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štos galvos 보르쉬와 키쉬 아침 2024 riga_vilnius2024. 10. 28. 02:18
어제 늦은 점심 먹으려다 만석이라 실패한 Karštos galvos 카페. 오늘 아침 9시 오픈에 맞춰서 안개낀 게디미나스 대로와 대성당을 지나 필리에스 거리로 갔다. 그런데 이미 손님들이 몇몇 자리잡고 있음. 역시 인기많은 카페. 리뷰를 보니 필리에스 쪽에 묵는 관광객들 중 호텔 조식을 신청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기도 하는 것 같다. 내가 워낙 일찍 가긴 했지만 손님이 계속 왔는데 외국인들의 비중이 더 많았다. 아무래도 필리에스 거리가 관광지라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카운터의 점원들이 러시아어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기는 아침과 브런치에 수프가 있어서 선택했다. 어제 지나가다가 보니 우크라이나 보르쉬가 메뉴에 있었다. 보르쉬는 6유로로 마늘기름과 데운 빵, 스메타나를 곁들여준다. 양이 어떨지 가늠이 안돼서 치킨과 볶은 양파 키쉬를 추가하고 페퍼민트 티를 주문했다. 페퍼민트를 좋아하지는 않는데 다른 카페들에서 카페인을 섭취해야 할 것 같아서.
이 카페는 필리에스 초입에 있어서 눈에 아주 잘 띄는데 이제껏 가지 않았던 이유는 의자가 불편해보여서였다. (의자와 테이블이 가느다란 다리로 지탱되는 스타일을 안 좋아함) 내부에 들어가보니 알록달록 원색으로 꾸며져 놀이터 같았다.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았다. 사진은 아주 선명하게 잘 나온다.
원두와 좀 중국이나 대만의 버블티집 느낌 나는 포장지의 허브차, 홍차를 판매했다. 배지 같은 것도 팔았다. 디저트도 여럿 있었다.
보르쉬는 양이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내 위장으로는 사실 저것만 시켜도 됐을 걸 그랬다. 빵을 주니까. 수프 그릇이 기우뚱해서 바로 세워보려 했으나 디자인 자체가 기우뚱하게 되어 있었다. 쏟을까봐 조마조마... 조그만 탁자에 가득가득... (손님 많은 카페라 넓은 탁자 혼자 차지하기 뭐해서 작은 테이블에 앉았더니만... 점원도 어쩔줄 모르더니 키쉬 접시는 옆 테이블에 놔주었음. 흑흑 그냥 샥슈카 시켰어야 되나 ㅎㅎㅎ 근데 샥슈카도 큰 팬이랑 빵 얹은 도마를 주니까 모자랐을 듯.
보르쉬는 그냥저냥이었다. 국물이 묽었다. 소고기가 아니라 닭고기로 육수를 내서 가벼웠는데 닭고기가 좀 오래되었는지 잡내가 좀 났다. 스메타나를 왕창 풀어서 잡내를 가리고 고기는 남기고 감자랑 비트 위주로 건져먹음. 마늘기름은 맛있었다. 여기는 전에 갔던 우크라이나 식당도 그렇고 보르쉬에 뽐뿌슈까를 제대로 주지는 않고 대신 데운 빵과 마늘기름을 따로 준다. 마늘기름/버터에 푹 적셔서 구운 브리오쉬 뽐뿌슈까가 더 좋긴 하지만 이것도 이것대로 나쁘지 않았다. 보르쉬는 100점 만점에 65점 정도...
그런데 키쉬는 맛있었다. 충분히 볶은 양파와 치킨이 잘 어울렸다. 일반적인 키쉬보다 덜 짰다. 대신 많이 촉촉한 편이라 포크로 뜨면 금방 뭉개지므로 평소 먹는 키쉬랑은 좀 식감이 다름. 이거랑 보르쉬랑 먹으니 괜찮았다.
보르쉬는 좀 남기고 키쉬는 다 먹고 카페를 나왔다. 카페 내부 사진 몇 장.
알록달록! 몬드리안 그림 생각남.
Karštos galvos는 '머리에 열이 난다' 비슷한 뜻으로 의역하면 '머리 펄펄 끓으니까 커피 마셔야돼' 정도라고 이해함(영원한 휴가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임. 그러고보니 galvos는 노어에서 머리를 뜻하는 '갈라바'랑 비슷해보이네.
저 파란 의자 테이블이 내가 앉은 자리. 저땐 아직 페퍼민트 티만 나왔음.
다 먹고 나가기 전 쿠야에게도 카페 구경시켜줌. 여태 쿠야가 가본 빌니우스 카페 중 제일 쿠야랑 잘 어울림. 쿠야는 인형이라서 그런가보다 ㅎㅎㅎ
배지랑 이것저것 파는 진열대 귀퉁이에 잠시... 우리 쿠야가 제일 귀엽네. 어린이 손님들이 와서 '엄마 나 쟤 사줘' 할까봐 이 사진만 얼른 찍고 데리고 나왔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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