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 유일무이한 너에게, 발로쟈 dance2024. 11. 21. 20:32
오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마린스키 극장에서 마지막으로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작별했다. 극장 홀에서 추모객들이 꽃을 바치고 인사를 했다. 사진을 얼핏 봤는데 관이 보여서 너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 더 찾아보지는 않았다. 두시간 반 넘도록 추모객들이 이어졌고 조금 전에 교회로 떠난 것 같다. 극장 밖에 모두가 모여 박수갈채로 그를 보내주는 짧은 영상들이 올라오고 있다. 갈채를 받으며 떠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무너지듯 슬프다. 그래도 마지막 순간까지 극장에 있었고 또 박수와 함께 이별하는 거니까 발로쟈는 좋아했을 거라고 믿는다.
마음을 많이 다독이고 기도하고 그에게 대화하듯 말을 걸었다. 이제 정말 인사를 해야 하니까... 지금까지 도저히 입밖에 낼 수 없고 쓸 수도 없었던 작별인사를 해야 하니까.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너무나 충격으로 한동안 마비되어 있었고 며칠 동안 내내 아픔과 슬픔에 가득 차 있었다. 아마도 그가 너무나 소중한 무용수였기에, 나에게는 단순히 춤을 잘 추는 멋진 무용수가 아니라 불꽃과 아름다움을 가진 예술가, 어떤 의미에서는 마음을 가득 채우는 뮤즈 같은 존재였기에, 그리고 우리가 아주 짧은 순간들이었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나눴고 그 다정함에 깊이 감동받았기에, 내가 많은 어려움을 겪어오는 동안 위안이 된 사람이었기에 이토록 슬프고 아플 것이다. 나에게 있어 그는 극장과 무대, 예술이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 자체였다.
언제나 말하는 것보다 글을 쓰는 것이 더 쉬웠지만 정말로 고통스러울 때는 쓰는 것도 어렵다. 마음 속에 가득한 감정과 이야기들을 정리할 수가 없다. 그의 사진들과 영상들을 일일이 뒤적여보기 어려운 것처럼.
작별인사를 도저히 할 수가 없어 괴로워하고 또 눈물이 흐를 때 계속해서 떠오르는 구절들이 있었다. 둘다 도스토예프스키였다.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한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다시 만나게 될 거야> 항상 전자를 믿었고 후자를 바랐다. 그리고 여기, 그 후자를 발췌한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 결말부에서 알료샤 카라마조프와 콜랴 크라소트킨과 어린 소년들이 그들의 친구였던 일류샤를 떠나보내는 장례를 마치고 나누는 이야기이다.
...
" 카라마조프씨! "
콜랴가 소리쳤다.
" 우린 모두 다시 살아나 서로 만날 수 있다고, 일류샤와도 만날 수 있다고 교회에서 그러던데, 그게 정말인가요? "
" 우린 틀림없이 다시 살아나 서로 만나게 될 거야, 그리고 즐겁고 기쁘게 예전의 모든 일들을 서로 이야기하게 될 거야. "
알료샤는 한편으로는 웃고 한편으로는 감격에 차서 그렇게 대답했다.
" 아,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
콜랴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 자, 이제 얘기는 그만하고 일류샤의 추도식에 가보자. 사양하지 말고 블린을 먹자. 그건 오래된 풍습이고 언제까지나 계속될 거고 좋은 일이란다. "
알료샤가 웃었다.
" 자, 가자! 이제 이렇게 함께 손잡고 가는 거야. "
" 언제까지나 그렇게, 영원히 손에 손을 잡고 가요! 카라마조프 만세! "
콜랴가 다시 한번 감격해서 소리쳤다, 그리고 다른 모든 소년들도 소리를 모아 그의 환성에 호응했다.
Карамазов! — крикнул Коля, — неужели и взаправду религия говорит, что мы все встанем из мертвых, и оживем, и увидим опять друг друга, и всех, и Илюшечку?
— Непременно восстанем, непременно увидим и весело, радостно расскажем друг другу всё, что было, — полусмеясь, полу в восторге ответил Алеша.
— Ах, как это будет хорошо! — вырвалось у Коли.
— Ну, а теперь кончим речи и пойдемте на его поминки. Не смущайтесь, что блины будем есть. Это ведь старинное, вечное, и тут есть хорошее, — засмеялся Алеша. — Ну пойдемте же! Вот мы теперь и идем рука в руку.
— И вечно так, всю жизнь рука в руку! Ура Карамазову! — еще раз восторженно прокричал Коля, и еще раз все мальчики подхватили его восклицание.
..
무대에서 살았고 가장 정점일 때 떠나는 예술가.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이제 정말 떠나야 하니까 가슴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조용히, 다정하게 인사를 해본다. 안녕, 발로쟈. 고마웠어. 유일무이한 나의 무용수. 잘 가. 우리는 즐겁고 기쁘게 예전의 일을 서로 이야기하게 될 거야. 평안하고 자유롭기를. 계속해서 춤추기를.
이것이 나의 인사이며 지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어쩌면 앞으로도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가 보여줬던 것들, 그 아름다움, 고마움, 진정한 의미,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실제로 하나하나 적어보고 싶지만 지금은 여기서 끝낸다.
작년에 데뷔 20주년을 맞아 찍었던 짧은 필름. <나는 춤추며 살아가요> 그 화보집과 거의 비슷한 제목이다.
힘들 때 자주 봤던 옛날 클립. 20대 초 모스크바 발레 콩쿠르 수상하고서 춘 차이코프스키 파 드 두 솔로이다. 화질은 좋지 않지만 이 영상을 보며 항상 위안을 받았다. 이렇게 밝고 환한 그, 춤추는 발로쟈 슈클랴로프의 모습들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 그를 사랑하고 아꼈던 분들이 들러주고 마음을 나누고 있어서 태그를 달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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