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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반이 좀 안 돼서 깨어났는데 재난 문자가 와 있었다. 3호선 대치역 쪽에서 화제가 발생해 운행이 중단 되었다는 문자였다. 나는 3호선을 타고 출근 하기 때문에 이것은 큰 문제였다. 졸린 눈으로 택시 앱을 검색해 보았다. 새벽 인데도 불구하고 회사가 워낙 멀어서 택시를 타고서도 1시간 가까이 걸렸다.



택시를 타야 하나 괴로워하다가 그냥 휴가를 낼까 하고 마음이 바뀌었다. 무척 산란한 꿈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더듬더듬 일어나 VPN을 켜고 휴가원을 올린 후 주말에 밀려 있던 문서를 결재하고 나서 다시 침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 사이에 지하철이 정상화되었다는 문자가 다시 와 있었다. 이게 뭔가 ㅠㅠ 그냥 잘까 하다가 할 일이 많다는 생각에 꾹 참고 휴가를 취소하고 출근했다. 그래서 평소보다는 20분 정도 늦게 출근했는데물론 지하철에는 자리가 없었다. 그러나 운좋게 두 세정거장 후 내 앞자리가 나서 앉아서 출근했다.



종일 바쁘게 일했다. 오후에는 잠깐 다른 건물에 있는 사무실에 다녀왔는데 갑자기 너무 찜통처럼 더워서 숨이 턱턱 막혔다. 꼭 사우나 속을 걷는 느낌이었다. 이제 쨍쨍한 더위는 가고 드디어 내가 정말 싫어하는 찜통더위가 오는 모양이다. 내일 비가 온다니 더 습기가 올라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피곤하게 퇴근했다. 저녁에 병원에 들러 진료를 받을까 하다가 어차피 물리치료도 못 받고 오늘 먹을 약은 남아 있었으므로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종일 머리가 아프고 피곤했다 잠이 모자란다.



아빠는 오늘 네 번째 항암 치료를 받으러 입원하셨다. 조금 전에 전화를 해 봤는데, 오늘도 면역 수치가 좀 낮아서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하신다. 지난번에는 주사를 맞고 수치를 올려서 치료를 받으셨는데 이번엔 어떠실지 모르겠다. 운동도 하시고 잘 드시면서 몸을 만들어서 가셨는데 역시 연세가 많으셔서 그런지, 치료가 거듭 되어 몸이 약해져서 그런지 면역력이 올라가지 않나 보다. 그래도 입원한 김에 면역 수치가 올라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할 텐데... 기도하고 자야겠다. 아빠가 이번에는 힘들지 않게 치료를 받으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새벽 꿈에는 아주 오랜 옛날 대학생 시절 과외를 하러 다녔던 집의 어머니가 나오셨다. 그 집은 고등학교 시절 절친했던 동창의 집이었는데 나는 그 친구의 동생에게 영어 과외를 해줬었다. 꿈에 왜 그 친구네 집이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꿈에서 나는 그 어머니를 만나서 내가 해줬던 수업과 그 동생이 어떻게 지내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 그런데 꿈속에서도 그리고 깨고 나서도 내 마음 속에는 그 집이 사실은 과외를 하러 다녔던 동창과 그 동생의 집이 아니고 그 어머니도 실제의 그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몇 달 전 세상을 떠난 친구인 다샤님과 그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오버랩되어 있었던 것 같다. 친구가 세상을 떠나기 전 한참 중환자실에 있을 때 그 어머니와 이따금 연락을 했었다. 자기 전에 항상 그 친구와 그 어머니, 그 가족을 위해 기도했었다. 그래서인지, 꿈속에서 내가 찾아가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은 고등학교 때 친구의 어머니가 아니라 얼굴 한번 본 적 없고 그저 카톡만 몇 번 나눴던 다샤님의 어머니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꿈은 무척 기운이 빠지고 힘들고 산란했다. 부디 친구와 함께 그 가족들에게 평안과 안식과 행복이 깃들기를 바란다. 오늘은 편하게 푹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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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