런 말도 했던 것 같다!) 나중에 '악 내가 왜 그랬지?' 하고 너무너무 부끄러워했었다.
'dan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Ne Me Quitte Pas 날 버리지 마 (0) | 2024.11.25 |
---|---|
9일, Полёт, 돈키호테 바질 클립 (0) | 2024.11.24 |
인사하러 와준 발로쟈 (0) | 2024.11.23 |
그의 솔로르, 2막 결혼식 솔로 (0) | 2024.11.22 |
Прощай, Мой Артист (0) | 2024.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